고수의 협상법 - 인생의 승부처에서 삶을 승리로 이끄는 협상비법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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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라고 하면 사업이나 비즈니스 현장이 먼저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단어인 양 생각되는 것이다. 거창한 회의 탁자에 앉아 테이블의 한 귀퉁이에는 몇 날 며칠을 읽어도 다 읽지 못할 듯한 무거운 서류 더미를 쌓아 놓고, 협상의 당사자인 양 팀에서 각각 서너 명의 전문가들이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있고, 따라 놓은 차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열띤 토론을 하는 풍경. 우리는 적어도 그러한 장면을 협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여 카메라 플래시가 펑펑 터지는 협상의 장에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평생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인생이라는 바다의 성공적인 항해사가 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위험하고 두려운 요소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나는 그것이 바로 협상이라고 생각한다."  (p.293 'Epilogue' 중에서)

 

협상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그러나 <고수의 협상법>의 저자인 신용준 에듀콤 교육연구소 대표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주어진 상황들을 목표 달성에 유리하게 만들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다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정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결국 저자는 '구체적인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제반 사항들을 이 책에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의사소통이나 '이 정도면 됐지' 하는 식의 적당한 결과를 협상으로 인식하지 않겠다는 천명이다.

 

"이 <고수의 협상법>은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협상을 주로 다룬다. 비즈니스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업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은 물론이거니와 영업, 거래관계, 직업적 성공, 승진 등 돈을 포함한 목표 달성을 위해 벌이는 모든 과정과 노하우를 '협상'이라는 키워드로 녹여내었다."  (p.22)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협상의 이면에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므로 협상에 성공한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세운 어떠한 욕망을 위해 끝없이 준비하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인생 역시 하나의 협상인 것이다. 자신을 절제하고 눈 앞의 유혹을 견디게 한다는 건 협상을 준비하는 자의 기본적 전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결국 성공적인 협상을 도출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 역시 성공적인 삶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협상은 감정으로 시작하여 감정으로 끝난다. '두려움'으로 시작하여 '분노'하는 과정을 거치는 협상은 결국 '신뢰'라는 결과로 끝맺음해야 한다. 협상은 이성적인 계산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인간관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p.172)

 

책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많은 사례를 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PART 1. '어떤 상황에서도 유리하게 만드는 협상술-목표의 비법', PART 2. '자신을 만만치 않은 상대로 여기게 만드는 협상술-대안의 비법', PART 3. '상대가 나를 돕게 하는 심리유도 협상술-관계의 비법', PART 4. '자원과 정보를 수집하여 최대한 확률을 높이는 협상술-정보의 비법', PART 5. '사소한 희생으로 성과를 얻는 협상술-실전 협상 스킬 & 전략' 등 총 5개 PART의 본문과 프롤로그 및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이 책은 협상에 임하는 자가 갖추어야 하는 여러 준비와 노하우를 꼼꼼히 되짚는, 말하자면 협상의 매뉴얼 북인 셈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이르기를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白戰不殆)라고 하지 않던가. 협상의 파트너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을 점검하고 부족한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핀다면 협상에서의 위태로운 순간을 결코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도 인간관계의 작은 부분 중 하나임을 인식할 때 진심은 어디에나 통하는 법이다. 나만 잘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여 완벽히 숨겨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좋은 협상이란 어쩌면 상대방과 내가 상생할 수 있는 그러한 방법을 찾는 공동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협상에 임하는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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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내내 어두웠다. 이따금 비가 내렸고, 바람이 건듯 불었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 기억의 덧없음을 절절히 확인하게 되는 것처럼 속절없는 바람과 분분한 낙화를 보며 '한 계절이 또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하는 쓸쓸한 감회에 젖었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7주기. 생때같은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처참하게 죽어갔던 그 날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날. 기억은 덧없고 슬픔은 야멸차게 가슴을 후비는데 흔들리듯 비가 내렸다.

 

가끔 뒤돌아보면 인간은 다른 이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냉정하며 더없이 잔인할 수 있는지... 짐승들도 제 무리 중 하나가 죽으면 제 일인 양 슬퍼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다른 이의 죽음을 아파할 줄 모른다는 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는 것.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마치 인간인 양 행세를 했던, 인간 탈을 쓴 짐승들의 광란의 몸짓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자식을 잃은 부모가 식음을 전폐한 채 누워 있는 현장에서 폭식투쟁을 하던 놈들, 세월호 참사가 단지 하나의 교통사고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들었던 어느 정치꾼, 세월호 참사를 언제까지 우려 먹을 거냐며 따지고 들던 미련한 짐승들...

 

벌써 7년이다. 기억은 이렇게 생생한데...

 

제시 버튼의 소설 <컨페션(The Confession)>을 읽었다. 두 권의 소설만 남기고 잠적한 희대의 소설가 '콘스턴스 홀든'이 실종된 로즈의 어머니와 연인 사이였고, 심지어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버지로부터 들은 로즈는 삼십 년 전 그날의 진상에 대해 듣기 위해 신분을 속인 채 콘스턴스에게 접근하는데... 소설은 줄곧 로즈의 어머니인 엘리스와 로즈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실의 소실점을 향해 나아간다. 고백, 자백, 혹은 고해성사의 의미가 있는 이 소설의 제목이 세월호 참사 7주기인 오늘 내 가슴에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모르고 있다. 소설처럼 누군가의 자백이 필요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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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백은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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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쓰면 못 쓸 것도 없겠지만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건 어쩐지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살아오면서 남들 앞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 경험도 없으려니와 딱히 그럴 필요성도 없이 살아온 터라 지난 과거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불편하고 속이 거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게다. 그렇다고 뭐 깊숙이 숨겨야 할 은밀한 이야기가 나의 과거에 다수 내포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백은선 시인 역시 이런 비슷한 심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지금부터 '나' 혹은 '내가'라는 말을 안 하고 싶다. 이미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근데 자꾸 그러면 어떻게 하지? 글이 공개된다고 생각하니 겁난다. 근데 원고료를 주니까 열심히 좋은 말을 해서 사람들을 막 재미있게 만들고 싶은데, 막상 그런 생각을 하니 더 잘 안 되려고 한다. 저는 여기까진가봐요."  (p.18)


시인이 쓴 산문집은 언제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산문이지만 문장에 리듬이 실려 글을 읽는 독자들의 독서 발걸음을 가볍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인은 처음이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습성이 있지 않은가. 속이 훤히 비치도록 다 드러내놓고 까발리지 않으면 글이 아니라고 믿는 족속, 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더 내놓을 게 없나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족속이 시인이 아니던가. 하여 시인의 산문집을 읽는 독자들이야 한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테지만 정작 시인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가슴 조리고 콩닥콩닥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겠는가.


"내가 너무 화가 많다. 정말 미칠 것 같았나보다. 감정을 그대로 뭉쳐서 종이 위에 패대기쳐놓은 걸 보는 것 같다. 나는 내가 걱정스럽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게 너무 많고, 스스로가 한심하고 무기력하게만 느껴진다. 정신 차려. 잘 좀 하자."  (p.172)


'왕따'로 유소년기를 보냈다는 시인은 이제 자신에게 남은 건 눈치뿐이고 잃은 건 자존심이라고 말한다. 사업에 실패한 후 티브이 앞에 반쯤 송장처럼 누워지내는 아빠와 한방에서 지내는 게 숨이 막혔고, 별 이유도 없이 얻어맞기 일쑤였다고 고백한다. 티브이 화면이 바뀔 때마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천장에 어른거리는 빛을 보며 나중에 크면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소중한 목표를 세웠다는 시인. '남자에게 여자는 변기'라는 말 따위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성평등에 무지했다는 고백과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지만 주민센터에서 '한부모 가정' 대상자로 지정받지 못했다는 고백과 딸의 몫으로 나온 재난지원금이 아빠에게 지급됐다는 황당한 사연 등을 시시콜콜 쓰고 있는 시인의 키워드는 '말'과 '시'와 '삶'과 '여성'이라는 각 부의 제목과도 맞닿아 있다.


"밤중에 침대에 누우면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집은 이십 층이야. 언제든지 뛰어내리면 반드시 죽을 수 있어. 그럼 조금 안심이 된다. 그러다 아이를 본다. 아이의 잠든 얼굴은 천사 같다. 이상한 충만함과 슬픔이 마음 안에 가득 차오른다. 네가 겪을 여러 처음들로 인해 상처받고 아무 손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을 때 내가 옆에 있으려면 나는 더 오래 살아야겠다. 더 오래 살아야만 한다."  (p.176)


시인이 쓴 곱디 고운 산문집을 기대하며 읽었던 백은선의 산문집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는 독자인 나의 가슴에 다가와 시인은 이상한 사람이었다가, 가여운 여인이었다가, 당당한 엄마이자 마음 따뜻한 누군가의 딸이기도 했고, 우리 사회를 걱정하는 건전한 사회 구성원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내가 다시 붙인 책의 제목은 <나는 시인이 이상하고 가엾고 건전하고>쯤으로 순치되지 않을까.


"옷을 벗고 있으면 이상하고 불편한 것처럼 마스크를 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모습이 어쩐지 짠하다. 공기 좋고 바이러스 없는 곳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내 유년과 아이의 유년이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p.249)


주춤하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시 또 강해지는 양상이다.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바이러스와 함께 했던 시간도 1년여의 세월이 흘렀건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2021년도 코로나19를 떨쳐버리는 건 요원한 일인 듯싶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며 살면 될 일이지만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바이러스에 일부러 감염되는 사람이야 있으랴마는 확진자들에 대한 괜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외출을 삼간 채 수도승처럼 사는 내가 바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일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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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상승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바람에 전에는 없던 관심이 과도하게 쏠리는 듯하다. 나 역시 비트코인은 한낱 싸이월드 시절의 도토리쯤으로 여겼던 터라 암호화폐 투자에 몰입하는 몇몇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지인 역시 암호화폐에 소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투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본인 말에 의하면 날려도 그만인 소액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투자를 권했다. 큰돈이 아니라면 한 번쯤 투자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면서...

 

과거에 내가 알던 지인은 경제 지식이 풍부하고 웬만해서는 직접 투자에 나서지 않는 대단히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사람이 투자를 권하니 나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지라 담이 작은 나도 1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기에 이르렀고, 불과 며칠 만에 투자금만큼의 수익을 올렸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소심한 나는 원금을 빼고 수익금만 남겨두었는데 그마저도 자고 나면 오르는 통에 횡재했다 싶은 기분이 절로 드는 것이다. 물론 팔자를 고칠 정도의 큰돈은 아니지만 말이다. 뜻하지 않은 수익이 발생하다 보니 돈 욕심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재미 삼아 시작한 것이니 단순한 재미로 남겨 둘 작정이다.

 

지자체장을 뽑는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선거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이미 결과를 알 수 있는 선거였기에 조마조마하거나 쫄깃한 긴장감은 그닥 없었지만 사람들의 표심에서 다들 개인의 욕심이 분출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자신이 보유한 집의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고 매년 상승하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었다. 주변의 친구들도 모두 그런 후보에게 투표했다. 말하자면 아파트 값은 올리고 세금은 덜 내게 해주겠다는 후보가 장땡인 것이다. 투표를 마친 친구들도 저으기 미안했던지 "이러다 대깨오(대가리가 깨져도 오세훈) 소리를 듣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하면서 웃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정치권에서 쓰는 말들은 어쩌면 그렇게 천박한지 모르겠다.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말이 회자되더니 이제는 언론에서도 공공연히 쓰고 있다. 소위 나잇살이나 처먹은 게 뭔 벼슬도 아니고 품위 없이 이런 천박한 말을 퍼뜨린다는 건 어린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다가 '대깨오'나 '대깨윤'을 지나 '대깨이', '대깨김' 등 우리나라 성씨들 대부분이 그 반열에 오르는 건 아닌지... 나이가 들면 언어를 조심하는 게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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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13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호화폐를 도토리라 하셔서 완전 빵터졌네요. 저는 이런 쪽엔 관심이 1도 없는데, 소액으로 하면 소액밖에 못 벌어 안하게 되고, 거금은 돈이 없어서 못하게 되다는 생각! 그냥 재미로 두실 수 있는 내공이면 그냥 재미로 하셔도 좋을 거 같네용!

꼼쥐 2021-04-15 19:22   좋아요 0 | URL
암호화폐는 하루에도 몇 십 퍼센트가 오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 까닭에 때로는 소액이 큰돈이 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젊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기도 하더군요.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되어가는 순간 - 최선의 나를 찾아서
헤르만 헤세 지음, 이민수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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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하면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두 소설이 '성장소설'이라는 작은 테두리 안에 갇힘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다. 사실 두 소설은 한참 어른이 된 후에 읽어도 좋고, 아직 성장기에 있는 좀 이른 나이에 읽어도 더없이 좋은 책이다. 말하자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읽어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제곤하는 좋은 소설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성장소설'의 목록에 편입됨으로써 어른들은 자신들이 이미 읽어야 할 시점을 놓쳤다는 이유로, 그리고 아이들은 두 소설이 단지 '성장소설'의 목록에 편입되었다는 이유로 미처 읽어보지도 않은 채 유치한 내용의 소설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두 소설은 재독 삼독을 하여도 그때마다 다른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주는 좋은 소설인데 말이다.

 

"똑똑한 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정말 의미가 없지. 자기 자신에게 멀어질 뿐이야. 자기 자신에게 멀어진다는 것은 죄악이야. 우리는 완전히 자기 자신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해. 마치 거북이처럼 말이야."  (p.66 '데미안' 중에서)

 

헤르만 헤세의 잠언집 <내가 되어가는 순간>은 헤르만 헤세의 저작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던 사람이건 헤세의 저작이라면 웬만한 건 다 읽어보았던 사람이건 상관없이 헤세가 전해주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느끼게 하는 문장들을 여럿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헤세의 여러 작품 중에서 가려 뽑은 문장들을 찬찬히 읽고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는 까닭에 오늘처럼 나른한 휴일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일 수도 있다. 어느 잠언집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책의 두께가 얇다고 해서 금세 다 읽겠거니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어쩌면 책 속 한 문장에 사로잡혀 하루를 다 소비할지도 모른다.

 

"마흔과 쉰 사이 십 년은 열정적인 사람과 예술가에게 항상 위기의 시절이자 불안의 시기이다. 종종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기 힘든 때이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 평온한 시절이 찾아온다. 나만 이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시절이자 투쟁과 갈등의 시절인 청춘이 아름다웠ㄲ던 것처럼 나이가 드는 것과 성숙해지는 것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다."  (p.113 '아들 브루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개신교 목사였던 아버지와 유서 깊은 신학자 출신의 외가를 두었던 헤세였지만 정작 본인은 엄격한 삶의 굴레와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였던 까닭에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것이 어쩌면 여러 대작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고집스러운 그의 성향이 더욱 강화되어 평생 자기만의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헤세 자신도 그와 같은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던 탓에 자신을 개인주의자로 칭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으며 어떤 정해진 길도 거부하고 자기만의 길에 고집스럽게 몰두했다.

 

"우리에게 인격은 사치품이 아니라 실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살기 위해 필요한 산소이자 반드시 필요한 내적 자본이다. 내가 이해한 예술가란 스스로 살고 있다는 느낌과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꼭 필요로 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힘의 근원을 인식하고, 그 고유 원칙에 따라 자기 자신을 구축하기를 진실로 원한다. 그러므로 어떤 종속적인 활동도 원하지 않고, 그런 삶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진정한 예술가다."  (p.159 '게으름의 기술' 중에서)

 

책의 구성은 '나를 찾는다는 것, 나를 발견한다는 것, 다시 태어난다는 것'의 세 가지 키워드로 되어 있는데, 각각의 주제별로 자기를 찾아가는 삶에 대한 헤세의 고뇌와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던 헤세의 통찰에서 보듯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을 걸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선의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허락된 평생의 시간을 쏟아부어도 그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데, 하물며 나는 평생 타인의 길을 부러워하며 나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가는 길이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는 시도이고 오솔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이는 조용히, 어떤 이는 분명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이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  (p.17 '데미안' 중에서)

 

하늘이 맑고 분분한 꽃잎처럼 애틋했던 하루. 정원을 가꾸며 자연에 대한 글과 그림을 그린 작가로도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잠언집을 읽는다는 건 덧없이 흘렀을 이 봄날의 하루를 충만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주변의 도로를 질주하는 많은 차량들. 그들은 과연 내비게이션도 없는 자신의 인생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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