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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제로든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조금 바빴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글 쓰는 일은 관심 밖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내게 금전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한가지 일에 골몰하느라 여타의 다른 일에 일절 손을 놓고 지낸다는 것은 보기 좋지도, 그렇다고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런 핑계가 자칫 나를 무관심이나 게으름의 어떤 영역으로 끌고 가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매일은 어렵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또는 그 이상을 목표로 삼아야겠다는 생각과 적어도 읽었던 책의 리뷰는 빠뜨리지 않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의 1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습관처럼 먹고, 씻고, 잠들었던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다. 여전히 담배는 피우지 않고 있지만 시시때때로 담배 생각이 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낮에 인터넷에서 보았던 기사가 생각난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군대 내 성폭행 관련 발언에서 새누리당 송모 의원이 했던 말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다. 임모 대령이 여군 하사를 성폭행했던 까닭이 외출, 외박을 못해서라니...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육군 여단장을 두고 "들리는 얘기론 (해당 여단장이) 지난해에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가족도 거의 면회를 안 들어왔다"며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이 사람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측면을 우리가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했단다.

 

이 사람 주장에 따르자면 외박을 나가지도 못하고 나이도 20대인 일반 사병들은 누구나 부대 내에서 성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해결책으로 군대 내 위안부라도 두자는 말로 들린다. 이런 썩어빠진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되었는지. 더구나 '하사 아가씨' 발언까지. 구제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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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세월 참 빠르지요? 저도 지난 연말부터 지금껏 꽤나 바쁜 일정을 보낸 듯합니다. 그러나 2015년이 시작된 후 제가 체감하는 하루 하루는 굼벵이처럼 더디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명절이나 주말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몸이 바쁜 시간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 한가해진 낮시간이나 늦은 밤 홀로 있을 때 시간은 그야말로 멈춰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말하길 체감하는 세월은 40대는 40km, 50대는 50km의 속도로 흐른다는데 저는 마치 없는 시간을 훔쳐오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하루가 느릿느릿 흐르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느낍입니다.

 

부럽다구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그 비밀스런 방법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세월이 천천히 흐르게 하는 비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중독이 될 만한 대상(담배, 술, 마약, 도박, 섹스 등) 하나를 콕 집어 고른다. 중독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2. 자신이 선택한 대상(예컨대 저는 담배를 선택했었죠)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가급적이면 십 년 이상의 중독 상태를 유지한다.

3. 어느 날 갑자기 중독 상태를 해제한다. 시시각각 자신의 중독성을 실감하며 꿋꿋이 참고 버틴다.

 

이해가 되나요? 2015년의 시작과 함께 금연을 한 저는 하루가 이토록 길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되는 흡연의 욕구는 잠들기 전까지 계속됩니다. 오죽하면 저는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날 요량으로 그토록 열심이던 아침운동도 그만둘까 생각했을까요. 저보다 먼저 금연을 실천했던 분들이라면 지금의 제 상태를 백번 이해하고도 남겠지요.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지요. "담배 끊는 게 제일 쉽다. 나는 100번도 넘게 끊었다. (Quitting smoking is the easiest thing. I’ve done it hundreds of times.) 그는 한때 그런 말도 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진 최후의 순간을 위해서 나쁜 습관 한두 가지를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예컨대 그의 주장은 이런 뜻이었죠. 배가 가라앉을 때 바다에 버릴 짐이 있어야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처럼 건강이 나빠졌을 때를 대비하여 건강에 해로운 어떤 습관(이를테면 흡연이나 음주, 마약 등)중에 무엇인가 버릴 게 있어야 자신의 건강이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마크 트웨인의 일화 중에는 재미있는 게 많은데 그가 말하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침대에 누워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죽은 사람 중의 80%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그렇게 되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조금 썰렁한가요? 아무튼 그도 침대에 누워 있다가 75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저는 요즘 담배 생각이 날 만한 일은 가급적 삼가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거나, 커피를 마신다거나, 과식을 한다거나... 낮동안에도 아무 생각도 없이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금연한 지 고작 여드레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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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 보인다.

단순히 해가 바뀌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십여 년 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담배의 지배력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금연을 한답시고 호들갑을 떨 때도 나만 홀로 초연했었다.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아내의 잔소리가 있기는 했으나 그냥 견딜 만했다.  그랬던 내가 금연을 결심하고 담배를 끊자 아내는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아무튼 내게 세상은 흡연을 할 때의 세상과 흡연을 하지 않을 때의 세상, 단 두 개의 세상으로 보일 뿐이다.  서서히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까닭에 글을 쓸 때는 가급적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12월에 출간된 에세이 중에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나는 결국 <정글만리>를 읽고 리뷰를 쓰지 못했다.  쓰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옳다.  조정래 작가도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생각했었다.  아끼는 작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상상력의 발현보다는 중국에 대한 면밀한 취재에 스토리를 슬쩍 얹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던 <정글만리>.  그의 산문집은 어떤 내용일지...  또 다른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단 한 번이라도 보았던 사람이라면 그녀의 긍정적 에너지에 쉽게 동화되리라 생각한다.  방청객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모두를 쥐락펴락 했던 그녀의 탁월한 진행 능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었다.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결코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았던, 강인한 인간의 표본과 같았던 오프라 윈프리의 삶에서 얻어진 귀한 교훈들, 이 책은 그런 책일 것이라 믿는다.

 

 

 

 

 

 

장르가 다른 예술계의 두 거장이 나누는 대화는 가벼운 듯하면서도 그 깊이가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여러 곡의 음악 제목이 등장한다.  주로 재즈 음악이 많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화를 실은 이 책은 하루키의 열혈팬인 내게 설렘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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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0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정글만리를 보며 썩 좋은것은 아니였는데 꼼쥐님의 글을 읽으니 저만 그런 생각을 갖었던게 아니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처음 읽어본 조정래 작가님의 글이였는데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였거든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태백산맥은 구입해놨는데 아직 펼쳐보진 못했어요. 오프라윈프리의 책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네요^^ 긍정적 에너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읽어보고 싶어요^^

꼼쥐 2015-01-04 15:46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태백산맥>은 대작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아마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정글만리>는 마치 오랫동안 중국을 취재한 어느 기자의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소설이라고 말하기도 조금 민망한 그런 작품이었죠. 이렇게 말하면 작가에게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탓인지 목 안이 칼칼하고 가슴이 답답하지만 요 며칠 푸근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제 내일 하루만 지나면 2014년은 과거의 기억 속으로 영원히 묻힐 것입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잘 보냈다는 뿌듯함보다는 왠지 모를 헛헛함이 밀려오는 게 사실입니다. 처음과 끝은 항상 맞물려 돌아가는 것임에도 '처음'보다는 '끝'에 오랜 시간 눈길이 머물고 떨쳐버릴 수 없는 진한 아쉬움과 미련을 품게 마련이지요.

 

세월의 흐름은 몸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늙게 하나 봅니다. 까닭도 없이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걸 보면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 한 살이라도 더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는 남보다 뒤처진다는 것,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머지않은 미래에 폐기처분의 신세를 면키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기 위해 기를 쓰게 되는가 봅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가 쓴 <오래된 미래>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라다크에서 늙어감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자연 순환의 일부로 여겨진다. 흔히 한동안 떠나 있다가 오랜만에 라다크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은 "지난번 보았을 때보다 많이 늙었네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 말을 겨울에서 봄으로의 변화를 말하듯 아무렇지 않게 할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내가 더 늙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나이를 겁내며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삶의 각 단계는 그 나름의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중에서)

 

나도 모르게 왠지 헛헛하고 쓸쓸해지는 이 즈음에는 의지가 될 만한 무언가가 절실해지곤 합니다. 그 대상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좋아하는 음악이나 그림이든, 혹은 책이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요. 다가오는 2015년에는 라다크 사람들처럼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에 쫓기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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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1차로인 도로에서 신호대기를 하거나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우회전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지. 어느 정도 운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일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운전자의 성격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나는 듯합니다.

 

제가 만일 편도 1차로의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면 대개는 중앙선 쪽으로 제 차를 가깝게 붙여 우회전하는 차량의 소통을 방해하지 않으려 하는 노력합니다. 내 뒤에 오는 우회전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켠 채 경적을 울리며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딱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간혹 자신의 차를 차로의 중앙에 떡하니 세워 놓은 채 뒷차량이 우회전을 하던 말던 전혀 개의치 않는 운전자도 보게 됩니다. 그럴 때 저는 그 차량의 운전자가 운전 경험이 전혀 없는 완전 초보이거나 일부러 심술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우회전을 하려는 뒷차량의 차로를 확보해주고는 싶으나 운전 실력이 부족하여 어찌할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라거나 충분히 비켜줄 수 있는 운전 실력은 되지만 못 들은 체 무시하는 경우이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주 고약한 심보이지요. 나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너도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는 투의 막가파 식 운전 행태라고나 할까요.

 

물론 신호대기를 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어떤 위반을 한 것은 아니지요. 법적으로 비켜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단순히 배려의 차원에서 행하는 일일 뿐이지만 무대포로 버티고만 있는 차를 뒤에서 지켜볼 때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도 심술이 나서 비켜주지 않고 버텨본 경험이 있습니다. 저도 언제나 미소만 짓는 천사는 아니거든요. 주로 택시가 그 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일반 차량의 운전자는 대개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켠 채 한두 번의 짧은 경적을 울림으로써 자신이 먼저 가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만 일부 택시 운전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군요. 예컨대 '내가 우회전 하려는데 네가 감히(?) 내 앞길을 막아?'하는 표정으로 귀가 먹먹할 정도로 경적을 길게 누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일순 심사가 뒤틀리곤 합니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태워야 사납금도 벌고, 집에 있는 자식들의 용돈도 줄 수 있기에 늘 바삐 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는 건 잘 알지만 적어도 앞 차량의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니만큼 짧고 가볍게 울릴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지요.

 

저는 외국에서도 몇 번 운전을 해본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운전자만큼 안하무인의 운전자를 만났던 경험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아주 짧은 시간을 운전하는 외국에서의 경험과 오랫동안 운전했던 국내의 경험을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죄라면 죄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약간의 배려로 서로의 마음을 기분좋게 할 수 있다면 웃을 일 없는 요즘과 같은 시기를 그래도 잘 버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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