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1차로인 도로에서 신호대기를 하거나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우회전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지. 어느 정도 운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일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운전자의 성격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나는 듯합니다.

 

제가 만일 편도 1차로의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면 대개는 중앙선 쪽으로 제 차를 가깝게 붙여 우회전하는 차량의 소통을 방해하지 않으려 하는 노력합니다. 내 뒤에 오는 우회전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켠 채 경적을 울리며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딱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간혹 자신의 차를 차로의 중앙에 떡하니 세워 놓은 채 뒷차량이 우회전을 하던 말던 전혀 개의치 않는 운전자도 보게 됩니다. 그럴 때 저는 그 차량의 운전자가 운전 경험이 전혀 없는 완전 초보이거나 일부러 심술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우회전을 하려는 뒷차량의 차로를 확보해주고는 싶으나 운전 실력이 부족하여 어찌할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라거나 충분히 비켜줄 수 있는 운전 실력은 되지만 못 들은 체 무시하는 경우이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주 고약한 심보이지요. 나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너도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는 투의 막가파 식 운전 행태라고나 할까요.

 

물론 신호대기를 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어떤 위반을 한 것은 아니지요. 법적으로 비켜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단순히 배려의 차원에서 행하는 일일 뿐이지만 무대포로 버티고만 있는 차를 뒤에서 지켜볼 때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도 심술이 나서 비켜주지 않고 버텨본 경험이 있습니다. 저도 언제나 미소만 짓는 천사는 아니거든요. 주로 택시가 그 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일반 차량의 운전자는 대개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켠 채 한두 번의 짧은 경적을 울림으로써 자신이 먼저 가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만 일부 택시 운전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군요. 예컨대 '내가 우회전 하려는데 네가 감히(?) 내 앞길을 막아?'하는 표정으로 귀가 먹먹할 정도로 경적을 길게 누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일순 심사가 뒤틀리곤 합니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태워야 사납금도 벌고, 집에 있는 자식들의 용돈도 줄 수 있기에 늘 바삐 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는 건 잘 알지만 적어도 앞 차량의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니만큼 짧고 가볍게 울릴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지요.

 

저는 외국에서도 몇 번 운전을 해본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운전자만큼 안하무인의 운전자를 만났던 경험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아주 짧은 시간을 운전하는 외국에서의 경험과 오랫동안 운전했던 국내의 경험을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죄라면 죄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약간의 배려로 서로의 마음을 기분좋게 할 수 있다면 웃을 일 없는 요즘과 같은 시기를 그래도 잘 버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