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지음, 대한항공 사진공모전 수상작 사진 / 홍익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메일함을 열어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아침에 출근하면 자리에 앉아 간밤에 들어온 메일을 확인하고 나서야 하루의 업무를 계획하곤 한다.
때로는 반갑지 않은  스팸 메일로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이벤트 당첨 소식이라도 받은 날에는 하루 종일 날아갈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가끔 친구 모모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접한 날에는 온 종일 우울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연락이 끊겼던 지인의 소식을 듣고 오늘 당장 만나자는 답신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갖가지 메일 중에는 제목도 읽지 않고 곧바로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매일 들어오는 메일임에도 늘 반갑게 열어보는 것이 있다.  그것도 수년째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도원의 아침편지" 이다.  
오늘로 회원수가 290만 명을 넘었으니 나와 같은 사람이 참 많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처음부터 ’아침편지’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뭔가 노리는 게 있겠지 하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도 사실이고, 지금은 거의 종합 쇼핑몰이 된 ’아침편지’의 홈피가 맘에 드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알지도 못하는 이가 멀리서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아니 할 수 없다.

"감사합니다.
내가 지나온 삶의 발자국들에게, 소리 내어 인사를 건넨 사람들에게, 나에게 미소를 보낸 이들에게, 늘 똑같은 인사를 건네는 동네 이웃들에게, 나의 삶을 구성하는 사람과 사건들에게, 나는 한없이 ’감사합니다’. "
(P.23)

이 책은 10여년을 한결같이 ’아침편지’를 준비했던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을 모아 잔잔하게 적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우수 작품들이 함께 수록되어 사진과 어우러진 포토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의 서문에 이어 1. 손을 내밀어준 당신에게… 사랑합니다  2. 함께 동행해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3. 같은 곳을 바라봐준 당신에게… 사랑합니다  4. 사랑을 가르쳐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5.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서 로 구성되었으며, 작가가 일상에서 얻은 생활의 지혜와 책에서 얻은 좋은 글귀들이 작가 자신의 생각들과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가끔은,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 속으로도 여행을 문득, 떠나보자.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나는 현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지......
여행지에서 탁 트인 풍경을 마주했을 때처럼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마음속 여행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누구나 여행가가 될 수 있다."
(P.215)

나는 이런 종류의 책, 자기 계발서와 신변잡기를 다룬 수필의 중간쯤에 위치한 듯한, 갖가지 교훈을 무작위로 주입하려는 듯한, 그러면서도 짤막짤막한 글에 머리를 끄덕이며 쉽게 읽히는 이런 류의 책을 읽노라면 불쑥 이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 작은 머리로 그 많은 교훈을 다 기억할 수 없는 것도 문제려니와 실천은 더더구나 엄두를 낼 수 없기에 또한 그렇다.  어쩌면 나의 한계를 인식하는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요즘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진지한(때로는 전문서적에 가까운)  글이 더 좋아졌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하는 듯 책에 대한 기호도 변하나보다.  하나의 화두를 안고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고전이 좋아지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럼에도 이런 종류의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최소한 책을 읽는 도중에는 ’아!  그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조금은 더 나를 비우고,  나답게 살자.’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적어도 책이 내 손 안에 들려 있을 때에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나간마음을찾습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간순간 느끼는 자신의 기분을 맛이나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내가 느끼는 행복이나 기쁨이 진한 단맛이라면, 고독이나 외로움에서는 쌉싸름한 홍차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색으로 치자면 파스텔톤의 연녹색쯤이라고나 할까?  손에 닿으면 금방 초록물이 배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시나브로 고독은 그만큼 내게 익숙한 그 무엇이 되었나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외톨이’가 아닌 인간 존재로서 느끼는 ’절대 고독’의 느낌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에 사회적 존재에서 느끼는 ’상실’이나 ’좌절’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교육 방식에 넓게 퍼져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아무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라고 갈파했던 니체의 말은 현대인이 곱씹어야 하는 금언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젊은 날의 기록은 얼마간의 슬픔과 1000그램의 눈물을 안고 있다.
따스한 손길로 그때의 순간을 문지르면 손바닥 가득 흥건한 눈물이 묻어날 것처럼.

"마음도 자꾸 쓰다보면 이렇게 굳은 살이 배길까.
그렇다면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일이라는데 사랑을 하는 것도 그 사랑이 끝나는 것도 하루하루 생채기가 늘어가는 것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조금 덜 행복해도 괜찮으니 조금 더 단단했으면 좋겠다."
(P.45)

생각은 저만치 내달리고 내 판단과 행동이 1톤의 후회를 끌고 힘겨운 발걸음을 한 발 두 발 떼어 놓던 그 시절에는 청동의 녹이 낀 어느 현자의 말은 들리지 않았었다.
어쩌면 저 멀리서 들리는 웅얼거림쯤으로 기억됐을지라도 그게 뭐 그리 중요했을까.
발걸음은 마냥 가볍고, 사랑의 콩닥거림에 ’아드레날린 러시’를 체험하는 고속도로 한가운데 있었던 것을...

"사랑이 시작되자 세계가 너 하나로 좁혀졌다.
내 손을 슬며시 잡으며 주머니에 넣었던 일, 뽀뽀해달라며 아이처럼 조르던 일, 한쪽 어깨가 다 젖도록 내 쪽으로만 향해 있던 우산, 술 취한 밤 택시를 타고 내게로 왔던 청춘."
(P.123)

어느날 문득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습관처럼 노란 은행잎을 모을 때 우리는 어쩌면 지난 여름의 퀴퀴한 땀냄새마저 그리워 할지 모른다. 
작가의 글은 순간을 잡은 스냅 사진처럼 스물과 서른의 시간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때의 무모함이, 그 철없음이, 코앞에 다가올 후회에도 아랑곳 않던 생각없음이 마냥 그리워질 나이가 되면 그 세세한 기억 모두를 행복있음으로 추억하게 될까?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그녀답게 소소한 일상에 버무려진 노랫말이 조금은 새롭다.  작가와 같은 또래의 사람이라면 ’딱, 내 스타일이야!’하는 말을 몇 번이고 외쳤을 듯싶은 그녀의 일상이 나는 그저 부럽다.

"먼지를 한 움큼 집어삼킨 것처럼 목이 꺼끌꺼끌하다.
이유도 모르는 채 가슴이 바삭바삭 탄다.
갈라진 마음을 반으로 쪼개면 이것저것 한 바가지는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산다는 게 때때로 이렇다."
  (P.223)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고독했던 그 한 순간 뿐이었음을, 나는 내 지난날의 일기를 뒤적이며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지난날의 나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던 어느 작가처럼 지독히 고독했던 젊은 날의 나에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할 거야 내인생의책 그림책 12
낸시 틸먼 글.그림, 신현림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들녀석이 세 살 무렵이었나보다.
몸이 약했던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유치원 종일반에 보냈었다.
유치원은 집으로부터 꽤나 먼 거리에 있었고,  아침에 유치원 차에 아들을 태워 보내면 오후 네 시는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때 아들은 유치원에서 가장 어렸고, 배변훈련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마다 기저귀며, 간식이며, 여벌의 옷가지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그때 우리 부부는 이틀마다 번갈아가며 아이를 재웠다.  한 사람이라도 편하게 자게 하려는 방책이었다.  내가 아들녀석을 재울 때면 밤이 늦도록 책을 읽어달라는 통에 피곤함을 억지로 참으며 아이가 잠들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주던 책이 있었다.

 그 책은 샘 맥브래트니가 지은『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GUESS HOW MUCH I LOVE YOU)였다. 나는 지금도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달라고 조르던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아? 이 마~안큼" 그리고는 두팔을 활짝 벌립니다. 그러자 아빠토끼도 기다란 두 팔을 활짝 벌리면서 말하죠 "나는 이 마~안큼 너를 사랑해"
아기토끼는 아빠토끼의 벌린 두 팔이 자기 것 보다 훨씬 넓은 것을 보고는, "내가 두손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높이 만큼, 내가 가장 높이 뛸 수 있는 만큼, 물구나무 서서 두발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만큼, 저 길 끝의 강에 다달을 만큼 아빠를 사랑해"라고 말하지만 그 때마다 아빠토끼는 아기토끼 보다 더 높고, 더 길고, 더 넓은 것을 보여 주면서 작은 토끼를 사랑한다고 말하죠. 아기토끼는 피곤해서 아빠토끼의 품에 안겨 잠이 들죠. 그러면서 말합니다. "나는 저 하늘의 달까지 거리만큼 아빠를 사랑해"
아빠토끼는 "달까지는 정말 정말 먼 거리야"라고 말합니다. 아기토끼는 잠이 들죠.
아빠토끼는 잠이 든 작은 토끼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속삭입니다. "나는 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거리만큼 너를 사랑한단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나는 그때를 생각하며 아랫동서의 딸에게 줄 생일 선물을 고르다 이 책을 만났다.

책을 펼치는 순간 깔깔거리던 아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현림 시인의 번역은 마치 한편의 동요처럼 감미롭다.

아이에게 그림 동화를 읽어주는 것은 아이의 순수한 영혼을 화폭삼아 내 사랑의 마음을 그리는 것이리라.  


 



 
 
저자의 고운 감성이 그림과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는 훗날 자신의 마음 한켠에서 이 고운 동화를 꿈처럼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나는 낸시 틸먼의 동화에 흠뻑 취해 옛추억의 아들과 한나절을 놀았다.
 
"너는 나의 천사, 나의 사랑,
 나의 별이야...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너와 함께할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수환 추기경 당신이 그립습니다 -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이야기
KBS <김수환추기경이 남긴사랑> 제작팀.최기록 지음 / 지식파수꾼(경향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대로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수없이 절망하고 좌절하면서 한 고비 한 고비 넘다 보니 `아!  그렇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운명론자로 변하게 마련인가 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걷고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화.  인생의 후반기에 서면 삶 앞에 그만큼 겸손해진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랑법에 관한 책을 읽었다.
가난한 순교자의 집에서 태어난 시골 소년.  신부가 되기 싫어 꾀병을 부리던 그 소년이 한국 최초의 추기경이 되리라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곧 있으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2주기를 맞게 된다.  
2009년 2월 16일에 선종하셨으니 벌써 만 2년이 지난 셈이다.
추기경님을 조문하기 위해 끝없이 이어졌던 수십만의 인파.  아마 추기경님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말씀하셨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하십시오."

"참사랑은 감정적 느낌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참사랑은 상대방의 기쁨은 물론 서러움, 번민,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잘못이나 단점까지 다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의 마음 속 어둠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치 기준은 그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이워집니다.  그리스도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나 그 누구보다도 부유했습니다.  그것은 참사랑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참사랑은 이웃을 위해 바치는 나눔의 삶입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P.43)

이 책은 KBS가 2009년 성탄특집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그리고 인생의 관점에서 인간 김수환의 사랑법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제작했던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오랜 시간의 갈등과 방황 끝에 도달한 사제의 길, 안동성당의 주임 신부를 시작으로 추기경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당신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한 인간의 진심어린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것은 비단 종교가 같아서도 아니요, 같은 나라의 울타리 안에 살기 때문만도 아니며 종교와 국경을 넘어 동시대에 우리와 같이 살았던 한 인간의 참사랑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의 표시일 뿐이다.

"김수환 추기경님, 저 모하마드 아자즈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당신은 제 생명을 구해주셨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  제 소원이에요.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뵙게 해주세요.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P.210-파키스탄 노동자 모하마드 아자즈) 

종파와 신분을 떠나 가난하고 소외받는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어려움을 감수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서지 못함을 한탄하셨던 추기경님은 당신이 떠나고 난 뒤에야 이 시대의 참스승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사람의 아름다움은 완벽해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것, 하기에 자신을 스스로 `바보'라 칭하셨던 분. 
자신의 부족함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진짜 바보들은 오늘도 당신을 그리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부동산의 가격은 부동산의 소유에서 발생되는 장래이익에 대한 현재의 가치라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동산가격은 장래의 이익을 현재가치로 전환하여야 하며, 부동산의 가격과 소유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소유권의 가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동산의 가격은 미래의 가치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주가  예측에 있어 원숭이보다 그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예측에 목말라 한다.  그 원인은 남들보다 앞선 정보를 취득하여 이익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제학에서
한 재화의 수요량이 가격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변하면 그 재화의 수요는 탄력적이라고 하고,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이 약간 변하면 수요는 비탄력적이라고 말한다.  가격 비탄력적인 재화는 일반적으로 가격에 대한 반응도가 둔감한 편인데 주택 가격은 가격의 변동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일반 공산품에 비해 심하게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의 등락은 서민경제나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므로 정부정책과 언론 등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결정되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것은 주택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몹시 불평등한 구조이다.  왜냐하면 주택 공급자, 즉 건설업자는 정부(또는 언론)와 상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반면, 수요자는 전혀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자에게 정부정책의 변화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돌발변수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가 떠안게 된다.

이 책은 사실과 통계에 근거하여 하우스 푸어라는 거대한 희생자 집단을 양산하는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욕망의 끝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아파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라고 권고한다. 
<PD수첩>에서 이슈가 되는 다수의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남극의 눈물"을 제작하고 있는 TV프로그램 연출자인 저자는 향후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위험성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기를 조장한다는 도덕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던 대한민국의 하우스 푸어들.  우리가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까닭은 그들이 바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자,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아파트 이해 당사자들이 쳐놓은 환상의 덫에 걸린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집이라는 콧대 높은 연인을 마음에 품고 있는가?  쉽게 내 품에 다가오지 않고 콧방귀만 뀌고 있는 그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가?  앙큼한 그녀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당신, 이제 그만 그녀를 놓고 평화롭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그만 그녀 없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P.197)

  지난해 4분기 강남3구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던 서울지역 주택거래 건수가 올 들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서울시 부동산거래정보망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4월 이후 2200~2800건대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10월부터 크게 늘어 매달 5000건 안팎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선 1555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가 실거래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부동산 회복기라며 우리를 유혹하는 말들이 곳곳에 난무한다.  겨울철은 부동산 비수기이기 때문이라며 애써 위로하는 그들의 달콤한 말이 봄의 유혹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격 비탄력적 재화의 대표 유형인 아파트와 마약은 서로 많이 닮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지만 우리나라 안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파트를 통하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검은 욕망을 버리지 않는한 우리 스스로 내 이웃을 선량한 피해자로 확대 재생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부메랑으로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파트라는 매개체로 검은 욕망을 사고 파는 그런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아파트를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본래의 가치로, 사랑과 정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으로 되돌리는 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