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온두라스와의 축구 8강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잘 싸우고도 졌으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러나 하나 다행인 것은 지난 런던 올림픽에 비해 응원 열기가 덜하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좋지 않고, 한 달 이상 지속되는 폭염에 몸도 마음도 지친 탓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우리 대표팀이 졌다는 소식에도, 또는 이겼다는 소식에도 그저 시큰둥할 뿐 별 반응이 없습니다.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듯 말이지요. 이따금 올림픽 소식을 흥분해서 전하는 사람만 머쓱해지곤 하지요. 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기 후반전 온두라스의 역습에 의해 한 골을 먹자마자 '흠, 졌군.' 하며 당연하다는 듯 TV를 껐습니다.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스포츠에 목을 맨다는 것은 유행에 뒤떨어진 모습이겠지요.
가뜩이나 더운데 이런 소식은 어떨까요? 소식을 들으면 속에서 부아가 치밀고 열불이 나겠지만 이열치열이란 말도 있다 생각하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송로버섯'이 떴기에 뭔가 싶어서 열어보았지 뭡니까. 그랬더니 글쎄 지난 11일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메뉴가 보이더군요. 오찬 메뉴에는 그 비싸다는 송로버섯과 캐비어가 올랐다고 합니다. 모임 참석자들은 음식을 쳐먹으면서 서민 가정 전기료 6천원 깎아 주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했고 말이지요. 한 대학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고작 몇 천원 가지고 징징대는 서민들이 얼마나 찌질하게 보였을까'라고 썼다더군요. "우리가 본 것은, 민심의 강 건너에 있는 궁전의 식탁이었다."고 점잖게 말한 정치 평론가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떠셨나요? 이열치열의 효과가 있었나요? 현 정권 들어 계속 열받는 기사만 읽어 온 터라 이제는 그 정도의 기사로는 열도 받지 않는다구요? 흠...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다음주부터는 폭염의 열기가 한풀 꺾인다고 들었는데 그 예보가 혹시 또 오보가 되어 사람들의 화를 돋구지나 않을지 심히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