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끄물끄물하던 하늘은 오후에 들어 한바탕 비를 뿌리더니 바람에 실려 오는 습습한 기운만 남았을 뿐 비는 오지 않는다. 4월 16일! 그 특별한 하루는 흐린 하늘처럼 어둡기만 하다. 우리네 삶의 모습도 저 하늘의 일기처럼 대부분 맑고 이따금 흐리거나 눈,비가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와는 반대로 대부분 흐리거나 눈,비가 오고 이따금 태풍이 몰아칠 뿐 그 중 맑은 날은 손으로 꼽는 게 우리가 사는 풍경이라는 걸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에나 알게 되었다.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세월호 사고!
생때같은 자식들을 저 바다에 묻은 부모들이야 일 년 삼백육십오 일 어느 하루인들 맑았던 날 있었으랴. 그 황폐한 가슴에 바람 잦아들던 날 있을 수 있었으랴. 피붙이를 잃은 것도 아닌, 그저 뉴스로만 소식을 전해들었던 나도 문득문득 가슴이 메이고 머릿속이 횅댕그렁해지는데...
오후에 '1000원 숍'으로 잘 알려진 한 잡화점을 들렀었다. 노란 리본에 '잊지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진 플래카드 한 장이 입구의 유리창에 걸려 있었다. 오만한 국가는 스스로 탄생되는 게 아니라 무관심한 국민이 그런 국가를 만들 뿐이다. 단돈 2만 원을 받고 세월호 반대 집회에 나섰던 사람들이 양심을 저버린 비열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고 오히려 국가의 비호 속에 불법행위를 자행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우리의 무관심이 키워낸 괴물인 셈이다. 무관심했던 독일의 대다수 국민들이 히틀러의 잔당들을 키웠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