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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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학의 응용수학과 교수인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유치원 과정에서부터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모든 것을 쉽게 설명하는 이 여행에는 수학과 친해질 또 한 번의 기회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동참할 수 있으며, 친절한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흥미진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어른의 시각에 초점을 맞춰 안내할 것이다. 이 여행의 목적은 부족한 수학 실력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학이란 무엇이며, 수학을 이해하는 것이 왜 그토록 즐거운 일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p.15~p.16)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나 또한 그 의견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어렵다는 말과 재미없다는 말이 같은 뜻인 양 떠벌리는 사람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결코 같아질 수 없는, 어쩌면 근처에도 가지 않는 별개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수학은 어렵다.=수학은 재미없다."로 인식하거나 동일한 명제인 양 혼동하곤 한다. 두 명제가 관련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과목이든 아는 게 적으면 적을수록 점점 더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또래에 비해 아는 게 적다는 의미의 상대적 개념으로서 말이다. 그것은 또한 자신도 모르게 '또래집단이라는 경쟁 구조 내에서의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취미로서의 수학은 어떤가? 이 질문에 대해 '에이, 세상에 수학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드문 경우다. 인정한다. 나 또한 수학을 취미로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수학을 취미로 가지려는 사람은 왜 없는가?' 반문하게 된다. 결혼도 한 어른이 피아노 연주를 취미로 갖기 위해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는 것처럼 수학을 취미로 갖기 위해 수학 학원에 등록하는 어른이 있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그런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동호회 중에 '어른을 위한 수학 동호회'는 존재할까? 나는 본 적이 없다. 세상에는 별별 희한한 동호회도 많은데 말이다. 가령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의 스릴이나 성취감은 외발자전거 묘기에 도전하여 성공했을 때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외발자전거 동호회는 있어도 수학 동호회는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잠시 나도 모르게 열을 받아 혼자 떠들었나 보다. 아무튼 이 책 <X의 즐거움>은 어른들을 위한 수학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수'에서부터 음수와 양수, 소수, 복소수, 근의 공식, 기하학, 피타고라스의 정리, 미적분학, 벡터미적분학, 구면기하학, 미분기하학, 해석학 등을 일상생활과 연결해 설명하는데, 상당수는 배운적이 없는 내용(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라 '과연 이 책을 읽고 일반인이 수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어렵게만 씌어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선형대수학을 응용한 구글의 성공이나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 등 어른들도 재미있어 하거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 눈에 띈다.

 

"증명은 현기증이나 과도한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노출의 부작용으로는 야간 발한, 공황 발작, 그리고 드물게 이상 황홀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명이 여러분 건강에 괜찮은지 사전에 의사에게 문의하세요." (p.126)

 

어른이 수학을 배우거나 공부한다고 하여 창피함을 느낄 사람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나름 뿌듯해 하거나 보람을 느꼈으면 느꼈지. 물론 다른 이점도 있다. 다른 분야의 공부에서는 잘 경험할 수 없는 몰입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수학을 싫어할 거라는 편견은 그야말로 편견일 뿐이다. 어떤 학문이든지 성적에 따라 석차를 매기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즐겁게 공부할 수 있고 언제든 뿌듯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어른이라면 적어도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다. 순수한 동기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필요도 없고,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 필요도 없는 것이다. <X의 즐거움>은 그 길잡이 역할을 할 뿐이다. 조금 더 실력이 붙으면 혹시 아는가 필즈상에 도전하게 될지. 장담하건대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에 앓았음직한 수학 기피증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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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28 23:24   좋아요 0 | URL
저는 다행히 수학의 기피증은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수학 기피증을 치료할 수 있군요.
책 전체의 내용들이 궁금하네요.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꼼쥐 2015-05-01 13:30   좋아요 0 | URL
개념 위주로 재미있게 써놓은 책입니다. 사실 수학을 재미있게 이해시킨다는 건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는 힘든 일이죠. 이 책의 저자는 수학에 있어서만큼은 탁월한 실력가인 듯.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