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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문학작품만 읽다보면 다른 분야의 책이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무턱대고 잡았다가는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입니다. 비행기도 항로를 따라 운행하듯이 독서에도 보이지 않는 길이 있는가 봅니다. 익숙해진 길을 따라 걷다가 낯선 길로 접어들 때면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독서의 길을 찾아나설 때 나침반처럼 이용하는 것은 또한 책입니다. 책에서 또 다른 길을 찾는 것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달달한 문체에 익숙해진 나의 뇌가 싫다고 버티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면 살살 달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한근태 님이 쓴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를 읽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범주에 속할 듯합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즐겨 읽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권유나 제목에서 오는 강한 끌림으로 인해 책을 집어드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자기계발서의 특성상 내용은 그닥 신통한 게 없습니다. 기업체의 임직원이나 일반 대중을 위한 강의 목적으로 쓰인 까닭에 이 책 저 책에서 옮겨 적은 것이 대부분이고 그런 내용들은 이미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읽어보았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짜깁기'이자 요약본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살짝 덧씌운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책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 때론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평소에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유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책 속에는 참고도서로 등장하는 여러 권의 책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놓았기 때문에 한 권을 읽어도 여러 권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의 연간 독서량이 비교적 낮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책이 잘 팔리는 이유는 아마 그런 목적도 숨어 있겠지요.
아무튼 이 책에서 말하는 '고수(高手)'는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라고 저자는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거나 자문을 구함으로써 자신이 터득했던 '고수가 되는 길'을 책으로 정리한 듯 보입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고수로 가는 길, 2장. 고수 그들이 사는 방식, 3장. 고수의 마음 관리, 4장. 고수의 생각법, 5장. 고수, 사람을 얻다'가 그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목차만 읽어도 책의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결국은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이지요. 그러나 '열심히' 또는 '최선을 다하여'라는 말만큼 막연한 말도 없습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자고 결심하는 것은 안 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내가 관심있게 보았던 부분은 제3장 '고수의 마음 관리'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고수들의 마음 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 호기심이 강하다. 2. 주제파악을 잘 한다. 3. 자신에 대해 스스로 광고하거나 자랑을 하지 않는다. 4. 화를 내지 않는다. 5.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 6. 철학적 뼈대가 있다. 7. 자신의 일에 정성을 다한다. 8.매사에 긍정적이다. 9.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10. 근검절약하며 절제하는 삶을 산다.
"나는 새벽마다 차를 마시며 혼자 명상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어제 일을 복습하고 오늘 벌어질 일을 예습한다. 오늘 만날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과 나눌 얘기를 정리하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게 한다. 내 영혼을 샤워하는 시간이다. 영혼의 중심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p.184)
칼럼니스트 조용헌은 그의 책 <고수 기행>에서 고수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고수의 기준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산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그 분야의 프로페셔널들이다. 고수란, 자기분야에 열심히 몰두하되 스스로 즐거움과 의미를 찾고, 나아가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다.'라고. 말은 참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고수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고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필요도 없구요. 분명한 것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아니겠습니까. 일생을 단 한푼의 후회도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그것은 우리와 같은 하수뿐만 아니라 고수에게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자신의 그릇됨을 알고 만족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품격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다들 바쁘고 번잡해 보입니다. 한가할 틈이 없습니다. 오히려 여유를 일부러 피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를 위한 바쁨인지, 무엇을 위한 바쁨인지 도통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 결심하는 것, 그것이 고수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내가 이만큼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라도 바쁜 흉내를 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따사로운 주말 오후입니다. 햇살 속에서 잠시만 눈을 감아도 이렇게 편하고 여유로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