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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인도의 영적 스승인 오쇼 라즈니쉬는 그의 책 <삶의 길 흰구름의 길>에서 이렇게 썼다.
"이기주의자는 무슨 수를 써서든 정치인이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 직업을 통해 그들은 정치인이 될 것이다. 정치라고 말할 때 내가 의미하는 것은 에고 간의 싸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다. 내가 우월해지려고 애쓰지 않을 때 나는 진정으로 우월하다. 그러나 이 우월함은 열등함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열등하다는 느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개그맨 김제동을 부를 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말은 너무도 다양하다.
좋게는 '국민MC', '대한민국 최고의 입담꾼'에서부터 '소셜테이너' 또는 심하게는 '좌빨', '빨갱이'까지 한 사람에게 내려지는 평가는 그야말로 극과극이다. 이러한 평가는 평가를 내리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사상에 비추어 호불호를 말하는 것일 뿐 정확한 평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시각을 달리하여 제3의 입장에서 김제동을 평하고자 한다. 어쩌면 이것은 김제동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던 변명을 내가 대신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서두에서 언급한 오쇼 라즈니쉬의 시각에서 그를 말하려고 한다.
오쇼는 세상을 보는 시각으로 종교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으로 구분한다.
정치적이라 함은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남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욕구를 이름이다. 즉, 남과 비교하여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면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정치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인도 자신이 속한 종교가 타종교와 비교하여 열등하다고 느껴 타종교를 헐뜯고 비난한다면 그 또한 종교 안에서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열등의식'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정치적 행위를 하거나 정신병자가 되는 수밖에 없단다. 덧붙여서 정신병자는 정치인보다 덜 위험하다고도 했다. 최소한 정신병자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주장할 뿐 입증하거나 강제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자신이 우월한 위치에 있더라도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정치적이라고도 했다.
남보다 우월해지려는 욕구가 없는 상태, 그렇다고 우월하다고 인식하지도 않는 상태를 '종교적'이라고 했다. 오쇼의 관점에서 보면 김제동은 오히려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정치적'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종교적에 가깝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김제동이 본인 스스로 우월하다고 인식하는지 아닌지까지는 알지 못하겠다. 그러나 최소한 열등의식을 느껴 타인을 비난하고 헐뜯어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려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우리와 같은 범부의 입장에서 충분히 종교적이다. 그럼에도 그를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그 사람이 정치적인 것이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그 두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 중 내가 기억에 남았던 것은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과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옮겨보면 이렇다.
김제동: 당당, 교만은 한 끗 차이야. 겸손과 비굴도 한 끗 차이지. 당당과 겸손, 교만과 비굴은 각각 세트잖아. 그런데 형은 당당한데 겸손하진 않아.
김어준: 나에겐 청소부나 대통령이나 똑같아. 그가 가진 권력으로 덕 볼 생각 없어. 내가 누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으면 언제나 남세스러워. 그 정도 균형감각이나 염치는 있어. 난 염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그게 세상의 균형을 만드는 거거든. (P.171)
다른 나라에서는 박물관에 가서야 찾을 수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반짝반짝 윤이 나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을 즐기고 덕을 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을 게 분명한데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것으로 덕 보는 직업군은 오직 시정잡배만도 못한 정.치.꾼.이 아닐까 한다. 최소한 이 책을 읽으면 김제동이 종교적에 가까우면 가까웠지 결코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쉽게 판단하리라고 본다. 한글을 뗀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