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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내가 ’박칼린’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남자의 지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평소에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내가 몇 주를 연속으로 시청했던 유일한 프로그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말의 황금 시간대에 ’맹목적이고 수동적인 시간 소비(TV 시청)’에 나의 몸과 마음을 묶어 둔 것은 출연진이나 어떤 무대장치가 결코 아니었다.  서구적인 외모의 한 여인.  그녀의 큰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그녀만의 자력장으로 나를 이끌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녀와 출연진들이 만든 감동의 무대는 내게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었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내밀한 삶이 궁금했던 것은 참으로 오랫만의 일이다.
나는 그렇게 무심하다.  사람에게도, 주변의 사건이나 풍경에도...
작가 자신의 자서전적 성격이 짙은 이 책은 작가의 경험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특이하거나 문장이나 수사가 화려한 수필집도 아닌, 오히려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나는 그런 책이다.
그럼에도 내가 끝까지 읽어낼 수 있게 만든 것도 알 수 없는 그녀의 매력 때문이리라.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일과 가족,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자신이 다녔던 여행지에서의 추억 등을 빼곡히 적고 있다.
우문이지만 나 스스로 ’책은 왜 읽는가?’하고 자문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책만큼 미련이 남지 않는 일도 드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이나 물건 또는 어떤 풍경 등 실재하는 어떤 것과의 만남은 항상 미련이나 아쉬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책과의 만남은 내가 그 책을 다 읽어냄으로써 그것으로 끝이다. 
어떤 책이든 마음에 탁한 앙금을 남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이 책도 그랬다.  

저자의 에피소드에는 유난히 만남과 여행이 수시로 반복되고 있다.
저자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도전 정신이 강한 저자가 여행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만남과 여행의 상관관계를 생각했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여전히 그 궁금증이 지속되었고, 종국에 나 나름의 결론에 이르렀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여행이 내 몸의 감각기관이 낯선 환경이나 자연과 만나는 것이라면 만남은 내 영혼이 낯선 영혼의 세계로 떠나는 또 다른 여행이라고.
여행은 만남을 통해 완성되고, 만남은 여행 없이도 스스로 빛난다는 소박한 문구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저자도, 나도 남은 삶의 여정이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흥분처럼 한껏 설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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