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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아무리 갈고 닦아도 향상되지 않는 것이 있다.
슬픔에 대한 저항이 바로 그것인데, 나는 지금도 슬픈 영화를 보거나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보노라면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찔끔거리게 된다.
가끔씩 이런 슬픔에 의연히 또는 담담하게 대처했으면 싶을 때가 있지만 마음으로만 그럴 뿐 나는 금세 분별력을 잃고 만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보지 못한 것도 아닌데, 마치 처음 알게 된 사실인 양 슬픔이 가슴 한가득 몰려왔다.
퇴근 후에 가르치는 아이들 얼굴이 오버랩되어 짠한 마음이 더했나 보다.
이 책은 작가가 월드비전 홍보팀에서 근무했던 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글이다.
월드비전 창립 60주년을 맞아 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전 대륙(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을 두 달에 한 번씩 직접 가서 취재하고, 사진을 찍어 온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학생 때 시집을 출판했다가 보기 좋게 망했던 경험이 있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었다던 작가는 자신의 냉소적인 문체로는 독자에게 그 감동을 생생히 전할 수 없을 것같아 출판을 고심했었나 보다.
그러나 작가도 서문에서 밝히듯이 결국 책은 발간되었고 그 과정에서 작가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지구촌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예전보다 말을 조심스럽게 하게 되었고, 사람에게 질문을 할 때 좀 더 고민하게 되었으며,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좀 더 배려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내 생활 속으로 하나둘씩 가져왔다. 점점 그들과 내가 하나가 되어감을 느꼈고,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되어감을 느꼈다." (P.13)
때로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원죄설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우리는 몇 번이나 뿌리쳤던가. 단지 용기가 없다는 이유로, 혹은 내가 더 잘살게 되면 그때는 돕겠다는 둥 이러저러한 핑계로 그들의 간절한 눈길을 얼마나 외면했던가. 나는 이제 그런 핑계를 대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함도 아니요, 존경이나 칭찬을 기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 양심을 억누르고 있던 돌덩이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을 뿐이다. 나의 작은 숙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조금 가벼워졌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좀 더 자유로워졌다. 아이들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구속당하면서도 전보다 더 자유롭다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눈에 보이는 학교를 짓고 보건소를 짓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이렇게 많은 힘을 쏟는 이유는, 진짜 희망은 보이는 곳이 아닌,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 밭에서 일궈낸 보이지 않는 배움과 고민의 시간은 결국 어떠한 사고나 자연재해도 앗아갈 수 없는 희망을 키워낸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P.131)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는 내 양심의 돌덩이를 걷어내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그리고 서로간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끈끈한 유대감은 세상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한다.
한줌의 사랑을 줌으로써 한아름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면 분명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터, 우리는 줌으로써 받는다고 했던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2010년의 말미에야 비로소 이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