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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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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었던 드 멜로 신부님의 책에는 이런 귀절이 씌어 있다. 

우리는 조건 없이 행복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내가 이러저러한 것을 소유할 여건을 상정해 놓고서 행복을 기대하는 겁니다.  사실상 그건 우리의 친구나 우리의 하느님, 혹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너는 나의 행복이다.  만일 내가 너를 가지지 못한다면 나는 행복해지기를 거부한다"라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나 역시 신부님이 상정한 그런 부류에 속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혹은 저렇게 된다면 하고 시도때도 없이 조건을 만드는데 분주할뿐 정작 행복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수없이 만든 나의 조건이 충족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뿐이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작가는 농촌생활의 수많은 불편함을 하나하나 따지고 되짚어 그 불편함을 개선할 자신이 있었기에 결심한 것인지 아니면 무작정 결심하고 떠난 것인지...
모르긴 몰라도 그는 후자였기에 도시생활을 훌훌 털고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2010년의 어느 봄날, 나는 쓰지 신이치의 <슬로 라이프>를 읽었었다.  무엇엔가 홀린 기분으로 단숨에 읽어내려간 그 책은 조중의님의 책처럼 시골 생활을 담은 일기였다.  나는 그때의 느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마냥 그리워만 하는 순수 자연, 그 닿을 수 없는 동경, 그리고 그리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에게 자연은 어머니의 품처럼 언젠가 내가 돌아가야 할 간절함의 대상이었다.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현재 CBS 보도제작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작가도 그랬던 것은 아닐까?  그의 글에서는 시골생활의 소소한 일상이, 그 특별할 것 하나도 없는 하루하루가 감사함으로 채워질 수 있음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리라.

"나는 밤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가 몰아서 내쉰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웃고 울고 쓸쓸해하고 그리워하는 일이 이와 같다.  그러나 나는 만사가 이와 같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낮달은 밤의 마술에 빠졌다가도 낮이 되면 깨어나는 불멸이니까.  내일이면 하늘의 선물처럼 새로운 낮달이 다시 나올 테니까.  사는 건 이처럼 행복한 일이다." (P.237)

그렇다.
행복은 결국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지 어느 날 ’뚝’하고 떨어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가끔 내가 머리로만 알던 상식이 환경이 바뀌었을 때 가슴으로 절절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머릿속 상식이라는 것이 하찮고 무의미하다고 깨달을 때가 있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라고 했던 어느 여행 서적의 제목처럼 떠나지 않고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변하지 않고는 다다를 수 없는 바로 그곳에 행복은 늘 존재한다.  언제까지나.

내 삶의 반을 도시에서 보냈으니 나머지 반은 시골에서 지내도 좋겠다고 말하는 작가.
그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격증을 딴 셈이다.  진심으로 그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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