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신영길 지음 / 나무생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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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일이었다.  꿈속에서 꿈을 꾸듯 여행 속에서 또 여행을 떠나는 이치가." 작가 신영길의 글은 그렇게 시작하여 "가장 뚜렷하고 아름다운 아이콘을 남기려고, 북극성처럼 빛나는 화인을 내게 남기려고, 그렇게 내 안에서 아프게 타는 냄새가 진동했나 보다."라고 끝맺는다.

평생 '글'이란 것을 써보지 않았던 그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방황하던 그가 자신을 찾아 먼 이국땅 바이칼 호수를 찾아 떠나는 명상여행.

몽골의 울란바토르 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루쿠르츠크의 바이칼 호수로 향한다.

십대의 중학생에서부터 육십 대의 은퇴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일터에서 전혀 다른 일과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칠십여 명의 일행과 함께.

작가는 눈 쌓인 평원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거닐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바이칼 호수에 누워, 별이 쏟아지는 광야에서 시를 노래하고, 사랑을 외치고, 화석처럼 굳어진 전설을 떠올린다.

 

  "마음을 닫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 무지함이 탄로날까봐, 내 안의 황페함이 드러날까봐 두렵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닫고 사는 때가 있다.  어느 때, 무슨 연유로 자물쇠를 걸게 되었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마음을 열려고 해도 이제는 열쇠를 찾지 못해서 열지 못한다."(P.167)

 

아마추어 작가의 글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 그렇고, 지나친 감상(感傷)이 그렇다.

바이칼 호수보다 깊은 자신의 밑바닥, 그 내밀한 본능이 그렇고, 서툰 몸짓이 그렇다.

그래서 신선하다.  서편제를 사랑하던 작가는, 안도현과 고정희의 시를 읊고, 사랑을 찾아 떠난 '정임'을 그리워한다.  그 뚜렷한 바이칼의 얼음 파도에 사랑의 무늬를 새긴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거룩한 곳 바이칼에.  눕고 싶었다.  바다처럼 누웠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잠들었으면, 나 자신이 신의 원고지가 될 수 있다면....."(P.105)

 

 

자신을 찾아 떠났던 명상여행.  작가의 글은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신영길의 길따라 글따라'라는 코너에 소개된 것을 모아 출간한 것이라 했다.

글의 조탁이 때론 기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글쟁이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의 신선한 글이 설원의 자작나무 숲을 지나쳐 한파가 몰아치는 세밑에 내게로 왔다.

그의 글은 숨어드는 내 가면의 삶을 꺽꺽 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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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12 15:32   좋아요 0 | URL
음 일고 싶네요.

꼼쥐 2010-03-12 20:4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기입니다.
책을 읽으면 즐거운 시간이 되실듯....

L.SHIN 2010-03-19 19:27   좋아요 0 | URL
아! 바이칼 호수라니!
요즘 지구과학 책을 보면서 바이칼 호수에 호기심이 일었는데,
여기서 보다니 반갑습니다. 책 구경 하러 가야겠습니다.^^

꼼쥐 2010-03-19 22:00   좋아요 0 | URL
네,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