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 중 하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인간성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 혹은 타인에 대한 뛰어난 공감 능력과 이로부터의 선한 행위, 평균을 상회하는 도덕적 규범 혹은 도덕적인 삶의 추구 등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이라는 등가법칙을 아무런 검증도 없이 믿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좋은 글이란 개인의 축적된 경험과 많은 독서량을 통해 나오는 게 일반적이므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남들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을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다독이 사람의 성품을 좋게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임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할 수 없다는 게 현실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즐겨 읽는 사람에 비해 자신의 삶을 종합적으로 성찰하고 비판하는 데 있어서 그 횟수나 객관화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바르게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도, 가치판단의 기회도 갖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다. 예컨대 현실에 떠밀려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 책을 읽을 리도 만무하며, 유흥에 빠져 흥청망청 살아가는 사람들이 쾌락으로부터 빠져나와 책을 가까이할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자신이 느끼는 바를 글로 옮긴다는 건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조금 더 도덕적인 삶을 추구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때 웹소설을 통해 이름을 알린 여당의 모 인사가 라디오 방송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제가 웹소설로 나름 성공을 해본 사람이라 잘 아는데요."라는 그의 말을 우리가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의 인간성도 좋다는 등가법칙으로 연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에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어느 가수에 대해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아무런 책임도 안 져야 되느냐"고 말했다. 자신의 웹소설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이고, 사회현상에 대한 연예인의 비판은 벼슬이냐는 식으로 따지는 행태는 그의 인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결국 글쓰기는 개인이 갈고닦은 하나의 기술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의 노력에 대한 하나의 결과물일 뿐 인성이나 도덕적 규범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인간은 이기적이고 고집이 센 사람으로 변해가게 마련이다. 젊디 젊은 장 모 인사가 나이가 들었을 때를 한 번 상상해 보라. 그는 과연 어떤 형상의 괴물로 변해 있을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