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아침에 산을 찾는 사람도 제법 늘었다. 물론 그 사람들 중 대부분은 겨울이 되기 전에, 혹은 짧은 가을의 한두 주를 즐기다가 산으로부터 영영 멀어지곤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가며 어두컴컴한 새벽 산길을 오르는 일이 어디 쉬운가 말이지. 아무튼 나는 그 대견한 사람들의 산행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하며 습관적으로 산을 오른다.
매일 아침 산을 오르기 전에 늘 지나치게 되는 공터가 하나 있다. 공터 건너편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공터를 끼고 흐르는 편도 1차선의 이면도로를 따라 오래된 아파트들이 줄 지어 서 있다. 공터에 있던 가건물의 마트를 부수고 넓은 택지로 정비를 한 게 몇 년 전. 땅의 소유주는 아마도 자신의 땅을 택지로 조성하여 팔면 큰돈을 벌 수 있겠거니 생각했던 모양인데 그동안 땅을 사겠다고 나서는 마땅한 적임자가 없었던 것인지 줄곧 공터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땅의 주인은 공터에 택지를 구획하여 비워 두고 택지를 제외한 통행로는 이미 아스팔트 포장까지 다 마쳤다. 그러나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몇 년째 방치된 공터에는 포장도로를 따라 버스며 대형 화물 트럭이 빼곡히 주차되었고, 아침이면 산을 오르기 힘겨워하는 노인분들의 산책 코스가 된 지 오래였다. 포장이 되지 않은 공간에는 껑충하게 자란 강아지풀과 듬성듬성 솟아 있는 달맞이꽃과 이제는 씨앗이 영근 개망초며 인진쑥의 무리들이 마치 자신들이 주인입네 주장하는 듯하다. 아, 그리고 여뀌! 생명력 질긴 여뀌도 공간을 메우고 있다.
제삼자인 나야 이렇듯 무심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주인 입장에서는 보면 볼수록 복장 터질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끝을 모르고 오르기만 하던 부동산 시세가 이렇듯 곤두박질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땅을 판다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힌 팻말이 주인의 허탈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다. 모르긴 몰라도 주인 역시 답답한 미래를 앉아서만 기다리지는 않았을 터 용하다는 점쟁이를 수없이 찾아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용한 점쟁이가 한 명 있다. 그녀가 작년에 했던 예언 역시 적중률 100%를 자랑한다. <서울의 소리> 이 모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녀는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라는 말을 했다. 한마디로 알아서 길 거라는 얘기였다. 작금의 상황은 그녀의 예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녀의 범죄 의혹은 줄줄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고, 그녀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던 언론사는 압수수색과 함께 기소를 당하고 있다. 평소에 도사들을 만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한다는 그녀의 신통력이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미처 몰랐다. 나조차도 복채를 내고 점을 보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매일 아침 지나치는 공터의 주인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여인. 그녀에게는 앞날을 내다보는 신통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