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국가든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면 그 국가나 개인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또한 주변국이나 주변 사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지, 한마디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개인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위기에 직면한 한 국가가 지도부에서부터 지방의 촌부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대응 전략도 없고, 지휘 체계도 없이 허둥대기만 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란 결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부실한 대응의 저변에는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위기 대응 실패에 대한 이런저런 변명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강수량도 문제였지만 그에 대응하는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자세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국민 대부분이 느꼈을 무정부 상태의 혼란은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목도했던 대통령의 부재로 인한 위기 대응 중앙 컨트롤타워의 느슨함, 지도부의 미흡한 역량 등은 무고한 생명의 희생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결국 정권의 몰락을 부추기는 데 하나의 축이 되었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대통령이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었던 어이없는 현장을 우리는 이번 수재로 3명이 목숨을 잃었던 신림동 침수피해주택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다시 듣게 되었다. "왜 일찍 대피하지 못했나?" 하는 공허한 질문은 마치 다른 종의 사람들에게 하는 형식적인 인사말처럼 들렸으며 과거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서울시장의 공허한 메아리도 다르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그동안 강남역 일대에 침수로 피해본 분들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며 자신 있게 말하던 그는 강남역 일대의 침수 피해로 인해 자신의 말이 허구임을 증명하고야 말았다.
리더의 자질이나 역량은 끝없는 희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은 국민 위에서 군림하려고는 하지만 그들을 받들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은 숫제 없는 듯하다. 이러한 자세로 직을 유지하려 한다면 국민 전체가 불행할 뿐이다. 그렇게 강조하는 법으로는 직에서 물러나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 스스로 그만두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은가.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를 내리는 70% 이상의 국민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