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깃든다
조송희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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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살에도 어떤 것에 도전한다는 일은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데 나이 마흔아홉 살에 첫 해외여행을 하고 그 후로도 바이칼, 안나푸르나, 산티아고, 인도, 유럽, 몽골, 중앙아시아, 일본, 중국 등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제2의 인생의 스토리를 써나가는 사람이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문화 재단에서 10년째 사진을 찍고 글 쓰는 일을 하는 조송희 작가가 바로 그 사람이다. 중년의 나이로 관광지가 아닌 오지에 가까운 곳을 찾아 세계 각국을 여행하기란 상상만으로도 힘들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 이였고 주부이자 아이들의 엄마의 삶을 살 던 그녀가 우연한 기회로 해외여행을 가게 되는데 마치 운명인 듯 그 한 번의 여행이 그녀의 삶을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시간들,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다.” -p35


가족이 있어도 외롭고 쓸쓸한 시간들은 존재하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오는 소외감이 드는 순간들의 연속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간들이 있다. 열심히 달려왔던 그동안의 시간들이 무색하게 보람과 기쁨보다는 지치고 피곤함만이 남는 시간들, 작가의 삶에 드리워진 건조함이 그녀의 등을 떠밀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바이칼을 영혼의 피정지(避靜地)로 여기는 데는 자연이 주는 광활함과 아름다움, 경외감이 그녀를 감동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한 번뿐인 인생에서 그런 곳을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이 든다.

안나푸르나에 올라 선 그녀는 생각한다. 여길 오르기만 하면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이고 인생의 어떠한 답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산행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안나푸르나를 오른다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녀는 해내고야 만다.

그러나 그녀가 꿈꿨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허약하고 자신감 없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본연의 그녀 자신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달라지는 건 없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수없이 많은 난관과 인생의 높은 산들을 마주했을 때 주저하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히 오를 자신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나의 주어진 길이기에 나는 길을 계속 걸어 나갈 뿐인 것이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피할 궁리부터 하고, 어렵거나 힘든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욕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미리 포기하면서 나는 집착 같은 건 안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속였다.” -p89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린다. 매사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용기가 없어 도전이란 단어와는 친해질 수 없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 그랬던 그녀가 중년의 나이에 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실패에도 주저하지 않고 용기 내어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모습은 일상에 안주해 있던 나에게도 자극제가 되어 준다. 그녀처럼 해외여행을 당장 떠날 수는 없지만 삶의 반경에서 조금은 벗어나 새로움을 접하고 삶의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고 때론 인생 역전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TV 프로그램 삼시 세끼에서 스페인 하숙이란 이름으로 스페인에서 순례자들이 머무는 숙소를 운영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알베르게’라고 부르는데 산티아고 길을 트레킹하며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고 한다. 시각적인 정보들이 먼저 인식 되서 그런지 저자가 소개하는 곳들이 마치 그곳을 연상시켜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 했다.

“삶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사는 것이다.” 영화 <사티아고 가는 길>에서 아들의 대사였다고 하는데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여행지와 관련된 책과 영화도 소개되어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고 가보고 싶은 곳은 ‘쾨니히스제’ 호수다.

알프스의 산속 높은 곳에 있는 호수로 그 맑음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청정하고 황홀함까지 느낄 정도의 아름다움이라니.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그대로를 잘 보존하고 있어 숨은 보물을 찾아낸 기쁨과도 같았을 것 같다. 여행 에세이에서 느낄 수 있는 대리만족감이나 잠시 잠깐의 일탈을 꿈꾸는 시간만으로도 사람들은 힐링을 느끼곤 한다. 멋진 풍경 사진만 봐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상쾌함도 느낄 수 있다. 젊은 여행자들과는 다른 중년 여성의 시선으로 본 세상과 느낌들은 사뭇 진지하고 농익은 듯 익숙한 여행지의 모습도 다르게 비춰진다. 자극적이고 환상적인 여행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담아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가 비상사태로 돌입했고 해외여행, 심지어 국내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에세이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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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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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저절로 펼쳐져서 처음부터 이러하고, 시간은 땅 위에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초()나라 시원기(始原記)의 첫머리에 적혀 있다.”


시작과 끝이 하나임에 틀림없고 소설의 첫 머리가 곧 이 이야기의 끝을 말하기도 한다.

간결하면서 무게감 있는 표현들로 문장들을 채우는 김훈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

역사소설에서 느꼈던 그 진지하고 날카로운 문장들이 판타지적 요소들과 만나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완성하였다. 사실 상상을 기반으로 한 소설의 시간과 공간을 따지기는 무의미하지만 이 소설은 始原의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이 된다. 인간이 말의 등에 처음 올라탄 무렵으로 그려지나 신화적 요소와 상상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태초의 인간의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나하(奈河)라는 강이 대륙을 초()와 단()으로 나누고 있고 각 부족의 생활풍습, 문화, 성격이 전혀 달라 같은 땅위에 사는 인간이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생명체처럼 살아간다.

()는 유목 집단으로 문명을 멀리하고 야생적인 삶을 추구하는 반면 단()은 문자를 숭상하며 건물을 세워 정착하는 삶을 산다. 이들에게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고 그 끝의 죽음과 침묵은 필연으로 다가온다. 인간 이야기의 중심에는 말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말이 중심인지 사람이 중심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초승달을 향해 밤새도록 달리던 신월마(新月馬)혈통의 토하(吐霞)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飛血馬 )혈통의 야백(夜白)이 주연이라면 총총(驄驄)과 청적(靑赤), 유생(流生)은 그것들의 조연이다.


자유롭고 바람과 같은 삶을 살던 야백(夜白)과 토하(吐霞)에게 인간은 재갈을 물리고 그들을 통제하고 길들이려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에게 부림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저항한다. 인간의 욕망은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을 소멸시키고 그들 자신 또한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짐승의 눈에 비춰진 야만적인 인간의 삶은 이해를 받을 수 없고 그것들에겐 중요치 않다. 문명과 야만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며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즘이 담겨있는 것 같다. ()와 단()의 전쟁은 둘 중 하나만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존재의 이유가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인 듯 서로를 파멸로 이끌고 간다.


목의 차남이고 표의 동생인 연()과 추의 딸 요()는 무당을 통해 인간의 세계와 초자연적인 세계를 잇고 죽은 뒤에도 영혼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샤머니즘적 성격이 강하고 원시신앙이 띄고 있는 자연물이나 자연현상 등이 무심한 듯 세심한 문체를 통해 주변의 풀꽃 하나까지도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름답게만 표현하기는 쉽다. 온갖 수려한 표현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그러나 작가의 특유의 담백하고 진지한 문체는 그대로 살리며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전개되어 나가고 작중 인물들의 감정은 크게 흔들림과 동요가 없이 무심한 듯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의 진정성과 그에 담긴 의미들이 더 심오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확실치 않고 시원기단사가 전하는 것 또한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말미에 붙이며 모호함과 혼돈을 자아낸다.


작가 김훈은 건강 문제로 입원한 상태에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기도 했고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작가의 오랜 팬으로 그가 글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는지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렸다. 소설은 소설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몸소 체험하고 느껴야 만이 살아있는 문장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그의 글은 더욱 치밀하고 탄탄하며 아름다운 것 같다. 십여 년 전 미국 인디언 마을에서 마주했던 수백 마리의 말무리에서 받았던 영감을 이번 소설에서 적극 투영했다고 한다. 말들의 습성과 행동들의 묘사가 아주 디테일하게 되어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만 지금까지 접했던 소설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판타지 소설이라 하면 화려한 배경의 아름다움을 그리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독특한 소재들을 골라 잘 짜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김훈 작가의 판타지 소설은 기존의 접근법으로 다가가면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잔잔한 물이 흐르듯 천천히 그리고 유연하게 다가가길 바란다. 판타지라면 젊은 작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틀을 깨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김훈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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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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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 속의 관자엽의 안쪽에 위치하며 대뇌 겉질 밑에 존재하는 해마는 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뇌기능이 손상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올 수 있다. 르네 톨레다노의 아버지처럼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려다 자신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기억의 심연으로 빠져버린 사람도 있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평소 최면에 관심이 많은 동료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피험자로 뽑혀 <심층기억> 최면술을 받게 된다. 르네는 자신의 엄청난 전생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고 충격과 함께 최면에서 급하게 깨어나 도망치듯 공연장을 나와 혼자 있게 된다. 그러던 중 노숙자의 금품탈취 협박을 모면하려다 그만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강에 유기하고 도망친다. 이때부터 주인공 르네의 심리적 갈등과 전생에 대한 충격이 그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최면을 통해 자신의 심층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소설 속에서 <거짓 기억 이론>, < 의지와 무관하게> 등 마술과 최면 등에 쓰이는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오면서 꾸며낸 이야기와 진실 사이에 무경계성이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 또한 소설의 주요 바탕이 되어주고 르네의 역사 선생님이라는 직업적 배경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들은 더욱 그 경계성을 모호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역사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되는지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사고와 인식의 틀을 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의성이 이 작품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 있다. 112번의 생과 전생의 기억들을 최면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고 전생의 나와 대화가 가능하며 현재의 삶에 전생의 기억들이 미치는 영향력, 전생의 또 한명의 나의 삶,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지나온 과거의 삶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와 사건들이 지루할 틈 없이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르네의 삶은 불교의 윤회輪廻 사상을 바탕으로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와 인종, 문화를 아우르는 전생의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부풀려 준다. 인간의 삶이 미리 정해진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운명론적 입장과 이와는 반대로 인간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는 인물들 간의 철학적 사고의 대립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화려한 액션 영화를 보는 듯 병원과 감옥 탈출기, 경찰에게 쫒기며 도망자 르네가 보여주던 긴박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도피 과정, 심쿵하게 만드는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 등 조만간 영화로 제작자에게 러브콜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기존 흥행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 시키는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감사의 말부분을 보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직접 마술과 최면을 경험해보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본 듯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자세하고 전문적인 지식들을 나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역사 교사의 도움을 받아 사실과 진실의 적확한 표현을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2권으로 이뤄졌지만 가독성이 아주 좋아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이야기들을 만나 볼 수 있고 주인공을 통해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는 사색의 시간을 갖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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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 172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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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화 이야기가 알고 보니 잔혹한 그림 동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반전을 그린 이야기가 여기 있다. 지금까지 걸리버 여행기를 단순히 주인공 걸리버가 여행을 하다 소인국에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 이면에는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과는 다른 의미의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글의 구성은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릴리펏(소인국)여행기2부 브롭딩낵(거인국)여행기는 어릴 적 동화책에서 봤던 내용과 흡사하여 익숙했다. 하지만 3부 라퓨타, 바니발비, 그럽덥드립, 럭낵, 일본여행기4부 휘넘국(마인국)여행기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걸리버 여행기의 진짜 이야기는 3, 4부에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동화적인 요소와 여행기라는 이야기의 흐름에만 집중하다 보면 진정으로 저자가 하고 싶었던 목소리는 듣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삶과 시대적 배경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18세가 영국의 대표적인 풍자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59세의 나이로 집필한 걸리버 여행기는 그의 못다 이룬 정치적 야망과 영국의 식민지 침탈로 고통을 겪고 있던 아일랜드의 참혹했던 현실에 괴로워하며 이에 신랄하게 비판하는 풍자 작품이다. 다양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아주 섬세하면서도 과감하게 표현되어지고 있다.


보수주의자, 전통주의자, 고전 학문 옹호자였던 스위프트의 기본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당대의 대표적인 시대사상인 계몽주의에 대한 반감이 짙게 깔려있고 합리주의 철학과 실험 및 이론과학 중심의 자연과학 지상주의도 신랄하게 비판되고 있다. 라퓨타 여행기에서 기이한 외모의 라퓨타인들을 희화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저자가 경멸했던 현대 학문 숭배자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순수성을 가지고 있던 걸리버의 첫 번째 여행기를 지나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걸리버의 성격과 심리 묘사는 글을 읽는데 아주 유심히 관찰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앤 여왕과 조지 1세가 다스리던 18세기 초반 영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릴리펏 여행기는 추악한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가 주를 이룬다.



나는 특히 현대 역사에 대하여 가장 혐오감을 많이 느꼈다.

지난 100여 년 간 가장 명망이 높았던 모든 왕실 사람들을 꼼꼼히 조사한 결과, 나는 이 세상이 비열한 역사 저술가 녀석들에 의해 얼마나 오도되어 왔는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저술가 녀석들은 전쟁에서의 가장 위대한 공을 겁쟁이들에게 돌리고, 현명한 충고는 바보들에게, 정직함은 아첨꾼들에게, 로마인다운 덕성은 나라를 배반한 자들에게, 경건한 신앙심은 무신론자들에게, 정조는 남색주의자들에게, 진실은 밀고자들에게 그 공을 돌리고 있었다.

-p351-

   


 

즉 국왕의 자리란 부패 없이는 절대로 유지될 수 없는 자리이며,

도덕성이 인간에게 불어넣어 주는 적극성, 자신감, 고집 같은 기질은

공적인 업무를 영원히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p353-

   


 

내가 오랫동안 살았었던 트리브니아라는 나라는

(그곳 백성들은 랑그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트니브니아(Tribnia)브리튼(Britain),

랑그덴(Langden)잉글랜드(England)'

철자 바꾸기 장난이다. -p336-


어떻게 이렇게 교묘하게 풍자를 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대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데 음악,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남겨진 정치적,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글들은 사실상 현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거대한 검은 손에 의해 삭제되고 수정되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외국이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인간이란 이토록 간사하고 욕심 많고 동물보다도 더 비이성적인 존재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너희 나라 사람들은 자연이 이 세상을 기어 다니게 허락해 준

벌레들 중에서 가장 악독한 해충이다.”

-p233-


그러나 모든 인간이 그렇지만은 않는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심어둔 채 저자가 바라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너무나 다채롭고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걸리버 여행기는 일상에서 쓰지 않던 뇌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활발히 움직이게 만들어 우리의 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소름끼치도록 현실감 있게 다룬 글의 구성에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지만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글의 구성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새로운 나라의 여행기로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흥미롭고 재미가 더해져서 끝까지 읽을 때 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특히나 제 4부의 휘넘국 이야기는 가장 인상적이였고 재미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를 단순 동화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영화 식스센스 이후로 이렇게 큰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TV프로그램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되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과 무삭제 완역본에 초판본 일러스트까지 수록된 더 스토리의 걸리버 여행기는 날것 그대로의 야성미가 넘쳤다. 오리지널 표지 디자인도 멋있지만 표지를 벗겨 낸 책 표지 또한 원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초판 1쇄라 누구보다 먼저 만나 볼 수 있었다는 영광이 주어졌지만 오타가 많이 보여서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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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권으로 끝내기 심화 (1~3급)
황의방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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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급수 체제가
20205월 제47회 시험부터 개편 된다. 기존 고급·중급·초급 3종의 시험이 심화·기본 2종으로 개편된다. 1급 합격 점수는 기존 70점 이상에서 80점 이상으로 조정된다. 시험 난이도는 현행 초급보다 약간 어려운 수준으로 조절한다고 하니 기존에 준비했던 유형을 유지하며 앞으로의 시험을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려는 목적은 공무원 시험, 입시 등 각자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확산·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공부를 하려고 한다.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선발 시험이 아니라 인증 시험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나 수험서가 대부분 그렇듯 방대한 분량이 발목을 잡는다. 쉬엄쉬엄 역사 공부를 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이해하고 암기해야할 양이 너무 많아 중간에 포기하길 여러 번 이였다수험서를 선택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이번에 2020년 특별 기획판으로 나온 한권으로 끝내기 책은 그동안 봐왔던 교재 중에서도 구성이 뛰어나며 이론 정리를 아주 잘 해놓았다.


  


한능검을 정복하는 20유형 문제 풀이 스킬을 따로 수록하여 어떠한 유형의 문제들이 있고 어떻게 접근해서 풀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대단원별 단골 키워드&미리보기로 출제 경향 및 포인트를 공부하기 전에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다. 출제 비율을 그래프로 보여줘서 중요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방대한 공부량을 한 눈에 파악하기 좋게 정리해 놓았고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는 듯 중요한 핵심만 콕 집어 형광펜 표시와 필수 암기해야 할 내용은 따로 정리해 두어 가볍게 훑어보면서 대강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좋고 복습하기에도 좋다. 저자만의 쉽고 빠르게 암기할 수 있는 암기법을 따로 표시해놔서 암기에 자신 없는 사람도 금방 외울 수 있게 된다.


  


본문 학습이 끝나면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 문제와 최다 빈출 유형의 문제들을 풀어 볼 수 있다. 학습한 내용을 간단히 점검하기 좋고 꼬리 물기 문제로 같은 문제도 어떻게 다르게 출제 되는지도 파악하기 쉽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키워드가 문제 바로 위에 적혀있어 문제 푸는데 정답을 미리 보고 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렵고 헷갈리는 내용이 많아 수험생들이 문제를 접할 때 감을 못 잡고 있을 것을 대비해 키워드를 미리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문제가 술술 풀리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감이 올라가게 만드는 것 또한 저자의 큰 그림일 수 있겠다.


  


보통 빈출 문제를 다량 수록한 수험서들의 특징은 해설집을 따로 구매하거나 해설집의 설명이 자세하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답 및 해설집이 본문 학습 못지않게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으며 정답뿐만 아니라 오답 선지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있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 풀이 시 중요한 키워드 위주로 문제 파악해 내는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사료 속 키워드가 적혀 있다. 해설집만 들고 다니면서 공부를 해도 될 만큼 요약 정보들이 정리가 잘 되어있다. 본문을 다시 넘겨보면서 학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문제 풀이 후 오답 정리하는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시대고시기획이 제공하는 특별한 혜택들이 책속에 가득한데 그 첫 번째는 공부한 내용을 확인하고 실력 점검을 할 수 있는 최종 모의고사 1회분이 제공되어 있다. 실제 시험지와 똑같이 알록달록 컬러풀한 문제지다. 그리고 50테마로 정리된 미니북이 제공되는데 얇고 가벼워서 휴대하기 편해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하기 좋다. 요약본이라기보다 중요 테마에 맞춰 학습 포인트를 정리할 수 있는 미니북이다. 그리고 한국사의 흐름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게 시대별 연표가 표지와 같이 두툼한 종이에 한 장 분량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벽에 붙여 놓고 오다가다 읽어 보기만 해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이론 강의와 기출 해설 강의를 시대플러스에 접속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책과 함께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정말 한국사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것 같다. 핵심 이론 위주로 학습하면서 한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잡고 복습하면서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이 아주 잘 되어있고 한 단원 본문과 문제풀이 분량이 많지 않게 느껴져 분량의 압박과 암기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외출 시 단원 미리보기에 정리된 내용만 핸드폰에 찍어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책 표지만 보면 약간 신뢰성이 떨어질 것 같은 촌스러움이 느껴지지만 표지만 넘겼을 뿐인데 알록달록 찰진 구성과 알찬 정보들이 지금까지 봤던 한능검 수험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주위에 시험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추천 해주고 싶다. 우선 나부터 공부하는데 재미를 느끼고 지루하지 않아 책을 곁에 두고 계속 보게 된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한능검 수험서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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