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 - 마스다 미리 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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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깊이 잠자고 있던 빛 바랜 일기장을 꺼내 추억의 향기를 맡아 본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른이 되면 꿈을 꾼 듯 흐릿한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고 가끔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은 행복한 미소를 입가에 남겨 준다. 하지만 행복했던 일 보다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머릿속에서는 크게 자리잡는다. 그래서 어릴 때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님을 아는 어른들도 많다. 세상이라는 五味를 맛 본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은 더 이상 순한 맛이 아니다.

미성숙함에서 오는 부끄러운 일들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작은 나>에서의 어릴 적 '나'는 꾸밈없이 맑고 순수했던 어린 아이의 세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곱고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작아서 낮은 자세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우러러 볼 수 있었음을 말이다.

몸은 작았지만 마음 만큼은 우주를 품을 만큼 크고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어른이 된 내가 아직도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가능한 일인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글을 읽는 순간 나의 어릴 적 모습이 겹쳐지며 그때를 떠올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준비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 된다.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나'는 그렇게 세상에 스며든다. 사소한 일들 조차 삶의 큰 사건이 될 수 있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행동하고 논리와 규칙을 대입하지 않는 순수함의 세계에 우리는 살았었고 지금도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그러할지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담긴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 " 저 구름은 내 구름이야", "보물 묻어 놓자" 등 어릴 때 한번쯤은 이야기 했을법한 내용들이라 낯설지가 않다. 저자 마스다 미리는 일본인이지만 그가 그린 풍경들은 우리 어릴 적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세계의 모든 아이들의 마음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진솔하고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주는 글로 유명한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아주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 작은 나>에서는 순수하고 부드러운 우유맛이 나는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직접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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