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루의 달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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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 속에서 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죽여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리 속에서 튀지도 못나지도 않게 유지해 가는 삶이 가장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여기며 누군가로부터 눈 밖에 나길 꺼리고 항상 상냥하고 좋은 모습으로만 비추어 지도록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낸다. 너무 착해빠져서 이용당하지 않도록, 너무 나쁜사람이라 욕먹지 않도록 중도를 지켜나가는 일이 사람관계를 맺는데 사회 생활을 해나가는데 중요한일이 되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손가락질 받더라도 떳떳하게 당당하게 살아 갈 수는 없을까? 그것이 잘못된 일일까?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무서워서 감추고 쫒기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삶에 대한 궁극적인 목적과 의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마음씨가 참 고운 그 사람.

무상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요즘 사람들과 다르게 어떠한 사심과 욕심도 없이 타인의 행복과 안위를 빌어주고 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돈 앞에서 장사 없다는 말이 요즘 세상에 딱 들어 맞는 말인데 돈 앞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며 자신의 의지를 꿈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주위에서 모두가 안 된다라고 말할 때 할 수 있다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노력하고 이루어 내는 모습은 마치 열악한 조건에서도 오직 자신의 노력만으로 성과를 이루어 낸 금메달리스트 같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무턱대고 덤벼든것도 아니고 철저한 준비와 노력에서 나오는 자신감, 사람을 믿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모든 일에 임했던 그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이건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께 자주 듣던 말인데, 내가 한 일은 이 달걀처럼 언젠가 내게 돌아온대. 그게 자연의 섭리야.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 나도 누군가의 친절을 받게 되고, 폭력을 휘두르면 언젠가는 힘든 일을 당하게 돼" (p52)


무상 곁에는 무상 만큼이나 좋은 사람들이 있다. 경상도 남자처럼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착하고 무덤덤하게 감동을 주는 다이키치, 겉으로는 센척하지만 속은 벚꽃 잎 마냥 여린 돌싱녀 나오코, 도사님 코스프레로 웃음을 선사해주고 가난하지만 작은일에도 고마워 할 줄 알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는 뚝심있는 와카베, 겉으로 생색내기 보다는 마음을 먼저 전할 줄 아는 호토하라 마을 어르신들.

 

농부의 자식이라 그런지 작은 시골 마을의 전경이 더욱 가슴에 와 닿고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내 어린 시절의 부모님과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잠시 추억에 젖어 보기도 한다. 시골 사람들의 특징이 자신이 직접 기르고 키우고 것들은 내가 먹을것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농작물이 없다. 자신들은 아끼고 못먹고 좋은것은 다 자식을 위해 내어 주시는 마음이 그대로 깃들여 있다. 그러니 대량 생산되어 나오는 식품들과 맛과 영양, 정성이 비교가 될 수 있겠는가. 야규 할배의 채소에서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단맛과 풍미가 느껴지는 것은 바로 정성과 사랑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 하지만 주위사람들을 돌볼 줄 알고 남몰래 신경써주고 챙겨주는 마음씨는 오랜 세월 터득한 사람만의 사랑하는 방법일 것이다.



도미코 아줌마의 투박하지만 맛은 최고인 요리들과 야규 할배의 채소의 맛, 겐상의 맛간장을 곁들인 무상의 공주님들이 낳은 일품 달걀로 만든 달걀밥, 이치에 할머니의 곤약 요리, 꿈기분 쌀밥, 보석 빛 맑은 물 맛이 궁금해진다. 그 이름도 이쁘고 맛도 일품일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인간이 만들어 낸 요리에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이 함께 곁들여져 있어 분명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맛이 날 것 같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목적이였다면 무상의 계획은 아마도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프로젝트였기에 어려움속에서도 서로 돕고 도와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고 일이 잘 풀리면서 더불어 잘 사는 동네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각박한 세상으로 변했는지 모르겠다. 어릴적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 행복했고 사람들이 좋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싫어지고 서로 어울리기 보다 모른척 무심한 관계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문제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삶의 질을 떨어뜨려 놓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잠시 편해지자고 나 혼자만의 영역 안에서 갖혀 조용히 지내는게 오히려 편해져버렸는지 모른다.


"일단 닭장 밖에 꺼내 놓고 한동안 자유롭게 놔둬. 그러면 뒤틀렸던 기분이 조금 풀리는지 원래 있던 닭장으로 돌려보내도 다른 닭을 쪼지 않더라고, 닭도 인간들처럼 자기 스트레스를 남한테 터뜨리면서 사는 모양이야." (p97)


욕심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더 갖지 못해서 안달이고 불안해 한다. 이미 가진 것의 소중함을 잊어버린체 없는 것을 체워 넣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달려 간다. 누구를 위한 삶인지 돈의 노예로 태어난 것인지 나 자신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삶의 원형인듯 하다.

 

 

 


《히카루의 달걀》안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현실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힘들고 꿈꿔왔던 일이 순탄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의 고통 속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의 소중함과 작은 일에도 노력보다는 포기가 빨랐던 내 모습을 뒤돌아 보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리사와 아키오님의 글에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모습이 그려져서 좋다. 훈훈한 정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여유로움이 있어 좋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잊고 살았던 것들을 뒤돌아 보게 만들어 주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깨우쳐 주는 큰스님 같은 존재라고 할까? 읽으면 읽을 수록 빠져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들을 갖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인생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것인가? 고민과 걱정거리는 끝이 없고 고난의 연속인것만 같은 시간들이 그의 소설속에서는 아름답고 그래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희망적인 모습과 함께 늘 긍정적이고 밝은 느낌이 있어서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세상이 조금 더 밝고 아름다워 보이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상이 아닌가라는 생각 말이다.


"아까 인생은 가지각색이라고 했지? 그 가지각색의 경험을 전부 까끌까끌한 사포라고 생각해 봐. 사포가 마음을 아프게 해도 꾹 참고 그 고통을 극복하면 이전보다 더 반짝반짝 구슬처럼 빛나는 마음을 갖게 돼." (p108)

 

《푸른 하늘 맥주》, 《나쓰미의 반딧불이》를 연상 시키는 부분들이 등장할 때 혼자 피식거리며 웃어 보기도 하고 아키오님의 글쓰는 센스에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다.

작가마다 좋아하는 단어가 있고 소재가 있겠지만 아키오님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모두 소설속에 담겨 있어 더 크고 은은하게 오래 가슴속에 남는지도 모른다.

히카루의 달걀이 만들어 낸 기적은 믿음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의심하고 불신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기 보다는 상대를 믿고 인정해 주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밝고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무상의 바보같이 착해보이는 얼굴을 떠올리며 누군가에게 내 모습이 착해빠진것이 아니라 편안한 인상을 줄 수 있게 더 밝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가 불안해서 현재를 어두운 기분으로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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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여행 일본어 Enjoy 여행 외국어 시리즈
넥서스 콘텐츠개발팀 지음 / 넥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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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JOY 여행 일본어 》는 일본 여행이 처음인 사람에게 꼭 맞는 안성맞춤 여행서이다.

우선 책의 크기가 작고 컬러 사진으로 이루어진 내용을 감안하면 두께가 얇고 가볍다. 여행 가방은 늘 비워내도 가득 차 있는게 다반사이기에 두꺼운 책을 넣어서 간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 《 ENJOY 여행 일본어 》는 부담없이 휴대하기 편할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 책의 구성이다.


텍스트 크기가 커서 낯선 일본땅에서 당황하거나 정신 없을 때 한눈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게 한 면의 여백이 넓고 시원스럽게 구성되어 있으며, 문장, 단어의 배치가 간략하면서도 어지럽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컬러풀한 사진들이 보다 세밀하면서 실질적인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책을 볼 수 있다.

크기는 작지만 다양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두꺼운 여행책자들 못지 않게 많은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다.


기본 회화에서부터 장소와 상황에 맞는 어휘 표현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대답 패턴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질문 표현까지 세심하게 별도로 표시해 두고 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도 일본어 발음을 한글 표기화 해둔 것만 읽음으로써 회화가 가능하게끔 모든 문장과 단어에 한글이 달려있어 좋다. 또한 발음 듣기용과 회화 연습용 QR코드를 이용해서 원어민 발음을 직접 들으면서 연습할 수 있고 넥서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무료 MP3를 제공 받아 언제 어디서든지 원어민 음성을 들으며 공부할 수 있다. 보통 어학 도서는 무료 MP3파일은 제공해주지만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어 솔직히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QR코드는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으로 찍기만 해도 바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좋다. 이 책 자체가 컬러감이 아주 화사하고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줘서 마음에 쏙 들고 복잡하지 않아 더욱 좋다.


이 책 한권으로 일본 여행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라는 자신감이 들고 언젠가 일본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챙겨 가야 할 목록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된다. 일본어 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로 되어있는 시리즈에도 관심이 가서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해외여행을 가면 영어를 사용하면 불편함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일본은 일본어가 아니면 의사소통 하는데 많은 불편함이 있다고 하니 여행가지 전에는 꼭 간단한 회화 정도는 공부를 하고 가야 할 것이다. 만약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 ENJOY 여행 일본어 》책 한권 정도는 챙겨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투자한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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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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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셰이!”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인정! 요즘 말로 엄지 척!

“투셰이”는 ‘인정한다, 내가졌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전작 [오베라는 남자]가 2015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인 만큼 프레드릭 배크만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가 상당하다. 이어서 2016년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 그의 작품은 또 한 번의 신드롬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오베라는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져서 한동안 오베앓이를 했을 정도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완성한데 이어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해 줬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의 스타일이 어김없이 발휘된 이 소설에는 더욱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독특한 캐릭터들의 조합이 아주 잘 어우러져 있어 최고의 궁합을 이루고 있다. 우리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에~ 로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재미로 가득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엘사’라는 일곱 살 소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손녀를 위해 마련한 생애 마지막 선물이자 이벤트인 중요한 임무를 부여한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할머니와 엘사만의 비밀.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여리고 순수한 아이이기에 할머니는 자신의 죽을을 豫見하고 손녀를 위해 죽는 순간까지도 무한 사랑을 약속한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따돌림과 행패로 친구라고 여길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엘사는 오직 할머니만이 친구라 할 수 있다. 늘 전화기와 한 몸이 된 채로 바쁜 엄마와 2주에 한 번씩 만나는 친아빠, 늘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새 아빠 예오리는 가족이지만 완전체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가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 속에서 어리지만 절대 어리숙하지 않고 똑부러진 성미를 가지고 있는 엘사는 그들로부터 더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틈이 없는 완벽한 아이로 때로는 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말썽쟁이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엘사에게 있어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단 한사람인 것이다. 그만큼 할머니는 손녀에게 애정 어린 사랑과 관심을 쏟았고 손녀 또한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 남다르다. 할머니의 손녀 사랑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과거에 못다 한 부모의 의무를 속죄하는 마음에서 더욱 컸던것 같다. 

평범한 아파트에 사는 엘사네 집은 8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 주택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할머니와 엘사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웃들의 속사정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으며 어떻게 사람들이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지 삶의 큰 밑그림을 그려낸다. 혼자서만은 살 수 없는 우리는 누군가의 이웃으로 살아가기 마련인데 서로 가까이는 살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모른체하기 일쑤인 우리의 이웃이란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진정한 이웃이란 남의 집 사정을 들춰내서 여러사람의 입에 오르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해주고 존중해주고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을 가져 줌으로써 또 다른 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해 주려 하지 않고 각자 네모난 공간 안에서 존재하는 인간들은 할머니의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전해 받고 서로에 대해 용서하고 살아있는 자의 특권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게 된다. 그 매개체가 되는 것이 편지와 엘사라는 인물이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특성이 하나같이 독특하고 재미있어 그들이 한데 모여서 반상회라도 한다 치면 그 재미가 극대화가 된다. 특히 다임초콜릿을 좋아하는 워스라는 개는 마치 사람처럼 엘사의 말귀를 잘 알아듣고 친구를 보호할 줄 아는 용맹하고 의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괴물로 불리다 울프하트라 불리는 그는 마치 깰락말락 나라의 영웅처럼 엘사를 그 어떤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것 같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존재는 미미해져 오히려 베테랑 택시 기사인 알프가 엘사를 더 많이 돌봐준 것 같아 환상적인 영웅에 대한 기대감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나쁜 기억을 생각나지 않게 할머니는 손녀를 위해 더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사건을 만들어 안 좋은 기억을 덮어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감동을 전한다.

“나쁜 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으면 좋은 걸로 덮어버려야지.” p.25

 

형식적이고 차갑기만했던 친아빠의 父情이 느껴졌던 한 마디.

“알고 보니 네가 완벽한 아이라서.”p.327

 

흔히 말하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자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익히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깊은 뜻이 있다.

“할머니가 그랬어요. ‘발로 똥차지 마라. 온 사방이 똥 천지가 될 테니까!’”p.363

 

사람들은 늘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의 기억속에 인식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여기 있노라 이 세상에 살았노라 살아 있음을 느끼고 확인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일 수 있다. 할머니는 자신이 죽은 후에도 존재감을 나타내며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기억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지도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은 존재로 기억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엘사 또한 학교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들어 낼 수 없고 오직 그리핀도르 목도리를 함으로써 할머니와 깰락말락 언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이 전반적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외로움과 아픔, 소외로부터 고통 받고 있거나 무엇인가의 결핍으로 인해 행동장애나 물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렇듯 우리는 누구하나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살아가는 사람이 드물다. 이상적으로 꿈꾸는 완벽한 가정, 사회, 나라는 현실적으로는 구현하기 힘든것이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들 살아가는 것이구나 하는 동질감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로부터 관심받고 싶어하고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브릿마리의 처절한 몸부림에 이어 가슴아프게 했던 그녀의 진심.

“그이가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 좋으니까.”p.440

 

“인간은 관심을 쏟을 대상이 필요하거든, 엘사. 누가 뭐에든 신경 쓰기 시작하면 너희 할머니는 ‘잔소리’로 간주했지만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어. 그냥 존재하는 거지 …….” p.493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게 안 되면 존경해주길. 그게 안 되면 두려워해주길. 그게 안 되면 미워하고 경멸해주길.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들에게 어떤 감정이라도 불러일으키길 원한다. 우리의 영혼은 진공상태를 혐오한다. 무엇에라도 접촉하길 갈망한다.’” p.495

 

“내가 존재했다는 걸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내가 여기서 살았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p.496

 

어린 소녀와 할머니가 만들어 낸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것 같다. 진짜 슈퍼히어로 할머니가 등장해서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로 안내해 줄 것 같은 기대감에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어보면 비현실적인 요소들은 그리 많지 않고 엘사를 위한 할머니의 눈높이 표현으로 약간의 동화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기분 좋게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 볼 수 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영화 제목들을 하나씩 훑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엘사 자신의 약함을 어떠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영화 속 주인공들을 동경하며 현실을 탈피하고자 함이 들어난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 인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

전작 <오베라는 남자>에서 느꼈던 완벽에 가까운 재미는 살짝 부족하지만 7살 아이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상적이고 평범한 요소들에서 각 인물들의 특성과 유쾌함을 잘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서로를 미파르도누스하고 미아마스하며 행복한 나날을 미레바스 하자!

미아마스. 미아마스. 미아마스.

 

【깰락말락나라의 7개 왕국】

♤미아마스 : 사랑한다.

♤미레바스 : 꿈꾼다.

♤미플로리스 : 슬퍼한다.

♤미모바스 : 춤춘다

♤미아우다카스 : 도전한다.

♤미바탈로스 : 싸운다.

♤미파르도누스 :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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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
최지연 지음, 최광렬 그림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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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결론이 결혼이 아니라, 연애의 과정에 결혼이 있기를. 우리 지금처럼 열심히 연애하면서 살자.”

몇 번을 읽어 보아도 기분 좋아지는 말이다. 내 남자친구가 이렇게 말하며 프로포즈 한다면 당장에라도 허락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결혼 생활이 바로 연애하듯 설레임을 간직한 체 여자로서 사랑받는 삶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 앞에서는 꿈꾸던 삶은 그저 꿈으로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연애할 사람, 결혼할 사람이 따로 있듯 연애와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그 차이가 커서 서로 완전히 상반된 개념으로까지 여겨질 정도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연애는 잠시 잠깐일 수 있고, 시작과 끝이 결혼에 비해 자유로울 수 있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머리 아프게 오래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결혼은 한번 하면 평생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오랜 연애를 하고도 막상 결혼 생활을 해보면 상대방에 대해 나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저자 최지연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남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결혼 생활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알아 볼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보면 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다투고 헤어지는지 이해가 가기도 하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기에 더더욱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고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길 바랄 것이다. 내가 꿈에 그리던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된다. 모자란 부분은 서로 체워가며 상대가 바뀌길 바라기 보다는 내가 상대에게 맞춰주며 나부터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보다 오래도록 사랑을 이어가는 방법이 아닐까?

 

 

연애를 7년을 하고 결혼 생활은 3년을 하면서 10년 동안 한 남자와 사랑을 이어가면서 연애와 결혼의 차이점과 서로 지켜야 할 것들, 사랑을 잘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결혼 3년 해보고 어떻게 결혼 생활에 대해 말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기간의 오래되고 적음에 상관없이 그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할 것이다. 장점이라고 하면 주제와 잘 어울리는 상황을 일러스트로 담아 놓아서 지겹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성과의 관계를 보다 간결하고 단순화해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연애만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것인가? 나만 남자친구나 남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사랑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수 만 가지의 질문들이 우리를 괴롭히며 누군가 혹은 어떤 책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길 원하듯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러한 정답을 원하고 있을 수 있다. 나 또한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랑에 대한 정답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 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정답이 없듯 연애와 결혼에 대한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각자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의 선택과 노력을 통해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나의 인생이고 사랑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내가 원하는 답은 찾을 수 없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볼만한 것들을 접하면서 공감을 할 수 있고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연애와 결혼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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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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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창문을 열어 젖힌다.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가 나의 폐 깊숙이 들어와 정신을 맑게 해준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나에게 주어진 삶과 살아있음을 행복으로 느끼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해본다.

소설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현재의 내 삶에 만족감이 향상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행복인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책을 보는 순간 전공 도서마냥 두꺼운 두께를 보고 한번 놀라고 약 700페이지 가량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면서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화려한 글 솜씨와 짜임, 구성, 소름 돋게 만드는 사실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고도로 집중하게 만드는 놀라운 가독성과 몰입력은 그 어떤 소설에서도 맞보지 못한 논픽션 소설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 되어 진다. 픽션보다 더 충격적이고 놀라운 논픽션 소설〈내 심장을 향해 쏴라〉는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될 거라고 예상해 본다.

 

왜 15년 만에 한국 독자들로 하여금 열화와 같은 성원에 다시 복간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번역소개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많은 독자들에게 내가 느꼈던 충격과 감동을 전해주고 싶고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소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하며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어떤 소설과도 비교되어질 수 없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1977년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처형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실화를 다룬 논픽션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길모어는 그의 친동생으로 자신의 형의 죽음을 사실적이면서도 누구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자세히 묘사해 놓았다. 또한 왜 자신의 형이 무고한 사람을 살인을 하고 자신 또한 왜 죽음을 맞아야 했는지 가족의 역사와 집안의 내력을 속속들이 밝히고 온 가족의 성장 배경과 인생을 너무나도 자세하고 부끄러움에 들추기 어려운 사소한 것들 까지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게리 길모어의 사형이 집행되어진 이후에도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자처럼 살아야만 했던 베시 길모어와 마이클, 프랭크의 삶은 그들이 죽을 때 까지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어 한 가정을 고통 받게 만들었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공동 운명체의 속박된 인연이며 복잡하게 얽힌 피의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단어가 있다.

‘가족’

대부분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패턴이자 수순이다.

그러나 그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이루어 낸 후의 생활이 더 중요할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며 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모든 이들의 꿈이고 행복일 것인데 마이클의 가족은 이 행복이 지옥과 같은 끔직한 것이라 느낄 정도로 행복하지 못한 것 이였다. 평범치 않은 모르몬 혈통의 어머니와 온갖 사기를 서슴치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아버지 사이에서 4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큰형 프랭크와 둘째 게리, 그리고 셋째 게일렌. 그러나 막내 마이클만은 제외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형제들 사이에서는 왕따를 당해야만 했던 막내 마이클은 형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며 그들과는 공감하지도 공유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갔다. 마치 남의 인생인양 형들이 겪었던 고통과 아픔, 슬픔들을 함께 공유해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죽음을 겪고 책을 내면서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게리의 살인 과정 등을 하나하나 조사해 나가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큰형의 섬세한 기억력 덕분에 세세한 부분까지 알게 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큰형의 존재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그는 많은 부분을 기억해 냈고 또한 비통한 가족의 운명을 온 몸으로 느끼고 체감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인생에 끼여 끝까지 속박당한 채로 고통 받아야 했던 큰형의 인생은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것이다. 가족사를 들어 가장 비참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을 손꼽자면 사형 당한 게리를 들 수 있겠지만 나머지 가족들의 삶도 그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에 가볍게 누구의 삶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인간이 이리도 힘들고 어렵고 아프게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각의 인물들의 삶은 너무도 처절하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삶의 군상들이 모여 한 가족의 삶으로 보여 진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소름끼쳐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인데 마이클의 가족들은 어떻게 그 긴 시간들을 견뎌냈는지 궁금해 진다.

산다는 것이 그저 숨이 붙어 있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암울하다.

 

 

게리에게 유년기의 가정불화와 폭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정폭력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분노와 억울함을 키우게 만들고 더 나아가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에는 부모에 대한 원망들이 점점 힘이 커지면서 밖으로 표출되어진다. 그로 인해서 병리적인 문제와 사회적 문제로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게리의 경우에는 그를 폭력적이고 살인의 충동을 느끼게 만든 원인을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은 게 사실로 보여 진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되어질 만큼 가혹한 운명이였다. 극히 드문 일이라고 생각되어지던 이러한 가정폭력들은 이제는 매일 뉴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일이 되어진지 오래이다. 부모, 부부, 형제, 자식 사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으로 행해지는 폭력들만이 가정폭력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잘못된 언어 사용이나 상대방에게 모욕적이고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들 또한 폭력이 되어 질 수 있는 것이므로 폭력이라는 그 영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매일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가정불화와 폭력은 찬물에서부터 천천히 데워지는 냄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어느 순간 뜨겁게 달아오른 물속에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을 망각한 체 자신의 몸을 잠식시키고 마는 것이다. 틀 안에 갇힌 체 영원히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속된 상태로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가정환경의 중요성, 부모의 육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가정 폭력은 대물림 된다는 것이 입증된 사실이라 게리의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들의 존재가 그들의 고통스럽고 잔인한 운명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는 염려와 걱정이 마이클에게서도 보이긴 하지만 가족들이 받았던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지옥을 경험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저주스러움 없길 바랄뿐이다. 마이클 가족의 고통과 슬픔들이 소설로 재미와 박진감을 주었지만 그것이 그저 재미있게만 느껴버리면 안될 것이고 우리가 왜 그들은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을 비난하거나 나쁘다 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사회적 환경 요소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또 다른 살인자 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주인공 들이 겪었던 하루 1분 1초는 보통 사람의 일생의 고통과 맞먹는 것이 아니였을까. 그만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계치를 훨씬 넘는 극한의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매 순간 행복할 수 없고 좋은 일만 가득할 수 없지만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행복한 기억 하나씩은 간직한 체 그 순간들을 이겨내는데 게리에게는 어떠한 행복한 기억이 없이 지옥 같은 불구덩이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죽음만이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었던 가혹하고 모진 운명과 삶. “인생은 공평하다”라는 말이 게리 길모어의 삶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가족들을 둘러싼 정체 모를 어둠의 기운들, 악령이라고 말하는 실존하지 않는 존재들로 하여금 그들이 짊어져야만 했던 불행의 이유를 그렇게라도 설명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마지막 책장을 넘겨진 순간이 한 참을 지나서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들이 가슴속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기분이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는 이 아름다운 봄에는 어울리지 않는 다소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 일 수 있지만 계절과는 상관없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소설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들이 그저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게 여겨질 만큼 내게는 너무 큰 충격을 준 소설이다.  한 번 읽으면 멈출 수 없고 한 번 읽고 나면 잊어버릴 수 없는 소설!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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