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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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 속의 관자엽의 안쪽에 위치하며 대뇌 겉질 밑에 존재하는 해마는 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뇌기능이 손상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올 수 있다. 르네 톨레다노의 아버지처럼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려다 자신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기억의 심연으로 빠져버린 사람도 있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평소 최면에 관심이 많은 동료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피험자로 뽑혀 <심층기억> 최면술을 받게 된다. 르네는 자신의 엄청난 전생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고 충격과 함께 최면에서 급하게 깨어나 도망치듯 공연장을 나와 혼자 있게 된다. 그러던 중 노숙자의 금품탈취 협박을 모면하려다 그만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강에 유기하고 도망친다. 이때부터 주인공 르네의 심리적 갈등과 전생에 대한 충격이 그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최면을 통해 자신의 심층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소설 속에서 <거짓 기억 이론>, < 의지와 무관하게> 등 마술과 최면 등에 쓰이는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오면서 꾸며낸 이야기와 진실 사이에 무경계성이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 또한 소설의 주요 바탕이 되어주고 르네의 역사 선생님이라는 직업적 배경을 통해 알게 되는 사실들은 더욱 그 경계성을 모호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역사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되는지 독자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사고와 인식의 틀을 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의성이 이 작품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 있다. 112번의 생과 전생의 기억들을 최면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고 전생의 나와 대화가 가능하며 현재의 삶에 전생의 기억들이 미치는 영향력, 전생의 또 한명의 나의 삶,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지나온 과거의 삶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와 사건들이 지루할 틈 없이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르네의 삶은 불교의 윤회輪廻 사상을 바탕으로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와 인종, 문화를 아우르는 전생의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부풀려 준다. 인간의 삶이 미리 정해진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운명론적 입장과 이와는 반대로 인간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는 인물들 간의 철학적 사고의 대립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화려한 액션 영화를 보는 듯 병원과 감옥 탈출기, 경찰에게 쫒기며 도망자 르네가 보여주던 긴박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도피 과정, 심쿵하게 만드는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 등 조만간 영화로 제작자에게 러브콜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기존 흥행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 시키는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감사의 말부분을 보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직접 마술과 최면을 경험해보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본 듯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자세하고 전문적인 지식들을 나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역사 교사의 도움을 받아 사실과 진실의 적확한 표현을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2권으로 이뤄졌지만 가독성이 아주 좋아 한 번 책을 손에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이야기들을 만나 볼 수 있고 주인공을 통해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는 사색의 시간을 갖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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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 172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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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화 이야기가 알고 보니 잔혹한 그림 동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반전을 그린 이야기가 여기 있다. 지금까지 걸리버 여행기를 단순히 주인공 걸리버가 여행을 하다 소인국에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 이면에는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과는 다른 의미의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글의 구성은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릴리펏(소인국)여행기2부 브롭딩낵(거인국)여행기는 어릴 적 동화책에서 봤던 내용과 흡사하여 익숙했다. 하지만 3부 라퓨타, 바니발비, 그럽덥드립, 럭낵, 일본여행기4부 휘넘국(마인국)여행기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걸리버 여행기의 진짜 이야기는 3, 4부에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동화적인 요소와 여행기라는 이야기의 흐름에만 집중하다 보면 진정으로 저자가 하고 싶었던 목소리는 듣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삶과 시대적 배경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18세가 영국의 대표적인 풍자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59세의 나이로 집필한 걸리버 여행기는 그의 못다 이룬 정치적 야망과 영국의 식민지 침탈로 고통을 겪고 있던 아일랜드의 참혹했던 현실에 괴로워하며 이에 신랄하게 비판하는 풍자 작품이다. 다양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아주 섬세하면서도 과감하게 표현되어지고 있다.


보수주의자, 전통주의자, 고전 학문 옹호자였던 스위프트의 기본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당대의 대표적인 시대사상인 계몽주의에 대한 반감이 짙게 깔려있고 합리주의 철학과 실험 및 이론과학 중심의 자연과학 지상주의도 신랄하게 비판되고 있다. 라퓨타 여행기에서 기이한 외모의 라퓨타인들을 희화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저자가 경멸했던 현대 학문 숭배자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순수성을 가지고 있던 걸리버의 첫 번째 여행기를 지나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걸리버의 성격과 심리 묘사는 글을 읽는데 아주 유심히 관찰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앤 여왕과 조지 1세가 다스리던 18세기 초반 영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릴리펏 여행기는 추악한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가 주를 이룬다.



나는 특히 현대 역사에 대하여 가장 혐오감을 많이 느꼈다.

지난 100여 년 간 가장 명망이 높았던 모든 왕실 사람들을 꼼꼼히 조사한 결과, 나는 이 세상이 비열한 역사 저술가 녀석들에 의해 얼마나 오도되어 왔는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저술가 녀석들은 전쟁에서의 가장 위대한 공을 겁쟁이들에게 돌리고, 현명한 충고는 바보들에게, 정직함은 아첨꾼들에게, 로마인다운 덕성은 나라를 배반한 자들에게, 경건한 신앙심은 무신론자들에게, 정조는 남색주의자들에게, 진실은 밀고자들에게 그 공을 돌리고 있었다.

-p351-

   


 

즉 국왕의 자리란 부패 없이는 절대로 유지될 수 없는 자리이며,

도덕성이 인간에게 불어넣어 주는 적극성, 자신감, 고집 같은 기질은

공적인 업무를 영원히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p353-

   


 

내가 오랫동안 살았었던 트리브니아라는 나라는

(그곳 백성들은 랑그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트니브니아(Tribnia)브리튼(Britain),

랑그덴(Langden)잉글랜드(England)'

철자 바꾸기 장난이다. -p336-


어떻게 이렇게 교묘하게 풍자를 잘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대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데 음악,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남겨진 정치적,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글들은 사실상 현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거대한 검은 손에 의해 삭제되고 수정되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외국이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인간이란 이토록 간사하고 욕심 많고 동물보다도 더 비이성적인 존재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너희 나라 사람들은 자연이 이 세상을 기어 다니게 허락해 준

벌레들 중에서 가장 악독한 해충이다.”

-p233-


그러나 모든 인간이 그렇지만은 않는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심어둔 채 저자가 바라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너무나 다채롭고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걸리버 여행기는 일상에서 쓰지 않던 뇌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활발히 움직이게 만들어 우리의 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소름끼치도록 현실감 있게 다룬 글의 구성에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지만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글의 구성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새로운 나라의 여행기로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흥미롭고 재미가 더해져서 끝까지 읽을 때 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다. 특히나 제 4부의 휘넘국 이야기는 가장 인상적이였고 재미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를 단순 동화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영화 식스센스 이후로 이렇게 큰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TV프로그램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되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과 무삭제 완역본에 초판본 일러스트까지 수록된 더 스토리의 걸리버 여행기는 날것 그대로의 야성미가 넘쳤다. 오리지널 표지 디자인도 멋있지만 표지를 벗겨 낸 책 표지 또한 원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참 좋았다. 초판 1쇄라 누구보다 먼저 만나 볼 수 있었다는 영광이 주어졌지만 오타가 많이 보여서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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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권으로 끝내기 심화 (1~3급)
황의방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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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급수 체제가
20205월 제47회 시험부터 개편 된다. 기존 고급·중급·초급 3종의 시험이 심화·기본 2종으로 개편된다. 1급 합격 점수는 기존 70점 이상에서 80점 이상으로 조정된다. 시험 난이도는 현행 초급보다 약간 어려운 수준으로 조절한다고 하니 기존에 준비했던 유형을 유지하며 앞으로의 시험을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려는 목적은 공무원 시험, 입시 등 각자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확산·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공부를 하려고 한다.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선발 시험이 아니라 인증 시험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나 수험서가 대부분 그렇듯 방대한 분량이 발목을 잡는다. 쉬엄쉬엄 역사 공부를 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이해하고 암기해야할 양이 너무 많아 중간에 포기하길 여러 번 이였다수험서를 선택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이번에 2020년 특별 기획판으로 나온 한권으로 끝내기 책은 그동안 봐왔던 교재 중에서도 구성이 뛰어나며 이론 정리를 아주 잘 해놓았다.


  


한능검을 정복하는 20유형 문제 풀이 스킬을 따로 수록하여 어떠한 유형의 문제들이 있고 어떻게 접근해서 풀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대단원별 단골 키워드&미리보기로 출제 경향 및 포인트를 공부하기 전에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다. 출제 비율을 그래프로 보여줘서 중요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방대한 공부량을 한 눈에 파악하기 좋게 정리해 놓았고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는 듯 중요한 핵심만 콕 집어 형광펜 표시와 필수 암기해야 할 내용은 따로 정리해 두어 가볍게 훑어보면서 대강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좋고 복습하기에도 좋다. 저자만의 쉽고 빠르게 암기할 수 있는 암기법을 따로 표시해놔서 암기에 자신 없는 사람도 금방 외울 수 있게 된다.


  


본문 학습이 끝나면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 문제와 최다 빈출 유형의 문제들을 풀어 볼 수 있다. 학습한 내용을 간단히 점검하기 좋고 꼬리 물기 문제로 같은 문제도 어떻게 다르게 출제 되는지도 파악하기 쉽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키워드가 문제 바로 위에 적혀있어 문제 푸는데 정답을 미리 보고 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렵고 헷갈리는 내용이 많아 수험생들이 문제를 접할 때 감을 못 잡고 있을 것을 대비해 키워드를 미리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문제가 술술 풀리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감이 올라가게 만드는 것 또한 저자의 큰 그림일 수 있겠다.


  


보통 빈출 문제를 다량 수록한 수험서들의 특징은 해설집을 따로 구매하거나 해설집의 설명이 자세하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답 및 해설집이 본문 학습 못지않게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으며 정답뿐만 아니라 오답 선지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있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 풀이 시 중요한 키워드 위주로 문제 파악해 내는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사료 속 키워드가 적혀 있다. 해설집만 들고 다니면서 공부를 해도 될 만큼 요약 정보들이 정리가 잘 되어있다. 본문을 다시 넘겨보면서 학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문제 풀이 후 오답 정리하는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시대고시기획이 제공하는 특별한 혜택들이 책속에 가득한데 그 첫 번째는 공부한 내용을 확인하고 실력 점검을 할 수 있는 최종 모의고사 1회분이 제공되어 있다. 실제 시험지와 똑같이 알록달록 컬러풀한 문제지다. 그리고 50테마로 정리된 미니북이 제공되는데 얇고 가벼워서 휴대하기 편해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하기 좋다. 요약본이라기보다 중요 테마에 맞춰 학습 포인트를 정리할 수 있는 미니북이다. 그리고 한국사의 흐름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게 시대별 연표가 표지와 같이 두툼한 종이에 한 장 분량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벽에 붙여 놓고 오다가다 읽어 보기만 해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이론 강의와 기출 해설 강의를 시대플러스에 접속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책과 함께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정말 한국사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것 같다. 핵심 이론 위주로 학습하면서 한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잡고 복습하면서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이 아주 잘 되어있고 한 단원 본문과 문제풀이 분량이 많지 않게 느껴져 분량의 압박과 암기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외출 시 단원 미리보기에 정리된 내용만 핸드폰에 찍어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책 표지만 보면 약간 신뢰성이 떨어질 것 같은 촌스러움이 느껴지지만 표지만 넘겼을 뿐인데 알록달록 찰진 구성과 알찬 정보들이 지금까지 봤던 한능검 수험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주위에 시험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추천 해주고 싶다. 우선 나부터 공부하는데 재미를 느끼고 지루하지 않아 책을 곁에 두고 계속 보게 된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한능검 수험서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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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애니북 1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애니북 1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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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니버스가 제작한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202035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에 방영되고 있다. 매 시리즈마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신비아파트의 장점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구성과 새로운 아이템과 캐릭터의 등장으로 참신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요소들이 가득하고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어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TV를 통해서 만나 보는 것 도 좋지만 책으로 읽어보는 신비아파트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아이들에게 한글 공부와 함께 이해력과 사고력을 길러 주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영상 매체에 너무 길들여져 버린 아이들에게 독서를 통한 사고력 키우기를 습관화하고 학습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게 해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어린이날 선물로 신비아파트 책 선물을 해준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이번 이야기는 금비의 시간요술로 1년 뒤 미래로 간 신비와 친구들이 귀신들한테 점령당해 사람들이 모두 돌로 변해버린 세상을 보게 되는데 현재로 돌아온 후 리온이한테 종말의 예언과 오피키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스토리가 시작된다.

오피키언: 세계 멸망을 집행하는 존재로 이름만 알려져 있다.

강한 암흑 에너지를 뿜어내서, 귀신들의 힘을 강해지게 만드는 존재.


<예언의 석판에 적힌 예언>

황금의 하늘이 도래하면 영원한 잠에 빠질지어다.

짐승의 울음소리가 세상을 멸하리라.

붉은 독의 물줄기에 세상이 잠기리라.

지하의 군대가 광기로 인도하리라.

얼음의 사신이 깨어나고, 끝나지 않을 겨울이 오리라.   




 

 

1화 예언의 시작, 검은 사신의 모래바람



첫 번째 예언귀 샌드맨은 까마귀를 몰고 다니는데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한테 까마귀들 보내고 모래를 뿌려 잠재운 뒤, 아이들의 영혼을 모래시계에 가두어 영원히 잠들게 한다. 평소에 잠을 늦게 자는 습관이 있는 아이들에게 샌드맨의 존재를 인식시켜 일찍 자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샌드맨과의 대결에서 강림이의 퇴마 봉인 활검을 악귀 샌드맨이 부러뜨려 버리고 구하리의 우사첩 소환으로 가까스로 위험을 모면한다. 신비의 능력으로 악귀들의 힘을 모아 에너지볼로 만들어 악귀들을 소환할 수 있는 고스트볼이 추가되었다.


2화 골목을 떠도는 울음소리, 고양이 귀신의 습격

두 번째 예언귀로 고양이를 다루는 반은 인간, 반은 고양이 형태의 귀신 구묘귀가 등장한다.

재율이의 할머니가 기르고 있던 길고양이들에 의해 재율이가 얼굴에 상처를 입자 이에 화가 많이 난 재율이 아버지는 길고양이들을 내쫒기 전까지 다신 오지 않겠다고 얼음장을 놓고 어머니와의 왕래를 끊는다. 재율이의 할머니는 재율이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결국 고독사하고 만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양이들을 물건 다루듯 함부로 대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벌주기 위해 구묘귀는 고양이들을 폭주하게 만든다. 고양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쥐로 만들어 버리는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남매가 사용한 고스트볼 더블X! 전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고스트 볼로 귀신들을 합체해서 소환할 수 있게 되었고, 악귀들도 소환할 수 있게 돼서 더욱 강해졌다. 백의귀와 바알제붑이 합체된 모습의 귀신으로 백의제붑을 소환하여 구묘귀를 물리친다. 노인들의 고독사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얼마 남지 않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함을 느끼도록 하고 작은 생명들에게도 소중함을 느끼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말해주면 좋을 것 같다.

 

 

3화 공포의 검은 갈퀴, 하수구에 갇힌 아이들

하수구 지하에 사는 트롤 형태의 귀신 악창귀가 등장한다.

이유빈은 5살 때 시장에서 부모님을 잃게 되고, 자신의 팔찌가 반드시 부모님을 찾게 해주리라 믿으며 살아갔다. 그런데 20년 후, 비를 피하려고 하수구 속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배고파서 죽고 만다. 가족의 온기를 그리워해서 하수구 근처에 있어나 들어간 사람을 잡아가고 입김을 뿜어 자신과 같은 트롤로 만들어 버리는데. 하수구라는 어둡고 으스스한 공간에서 악창귀의 존재는 더욱 섬뜩하고 무섭게 그려진다. 구하리의 동생 구두리까지 악창귀에게 습격당해 아이들을 구하러 간 친구들은 강력한 악창귀에 맞서 싸웠으나 역부족이다. 그러던 순간 강림이가 나타나 샌드맨이 부러뜨린 퇴마 봉인 활검을 고쳐서 빛의 활 기능이 추가 된 아이템으로 악귀를 물리친다. 강림의 등장은 언제나 설레게 만든다.

다음 예언으로 등장하는 악귀들은 어떤 강력한 힘을 가지고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고스트볼의 성능 또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서 어떤 합체 귀신들을 소환해 낼지 기대가 된다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1권 출간 기념 이벤트도 하고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자.

책 속 엽서를 꼼꼼히 적어 보내면 추첨을 통해 빵빵한 선물을 준다고 한다.

신비아파트3 고스트볼 더블X 고스트 컬렉션 피큐어는 정말 갖고 싶어진다.

이벤트 기간은 2020520일까지니 그 전에 엽서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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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이방인 - 194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최헵시바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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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4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으로 만나 본 <이방인>. 강렬하면서 감각적인 디자인의 표지가 인상적이다. 동굴의 종유석을 연상시키는 배경은 상하좌우 구분이 모호하여 세계를 보여주는 듯 하고 태양을 상징하는 그로테스크한 터치감은 현대 미술이라고 해도 믿을 것처럼 세련됐다. 고전문학 중에서도 영원한 신화의 반열에 오른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전 세계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페스트>와 함께 죽기 전에 꼭 읽어 봐야 할 추천 도서로 손꼽힌다. 유명한 작품이고 재미있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고전이란 벽을 쉽사리 넘지 못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하고 있던 책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알베르 카뮈를 너무 늦게 만난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페스트균의 감염에 의하여 일어나는 급성 감염병을 다룬 <페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의 작품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알베르 카뮈의 작품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알베르 카뮈는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신은 실존주의자가 아니라고 부정하였지만 그의 작품들은 그의 말과 다르게 실존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실존주의(existentialism)20세기 전반에 합리주의와 실증주의 사상에 대한 반동으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 사상으로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실존이지 이성이라든가 인간성과 같은 보편적 본질이 아니고 존재가 본질에 선행한다는 것을 말한다. 아직까지도 실존주의에 대한 개념이 확실치 않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략적인 의미로 실존이란 말의 어원을 따져보면 ex-sistere (밖으로 나온다.)라는 의미로 관념론적 본질 규정 혹은 합리주의 체계의 밖으로 나와 구체적, 개별적인 존재로 머무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바깥에 초월하는 존재를 뜻하기도 한다. ‘異邦人이란 제목에 이 모든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지칭하는 이방인은 지역과 거리를 초월한 인간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존재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 인물이 바로 작품 속 주인공인 뫼르소. 알베르 카뮈의 정신과 삶, 세상에 대한 이해는 이 인물을 통해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150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소설이지만 마지막장을 넘기는 데는 아주 오래 걸렸다. 읽고 나서 다시 앞장을 넘겨보게 되고 再讀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카뮈가 쳐놓은 덫에 어리석은 인간이 순순히 걸려들어 버린 것이다. 그건 마치 광활한 우주를 본 듯 심오하고 끝이 없는 미지의 세계를 본 듯 신선한 충격 이였다. 처음 읽을 땐 모르다가 나중에서야 하나씩 알게 되는 상징들과 의미들은 마치 경찰이 범죄의 흔적들을 추적하며 사건의 진상을 하나씩 파악해 내고 결국은 범인을 검거하는 것처럼 짜릿한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짧지만 쉽게 읽히지도 읽어서도 안 되는 책이며 오래도록 남아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다의적인 이해가 가능하기에 독서토론 도서로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 사람마다 삶의 과정이 다르기에 인식 세계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고 그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하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살아있는 동안에는 우리는 끊임없이 삶을 공부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물음을 던질 것이다. 복잡하고도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生死의 카오스에서 알베르 카뮈는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세상은 원래 부조리 한 것이라고. 부조리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그가 말하는 세상에 대한 인식세계는 심오하기만 하다. 세계 내에 던져진 실존에 부재하는 존재이유와 부재의 존재이유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불굴의 이성, <이방인>은 인간의 실존에 관한 그의 철학적인 생각과 인생이 엑기스처럼 진하게 담긴 책이고 인간의 삶과 죽음, 존재와 본질에 관한 문학적 우수성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훌륭한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 책들이 있지 않은가. 20대 취업 준비 시절에 읽었더라면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너무 늦게 만난 것을 아쉬워하게 되는. 그러나 <이방인>은 언제 어느 때고 읽어도 좋을 책일 것 같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문장이다. 소설 첫 문장으로 주인공 뫼르소가 양로원으로부터 모친 사망소식을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무덤덤하고 남 일처럼 말하는 뫼르소의 이 첫 마디는 아주 인상적이다. 왜 죽음인가? 시작부터 부조리의 감수성이 태동한다. 글의 구성은 1,2부로 나뉘어져 있고 1부에서는 모친의 장례를 치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 우연찮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법정에서 재판 과정을 보여주며 선고를 받기 까기 주인공 뫼르소의 독백수기로 심리묘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소설이 아주 짧은데도 불구하고 글을 2부로 나뉘어 놓은 것은 주인공의 인생의 전환점이자 다른 세계 혹은 실존과 본질의 대립을 작가가 더욱 극명히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방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태양이다.

아침 태양,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의 태양, 살인을 저지르게 만든 태양.

태양이 주는 상징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글의 흐름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또 하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어머니의 죽음, 페레 노인의 얼굴 주름이 주는 나이 듦이 연상케 하는 죽음. 아랍인의 죽음, 그리고 주인공 뫼르소의 죽음. 알베르 카뮈는 죽음을 통해 실존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에 의해 끊임없이 관리당하고 있다. 젊은 사람은 앞으로 살날이 많아 그들의 시간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노인들은 죽을 날이 가까워져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근원적인 시간성이나 존재 구조가 죽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무경계성을 인정하고 인간의 삶의 부조리를 깨닫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나와는 영원히 관계가 없어진 한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는 소리였다. 아주 오랜만에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생명이 사그라져 가는 그때에 약혼자를 둔 것인지 왜 다시 시작하는 놀이를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곳, 생명이 꺼져가는 양로원 근처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 시간 같았다.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엄마는 거기서 해방감을 느꼈고 처음부터 다시 살 준비가 되었던 게 틀림없다.“- p156-

     

죽음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토마 페레 노인과 약혼자라고까지 불리며 만남을 가져온 것은 죽음을 기준으로 삶을 살아간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이해하고 인정하여 남아있는 삶에 대한 도리를 다했기 때문에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어머니는 스페인계 여자로 문맹인, 청각 장애인 이였다고 한다. 작가는 어머니의 삶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작품 속에서 뫼르소 어머니 또한 아들의 삶에서 이방인처럼 느껴지지만 이면에는 그의 삶 전체라고 할 수도 있다. 문득 어머니 생각을 하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깨닫기도 하고 뫼르소 인생에서의 라는 인식의 부재는 어린 아이였던 그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주게 된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그의 인생도 무가치했을 것이다. 죽음을 통해 죽음을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慧眼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주위에 있는 벌판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닿을 듯 줄지어 선 삼나무들과 불고 푸른 대지,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을 보니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이 고장에서 보내는 저녁은 쓸쓸한 휴식 시간과 같았을 것이다."- P25-


1. 평범한 회사원 뫼르소는 양로원으로부터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내려가게 된다. 가는 내내 버스에서 꾸벅거리고 졸고 장례 중에도 깜박 졸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하는 기색 전혀 없이 관리인이 주는 밀크커피도 맛있게 마시고 어머니의 나이를 묻는 질문에도 정확히 대답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장례를 치르며 뜨겁게 내리 쬐는 햇볕, 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엄마와 절친 이였던 토마 페레노인은 장지까지 따라가면서 아들과는 대조되게 애도의 슬픔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뫼르소는 장례 행렬 내내 햇빛으로부터 고통 받고 피로함만 느끼며 그저 장례를 빨리 끝내고 자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뫼르소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가움이 서려있다. 슬픔에 대한 그들만의 방식과는 다르게 뫼르소는 그 어떤 슬픔도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순간의 본질에만 충실할 뿐이다. 한 결 같이 무심하고 덤덤한 태도를 일관하는 그의 태도에서 타인의 슬픔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해가 갓 떠올라 있었다. 바다와 마랭고 사이를 막고 서 있는 언덕들 위로 하늘빛이 불그스름했다. 언덕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소금기가 실려 있었다. 아름다운 하루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전원에 나가 본 일이 없었다. 엄마 일만 아니었으면 산책하기에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21-


2.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푹 자고 일어난 다음날 마리 카르도나와 해수욕을 즐기고 일반적으로 데이트라 불리는 시간들을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를 불편하게 하는 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잔상이 아닌 단지 월요일에 출근해서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다.


일요일은 다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해야 하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P35-

     

3. 일상처럼 회사에서 일하고 평소처럼 셀레스트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같은 층 살라마노 영감과 개의 애증관계에 대한 이야기, 동네사람들이 싫어하는 레몽 생테스와 만나 레몽의 정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재미와 흥미를 느낀다.


4. 에마뉘엘과 영화도 보고 마리와 수영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수영 도중 욕정에 사로잡혀 마리와 몸을 섞기도 하는데 자기를 사랑하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그런 건 별 의미 없지만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사랑없는 욕정 풀이의 대상이라는 말인가. 아무리 사랑하지 않더라도 듣기 좋은 말로라도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 같은데 뫼르소는 거짓말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을 말할 뿐이다.

레몽이 여자를 구타한 일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는데 이를 지켜본 뫼르소는 레몽이 자신의 증인이 되어주라는 부탁에 자신은 아무래도 괜찮다며 거부하지 않고 그러겠다고 답한다. 산책 다녀온 살라마노 영감의 옆에 개가 없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개가 도망가 버렸다며 화를 내다 이내 슬퍼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뫼르소는 인생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는 인생의 티끌처럼 존재감이 없고 주위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기만 한다. 순순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부탁을 하면 거절할 줄도 모르고 받아주며 착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것이 진정 남을 위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 아닌 그저 줏대가 없어서 그런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아닌 개가 없어져도 걱정되고 불안하고 슬픔에 젖는 것이 일반적인데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도 감정 변화를 느끼지 않아 더욱 이상하게 여겨진다. 그의 성장 배경에 우리가 모르는 성격 발달 장애를 유발할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는 왜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지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싸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작가의 의도대로 뫼르소가 이 사회의 이방인이라고 전적으로 믿게 만들어 버린다.


영감은 자기 방문을 닫았고, 이윽고 방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영감의 침대가 삐걱거렸다. 벽 너머로 조그맣고 괴상한 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생각이 났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고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아 저녁도 굶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P55-


5. 사장의 파리 파견 제의에도 생활의 변화를 원치 않아 거절하고 마리의 사랑에 대한 재확인 질문에도 어이없는 답변을 내 놓는다.


나는 사람이란 대개 생활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어떤 생활이든 비슷비슷하며, 또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에 그렇게 불만이 있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p57-


시지프스처럼 끊임없이 자기 인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삶의 의욕도 행복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뫼르소.


저녁에 마리가 와서 자기와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궁금해 했다. 나는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p58-


6. 일요일에 레몽의 지인 별장에 초대되어 마리와 함께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정부의 오빠라는 아랍인의 출연으로 해변에서 난투극을 벌이다 칼부림에 레몽이 다치게 된다. 갑작스러운 일에 휘말려 급 피곤함이 몰려와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해변을 걷던 뫼르소는 태양의 뜨거운 열기로 현기증을 느끼고 있을 때 아랍인과 다시 마주치게 되는데 그저 바위 그늘아래서 쉬고 싶은 욕망에 이끌렸던 뫼르소와는 다르게 아랍인은 적의를 느끼고 칼을 뽑아 들자 칼날에 반사된 태양이 뫼르소의 눈을 찌른다. 뫼르소는 그렇게 태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뜨거운 햇볕 때문에 뺨이 타오르는 듯했고, 땀방울은 눈썹 위에 고여 가고 있었다. 엄마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같은 태양이었다. 그때와 똑같이 이마가 아팠다. 머리의 모든 혈관이 한꺼번에 피부 아래서 쿵쿵댔다. 그 햇볕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그게 어리석은 짓이고, 한 걸음 몸을 옮긴다고 해도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p78-


낯선 곳에서 겪게 되는 일들은 뫼르소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들이다. 뫼르소의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사랑, 질투의 감정들이 레몽이라는 인물에 의해 연루되었던 것이다. 뫼르소가 행복하게 생각했던 바닷가라는 공간이 이 사건으로 인해 다른 공간으로 재구성 되는 것이다. 세상의 일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 싶었던 뫼르소는 의도치 않게 자신이 살아 온 삶이 아닌 전혀 다른 세계를 맞이하게 된다.


2부에서는 뫼르소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그를 도와주려는 많은 이들의 손길도 뿌리치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다.

죄는 인정하지만 자기변호에는 무의미함을 느끼며 최소한의 변명도 하지 않는다.

솔직함, 진실됨, 간결함을 추구하던 뫼르소는 사람들의 분노를 사기만 한다.

뫼르소는 타인에게 무심한 삶을 살았을 뿐이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집단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움 받고 살인죄보다 더 큰 죄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했다. 그를 결국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

재판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부조리 한 것인가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작가는 이 부조리함에 대해 허무주의가 아닌 부조리와의 화합을 도모하는 세계를 만들어 낸다. 삶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억울하고 분하고 공평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하지만 어떻게 부조리에 맞서 살아갈지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인간이나 세계가 그 자체로서 부조리한 것이 아니라 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 즉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부조리는 인간의 숙명인 것이다.


소설의 배경으로는 프랑스가 독일군의 점령하고 있던 시기에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황폐해 졌을 때 글이 쓰여 졌다. 현실 모순이 만들어낸 실존주의의 대중화는 부조리 문학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냈는데 제2차 세계대전 후 기존의 전통문화와 문학의 본질적 신념과 가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극과 소설로 실존주의에 근거를 둔 문학 유형이 탄생한 것이다.

알베르 카뮈가 부조리와 실존주의 대표 작가라는 사실은 시대를 거듭 할수록 확실해 질 것 같다. 마치 시를 쓰듯 그의 글은 함축적인 의미와 복선들이 가득하여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느끼게 만든다. 내가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와 맞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인생에 대해 다시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육체적 욕망이 감정보다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p86-


나는 개입하지도 않았건만 모든 일은 진행되었다. 내 운명은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가끔씩 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단시키고 싶었다.”-p127-


사람이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늘 부풀려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상은 모든 것이 매우 간단하다는 사실을 나는 시인해야 했다.” -p143-


"엄마는 늘 사람이란 아주 불행하리라는 법은 없노라고 말했다.“-p144-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서른 살에 죽는 것이나 예순 살에 죽는 것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어떤 경우든 당연히 그 후에는 다른 남자와 다른 여자들이 살아갈 것이고 그런 일은 수천 년 동안 계속될 것이다. 아무튼 가장 분명한 것은 지금이 됐건 이십 년 후가 됐건 언제든 죽게 될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p145-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나는 그 이유를 잘 안다. 당신 역시 그 까닭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 부조리한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항상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내 미래 저 밑바닥에서부터 불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아직 닥치지도 않은 세월을 거슬러서 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날 것도 없는 이 세월 속에서, 내게 주어진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쓸고 지나가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이나 어머니의 사랑 같은 것들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당신의 하나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과 운명,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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