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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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의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고민하는 힘 』에 이어  『마음의 힘 』이라는 책이 나왔다.

강상중님을 알게 된 것이 친구로 부터 추천 받았던 책『고민하는 힘 』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불확실한 시대에서 어느것에도 의지할 수도 없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고민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철학인지 일깨워주는 내용이 였는데, 고민하는 힘을 통해 우리는 나와 더불어 타인의 생각과 마음, 의지들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다. 개인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영역까지 확장되어진 의미로 크고 넓게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일본의 과거와 현실을 반영하여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꼭 그것이 한 나라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깊은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져만 가던 작가는 문득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 』을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때는 열일곱 살 즈음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주인공의 모습에서 삐뚤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의 강렬한 기억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마음의 힘이 되어준 것이다.

아들은 다시는 만질수도 볼수도 없는 존재이지만 아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야 말로 현재의 삶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단 아들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뿐만이 아니라 나라의 위기와 재난으로 더해진 사회적 슬픔이 더욱 크게 작용한것 같다. 재일 한국인이 겪어야만 했던 차별과 인식으로 인해 작가는 어느 누구보다 더 불확실한 자기 존재성을 의심하고 혼란스러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처지에 맞게 살아나가려는 노력을 부단히 내야했고 그리하여 고민하고 마음의 힘을 기르는데 힘쓰지 않았을까. 


작가의 청춘기에 겼었던 고민이 메이지 시대 때 나쓰메 소세키가 품고 있던 고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책과 글에서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이 안 나온적이 없을 정도로 강상중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소설을 꼭 읽어 봐야 한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생겨 그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는데 사회적인 배경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작가 강상중의 입장에서 보는 그는 삶의 스승이자 어쩌면 삶을 포기했을 순간에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북돋아 새로운 삶을 살게끔 만들어준 은인이기도 하다. 강상중의 글을 읽기 전에 꼭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 봐야 한다. 『마음 』이란 소설을 읽어 보지 못해 완전한 이해를 추구할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깝지만 책에서 부분적으로 나와 있는 글과 함께 대강의 줄거리와 주인공들을 소개해 주고 있어서 대강의 흐름을 파악하고 보는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위한다면 먼저 읽어 봐야 할 것 같고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나중에라도 찾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이야기인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을 통해 '마음의 힘'에 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 』과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구상되고 쓰인 작품으로 평범한 젊은 청년의 모습을 통해 그 인연을 더해 간다.

소세키는 변해 가는 사회의 흐름으로부터 방치된 사람들의 마음을 글로 담아 내려 했고, 토마스 만 역시 문명과 인간의 마음을 통찰하는 이야기를 썼다. 두 작가가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시대와 마음의 관계'인 것이다.


두 소설은 껍데기만 남은 교육기관이 실질을 잃어 스승이 없고, 안으로는 가부장제적인 것이 무너지기 시작하여 스승이 없는 상황, 이른바 '스승 없는 시대'의 ''선생 찾기'이야기기도 하다. 소세키의 소설에 자주 나타나는 키워드 중 '고등유민'이라는 말이 있다. 『그 후 』라는 소설에서 인상깊었던 주인공의 삶이 떠오른다. 순수한 지성을 돈을 벌기 위한 생계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주인공은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거부한 상태로 부모에게 손을 벌리면 살아간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한심한 인간의 한 부류라 생각했지만 이것은 작가가 이룰 수 없었던 꿈이기도 했던 것이다.

평범한 교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소설속에 나온 선생에게는 있는 것이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진정으로 가르침을 받고 본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보다 미래만을 중요시 여기는 현대인들의 인식을 돌려 과거를 보는 눈을 키워 '마음의 힘'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마음'이라는 것이 또 다른 나를 말해주는 것이고 자기 이해와 정체성을 아는데 중요한 요점(要點)이다.

옛날에는 세상살기가 힘들어도 종교, 전통, 관습, 규범이 사람들 마음을 다잡아 주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관계들이 소홀해지면서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마음의 실질을 키우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게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고 가야한다.

마음은 인생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 정의 내려진 것이 아니다.

세계화로 인해 풍요롭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러 더 획일화된 가치관의 확립으로 우리는 폭 넓은대안적 사고를 가지지 못하고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급급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상상력과 유연성을 키워나가므로써 사고의 전환을 해야할 때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과정의 하나인 것이다.

마음의 힘을 키워나가는 방법은 스스로 고민하고 배워나가야만 한다.

작가 강상중처럼 소설속의 주인공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친구, 가족, 동료, 사람이 아닌 어떠한 것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삶의 의미를 더욱 단단히 하여 희망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지구 전체가 빈틈없이 하나로 이어져 어디를 가든 전쟁터일 뿐입니다. 이렇다 할 토론도, 예행 연습도, 사고 실험도 허용 되지 않은 채, 갑작스레 '월드 와이드 배틀'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들에게 상상치도 못할 강렬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닐까요? (p.124)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 하나하나의 목숨을 소중히 하고 혹은 '이웃'의 문제로서 생각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역사를 모두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태도가 널리 퍼질 때 비로소 지금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마음의 병이나, 마음의 고립, 그리고 고독사 같은 현실 역시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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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5-05-1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픔을 당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