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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미술관 - 그들은 명화를 통해 무엇을 보는가
최병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경제와 명화를 엮은 이야기들로 만든 책이 눈에 많이 보인다.
그 중 이번에 읽은 책은 [경제학자의 미술관]
올 해 명화에 대해 공부하며 가르치는 일을 했던 지라 그 어느 때보다 명화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던 해이다.
이 책은 주제가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명화의 이야기이기에 경제학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로왔다.
미술사를 공부하다 보면 왜 미술이 경제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명화를 그린 화가들은 꽤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작가 활동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고,
그들은 지원과 스폰서가 절실했다.
결국 돈에 의해 그림의 화풍이 변화되고
돈에 의해 전업화가가 되기도 하고
돈에 의해 작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경제학적으로 본다고 그림의 가치만 화폐로 환산하는 것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 그림이 그려진 사회경제학적 측면과 역사까지도 다뤄야하기 때문에 여러 지식의 나열도 필요하다.
자화상이 많은 화가는 자신을 그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서일까?
아니다. 모델을 살 돈이 없어서 결국 자신을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린 것이다.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반 고흐,
그의 자화상은 그래서 우울해보이는 느낌이 많다.
반면 자화상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화가도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한 점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살아 생전 명성을 얻어 모델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도 하나의 자본이다는 것은 명화를 통해서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초상화를 의뢰한 많은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것에 돈을 쓰지 않았다.
좀 더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을 원했고 화가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닌 가공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램브란트는 화가로서 명성을 얻고 나서도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화상을 계속 그렸다.
평범한 그의 자화상을 바라보면 소박한 화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꾸미지 않으면서 누구의 요구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과 표현력으로만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저울을 들고 있는 여인]은 물질적인 부의 무게와 정신적 가치의 풍요로움을 상징적으로 대비시켜
보여주는 듯하다. 풍속화를 많이 그린 화가답게 그림마다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불꽃같은 삶을 산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이 작품은 강렬하고 사랑스럽고 인생의 쓴 맛처럼 혹독합니다. 지금껏 그처럼 고뇌의 시를 화폭에 담은 놀라운 화가는
보지 못했습니다.(p177)"
인생이 역사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것만 같은 그녀의 인생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가 제작한 LOVE는 붉은색과 파란색의 대조를 이루며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문학적인 상징성을 내포한 그의 작품을 보며 단어가 의미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본능을 떠올리게 한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런던의 한 식당의 사진 속 풍경은 간판이 주는 의미를 알 수 있다.
EAT.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같은 상업적 메시지가 강렬하다.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은 경제학에서뿐만 아니라 미술에서도 그것이 주는 의미가 상당했다.
"특히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마르셀 뒤샹의 개념 미술을 재현한 것이고 나아가서 '예술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라는 개념미술의 철학을 구현한 것이다."
그림을 경제학으로 풀어보며 다시 그 의미를 되새기니 보는 눈이 더 넓어진 듯 하다.
올 해가 가기 전 명화의 세계에 더 빠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