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움직이게 하라 - 살아있는 조직을 만드는 시스템의 힘
김종삼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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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왜 지키지 못했을까? 그것은 시스템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제도 대부분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선거로 뽑힌 그들이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과연 공정한 제도를 만들겠는가. 그들이야 말로 케이크를 마음대로 자르는 사람들이다.” P159

 

 

 

[스스로 움직이게 하라]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확 땅기는 구절이었다. 대체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이것이 합리적일까 생각은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무엇보다 위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이 내 놓는 방안들은 얼마나 고민하면서 내 놓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비합리적인 것들은 내 주변에도 많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회사 건물은 지하 2층부터 6층까지는 주차장이고 지하 1층은 직원 식당이 있다. 지상으로는 19층이며 계열사와 본사 직원까지 모든 층을 사용하고 있다. 외부 인력이 들어와 있지 않다. 그래서 지하 식당을 이용할 때면 전쟁이 난다. 그것 때문에 지하 직원 식당을 이용하는 시간대를 변경했다. 30분 간격으로 점심시간을 나눠 놓으니 복잡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지만 여전히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매번 사원 카드로 식권 가판대에서 찍어서 먹었다. 사원 카드를 찍으면 월급에서 찍은 숫자만큼 차감되는 형태였다. 그런데 월급에서 식대 값이 빠져 나가고 나니, 월급을 받고 나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식권카드 찍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말이다. 그래서 식권을 한꺼번에 구매하기로 했다. 미리 구매를 하면, 식권 카드를 찍는 시간을 벌이지 않아서 식사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되니 식사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총무과 과장인지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과장이 미리 식권을 구매한 식권 표를 가지고 배식 줄에 서니 우리부서 사람들에게 다가와 식권 구입 줄에 서라는 것이다. 우리는 미리 구입하면 배식 줄에 서서 먹어도 된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하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줄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미리 식권을 구매하지 않고 식권 가판대를 들러 배식 줄에 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리 식권을 구매하지 않고 한 번에 줄을 서서 식권표 줄에서 배식 줄로 갈아타라는 것이다. 그것이 싫어 식권을 구매한 사람들을 무시한 행사였다.

 

 

이런 저런 실랑이를 하다가가 결국 미리 식권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배식 줄이 아닌, 식권 구매 줄에 서서 배식 줄로 이동했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누구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미리 내려와 식권을 구입을 하냔 말이다. 식권 줄에서 서서 배식 줄로 가는 동안의 잠깐의 시간을 벌어 보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나는 이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른 부서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방법으로 밥을 먹고 있다. 하지만 총무과 과장이라는 사람의 억압으로 결국 며칠 동안 우리는 식권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식권 줄에 서서 구매도 하지 않는 식권 줄에서 배식 줄로 옮겨 가느라 식사 시간이 15분 정도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황금 같은 점심시간을 이렇게 소비하고 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날 총무과 과장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네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여 시간을 버리고 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줄을 15분서는 동안 뒷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규칙이나 제도는 잘 만든다. 그게 가장 쉽기 때문이다. 돈이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민이 순박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보다 장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P182

 

 

며칠 전에 보았던 영화 [변호인]을 통해 가장 절망스러웠던 것은 시간만 흘렀지 아직도 부조리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위가 불륜을 저지른 것 같아 오해를 해서 공기총으로 살인을 청부했던 어느 사모님은 결국 여론과 고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병원에서 감옥으로 수감되었으며 아내의 호화 수감생활을 도왔던 남편도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연말 기획 특집극의 제목은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였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아주 간단하게 내 주변 정리부터 바꾸는 시스템으로 삶을 즐겁게 살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소박한 뒷부분의 얘기는 애교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겠다. 사실 뒷부분의 얘기는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제목처럼,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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