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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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나와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당신에게, 이런 식의 소개는 몹시 당황스럽겠지요?” P7

 

 

 

 

이현의 연애를 시작하는 제일 첫 문장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이런 프롤로그가 필요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현이라는 남자가 이진이라는 여자를 만나서 연애는 하지 않고 곧장 결혼을 하게 되지만, 그 결혼이 사실 이현이라는 사람의 연애의 시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심윤경의 첫 작품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 읽고, 그녀의 두 번째 [달의 제단]에 빠져서 그녀의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읽어나가고 있다. 읽을수록 심윤경이라는 작가에 빠지고 만다. 그녀의 문장들은 참신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외모처럼 순하고 때로는 단단하다. 간혹 글을 읽다가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가 있는데 심윤경의 글들이 그렇다. 그녀의 내면세계가 궁금해지고 그녀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들었던 드라마 특강 중에 [현정아, 사랑해]를 쓴 정유경 작가에 대한 드라마 담당 피디의 말이 생각이 난다.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심성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착하고 깨끗한지에 따라 드라마의 인물들도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물들이 그렇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심윤경의 소설을 읽으면 그녀의 착한 심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녀가 정말로 이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분명, 사람에 대한 배려와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만나보고도 싶어진다.

 

 

이진은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녀가 이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충분한 배려가 있다. 물론 영혼을 기록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떠나고 싶은 그녀가 택한 결혼이었지만 이진은 이현을 배려하고, 이현 또한 그녀를 충분히 삶을 만족시키려 애쓴다. 처음 이현의 이혼 경력이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이 남자, 뭘까 생각도 들지만 이상하게 심윤경이 그려내는 남자들은 착하다. 어쩌면 작가가 이런 남자들을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영혼을 기록하는 일 말고는 전혀 다른 일에는 일절 관심 없는 이진을 이해하는 것에서 가슴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혼을 기록하는 일이 인생 전체이고, 그 외의 다른 활동들 심지어 밥 먹는 일들도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는 그녀의 일상을 이해하며 넘겨주는 남자가 어디 흔할까. 하지만 이현은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이해하고 받아준다. 이때의 배려는 이현이 이진을 진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인간적인 배려였을지 모르겠다.

사랑은 늘 질투를 동반하고 오해를 낳는다. 그리고 그 오해 때문에 결국 가슴속에 그늘을 만들어 내고 사랑이 변해 버리는 것이다.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에는 너무도 무능했던 그녀를 사랑하게 된 시점부터 이현의 연애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아야 했던 신화속의 인물들처럼 절대로 읽지 말아야 했던 이진의 영혼 기록장으로 결국 이현은 자신이 사랑하기 시작했던 이진을 잃고 말았다. 농밀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진은 이현과 함께 계속 살아가고 있었을까. 나는 그들의 슬픈 엔딩이 결국 사랑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윤경의 세 번째 작품을 읽고 나니, 그녀의 책들이 모두 집에 있다는 생각이 가슴이 쿵쾅거린다. 아, 이렇게 좋은 작가의 읽을 소설이 아직도 몇 권 더 있다니. 행복하기 까지 하다. 문득 이현과 같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행복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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