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 (특별부록 : '카미노 여행 준비 끝' 포켓 가이드) -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신화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산티아고에 가고 싶은 열망과 동경으로 산티아고 여행기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읽으면서 그 갈망과 원함은 극에 달해있었다. 어떻게 하면 아무렇게나 여행 가방을 쌓아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에 갈 수 있을까. 오늘 당장이라고 사표를 멋지게 이메일로 날리고 지금의 이곳에 미련이 없다는 듯 쿨하게 떠날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지금의 이곳, 내가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곳에 대한 묵직한 어떤 책임감이라는 것의 책 한권을 들고 있기 때문에 떠 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어보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두 다 짊어지고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며 떠나던데 난 왜 이러고 바보같이 있을까. 더 고민이 많이 생겼던 여행기들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것은 그들의 삶에 녹아있는 개인적인 고민과 방황이 간혹 나와 맞지 않는 소통을 원하는 것에서 내가 찾는 책이 아니구나 싶었던 산티아고 여행기들의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내게 도착했었던 <On the camino>는 여타 여행기들과 차별을 좀 둘 수 있겠다. 정말로 책에서 말한 리얼 빈티지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산티아고 여행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정보와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듯, 타인의 아픈 경험을 통해 나에게 닥칠 오류를 막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부분들도 참 많았다.

 

모든 책들이 하루 얼마큼 걷고, 무얼 먹고, 잠은 어디서 자야 할지 걱정하는 것들처럼 <On the camino>에서도 하루의 일상은 다르지 않다.

지도에서 오늘은 얼마큼 걸어서 어느 알베르게에서 잠을 잘지 정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싸고 맛있는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계획하고 오류를 범하고 그것을 통해 독자들은 앞으로 계획하게 될지 모를 여행에 미연의 방지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녀가 큰맘 먹고 샀던 비싼 고어텍스 재킷을 잃어 버렸을 때는 나 또한 얼마나 아깝고 속상하던지. 다음 알베르게에 꼭 그 옷을 주은 사람이 가져다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건만 끝내 그녀는 비싼 고어텍스 재킷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이때 체크해 놓는 것이다. 절대 가방에 비싼 고어텍스 재킷은 걸치며 걷지 않기!

 

재작년 태국으로 여행을 가면서 핸드폰을 로밍을 해 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다가 하지 않고 떠났었는데 같이 떠난 동생은 로밍을 해 가지고 갔다가 태국의 식당에 핸드폰을 놓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다가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찾지 못했는데 그것 때문에 동생도 많은 금액의 핸드폰 요금이 나와서 속상해 했는데, 작가도 로밍해간 핸드폰을 분실해서 200만원이나 되는 핸드폰 금액이 나온걸 보고는 다시 한 번 로밍을 해가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고 혹여 가지고 간다 한들 절대로 한시도 놓치지 않고 핸드폰을 사수해야 할것! 이라는 다짐이 생겨버렸다.

 

여행기인데도 어찌나 반전의 반전을 가져오던지, 이 작가 또 무든 실수를 했을까 하는 걱정에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으면서 그 다음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각 구간마다 이동 경로가 적어있고, 주변에 있는 알베르게, 맛이 괜찮은 식당들의 전화번호와 작가가 경험했던 식당의 분위기 등등이 자세히 적혀 있어서 당장 이 책 한권이라면 꽉 여며진 가방과 고어텍스 한 벌, 등산화 한 켤레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프랑스로 날아가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40여일을 걸을 수 있겠구나 싶은 괜찮은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작가는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끝이 나는 여행이 아니라 독일, 포르투갈까지 경유한 50여일의 여정이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이 여행의 경로가 더 탐이 나는 로드맵인 것 같다.

 

간혹, 나의 산티아고의 열망에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물어 본다.

왜 그렇게 산티아고에 가고 싶으냐고, 힘든 40여일의 길을 걸을 수 있겠냐고.

사실 나도 그 질문에 이렇다 할 대답이 없기는 하다. 다만, 그곳에 간들 내가 걱정하는 것들의 해답이 없을지라도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어떤 순례자가 되겠다는 목적도 없지만 그냥 그 길에 내가 있고 싶을 뿐이라는 감상에 흠뻑 취한 답뿐이다.

 

여행기를 쓰는 여행 작가들이 간혹 부럽기는 했는데, 문득 나는 이 책을 다 쓴 작가는 이 책을 탈고하고 어떤 얼굴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나는 책을 읽고 마냥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녀가 그런 얼굴로 이 여행기를 썼기 때문이 아닐까. 그게 내게 전해져 온 것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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