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그 나이 먹은 당신에게 바치는 일상 공감서
한설희 지음, 오지혜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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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때요?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설희]

 

처음 Tvn에서 본 [막돼먹은 영애씨]는 충격이었다. 정말 저런 상황을 당하는 경우가 있단 말이야? 특히 영애가 회식이 끝나고 너무 취해 공중전화기 안에서 소변을 보는 씬은 가장 충격이었다. 자신을 구박하는 직장 상사 커피에 침을 뱉고, 길을 가다가도 여자를 함부로 하는 남자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대신 싸워주는 정도 많은 영애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그런 그녀를 만들어 놓은 작가 한설희 에세이를 읽으며 영애는 곧 그녀의 분신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즌 16을 맞아 영애는 결혼했지만 아직 그녀는 여전히 싱글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삶이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그녀가 겪어야 하는 한국에서의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미혼의 여자는 아무 변화 없어 보이는 그녀의 삶이 불행해 보일 수 있겠다. 그런 그녀가 가장 많이 들어야 하는 말은 '그나이'라고 했다. '그 나이'면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앉아 적당한 지위도 가져야 한다지만 그녀는 여전히 혼자고, 일정치 않은 페이를 받는 방송작가다. 대체 그 나이에 맞는 행동, 옷차림, 말투는 어떤 것일까?

 

 

작년 그리스 여행 중 가장 기대되었던 산토리니에서 입을 옷을 고를 때였다. 같이 여행을 가는 지인에게서 들었던 말은 이제 나이에 맞는 옷차림과 가방을 좀 사서 들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동안 아직도 이십대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현란했던 가방과 옷을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이런 것들과 이별을 하고 그들이 말하는 점잖은 것들을 맞이하라는 것인가?

 

 

“사십 대는 마치 이십 대 곱하기 2의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그 나이’가 치러야 할 값은 뭐든지 배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절망스러운 건 따로 있다. 치러야 할 값은 두 배가 되었는데, 실상 크게 발전한 것 없는 내 모습이다. 그렇게 멀리, 또 높게만 보였던 그 나이가 되었건만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p15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나이’에 맞는 옷차림이 아니라 ‘그 나이’에 맞는 행동과 마음일 텐데 좀처럼 그런 부분을 갖추기란 힘들어진다. 꼭 그 정도의 나이가 되었으니 어떤 일정한 결과물을 내 놓아야 할 것 같지만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하고 맞는 나이는 매번 패배감을 주기도 한다. ‘그 나이’가 되었으니 결혼을 해야지,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지. 한명만 낳으면 두 명은 있어야지. 아들만 있는 집은 엄마를 위해 딸은 있어야지, 등 수 많은 주변의 참견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이뤄 놓지 못한 시간을 반성해야 하는 것일까. 두배의 나이가 되었어도 여전히 불완전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렸을 적 읽었던 공주 시리즈의 공주들처럼 왕자를 만나 신분 상승을 꿈꾸며 살지 않고 대단한 성공이 없어도 그녀의 고양이 미오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지내는 그녀의 그 순간이 얼마나 아늑해 보이는지. 결혼 7년차 친구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니, 그 삶이 지금 그녀의 삶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사랑이 필요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아직도 끊임없이 자신을 위로해줄, 그리고 그녀가 위로할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록 친구가 그토록 원하는 결혼하지 않는 여자의 삶이라도 그 안에는 사랑은 필요조건이겠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다시 놓치고, 넘어지고

아프고 좌절하고 죽을 만큼 힘들어도

다시, 사랑하겠노라고 ……." P227

 

 

 

이별로 상처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녀는 사랑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그것이야 말로 살아가는 가장 큰 양분으로 자신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것 같은 날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어떠한가. 사랑했던 날들의 아픔이 나를 괴롭게 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꼭 나를 위해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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