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 한국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김광수경제연구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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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부터 부동산 거품과 관련한 이야기가 언론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 오전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하였다.
9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대부분이 아파트 대출임)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최근 부동산 가계대출 신규와 연장 규제 정도로 거품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번 MB 정권 내에서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출 900조원이면 평균 이자율 5.8%를 감안하더라도 가계들은 연간 52조원이 이자비용으로 지출된다. 정부예산 300조원의 무려 14%에 해당하는 액수고 한국의 연간 GDP 1,000조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연히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고 중산층과 서민이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올해들어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인상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고 큰 소리 치다가 8~9월 들어 '물가인상 방어 포기'를 선언했다. 물가인상이 정부, 특히 한국은행의 주요한 역할이자 의무인데 물가인상을 잡기 위해 올려야 할 금리를 동결시켜 놓고 어떻게 물가를 잡겠다는 것인지 걱정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인상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으로 부동산/가계대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가 한순간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가계대출을 받은 가계에 비해 물가인상으로 고통받는 가계가 훨씬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고 물가인상이 여타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할 때 정부와 한국은행의 오늘 조치는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우려와 분노를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은 개인 뿐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엄청나다 할 수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되어 올해에도 계속 악화일로 있는 유럽 PIIGS 국가(포르투칼,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역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연쇄적으로 금융권이 붕괴되고 정부재정이 거덜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이러한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와 같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돋 불구하고 MB정권은 2008년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려고 노력하기 보다 부동산 값을 떠받치기 위해 종부세를 약화시키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하고 저금리를 유지해 왔다. 조중동을 비롯한 '썩어빠진' 언론들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합심하여 전문가들과 야당의 국가경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이념 대결'로 몰아세웠다. 아무리 부양책을 남발했어도 가처분 소득 감소와 비정규직, 실업자 증가, 사교육비 증가, 물가인상에 허리가 휜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더 이상 부동산 거품에 동참할 수 없게 되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신화의 몰락'도 한 몫 했고...
 
부동산 거품을 빼고 건전한 시장으로 육성하는 것은 하루이틀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과 언론, 관료들이 제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부동산은 사회적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의 '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전월세 시장을 양성화시키고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연구소측이 2004년 초부터 2005년까지 시사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24편의 글을 모아 수정, 재구성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경제문제와 관련된 현안들을 중심으로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기사와 기고문, 그리고 김광수 경제연구소 유료회원에게 매주마다 제공되는 <경제시평>의 일부를 다시 재정리하여 모아 놓은 것입니다. 대강의 주제들을 살펴보면 부동산 투기와 내수침체,한국경제 분석 및 전망, 행정수도 이전문제, 교육개혁, 인구문제, 노사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총 25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제 어디서 누구와 인터뷰를 했으며 기고를 하였는지 설명을 하여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도록 하였고, 새롭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부동산경제가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법을 심도 있게 제시하고 있어 관계 기관이나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한번쯤 보아야 할 책이다.

 
김광수소장은 2004년 1월에 이미 '한국경제가 지고 있는 가장 큰 짐이 부동산 거품'임을 지적했다. 그는 중산층 가계의 돈이 부동산에 대거 묶여버려 2004년 수준으로 부동산 값이 유지되면 돈이 제대로 도는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부동산에 낀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을 역설했다. 부동산 값이 그 뒤인 2006~2007년에 또 한 차례 폭등한 것을 기억해보면 김광수소장이 제기한 시점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현재의 부동산 거품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고 말함으로써 부동산과 국가경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책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종합부동산세, 행정수도이전, 국토균형발전 등 참여정부의 정책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대책, 정부개혁, 대학개혁 등에 대한 참여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김광수경제연구소 역시 2006~2007년 다시 불어온 부동산 광풍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6~7년의 부동산 광풍이 건설회사와 언론, 업자들이 만들어낸 거품에 소비자들이 속은 것인지, 스스로의 처지와 소득을 인식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성급한 '욕심'인지, 기타 다른 요인들이 겹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참여정부 실세들은 당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고 정부관료들과 언론은 거짓 정보와 데이터로 노무현대통령 및 국민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다소유자 - 재벌건설회사 - 정부관료 - 조중동 - 부동산업자 - 투기자 - 불량한 학자들의 '먹이사슬'은 그 당시에도 중산층과 서민들의 호주머니의 돈을 훔쳐갔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챕터 14.'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국의 대학개혁'을 통해 저자는 대학의 개혁에서 '경쟁력'만을 강조했다. 대학이 지속적인 혁신과 내부 노력이라는 동력을 갖기 위해 '경쟁'이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대학이 닥친 현실은 '경쟁력'만은 아니다. 한국의 대학은 '학문'과 '지성'의 실종, '자본'의 노예, 사학재단의 돈벌이, '주인'이 실종이라는 쓰라린 현실에 처해있다. '경쟁'만을 강조하게 될 경우 그 대학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의 시각과 관점은 사람됨, 공동체, 협력과 협동, 주체로서의 감성 등을 외면한 채 너무 '경제학'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다.
 
[ 2011년 9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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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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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생리적 구조는 여성처럼 수유가 가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만이 아이에게 젖을 주도록 진화한 이유는 남성과 여성이 수정과 출산에 이르기까지 아이에게 투자한 정도가 다르고 남성과 여성이 번식을 통해 유전적 이득을 얻는 방식과 기회가 다르며, 친자 여부에 대한 확신을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갖기 때문이다.
 
[ 양성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 ]
- 모두 알고 있듯이 인간의 유전자의 경우, XX 염색체 쌍이 22개 존재하고 마지막 염색체가 여성은 X 염색체, 남성은 Y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다.
- 인간의 경우 수정되고 나서 5주가 되면 배아에 ’양성 발달 가능 ’성선이 나타난다.
- 이 ’성선’은 Y 염색체가 존재하는 경우 수정 후 Y 염색체의 유전자의 지시를 받아 7주 정도 후에 ’고환’으로 발달한다.
- Y 염색체가 없을 경우 ’성선’은 13주가 후에 ’난소’로 발달한다.
- 태아는 원시 ’성선’ 이외에 양성으로 발달할 수 있는 다른 조직들을 가지고 있다.
- 이 조직은 Y 염색체의 지시가 아니라 ’고환’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테스토스테론과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인해 남성의 음경과 전립선으로 발달한다.
- 만일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분비물이 결핍될 경우 이 조직은 여성의 기관(음핵, 소음순, 대음순)으로 발달하게 된다.
- 태아는 또한 두 가지 종류의 관(뮬러관, 울프관)에 양다리를 걸친 채로 태어난다.
- ’고환’이 없는 경우, 울프관은 쇠퇴하여 없어지고 뮬러관이 여자 태아의 자욱, 나팔관, 질의 내부로 발달하게 된다.
- 당연히 ’고환’이 있으면, 울프관은 남성 태아의 정낭, 정관, 부고환으로 발달한다.
 

왜 인간 여성의 배란이 감추어져 있을까? 그리고 왜 일부일처제가 인간종의 주요 가족 구성 형식이 되었을까?
이 문제 역시 책 속에서는 진화생물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전자의 99.95%가 일치하게 태어나는 배아세포...
유전자의 99.95%가 모두 같은 인류...
동양인/서양인, 남자/여자, 어린이/노인의, 진보/보수 차이는 장구한 인류역사에서 고작 0.05%도 안되는 차이에 불과하다.
수 백만년 동안 그 미세한 차이를 활용하여 인류는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를 만들어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오히려 인류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인류의 진보냐 멸망이냐는 인류의 손에 달려있지 않을까???

 

[ 2010년 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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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1-09-0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세한 차이'가 실은 엄청난 차이를 낳은 셈인데, 저는 그게 오히려 인류의 진화를 이끌어 왔고 또 이끌어 갈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 *
인간과 돼지, 인간과 소는 50개가 넘는 긴 배열을 공유한다. 모든 것이 살아있는 새끼나 젖이나 털만큼이나 설득력있는 공통 후손의 증거이다. ...... 대부분의 유전학적 전망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생쥐와 인간은 모든 부분에서 같으며, 수천개의 인간 유전자가 생쥐의 유전자와 정확히 똑같다. DNA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생쥐 염색체의 절반 이상이 인간의 염색체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는 우리와 훨씬 더 많이 닮았다. 모든 식물 유전자의 절반이 생쥐의 유전자와 같다. 벌레는 고유 유전자의 1/5을 효모와 공유한다(효모는 벌레로부터 10억 년 전에 갈라져 나왔다).
- 스티브 존스,『진화하는 진화론』中에서
 
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7
최치원 지음, 김수영 엮음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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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시계의 물방을 아직 떨어지건만 / 은하수는 벌써 기울었네.
    어렴풋이 산천은 점점 변해 가고 / 갖가지 물상이 열리려 하네.
    높고 낮은 희미한 경치가 눈에 보이며 / 구름 사이 궁전을 알아보겠네.
    이곳저곳 수레들 일제히 움직이니 / 길 위에 먼지가 이네.
    저 하늘 끝에 먼동이 트고 /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네.
    새벽별은 먼 숲 나무끝에 반짝이고 / 묵은 안개는 넓은 교외의 빛깔 감추네.
    화정(華亭)의 바람 속에 / 끼룩끼룩 우는 학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며
    파협(巴峽) 달 밝은 밤에 / 멀리서 들려오던 원숭이 울음소리 이미 그쳤네.
    주막집 푸른 깃발 어슴푸레 보이고 / 닭 울음소리 아스라한 마을의 초가에서 들리네.
    희미하게 보이는 단청 기와집에 / 새 둥지 텅 비었고 제비는 들보에서 지저귀네.
    군영(軍營) 안에서 조두(?斗) 소리 그치자 / 계전(桂殿) 곁에서 벼슬아치들 옷매무새 고치네.
    변방의 성에서 기르는 말 자주 울어 대고 / 너른 모래밭 아득하기만 하네.
    멀리 보이는 강에 외로운 돛단배 사라지고 / 오래된 강 언덕엔 잡초가 무성하네.
    어부의 피리 소리 청아하고 / 쑥 덤불은 이슬에 담뿍 젖었네.
    온 산에 푸른 기운 높고 낮게 깔려 있고 / 사방 들에 안개가 깊고 옅게 펼쳐 있네.
    뉘 집의 푸른 난간이런가 / 꾀꼬리 지저귀건만 비단 장막 아직도 드리워 있네.
    화려한 몇몇 집은 / 사람들 깨어났으련만 발이 아직 안 걷혔네.
    밤이 세상을 에워쌌다가 / 천지가 밝아 오네.
    천 리 밖까지 푸르고 아득하며 / 온 사방이 희미하네.
    요수()에 붉은 노을 그림자 뜨고 / 이따금 들리는 종소리 자금성(紫禁城)의 소리를 전하는 듯.
    임 그리는 아낙이 자는 깊은 방의 / 비단 창도 점점 밝아지네.
    시름에 겨운 이가 누운 옛집의 / 어둔 창도 밝아 오네.
    잠깐 사이 새벽 빛이 조금 뚜렷해지더니 / 새벽 햇살이 빛을 발하려 하네.
    줄지은 기러기 떼 남쪽으로 날아가고 / 한 조각 달은 서편으로 기우네.
    장사차 홀로 나선 사람 일어났으나 / 여관 문은 아직도 닫혀 있네.
    외로운 성에 주둔하는 백전(百戰)의 용사들에게 / 호가(胡?) 소리는 아직 그치지 않네.
    다듬이 소리 쓸쓸하고 / 수풀 그림자 성그네.
    사방의 귀뚜라미 소리 끊어지고 / 먼 언덕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네.
    단청 화려한 집에는 / 푸른 눈썹 그린 미인이 있고
    잔치 끝난 누각에는 / 붉은 촛불만 속절없이 깜박이네.
    상쾌한 새벽이 되니 / 내 영혼 푸른 하늘처럼 맑아라.
    온 세상에 밝은 해 비치자 / 어둠이 바위 골짜기로 사라지네.
    천 개의 문과 만 개의 창이 비로소 열리고 / 넓은 천지가 활짝 펼쳐지누나. 」
 
"새벽". 동트는 모습을 그려낸 최치원의 시(詩)의 전문이다. 물론, 최치원의 원문이 아니라 역자의 번역문이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이 시는 깊은 어둠이 사라지고 해가 동해바다 끝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갖가지 천태만상을 통해 비유하고 있다. 역자는 이 시를 최치원의 시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 중 하나로 꼽는다. 
하늘 속 별빛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은하수가 기울어지는' 것으로, 동이 터오는 모습을 마치 담혀있던 '만물'이 열리고 숨어있던 '구름 사이 궁전'이 나타나는 장면으로 묘사하고 있다. 새벽이 열리면서 온 세상이 밝아지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임 그리는 아낙이 자고있는 깊은 방의 비단 창문이 밝아'오고 '시름에 겨운 이가 누운 옛집의 어두웠던 창이 밝아'오면서 마치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른 새벽은 '장사차 올로 나선 사람이 일어났지만 여관 문이 아직 닫혀' 있고 외로운 성에 주둔하는 군인들에게 호가 소리가 그치지 않은' 것을 통해 새로운 날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을 노래하기도 한다. 결국 환하게 밝은 하늘과 햇빛은 '어둠을 바위 골짜기'로 몰아내고 천 개의 문과 만 개의 창이 열리면서 사람들의 활기찬 하루가 시작됨을 애기하고 천지가 환하게 밝아옴을 '활짝 펼쳐지는' 것으로 비유한다. 그 밖에도 최치원은 새벽이 우리 주변의 모든 자연과 생활에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시 구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한글로 옮겨놓은 최치원의 시는 옛 인물과 고사(古事)를 제외하면 현대시로 보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 책을 역자가 적절하게 수정, 편집하면 아마 현대 시인들이 놀랄지도 모른다. 그 만큼 최치원의 시는 탁월하고 1200년 가까이 지난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감동받을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원문을 보면 우리 같은 일반 독자들은 최치원의 원래 시를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역자는 뛰어난 실력으로 이를 한글로 번역해 냈다. 나는 원문이 훌륭한 것인지 아니면 역자의 번역과 한글 표현이 뛰어난 것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한글로 번역해 낸 역자가 그토록 원문을 칭찬하니 나는 신라시대 한자로 쓰여진 원문의 뛰어난 표현과 구성을 알아보고 이를 한글로 다시 옮긴 역자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되었든 내가 읽고 있는 것은 역자가 재구성해 낸 것이므로... 
 
최근에 읽은 [열하일기]에 수록되어 있는 조선 정조 때 박지원 선생의 시 "총석정에서 해돋이를 보며(叢石亭觀日出)"와 최치원 선생의 시를 비교해보니 시대의 차이일지, 연륜의 차이일지 아무튼 색 다른 맛이 있다. 최치원 선생은 담담하게 자연과 일상의 모습을 통해 일출의 모습을 그려냈는데, 박지원 선생은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일출을 표현하고 있다.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은 한국문학사의 맨 앞에 자리한 위대한 문학가라 한다. 시(詩)와 문(文)에 모두 능한 대작가이자, 유ㆍ불ㆍ선에 두루 통달했던 신라 말기 최고의 지성인이었다. 이 책의 제목 ‘새벽에 홀로 깨어’는 한국문학의 비조이면서, 역사적 격변기에 홀로 스러져간 외로운 존재인 최치원의 면모를 함축한 말이다. 
 
내 기억에도 몇몇 임금을 제외하고 신라시대 인물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최치원이다. 그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친숙한 신라 시대의 문학가, 행정가라 할 수 있다. 열 두 살이란 어린 나이에 당나라에 유학을 떠나 7년 만에 빈공과(賓貢科)에 합격한 일이라던가, ‘황소의 난’을 일으킨 황소에게 격문을 써 보내 그를 두려움에 떨게 한 일, 또 귀국 후 말년에 세상을 등지고 은거하여 종적을 알 수 없게 된 일 등은 비교적 잘 알려진 일화들이다. 또한 나는 아무리 애를 써봐도 기억나지 않지만,「비 오는 가을밤」(秋夜雨中)이나 「가야산 독서당에 적다」(題伽倻山讀書堂)와 같은 최치원의 한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어 누구나 한 번쯤 접해 보았을 것이라고 한다.
역자는 앞서 거론한 작품들이 최치원의 한시 중 주목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최치원의 작품 세계는 흔히 알려져 있는 것보다 훨씬 방대하고 심오하며 다채롭다고 말한다.
(최치원은 884년 음력 10월 당나라에서 신라로 귀국했다. 885년 시독 겸 한림학사(侍讀兼翰林學士), 수병부시랑(守兵部侍郞) 지서서감(知瑞書監)이 되었으나 문란한 국정을 통탄하고 외직(外職)을 자청, 태산(太山 : 지금의 전북태인) 등지의 태수(太守)를 지냈다. 894년 진성여왕에게 시무(時務) 10여 조()를 상소해서 아찬이 되었다. 그러나 귀족들의 거센 반발로 인하여 그후 관직을 내놓고 난세(亂世)를 비관, 각지를 유랑하다가 가야산 해인사에서 여생을 마쳤다. 최치원은 부산 동백섬 일대의 경관에 반하여 자신의 호 '해운'을 따서 그 지역 지명을 해운대라고 붙였다고 한다. 최치원이 직접 새겼다는 '海雲臺' 석각도 동백섬 절벽 한켠에 남아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치원의 동상과 시비가 동백섬 언덕에 생겼으며, 해운대구와 최치원이 벼슬을 하며 토황소격문을 지었던 양저우시구는 자매결연을 맺게 됐다.)
 
최치원의 저서로는 중국에 있을 때 쓴 글을 엮은 책인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이 전하며, 후인이 편찬한 책으로 「사산비명」(四山碑銘)과 「고운선생문집」(孤雲先生文集)이 있다. 또 「수이전」(殊異傳)의 일부 작품들이 현재 다른 문헌을 통해 확인된다. 지은 저서로는《금체시》,계원필경》,《상대사시중장(上大師侍中)》,《잡시부》,《중산복궤집》,《오언칠언금체시》,왕연대력(帝王年代曆)》,《부석존자존》,《법장화상전》,석이성전》,쌍녀분전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상 최치원의 작품들, 특히 산문 작품은 한문학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최치원의 문학에 대한 연구가 이미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와 문을 골고루 엮어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 선집은 여태 나온 바 없다. 최치원이 한국문학사의 맨 앞에 우뚝 서 있는 대문학가임을 생각할 때, 실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최치원의 시와 문을 함께 뽑아 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첫 시도라고 한다.

책은 6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제목은 1부 '새벽에 홀로 깨어', 2부 '비 오는 가을 밤', 3부 '은거를 꿈꾸며', 4부 '밭 갈고 김매는 마음으로', 5부 '신라의 위대한 고승', 6부 '참 이상한 이야기'이다. 
1부 ~ 3부 : 최치원의 시 가운데 수작들을 ‘새벽에 홀로 깨어’ ‘비 오는 가을밤’ ‘은거를 꿈꾸며’ 등 세 가지 제목 아래 뽑아 놓았다. 매 작품마다 간단한 해설을 붙여 시 감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4부 : 최치원 산문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열 편의 작품들을 뽑아 놓았다. 「역적 황소에게 보낸 격문」과 같은 명문(名文)을 보다 쉽고 유려한 우리말로 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동북공정’이, 중국 측의 명백한 역사 왜곡임을 밝혀 주는 이른 시기의 중요한 사료들도 뽑아 놓았다. 신라의 삼국 통일 이후 발해와 신라, 중국 간의 미묘한 외교관계와 신라의 입장에서 발해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알 수 있는 문서도 들어있다.
5부 :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의 하나로,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사산비명」(四山碑銘) 가운데 세 작품을 뽑아 놓았다. 이 세 작품은 최치원이 왕명을 받고 신라의 위대한 고승의 사적을 기리기 위해 쓴 비명(碑銘)으로, 최치원 문장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다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난해하여 일반 독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못해 왔다. 이 책에서는 세 작품 각각에서 중요하고 감동적이며 재미있는 부분만을 발췌하여, 자세한 주석과 함께 쉬운 우리말로 번역, 소개하였다.
6부 :「수이전」(殊異傳)의 열 작품을 실었다. 「수이전」은 신라 시대 민간에 전해지던 이야기가 최치원의 붓을 만나 탄생될 수 있었던 소중한 작품들이다. 특히 「호랑이 여인」은 한국 고전소설사의 첫머리에 놓이는 단편 소설로, 최치원의 소설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출판사 돌베개가 내 놓은 <우리 고전 100선>의 7번째 작품이다. 돌베개는 간행사에서 '우리 고전' 시리즈를 새롭게 준비한 이유를 "세계화에 대한 문화적 방면에서의 주체적 대응"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전세계에 몰아치는 '세계화'가 단지 '자본'의 문제 뿐 아니라 '문화'와 '정신'의 부분에서도 거센 파도처럼 몰아치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인가가 우리의 생존이 걸린 사활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단순화, 획일화, 상품화를 강요하면서 생물 다양성이 파괴하는 것처럼 문화다양성 역시 위협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인, 그리고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은 인권, 즉 인간권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고전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관심의 확대가 절실히 요망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는 그동안 '고전'이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었던 '따분함'과 '재미없음'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현대 한국인이 부담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품격과 아름다움과 깊이'를 갖춘 우리 고전을 발간하는 것을 <우리 고전 100선>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우리의 고전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최치원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를 힘들었다. 나는 신라가 실제로 크게 의존했던 당나라 등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고 최치원의 사상적 기반인 유교, 도교, 불교에 대해서도 교과서적인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과 지난 번 읽은 박제가의 [발해고], 그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앞으로 수 년, 수 십 년 동안 우리 고전을 더듬더듬 익혀야 하는 숙제를 안겨주었다.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 2011년 9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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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전3권 겨레고전문학선집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 보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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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에 공부모임에서 진행한 '열하일기' 세미나의 교재는 고미숙씨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상/하)가 아니라 이 책이었다.
가끔 독서 욕심이 분출할 때가 있는데, '열하일기' 세미나 당시에 내 마음이 그러했다. 당시 세미나 날짜에 맞추어 고미숙씨의 '열하일기'와 보리출판사의 '열하일기'를 모두 읽으려 했다. 하지만, 날짜에 맞춘 것은 고미숙씨의 책이었고 이 '열하일기' 세트의 경우 3권 중에서 마지막 하권을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그래도 세미나는 아주 재미나고 유익하게 진행되었고 세미나를 마친 이후 여유를 가지고 세미나에서 이야기된 내용도 되새기면서 세트의 마지막 하권까지 읽었다.
 
(여기서 잠깐 나의 독서관과 독서방식에 대해 한 마디...)
아직까지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은 '정독'이 아니라 '속독'에 가깝다. '속독'이라 해도 1~2 시간에 책을 완독하는 수준은 아니다. 내가 책 읽는 것을 잠시 계산해보면 통계 상으로 보통 소설 50쪽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수학이나 자연과학 서적, 경제경영 서적, 철학이나 인문도서 등 다른 분야의 책은 1시간 동안 집중해서 읽어도 1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일부러 '속독'을 배우거나 빨리 읽으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대신, 읽을 때 책 내용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집중하려고 애쓰면 그만큼 집중력은 높아지는 것 같다.
한 번 책을 다 읽으면 책을 덮은 후 적어도 몇 시간에서 길면 며칠 후에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책을 집어든다. 처음 읽을 때 메모해 놓거나 표시해 놓은 구절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책을 다시 읽는다. 서문과 결론도 이 때 반드시 다시 읽으면서 전반적인 내용을 머리 속에서 정리해보고 요점과 배울점, 느낀점, 비판할 점 등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그냥 책 읽는 것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숨 쉬고 밥 먹는 것처럼 생활화하는 것과 하루를 보내면서 애매하게 5~10분 이상의 짬이 나게되면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려는 것이 내가 노력하는 방향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화장실 갈 때마다 책을 들고 가기 때문에 눈치를 준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꽤 오래 전이다. 또한 술을 먹지 않고 불필요하게 저녁이나 주말 약속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기에 평상시의 경우 하루 중 책 읽는 시간을 제법 확보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일주일에 1권 이상 읽는 것이 올해 나의 (양적)목표다.
 
[열하일기_세트]는 보리출판사의 <겨레고전문학선집> 기획의 하나라 출간된 것이다. 보리출판사는 북한의 문예출판사가 펴낸 1995년판 <조선고전문학선집>을 <겨레고전문학선집>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일부 편집, 수정하여 지난 2004년 펴낸 것이다. 출판사측은 북한에서 진행한 우리 민족의 고전문학을 소개하면서 아직 한국에서 미진한 한반도의 고전을 발굴하고 북한의 문학계와 소통하고 싶었던 것이다.
<겨레고전문학전집>은 [열하일기] 3권을 시작으로 [동명왕의 노래](이규보 작품집)부터 [숙향전](소설)에 이르기까지 30권을 출간한 상태다. [열하일기] 세트는 북한의 리상호씨가 고문을 완역한 것이다. 
 

고미숙씨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와 달리 이 책은 처음 읽으면서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단어 사용이 남북이 제법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흙탕물'은 '흙물'로, '방금'은 '이즈막' 등 서로 다른 표현도 많고 '가닥물' 처럼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도 가끔 들어있기 때문이다.
 
------- * 역자 리상호는 누구인가?
북에서 한 활동 일부만 알려져 있다.
1955년에 《열하일기》 국역을 마쳤고, 1959년에는 《삼국유사》를 국역했다. 북녘의 고전 출간 사업은 모든 대중이 고전을 읽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른다. 리상호의 국역은 그러한 원칙을 따라 쉬운 우리말로 번역을 한 것 위에, 토박이 우리말을 잘 살려 쓰고 운율감이 배어 있게 하여, 이 《열하일기》가 빼어난 국역 문학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였다. ---------
 
당초 박지원 선생이 쓴 [열하일기]는 26권 10책으로 되어 있다. 정본 없이 필사본으로만 전해져오다가 1901년 김택영이 처음 간행하였다. 현대문 제목은 북한의 리상호가 번역한 것을 따랐다.
26권의 세부 제목과 내용은 아래와 같다.(목차 부분은 위키디피아에서 일부 옮겨온 것입니다...^^)
고미숙씨는 전체 26권 중에서 일부를 편집에서 제외하였고 이 책 [열하일기] 세트는 26권 전부를 완역하여 출간했다.






    1. [제1권] 압록강을 건너서 : 도강록(渡江錄) - 압록강을 건너 심양까지의 기행이다. 1780년 음력 6월 24일~음력 7월 9일

    2. [제2권] 성경의 이모저모 : 성경잡지(盛京雜誌) - 심양에서 광녕까지의 기행이다. 음력 7월 10일~음력 7월 14일

    3. [제3권] : 일신수필(馹?隨筆) - 광녕에서 산해관까지의 기행이다. 음력 7월 15일~음력 7월 23일

    4. [제4권] 관내에서 본 이야기 : 관내정사(關內程史) - 산해관에서 북경까지의 기행이다. 〈호질(虎叱)〉 수록. 음력 7월 24일~음력 8월 4일.

    5. [제5권] 북방 여행기 : 막북행정록(漠北行程論) - 북경에서 열하까지 가는 길이다. 음력 8월 5일~음력 8월 9일

    6. [제6권] 태학관에 머물면서 : 태학유관록(太學留館錄) - 열하에서의 일정이다. 음력 8월 9일~음력 8월 14일

    7. [제8권] 북경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 환연도중록(還燕道中錄)

      1. 열하에서 북경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음력 8월 15일~음력 8월 20일.

      2. 북경에서 다시 조선 땅으로 들어오는 여정은 기록을 하지 않았다.


    1. [제7권] 구외이문(口外異聞)

    2. [제9권] 금료소초(金蓼少抄)

    3. [제10권] 옥갑야화(玉匣夜話) - 〈허생전〉 수록

    4. [제11권] 황도기략(黃圖記略)

    5. [제12권] 알성퇴술(謁聖退述)

    6. [제13권] 앙엽기(像葉記)

    7. [제14권] 경개록(傾盖錄) - 열하일기 등장인물에 대한 짧은 기록들이다.

    8. 제15권 황교문답(黃敎問答)

      1. 황교문답, 반선시말, 찰십륜포는 티벳과 달라이라마에 관해 들은 기록이다.

      2. 박지원은 황교문답에서 청나라의 이민족통치와 유학자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9. [제16권] 행재잡록(行在雜錄)

      1. 건륭제에게 바친 문서와 건륭제가 내린 칙유 등의 기록이다.

      2. 실례를 들어가며 청나라와의 외교관계에서 조선이 가진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10. [제17권] 반선시말(班禪始末)

    11. [제18권] 희본명목(戱本名目)

    12. [제19권] 찰십륜포(札什倫布)

    13. [제20권] 망양록(忘羊錄)

    14. [제21권] 심세편(審勢篇)

    15. [제22권] 곡정필담(鵠汀筆談)

    16. [제23권] 동란섭필(銅蘭涉筆)

    17. [제24권] 산장잡기(山莊雜技)

    18. [제25권] 환희기(幻戱記)

    19. [제26권] 피서록(避署錄)

작품으로서의 [열하일기]에 대한 서평은 이미 고미숙씨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에서 다루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연암 박지원 개인의 작품, 사상, 성과 등에 대해 정리했다. 이 책 [열하일기] 세트의 상(上)권의 후반부에 북한 김하명 박사의 '박지원 작품에 대하여'가 수록되어 있다.
김하명 박사의 글을 일부 인용하면서 빈약하지만 박지원 선생의 작품을 평해보고자 한다. 내가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 이외에 다른 작품, 그리고 조선 후기 학자들의 작품을 거의 읽어보지 않았기에 김하명 박사의 설명 자료를 토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김하명 박사는 작가로서 연암 박지원을 평가할 때 '18세기 조선이 낳은 저명한 사실주의 작가'라고 평가하면서 '사상가나 문학가로서 우리나라 고대 중세의 전 시기를 통하여도 가장 높이 솟아 있는 봉우리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박지원의 예술 문학 작품들과 평론 저술들에는 '당시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던 심각한 사회 경제적 변동과 문화 예술 분야에서 첨예한 신구 투쟁이 반영되어 있으며 시대의 선진 사상 조류를 대표하는 작가 박지원의 사상 미학 견해와 예술 기량이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김하명 박사가 인용하는 박지원의 작품은 '양반전'을 포함한 [방경각외전放?閣外傳]에 실려 있는 단편 소설, 장편 기행문 [열하일기], '좌소산인에게(贈左蘇山人)'와 같은 시 작품, '글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이다'와 같은 서문 등이다.
 
박지원의 집안은 명문 사대부였다. 그의 6대조 충익공은 임진왜란 때 공신이며, 그 후의 선조들도 대대로 정계에서 대사헌, 판서, 참판 등의 요직을 거쳤다. 그리고 그의 가문은 당시 집권파였던 서인 노론에 속했다. 그런데도 그는 과거나 벼슬을 거부하고 새로운 사상과 문물을 찾는 방향으로 나섰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김하명 박사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는 그가 나서 자라고 사상 문화 활동을 전개한 당시의 사회 문화적 환경이다. 두 번의 임란과 호란을 겪은 조선의 경제는 백성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점차 복구되어 갔으나 그럼에도 백성들의 생활은 점점 나빠졌다. 상인 계층은 늘어나고 빈부격차가 격화되는 가운데 양반 계급 사이에서도 빈부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계속된 전쟁에서 자신들의 무능과 반민중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양반 통치계급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봉건 사회는 점차 쇠퇴기로 접어든 것이다. 조선이 폐쇄적인 사회였음에도 청나라와의 외교관계와 상인계급의 활동, 외국인들의 표류 등으로 청나라나 서구의 사상과 문물이 조선 사회에도 점차 스며들게 된다.
둘째는 연암 박지원의 가정 환경은 양반 가문임에도 그로 하여금 새로운 문물과 사상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열려있었다. 그의 조부도 젊은 나이에는 벼슬길에 나서지 않았고 연암에게 서당의 글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그는 일찍 보모를 여의게 되었다.) 열여섯에 이보천의 딸과 결혼하였는데 이보천 역시 일찍이 벼슬에 뜻이 없어 고향에서 농사에만 힘썼다. 그리고 실학사상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동생 이양천이 연암을 지도하도록 했다.
 
연암 박지원은 열여덟 살에 옛 하인에게서 들은 재미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처녀작 '광문자전廣文子傳'을 ?고 이 때부터 계속 쓴 '민 모인전', '김 신선전', '우상전', '역학대도전', '봉산학자전' 등 9편을 묶어 약관의 나이에 [방경각외전]을 책으로 완성했다. 연암은 이 단편 소설집을 통하여 확고히 봉건 제도의 모순을 폭로하는 자로 등장했으며 조선 문학 발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진 작가로서 등장했다. 그 속에는 양반 사회의 도덕의 위선, 백성의 정치 도덕적 우월성, 인간 성격 형성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처지의 중요성, 노동의 고귀함, 양반들의 착취구조, 애국주의, 선린 외교, 사실주의 등이 담겨 있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의 사상과 이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오랜 세월을 두고 연구해 온 것을 '한 번 눈으로 증험한 것'이다. 중국에서 보고 들은 좋은 것을 조선 백성에게 알리며 그것을 실천에 옮길 것을 염원하면서 4년 동안 연암골에 박혀서 집필한 것이다.
[열하일기] 속에는 철학, 정치, 경제, 천문, 풍속, 제도, 역사, 고적, 문화 등 사회 생활 전 영역에 걸친 문제들이 취급되어 있으며 그의 세계관, 사회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견해와 민중적 임장이 명백히 반영되어 있다.
또한 그는 중국의 좋은 것과 조선에서 부족한 것을 대비하면서 그 원인이 전적으로 무위 무능한 양반 사대부들 때문임을 명확하게 주장했다. "수레는 왜 못다니는가? 이것도 한 마디로 대답한다면 모두가 선비와 벼슬아치들의 죄다."
 
그러면서 김하명 선생은 연암 박지원의 철학적, 사회정치적 식견이 과학적 세계관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과 민중을 역사와 개혁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왕조와 사대부 체계를 인정한 것, 그리고 구체적인 조직행위와 혁명을 생각하지 못하고 '계몽'에 의지한 것 등을 박지원의 한계로 지적한다.
 
박지원은 정조 시대 말기에 다른 실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고을 현감이나 한성 부파관을 지내는 등 현실 사회 속에서 자신의 선진 사상과 문물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조선 사회의 제반 사회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주기 위하여 [과농소초] 등 정론을 많이 썼다. 또한 개인의 토지소유를 일정한 기준량으로 제한하고 그 이상의 소유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한전제'를 제안하기도 했고 화폐 정책 개혁, 신분 제도 개혁, 난민 구제책, 봉건적 도덕의 개혁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조 사후 양반 통치계급의 반격과 반동으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하여 죽었다.
 
영조,정조 시대의 조선 사회와 21세기 한국 사회...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선진 사상과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명나라 유교(미국의 신자유주의)를 살리려고 애쓰고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만주땅(북한)을 가당치도 않은 무력으로 되찾겠다고 부르짖는 모습, 자신의 자리가 어딘지 찾지 못하고 사대부와 백성들의 생각을 아편처럼 중독시키는 불교와 유교(반공친미와 기독교), 민중들과 진보세력으로부터 분리되어 개혁주의자임을 내세웠던 임금(DJ와 노전대통령), 자신들의 기득권을 부여잡고 발악하는 양반 사대부(수구 기득권 세력), 어딘가 아직 부족하고 모자란 듯한 개혁주체들(진보세력), 자신의 삶과 권리를 주체적으로 깨닫지 못하고 힘겹게 하루하루 살고 있는 백성들(민중들)....
연암 박지원과 당시 실학자들로부터 21세기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 2011년 8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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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2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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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 > 1권은 미래사회과 첨단과학에 대한 많은 설명과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면이 많아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수사검사와 살인사건의 연속, 기술개발과 로봇격투기 대회, 기술지상주의와 자연생태주의의 갈등, 주인공 및 출연 남녀의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2048년 그동안의 로봇기술 개발로 로봇 전용의 방송채널이 송출을 시작하고 인간격투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한 로봇들의 격투장면을 전세계에 생방송한다. 과학은 기계를 인간의 몸에 연결하여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인간이 죽더라도 뇌 속 전두엽의 세포는 인간이 죽기 전 마지막 몇 분을 일정기간 기억한다는 과학에 힘입어 비밀리에 '스티머스' 수사팀이 발족한다. 하지만, 그런 수사팀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뇌가 몽땅 사라지는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자연생태주의자들은 도시 경계 밖으로 ?겨나 생활한다. 그들은 도시사람들이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거역하고 인간의 삶에 로봇을 개입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로봇 전용채널과 로봇 격투기 대회 역시 격렬하게 반대하며 폭력을 통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일부 과격한 세력이 경고한다.
 
차세대 로봇연구센터에 연구원들은 격투기 대회에 내보낼 격투로봇 '글라슈트'를 개발,제작한다. 글라슈트는 연습게임에서 지난 대회 상위 랭커에게 무참하게 패한다.
 
< 2권 > 2권은 1권보다는 빠른 전개와 반전이 기다린다.
 
주된 시간 흐름을 주도하는 '로봇 배틀원 2049'는 마치 2010년 인간들의 이종격투기 경기인 'K1'처럼 보인다. 주인공 로봇 '글라슈트'가 4강전과 결승전에서 보여주는 격투장면은 권투선수 홍수환의 '4전5기'와 같다. 글라슈트가 로봇 제작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연구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힘과 기술을 보여준 이유가 인간의 뇌와 로봇을 연결했기 때문이라는 암시는 SF 소설에 약간 스릴러를 가미한 느낌이다.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의문, 남앨리스와 서사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인간의 액션, 글라슈트를 정점으로 하는 충격적인 클라이막스, 최볼테르와 조윤상원장의 죽음에 얽인 미스테리, 인터넷 추억 사이트에서 일어난 살인의 추억, 자연생태주의의 진실한 사랑...
 
SF이자 추리소설의 이야기가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에 뇌과학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부족해 보인다. 어떤 독자는 '과학적인 서술이 많은 것이 흠'이라고 하지만, 내가 읽어본 바로는 소설의 중심을 주도하는 것은 과학보다는 인문적인 구성이다.
 
로봇이 인간생활의 중심에 들어왔을 때 인간의 존재와 로봇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인간의 몸에 정밀한 기계부품(사이버네틱스, 인간생체기술)을 달았을 때 그 부품을 인간 신체의 일부로 인정할 것인가... 기계부품이 인간 신체의 몇 프로까지 잠식하면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할까... 인공심장을 대체한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는다면, 뇌의 일부를 기계로 교체해도 인간으로 인정할 것인가... 인간은 기계부품을 통해서라도 수명을 10년이고 50년이고 연장해야 하는가...
 
과학이 점점 발달하고 첨단기술이 인간의 삶에 파고들수록 우주와 인간,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책의 제목 <눈먼 시계공>은 진화생물학에 대한 글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40년 후 인간의 진화모습이 아니라 과학발달에 따른 사이보그의 모습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아쉽다...
 

[ 2010년 6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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