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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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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선대인 소장의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 (2013 웅진지식하우스) 

선대인 소장은 나의 전공분야인 부동산에 대한 관점과 진단에서 가장 크게 공감이 가는 전문가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이라는 이름은, 다소 비관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을 많이 하면서 다른 학자, 전문가나 정치세력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는 편이지만, 그의 저서와 블로그 글을 접하면 그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부동산 신화는 이미 끝났으며, 모두가 바라는 부동산 연착륙은 이미 불가능하다.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선대인 소장은 가계별로 다른 7가지의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법, 전월세와 임대주택 위주로 재편될 변화, 경제 구조와 인구 변화와 연동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석, 그리고 정부가 어떤 방향의 부동산 정책을 써야 대세하락기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선대인 소장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떠오른다. 그만큼 선 소장은 한국경제와 사회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평가한다. 헨리 조지가 1848년에 출간한 <진보와 빈곤>은 사회가 진보하더라도 당시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방식이 지속된다면 인류사회의 부는 생산성도 부가가치도 없는 토지(부동산)에 집중되고 노동자와 서민들뿐 아니라 기업주와 정부까지도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 시대의 사상가였다.

선 소장은 한국은 이미 두 개의 전환기가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두 가지의 전환기는 '부동산 대세상승기에에서 대세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것과 단순한 부동산시장 사이클 전환을 뛰어넘어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다. 그는 전세가격이 치솟는 것도 이 두 흐름이 맞물리면서 일어나는 파장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3단계 하락기간을 거쳐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데 7~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단, 정부가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과 금융대출에 집착하면서 제대로 정책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몇 년 안에 부동산 폭락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단지 부동산 폭락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변화가 체감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방향은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행보를 보이며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오로지 ‘집값 떠받들기’에 몰두해 건설업계의 건전한 구조 변화 유도와 금융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놓치고 있다고 정리한다.

- 한국의 가계부채 1000조 돌파, 특별관리 필요하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2563.html
- "공공부채 900조 돌파, 관리 못하면 수년내 日처럼 신용등급 강등" http://news.zum.com/articles/18503632 

선 소장은 부동산 소비자들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 후 주택시장에서 펼쳐질 10대 현상을 정리해주었다.
1.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증가한다. 
2. 부동산 용도는 투자가 아닌 사용 중심으로 변한다. 
3. 신축주택이냐 노후주택이냐가 가격을 결정한다. 
4. 아파트 시대가 저물고 다유형 소량생산 시대로 전환한다. 
5. 중대형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다. 
6. 집이 남아도는 시대가 온다. 
7. 거품이 꺼지면 부동산에도 품질이 중요해진다. 
8. 선분양제가 사라진다. 
9. 자비 리모델링이 급증하고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공동화된다. 
10.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 시장을 한국경제의 흐름고 선순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그 기간은 민주정부 10년 동안이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기인 2002년까지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했다. 김대중정부가 부동산 거품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외환위기 직후의 부양책 기조를 유지하고, 카드채 남발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큰 과오였다.
뒤이어 집권한 노무현정부는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카드채 사태를 해소해야 했음에도 이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2003년 카드채 사태가 터졌고, 결국 이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는 데 2~3년 정도가 걸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 10.29 대책을 내놓는 등 상당히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내놓아 2003년 하반기~2004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투톱으로 하는 건설부양책을 쏟아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부동산 부양책을 거들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토건 부양책을 실시했고 전국에 대규모 주택단지 붐이 일어났다. 여기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뉴타운 드라이브가 맞물렸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 LTV와 DTI를 순차적으로 도입했으나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은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뒤였다. 대출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여 다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모두가 인정하고 당사자들도 공식적으로 언명하듯이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을 막고 집값 하락을 저지하고 포화상태인 건설업계에 막대한 국고를 쏟아부었고 쏟아붓고 있다. 겉으로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라고 포장을 씌웠지만 실제 내용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양질의 공공분양,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부동산 기득권층과 건설업계를 떠받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과도하게 늘어난 건설업체들이 좀비 상태로 살아남아 밀어내기 분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현재 공급과잉의 근본 원인이다. 그동안 워크아웃이나 법정고나리를 실시했지만, 실제로 시장 퇴출이 일어나는 시장 청소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각종 토건 사업으로 건설업계의 숨통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헤 정부의 부동산 주택정책의 특징은 각종 금융지원 정책을 통해 빚더미로 집값과 전월세값을 떠받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빚더미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가 1천 조를 넘어서고 있고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 또한 1천조를 넘어섰다.
선 소장은 정부의 부절적할 부동산 부양책(집값 떠받치기)에 여당과 상업언론과 사이비 연구소와 학자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역전시킬 묘책은 없으며, 연착륙은 고사하고 견착륙이라도 서둘러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선 소장은 주택 유형에 따른 일반 가계의 대응법을 조언한다.
-집이 두 채지만 빚에 시달리고 있다면 -> 집 한채를 팔아야 한다. 자신이 샀던 가격 또는 최고점 가격은 잊어야 한다.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매수자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싸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담보대출에 쪼들리는 1주택 소유자라면 -> 가계의 현금흐름과 부채 및 이자 상환 가능 여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런 다음 보수적으로 판단한 다음 가급적 팔고 전세로 옮겨야 한다. 집을 팔고 전세로 사는 대신, 은행대출 이자로 낼 돈을 저축하면 5년 동안 같은 금액의 돈을 모을 수 있다. 향후 주택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같은 집을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 심각한 전세난에 집을 살까 고민한다면 -> 신중하게 따지고 판단해야 한다.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한다면 역시 가계소득을 고려해야 한다. 전세난과 집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빚을 내 집을 샀다가 대출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면 기존 전세금까지 날릴 수 있다. 대출을 끼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면 오래도록 거주할 수 있는지 가족의 조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 ‘전세형아파트’를 고려하고 있다면 -> 이런 아파트는 건설업체가 분양이 되지 않아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시행사나 건설업체 명의의 대출이 먼저 설정되어 있다. 이럴 경우 나중에 전세가 빠지지 않을 때 전세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고, 건설업체가 부실화되어 중간에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결혼을 앞두었다면, 전세냐 매매냐 -> 신혼부부들은 내 집 마련을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향후 집값은 상당 기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경우 달콤한 신혼 생활이나 출산,보육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 1인 가구 독신자, 월세냐 전세냐 -> 부모나 자신의 부담능력이 아닌 전세대출을 통한 전세대출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아무리 이자가 싸고 대출조건이 좋다 하더라도 자신이 향후 5~10년 동안 고용과 소득을 안정적으로 이어질지 상환할 수 있을지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 노후 대비책으로 오피스텔 투자를 생각한다면 -> 2013년 오피스텔 평균 투자수익율이 전국은 5.90% 서울지역은 5.45%까지 떨어졌다.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고 수익율은 몇 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실에 따른 미수금, 유지관리비용, 취득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와 독자들이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가져야 할 10가지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1. 무주택자라면 조급해하지 마라
2.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모험적 투자는 하지 마라.
3. 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
4. 가계부채가 일정하게 해소된 뒤 움직여라.
5. 환금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6.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드시 이해하라.
7. 내 부동산,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보유 여부 결정하라.
8. 시세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라.
9. 집값 상승기 때의 상식을 버려라.
10. 지방 거주자들은 수도권의 흐름을 주시하라.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전문가들이 진정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들을 위한다면 ‘효과적인 견착륙’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효과적인 견착륙’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부실 부동산에 대한 정리 신호를 주어야 하고, 주택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공공 차원에서 가계 컨설팅을 시작하고, 부실 건설업계 시장을 청소해야 하며, 재정 지원의 초점을 저소득층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한국의 새로운 주거 미래를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다섯 가지 모두 적극 공감이 되는 과제이고,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을 지켜본 결과,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연합에게 이런 정책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첫째.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높이자.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로 이행해가야 한다. 선분양제에 연동된 주택청약제도도 없애고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구조도 바꾸어 처음부터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10%까지 대폭 늘려야 모두가 산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빠르게 늘려 임대주택시장 지배력을 높여야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된다.
셋째, 임차인의 지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 공정임대료 제도와 같은 세입자 보호장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넷째, 부동산 세제를 개혁하자. 특히 보유세와 임대소득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대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
다섯째, 국토교통부에서 주거복지부로. 더이상 정부가 건설산업 촉진이나 주택공급이 아니라 주거복지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거바우처, 주거보조금, 후분양제, 임차인보호법, 부동산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담당해야 한다.

이 책에서 선대인 소장에게 아쉬운 점은, 언론과 지식인 계층도 최악인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변해야만 가능한 과제들이 아니라 주권자이자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함께 나서서 직접 할 수 있는 방향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책 안의 독일의 협동조합 주택 모델을 몇 쪽 소개하지는 했지만, 제대로 조사연구해보지는 않은 것 같아 유감이다.

[ 2014년 12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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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인권이다 - 이상한 나라의 집 이야기
주거권운동네트워크 엮음 / 이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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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주거권운동네트워크 저 < 집은 인권이다  이상한 나라의 집 이야기 >를 읽고 / 2010. 09., 346쪽, 이후


'집'은 개인적인 그리고 가족 수준의 경제능력을 통해 구입해야 하는 '재화(재산)'일까? 우리에게 '집' 또는 '주거'는 단순히 '잠자는 곳'인가?
저자로 명기되어 있는 '주거권운동네트워크'는 '집', 즉 주거권은 '재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사고의 전환을 주장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주거권에는 공동체 생활과 문화도 포함된다.

헨리 조지의 명저 <진보와 빈곤>이 '토지 가격 상승을 통해 생산과 노동의 수탈'이라는 근대 경제학의 숨겨져 있는 뿌리를 주제를 다루었다면, 주거권운동네트워크는 '주거'라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상품화하여 인간을 짐승만도 못하게 대하는 현대 사회의 뿌리를 다루었다고 밀할 수 있다.

'추천하는 글'에서 애기하듯이 "하늘을 나는 새도 둥지가 있고, 달팽이도 집을 메고 사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뜨내기로 산다. 철새도 아닌데, 뜬구름도 아닌데 떠돌며 산다. 골목에 정들 새도 없이, 이웃을 익힐 틈도 없이 곧 떠나야 할 동네에 잠시 머물기를 되풀이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전월세 세입자 등은 OECD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21세기에도 전국민의 절반에 육박한다. 외형상 주택보급율은 103%를 넘어서는 이 시대에...

이 책의 장점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사실과 당사자들의 기록이란 점이다. 대다수 글은 자신이 겪은 일을 직접 쓴 것이다. 상당수는 말한 것을 풀어 쓴 것이다. 취재를 거쳐 기록한 것조차 거의 구술에 가깝다.
책에는 집과 주거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 한 챕터 읽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한 사람 한 가족의 애끓는 삶. 자신의 힘든 삶이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구조와 제도라는 생각보다 스스로의 잘못이나 무능으로 체념하는 세입자들. 그런 순수하고 성실한 그렇지만 제도와 문화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화가 치미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자신이 기르는 애완용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집주인들의 세입자에 대한 대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상실한 사람들에 대한 관공서와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무대책. 자신은 먹고 살만 하니 착취받는 사람들보다 권력을 지향하는 지식인들. 나만이라도 내 가족만이라도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부동산 투기와 증권 투기를 따라하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문제는 제도와 문화, 부정하고 부도덕한 사람들임에도 스스로의 잘못과 무능으로 주거권을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쪽방, 반지하, 옥탑, 심지어는 동굴에서까지 살아야 하는 주거 극빈층이 한국에 2008년 현재, 무려 162만 명에 이른다. 혼자 1,083채의 집을 소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1~2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이삿짐을 싸야 하는 이도 많다.

저자는 이럴 바에야,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리는 것은 어떻겠는가 제안한다. 여성이라고, 장애가 있다고, 혼자 산다고 해서 집이 필요없지는 않다. 재산이 없다고, 소득이 적다고 집이 필요없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만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돈이 없다고 먹지 못해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집 또한, 주거 또한 공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권'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주거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살 만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팔릴 만한' 집을 짓는 건설 자본은 물론,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무슨 경제를 살리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국가의 자세 또한 틀렸다고 말한다. 집을 소유하고도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하우스 푸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집' 자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일의 집 때문에 자신의 오늘을 저당잡힌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거권운동네트워크라는 주거권 운동 단체(모임, 네트워크 ?)에게 아쉬운 점은, 주거권을 생존권이나 행복추구권처럼 인권으로 설정하여 인권운동 차원에서 주거문제를 다룬다는 긍정적인 관점에도 불구하고, '인권'이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받아들여졌을 때 당사자들의 권리 찾기 내지 자발적 결사나 운동을 도모하기 보다 시민단체나 지식인들에 의한 '인권 운동'으로 전개될 우려에 대한 우려이다.

그런 점은 책 속에 등장하는 어떤 단체의 일꾼 역시 주거와 생활을 바라보는 생각이 불의와 부정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불행한 삶'이라는 식의 인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관점에서 토지와 부동산에 접근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당사자들에게 더 분명하고 힘있는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록으로 실은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제출한 민간 단체 보고서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주거 현실을 숫자와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주거권 선언―집은 인권이다!] "모든 사람은 살 만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 
1.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살던 땅이나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을 때까지 살 권리가 있다. 누구도 강제로 쫓아낼 수 없다. 
2. 모든 사람은 적정 수준의 주거비 부담으로 살 만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 
3.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제적 조건에 상관 없이 적당한 수준의 집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건강을 해치지 않을 쾌적한 주거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4. 모든 사람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5. 모든 사람은 각종 시설들을 이용하기에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 
6. 임대 아파트나 비닐하우스촌, 쪽방 등에 산다는 이유로, 혹은 집이 없어 거리에서 잔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또한 국적, 인종, 성별, 장애, 나이,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집을 구하거나 집에서 살아가는 데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7. 살 만한 집에 살 권리는 우리의 다음 세대의 권리이기도 하다. 집을 짓는다는 이유로 자 연을 파괴하는 마구잡이 개발을 해서는 안 된다. 
8.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및 주택 정책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 2013년 7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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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빈곤 경제학고전선집 15
헨리 죠지 지음, 김윤상 옮김 / 비봉출판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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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천 [서평] 헨리 조지(Henry George)저, 김윤상 역 < 진보와 빈곤 Progress and Poverty >을 읽고 / 1997. 01., 589쪽, 비봉출판사

 

헨리 조지가 이 책을 처음 출판한 것은 1879년이었다. 유럽에서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발표한 때가 1848년이고 '파리꼬뮌'이 일어난 것이 1871년이니 민중혁명과 사회주의의 격동기에 출간한 셈이다. 일제가 조선에 군사적 위협을 가해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때가 1876년이니 한반도 민중들은 암흑 속에 갇혀 있었다.

 

헨리 조지는 "부는 계속 증가하는대 데 왜 빈곤은 증가하는가?"라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연구했다. 그의 이론을 간략히 요약하면 "물질적 진보가 자본의 이자나 노동의 임금이 아니라 토지의 지대(토지가치의 상승)으로 몰리면서 임금이 하락하고 빈곤이 창궐한다"와 "임금과 이자는 어디에서나 지대선 내지 경작의 한계에 의해 정해진다"고 정리할 수 있다.

 

헨리는 당시 서구에서 창궐하던 경제학에 대한 주류 이론 내지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 책을 발간한 것이다. 아담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버클, 프라이스 등의 임금 학설을 비판하면서 "임금이 자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임금의 대가로 지불되는 노동의 생산물에서 나온다"는 논리를 전개하였고, "노동자의 생계비도 자본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맬서스의 <인구론>, 즉 "인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생존물자는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주장 또는 이론의 허구성을 사례와 이론으로 통하 비판한다.

 

그는 지대와 지대법칙, 이자법칙, 임금과 임금법칙, 그리고 법칙 간의 연관성과 조화에 대한 정의와 이론을 먼저 수립한다.
"어느 토지의 지대는, 동일한 투입으로 사용 토지 중 생산성이 가장 낮은 토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는 생산물이 의해 결정된다."(지대법칙 p.161)
"임금과 이자 간의 관계는 자본이 재생산 형태로 사용될 때 그 자본이 가지는 평균적인 증가력에 의해 결정된다. 지대가 상승하면 이자는 임금의 하락과 더불어 하락한다. 즉 이자는 경작의 한계에 의해 결정된다.(이자법칙 p.194)
"임금은 생산의 한계 즉 지대를 지불할 필요 없이 개방된 자연의 최고생산점에서 노동이 얻을 수 있는 생산물에 의존한다."(임금법칙 p.203)

 

그런 후에 저자는 인구의 증가와 기술 개선이 실제 산업과 사회 현실에서 어떨게 부의 분배에 효과를 미치는지 그리고 물질적 진보에 의해 생기는 기대 효과에 대해 분석한 후, 물질적 진보가 대부분 지대에 의해 흡수되고 여기에 투기적 토지 거래에 의해 임금과 이자가 증가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토지 투기의 영향으로 지대가 상승하는 현상은 진보하는 지역에서의 부의 분배 이론을 완성하는 데 무시해서는 안된다. 물질적 진보와 연관된 이 힘 때문에, 진보가 생산을 증가시키는 정도보다 더 큰 비율로 지대를 계속 상승시킨다. 따라서 물질적 진보는 임금을, 상대적으로만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경향이 생긴다."(p.247)
또한 이러한 토지 투기현상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업불황의 근본 원인"이며 "부의 증가 속에서 계속되는 빈곤의 증가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헨리 조지는 물질적 진보에 따른 지대 상승과 토지의 독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토지를 공동소유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토지공개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토지 공유제라는 해결책의 정당성을 다른 관점에서 제시한다. 토지사유제의 부정의성과 토지사유제의 궁극적 결과로서 노동자가 노예화됨을 설명한다.
그가 제세하는 결론, 즉 궁극적인 해결책은 "지대를 모두 조세로 징수"하는 것이며 대신 기존의 조세를 모두 폐지하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밥벌이를 하고 부동산과 주거 문제를 고민하면서 헨리 조지의 명저를 읽지 못한 것을 여러번 후회하다가 마침내 이 책을 읽었다. 마르크스 등에게서 느꼈지만, 19세기 후반에 출간한 저서임에도 주장을 전개하는 데 있어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렵지도 않았다.(번역이 훌륭해서인가? ^^)

약 140년 전에 임금과 이자와 지대에 대한 법칙과 연관성을 연구한 저서임에도 21세기인 현재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해방 이후 국내 총생산과 토지 가격의 증대, 그리고 임금소득과 지대를 계산하여 통계를 낼 수 있다면 헨리 조지의 이론을 검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의아한 것은, (내가 유럽의 사상사를 잘 몰라서 그렇겠지만) 헨리의 주장과 이론 속에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1848년)과 <자본론>(1867년) 자체에 대해 그리고 마르크스의 이론이나 주장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 살았거나 미국인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헨리 조지의 논거와 이론에 크게 공감이 된다. 특히 토지 사유제를 부정하는 철학과 정당성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는 지구는 인류뿐 아니라 생물체 전체가 공유하는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지구, 그리고 동식물이 공존하는 대지를 어떻게 인간이, 그것도 인간의 일부가 사유할 수가 있단 말인가?
"자연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처지에 있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자연은 노동의 결과 외에는 인정하지 않으며 노동의 결과라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인정한다. ... 자연의 법칙은 창조주의 뜻이다. 자연법은 노동의 권리 외에 어떠한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 자연법에는 모든 인간이 자연을 사용하고 향유할 권리, 노력을 자연에 투입할 권리, 자연으로부터의 대가를 수취하여 소유할 권리의 평등헝이 폭넓게 그리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다. 자연은 노동에게만 주므로 노동을 생산에 투입하는 것이 배타적 보유의 유일한 권원이다."(p.322)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의 논거와 이론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몇 가지 때문이다.
첫째, "지대의 상승이 자본 이자와 노동 임금을 전부 가로챈다"를 논리적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연결하려면 계산과 통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자는 아담 스미스와 존 스튜어트 밀의 '임금 학설'이나 맬서스의 '인구론'을 비판하기 위해 동원했던 수 많은 통계와 수치를 지대 독점론과 지대 과세 정당성에서는 제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대 독점론'은 자본주의 태동 이래 자본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노동의 산술급수적 증가 내지 정체(물가상승을 감안한) 및 제국주의적 착취를 설명하지 못한다. 한 가지 요소 또는 제도가 나머지 모든 제도와 상황을 규정짓는다는 것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만큼이나 단선적, 일면적이다. '지대 독점론'은 지본가가 힘과 권력을 장악하여 부정의한 제도를 통해 분배정의를 왜곡하는 책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
둘째, 이론적으로 지대 취득자와 이자 취득자를 나눌 수 있지만, 실제 경제 현실에서는 복합적이고 이중적이다. 대부분의 대규모 토지 소유자는 동시에 이자 취득자이면서 자본가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헨리 조지가 연구할 무렵 유럽에서는 봉건 지주와 부르조아 자본가가 어느 정도 분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봉건 지주 중에서 지대 이외에 이자 취득자 생활을 하거나 자본가를 겸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셋째, 헨리 조지는 생전에 알지 못했지만, 사회주의를 표방하며서 혁명을 일으키고 건설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부분 토지 공유제를 중심으로 토지 소유 구조를 운영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들의 물질적 진보가 인민들의 삶의 개선에 직결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헨리 조지의 '정의'와 '정당성'에 대하여 공감하면서도 서구인 특히 미국인으로서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제5장 미국의 토지사유제에서 "우리가 미국 국민성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든 요소, 우리의 생활과 제도를 오래된 국가보다 더 낫게 하는 요소의 근원은, 새로운 토양이 이민자에게 개방되어 있고 미국의 토지가 저렴하였다는 사실에 있다."(p.376)고 자랑스러워했지만, 그 이전에, 즉 1620년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유럽 프로테스탄트부터 시직하여 미국인들이 향후 200여년 간 당초 토지공유제(토지 사유 개념이 야초에 없었던 인디언)였던 토지를 인디언들에게 구걸과 아첨, 사기와 농락, 힘과 폭력으로 강탈하여 토지를 집단적으로 갈취하였고 자신들끼리 사유했다는 점을 거론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헨리 조지가 주장한 물질적 진보와 인간의 품성, 그리고 사회 환경과의 연관성에 대해 주목한다. 아래 문장을 읽으면 저소득층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는 작년 대선 출구조사 분석 기사가 생각난다.
"사실 인간이 가진 동물 이상의 품성도 동물이 가지고 있는 품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인간이 지적, 도덕적 품성을 배양하려면 동물적 옥구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동물적 생존에 소요되는 필수품을 얻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기술 개선의 자극제라고 할 수 있는 근면의 의욕을 잃고는, 의무적인 일만 하려 할 것이다. 인간이 더 이상 크게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으로는 그 상태를 개선할 희망이 없다고 한다면 앞날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인간에게 여가를 주지 않는다면 - 이 때의 여가는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성이 없다는 뜻이다 - 어린이를 초등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키고 어른에게 신문을 공급해 주더라도 지적 능력을 갖추게 할 수 없다.
어느 국민 또는 어느 계층의 물질적 생활이 개선된다고 해서 지적, 도덕적 개선이 당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임금이 상승하면 처음에는 나태하고 낭비하는 버릇이 어느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근면, 기술, 지적 능력, 절약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국가, 국가의 다른 계층, 같은 민족의 다른 시대, 같은 민족의 이민 전후의 상태를 비고하 보아도 언제나 일관성 있는 결과를 보여 준다. 즉 물질적 생활이 개선되면 위와 같은 인간적 품성이 나타나고 물질적 생활이 약화되면 인간적 품성이 사라진다.
빈곤은 번연(John Bunyan, 1628~1688)이 꿈에서 본 '절망의 수렁'이었고, 이 수렁에는 아무리 좋은 책을 던져 주어도 소용이 없다. 인간의 근면, 절제, 기술, 지적 능력이 향상되려면 궁핍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예에게서 자유인의 덕목을 기대하려면 우선 노예를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한다."(P.295)

 

아무튼 이러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국내 환경,생태운동에 대해서는 더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유권자들이 궁핍과 불안정으로 인간적 품성을 보유하기 힘든 조건에서,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무상교육 등에 대해서도 올바른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간접적이고 한 차원 높은 생태나 환경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결국 상류층과 중산층만 공감하고 동조하는 캠페인이 되버리지 않을지...

 

[ 2013년 5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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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 한국 사회의 핵심 모순, 토지 문제의 해법
김윤상 외 5인 지음, 토지+자유 연구소 기획 / 평사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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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롯데그룹과 GS그룹의 재벌 총수와 일가족 22명이 2005년~2009년 사이에 평창 동계올림필 개최지 인근의 요충지 토지 19만7,063㎡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과 시민단체에 못매를 맞고 있다. 이들은 전원주택이나 동호인 주택을 짓기 위해 매입했다고 변명했지만 그들이 지금껏 해온 행위들에 비추어보면 말 그대로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 토지의 시세는 5년 만에 평균 10배 이상 뛰어올랐다고 한다. 올해 들어 재벌들이 소규모 자영업자의 업종인 떡복이와 빵집까지 업종을 확대하여 언론과 시민들에게 비난을 받았었다.
 
작년 '나꼼수'를 통해 시사인의 주진우기자가 폭로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의 사례나 이명박 정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나타난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국 특권층의 '토지'에 대한 탐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곡동 사저'의 경우 사저의 매입자금과 차명의혹 뿐 아니라 사저 인근의 적지 않은 토지를 이명박, 이상득 형제 일가가 매입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땅의 특권층들은 공정한 기업활동이나 정직한 치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자신과 지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개발정보를 캐내어 토지에 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한 치부의 전략으로 삼고있는 듯하다. 몇 년 전 효성물산에 근무하던 친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당시 효성의 조석래회장은 직원들에게 "돈벌기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 아니다. 너희들은 손해만 보지 마라. 돈은 내가 부동산으로 번다"고 큰소리까지 쳤다고 친구는 전했다. 재계 25위의 효성그룹 총수가 이 정도 철학이니 그 위와 아래의 그룹 총수 일가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1980년 이후 기업인, 특히 재벌 총수 일가족이나 고급 공무원, 언론인, 교수 등 특권층들이 얼마나 많은 부동산, 즉 토지와 APT를 사고 팔았을까? 지금껏 이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손낙구씨는 <부동산 계급사회>(2008, 후마니타스)를 통해 지난 2005년 행정자치부에서 토지현황과 주택현황을 집계한 결과만 보면 한국에서 '부동산 독점'은 지나치게 과다한 상황이다. 통계를 보면,
- 한국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주택의 수가 바로 1천83채인 것이다. 전체 상위 10명이 소유한 집은 모두 5,508채로 한 사람 평균 550채다. 이들을 포함하여 상위 30명이 갖고 있는 집은 9,923채로 1인당 330채씩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가구의 1%가 전체 주택수의 10%를, 전체 가구의 5%가 전체 주택수의 20%를 소유하고 있다. 당시 전체 주택수는 1,370만채였다.
- 토지의 경우 더욱 심하다. 전체 가구의 27%(500만 가구)가 사유지의 99%를 소유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전체 가구의 5.5%(100만 가구)가 사유지의 74%를 소유하고 있고 상위 10만 가구(전체의 0.5%)는 사유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보다 토지의 편중이 훨씬 극심한 상황인 것이다. 아마도 2012년 현재는 그 비율이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6년간 집값 상승 총액은 648조원으로 매년 108조원 이상 올랐다. 그중 87%인 566조원이 아파트값이 올라서 생긴 것이고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전체의 57%에 해당한다.(참여정부 인사들은 이 통계를 알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정직한 지식인형' 부동산 전문들이 솔직하게 공개하는 관련 정보다. 내가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토지 및 주택의 독점과 편중현상, 그리고 이러한 토지, 주택의 문제가 사회경제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연관성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 문제 자체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수준에 따라 대안은 종합적으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선대인씨 정도가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주 도발적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경제구조의 총체적인 문제점의 근원을 '토지'에서 찾는다.  
‘공정사회’를 만들자는데 아무도 믿고 따르지 않는 이유도, 온 국민이 반대하고 사업 타당성도 약한 4대강 사업에 목을 맨 이유도, 고위공직자 후보들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재개발 재건축을 둘러싸고 개발주체와 세입자가 격렬하게 대립하는 이유도, 뼈 빠지게 일하고 꼬박꼬박 세금을 바치는데도 내게는 땅 한 평 없는 이유도, 국민소득이 오르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데도 분배는 악화되고 있는 이유도, 그 원인은 바로 토지정의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사분규, 행정수도 이전, 부동산 가격 폭등, 4대강 사업, 용산참사 문제 등 한국 사회의 온갖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정의에 입각한 토지원리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필자들은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자 사회 전 영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토지의 독자성과 중요성을 드러냄으로써 주류경제학의 문제점을 밝힌다. 또한 토지가 주택, 금융, 세금, 분배, 사회갈등, 복지, 도시계획, 통일, 대안모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정의를 세우는 핵심 요소임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의 사회과학이 토지의 독특성과 중요성을 무시하게 된 원인을 지적한다. 오늘날 주류경제사상인 신고전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클라크(John Bates Clark)의 지대한 영향력 아래 토지는 자본의 하나로만 간주되었다. 클라크라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태두가 토지의 독자성을 무시하자 후대의 경제학자들도 따라서 무시했고, 토지로 인해 생긴 수많은 경제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엉뚱한 원인진단을 하자 후대의 학자들도 모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 교과서들인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재정학, 금융경제학 등에서 토지가 등장하지 않게 되자, 이후 경제 분석에 있어서 토지 때문에 일어난 일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저자들의 주장대로 이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토지의 정치경제학]이라고 할 만하다. 재화와 용역의 생산.분배.소비를 다루는 경제학이 번성해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며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토지를 중심으로 주택, 금융, 세금, 분배, 사회갈등, 복지, 도시계획, 통일, 대안모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세우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이 책은, 여러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토지원리를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밝힌다. 토지는 생산수단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자본과 뚜렷이 구별된다. 그리고 자본과 달리 재생산이 불가능하므로 한 사람의 소유는 타인의 손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토지 가치는 내부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불로소득이며, 또한 그 가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투기가 일어나기 너무 쉽다. 자본투자와 달리 토지투자는 비생산적이다. 이러한 토지원리를 존중하고 특히 토지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면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2012년 현재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는 복지강화다. 복지에 인색했던 한나라당도 세금을 더 많이 거둬서 복지에 투입하자는 대책을 내놓을 정도다. 그러나 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왜 한국 사회에 이렇게 복지수요가 커졌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부정의(不正義)한 토지제도가 핵심 원인임을 밝히고, 토지정의를 확립하면 거대한 복지수요의 상당부분이 줄어들 수 있음을 증명한다. 필자들은 잘못된 토지제도가 어떻게 시장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며 얼마나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있는지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밝히고, 정의로운 토지제도를 수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99% 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한국 사회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당과 정치인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내걸어야 하는 국가 정책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의 사유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논리적으로 경제학에서 토지를 자본과 동급의 '생산수단'으로 격하시킨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신선하고 긍정적이었다. 금융 불안정과 지대신용화폐의 연관성,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의 환수를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대안, 북한의 토지문제 해결책 등은 여러 정당과 정책당국이 참고할 만 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불로소득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관심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다만 저자들의 문제제기와 대안이 사뭇 도발적이고 획기적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컸다. 토지를 중심으로 주택 문제를 바라보는 과점에서, 금융불안정과 지대신용화폐의 관계, 토지불로소득의 문제점 등 저자들의 이론과 대안을 수립하는데 있어 근본이 되는 주장에 있어 구체적인 통계와 분석이 많이 부족했다. 주로 논리적인 주장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1945년 이후 불로소득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그 금액이 얼마나 되며 어떤 과정으로 어떤 계층에게 돌아갔는지, 그 사이 GDP나 근로소득, 사업소득, 정부예산은 어떻게 발생하고 투입되었는지, 이자율이나 물가상승율 등 거시경제까지 고려하여 저자들의 주장을 펼쳤다면 신뢰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문제제기의 방향이 타당하다는 데 공감한다. 저자들이 이어나가던, 다른 사람이 진행하던 추가 연구와 발표를 기대해 본다.
 
[ 2012년 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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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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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의 종상향을 허용하면서 신문과 인터넷, SNS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종상향 결정이 있은 후 주변 아파트의 매매 호가가 급등하고 재건축이 추진 중인 단지에서 종상향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의 결정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초 내걸었던 부동산,주택정책에서 벗어난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고 더불어 박원순 시장의 시정개혁 싱크탱크로 불리는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김수현 교수에 대한 찬반과 비난도 드세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박원순 시장이나 김수현 교수가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사전보고를 받아 승인한 것인지, 종합적인 검토결과가 나왔는지 정확한 정보를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인근 주택과 재건축단지가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한 만큼 박시장과 김교수의 답변과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서울시 대변인은 "다른 재건축 단지에 또 다시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지만, 그것으로는 일반시민들과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박시장과 김교수의 해명과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박시장과 김교수가 이번 도시계획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와 상관없이, 미리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하더라도 박시장과 김교수는 비슷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 이유는 박시장이 정책공약으로 내세운 '임대주택 8만호'가 현재 서울시 재정 여력으로 쉽지 않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있어왔고, 박시장과 김교수의 시정 정책 추진과정이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도시계획 결정 이전에 부동산,주택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환경단체와 부동산 전문가, 진보정당 관계자와 함께 논의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더라도 최종 결과는 이번 종상향 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박원순 시장의 기존 경험으로 볼 때 박시장이 주거복지 정책이면 몰라도 부동산,주택정책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연구해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김수현 교수의 의견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따라서 김수현 교수가 생각하는 부동산,주택정책을 알아보는 것은 향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주택정책을 미리 예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먼저 다른 이야기로 애기를 돌려보자면, 국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1,000조원(자영업자 100조)을 넘어섰다. 채무자들이 년간 대출이자로 지급하는 금액은 이자율을 5%만 적용해도 50조원이 넘는다.(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600조원 정도이니 나머지 대출이자는 5%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GDP 1,300~1,400조원 중에서 우리나라의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으니 GDP의 약4% 정도를 이자비용으로 은행에 납부하는 셈이다. 1년간 민간소비지출액 600~70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의 가정이 평균 지출액에서 8% 가량 줄어드는 것이고...
 
매년 50조원 이상을 은행에 이자로 납부하는 상황에서 민간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소비 축소는 그대로 제조업, 상업, 서비스업 등으로 전파되어 산업생산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경제활동인구 중 비정규직 비율 50%과 빈부격차, 양극화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리 APT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더라도 그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수 없다. (참고로 은행들의 주식 중 외국인이 보유한 비율은 우리은행(약9%)을 제외하면 평균 70%가 넘는다. 8개 상장은행의 2011년 평균 연간 순이익이 8조원 가까이 된다 하니 그 중 5조원 가까이를 외국인에게 배당할지도 모르겠다...)
 
부동산 문제가 한국에서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 가정의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할머니든 아버지,어머니든 기성세대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부동산 문제는 전국민의 민감한 관심사안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은 또한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높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업, 금융, 보험, 가구, 중개업, 인테리어, 이사 등 적지않은 업종이 부동산에 연관되어 있다.
 
지난 1997~1998년  IMF 사태 이후 부동산 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10년 이상 기득권층과 중산층은 너도 나도 부동산을 소유하려고 덤벼들었고 부동산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으려고 동분서주했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거침없이 올라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 이전부터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이들은 이러한 분위기 덕에 앉아서 수억, 수백억씩 시세차익을 얻었다. 부동산 세금이 턱 없이 작으니 기득권층은 세금은 별로 납부하지 않은채 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으로 이사하여 떵떵거렸다. 무한경쟁에 일찍 뛰어든 자들은 아파트와 토지, 농지를 사고 팔아 엄청난 폭리를 취했고 뒤늦게 뛰어든 중산층 대부분은 대출만 잔뜩 받아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뛰어들지도 못하는 서민들은 박탈감과 허탈감에 분노에 휩싸여 버렸고... 한마디로 '부동산에 인질로 붙잡힌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드디어 부동산은 끝났다"라고 선언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지난 40년간 어떤 노력을 통해서도 꿈쩍하지 않던 '부동산 불패신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인구와 산업구조가 고도성장기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에,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가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구조적 변화와 지속가능한 정책이 가능해졌음을 기회로 인식한다. 부동산이 우리를 겁박하고 위협하던 시대는 끝냈고 부동산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던 정치인, '돈 벌 기회를 보장하라'는 애기를 시장주의로 포장하던 언론, '믿고 싶은 것'을 과학이라 애기하는 전문가... 이들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일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수치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외국의 부동산 시장과도 비교하면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상황을 더욱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 2010년 기준으로 오피스텔 등을 제외한 정부의 공식적인 주택보급율은 전국 101.9%, 서울 97.0%이다. 기타 주거지는 약3%... 선진국의 주택보급율이 110~120% 정도이니 한국의 경우에도 아직 주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 주택의 형태는 아파트가 전체의 47%정도. 서울의 경우는 아파트,단독주택,연립주택이 41%, 37%, 22%...
- 주택 점유형태는 자가주택 61%(서울은 51%), 민간임대 35%, 공공임대 4% 수준이다.
- 주택의 공시가격으로 보면 1억원 이하 주택이 60.8%, 6억 초과는 1.6%(22만 가구)
- 2000년~2006년 주택가격 상승율은 20%대로 OECD 평균인 40%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 청약통장 가입자 : 2000년대 600~700만 구좌, 2008년 이후 1,500만 구좌
 
저자는 부동산이 이동할 수 없는 특성, 소비재이면서 투자재, 수급균형에 걸리는 기간의 장기화,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생존기능 등의 특성으로 인하여 부동산이 일반 상품처럼 무작정 시장에 맞길 수 없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부동산이 너무 높이 오르거나 급격하게 등락하는 것은 사회,경제,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을 결정하는 데에는 세 가지 흐름, 즉 장기 변수로서 인구와 산업구조의 변화(1), 중기 변수로 주택 자체의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을 반복하는 속성(2), 단기 변수로 현금유동성이나 정부 정책 변수(3)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외국의 부동산 시장흐름을 비교하면 저자는 한국의 경우 주거수준이 아직 열악하고 한국식 전세제도로 LTV 비율이 낮기 때문에 일본식 장기 거품 붕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지만 3~4년 정도의 주택가격 하향 안정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2부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부동산 정책들의 효과와 한계를 살펴본다. 세금, 금융, 분양가, 공공임대주택 등 한 번쯤 들어봤고, 또 누군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던 그런 정책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저자는 부동산 보유세를 현실화시키고 종합부동산세를 원래 취지대로 복귀해야 함을 주장한다. 또한 양도소득세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며 주택임대소득세가 없는 것은 불합리함을 지적한다. 부동산 세금은 아주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부동산 세금정책이나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키'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대한 금융정책 역시 부동산 정책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정부가 이를 시행할 자금과 땅이 현실적으로 부족함을 지적한다.(그렇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시 임대의무비율에 주목한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하여 도시재생사업은 필요하나 서민들은 ?겨나고 개발자와 소유자만 이익을 보는 뉴타운사업을 중단해야 함을 주장한다. 공공임대주택과 소형 분양주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이 하락하는 추세에 따라 월세전환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민간임대주택을 현실화해야 함을 주장한다.
 
제3부에서는 외국의 부동산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미국, 북유럽 등 좋고 나쁜 사례들의 진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장단점 비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상황을 더 자세히 따져보고 있다.
 
저자는 외국의 주택 정책에서 배울점으로 자가 소유의 확대가 전체적인 추세임을 확인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함을 지적한다. 하지만 자가주택이 안정적인 노동시장과 사회안정이라는 구조에서 가능했고 전세계적인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사회보장체계를 고려하여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수립에 주의해야 함을 주장한다. 결국 자가 - 민간임대 - 공공임대가 적정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기타 주거복지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제4부는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즉 희망을 찾는 과정이다. 바뀐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식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찾고, 그 정책 패키지를 정립하려는 것이다. '한방'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지만, 원칙을 정립하고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패키지를 갖춘다면 머지않아 달성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여러 실천지침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모두가 내 집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 집이 아니어도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해야 함을 지적한다. 그는 주택 정책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으로 마약과도 같은 건설업 경기부양을 단절, 흔들려서는 안되는 세금 정책, 규제가 아닌 규범으로서의 금융건정성, 개발이익 환수와 나누기를 제시한다. 기타 주요사항으로는 서민들의 보금자리이자 '싼 집'의 가치를 새로 발견하여 이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야 함을 주문한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 그는 2002년부터 참여정부에 참여하여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으로서 2003~2005년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다. 이 때 그는 2003년의 10.29 대책과 2005년 8.31 대책을 직접 입안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박원순 후보의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한 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후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생각과 주장은 앞으로 3년간 서울시의 주택,주거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김교수를 직접 대면한 것은 올해 5월 어떤 주택정책토론회 자리에서였다. 당시 김교수의 강연은 정부관료나 보수언론, 학자, 전문가들의 '선동적인 경기부양론'도 아니었고 진보정당의 '2% 부족한 주거정책'도 아니었기에 신선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을 읽었던 것이고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달에 이 책도 마저 읽었다.
 
책을 집어 들면서 먼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부동산 폭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참여정부 5년간 주택가격 상승율이 23.9%(강남은 64.2%)였음을 밝히고 나름대로 노력했음에도 참여정부 시기에 부동산 폭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전세계적인 거품 시대를 참여정부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부동산과 유동성과의 관계가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졌지만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이를 인지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해 다 함께 거품에 휘말렸으니 큰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우회적으로 변명한다.
그는 또한 정치권과 언론, 학자, 전문가들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을 늘리라고 여론을 선동하고 참여정부를 압박했고 진보정당과 진보세력도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후분양제, DTI 규제 지연 등 엉뚱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참여정부의 정책이 흔들렸다고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사방 어디에도 우군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 와중에서도 부동산 시장 투명화, 종합부동산세 도입, 국민임대주택 47만호 착공, 매입 임대주택 도입 등의 기본 인프라를 참여정부의 성과로 내세웠다.
 
이 책을 통해 김교수의 부동산 시장이나 정책에 대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 전반에서 설명되어 있는 김교수의 지적과 주장하는 바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하는 편이다.
그리고 뉴타운 개발 포기와 도시재생사업으로의 전환, '싼 값의 주택'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 보유세에 대한 재평가, 양도소득세의 형평성 지적, 주택 임대소득세 신설과 민간임대사업에 대한 현실화, 공공택지 조성의 성과, 자가 - 민간임대 - 공공임대의 적정화에 대한 아이디어 등은 이 책을 통해 얻은 바가 크다.

 

물론,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 나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이견이 있다.
첫째는 지난 2000년대의 부동산(주택) 가격 상승율에 대해서이다. 저자는 2000~2006년 OECD 통계를 인용하면서 김헌동, 선대인씨등이 과도하게 부동산 거품을 주장한다고 비판했지만, 실제 다른 여러가지 분석자료와 통계를 비교해보면 저자의 인식이 안이하다고 생각된다.
아래 자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이 발간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III]에서, <1~4차 부동산 가격 폭등기>와 <4차 부동산 투기 시기 집값,땅값,물가 변동율>은 손낙구씨의 [부동산 계급사회]를 인용한 것인데 두 자료 모두 2000~2005년의 아파트 가격 상승율이 전국 평균 50%, 서울은 75%에 달하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2006~2007년 부동산 폭등까지 감안하면 훨씬 높은 상승율로 나타난다. 

 

 

  
둘째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과 부동산 폭등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 대해서다. 저자는 주택가격에만 관심이 있지 토지, 상가, 오피스 등 부동산 전반의 가격 폭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실제 저자가 정부의 공공택지에 대한 장점을 주로 부각했지만, 정부/공기업이 수 십년간 진행해온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경우 토지값이 상승한 만큼 수 많은 땅부자들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정부관료와 공기업 임원들의 부정부패를 감안하면 '불로소득' 뿐 아니라 '부정한 이득'까지 판을 쳐온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MB 정부의 인사청문회를 기억하면 얼마나 많은 정치인,관료,언론인,학자들이 위장전입과 농지취득 등을 통해 부정한 행위와 부당이득을 취해 왔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하여 참여정부 집권기간 동안 물가상승율과 대부분 가정의 낮은 소득증가율을 고려하면 참여정부 집권기간 뿐 아니라 수 십변 동안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통해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심화되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오죽하면 손낙구씨는 자신의 책의 뒷표지에 아래와 같은 '부동산 계급사회' 분류도를 그려놓았을까...

 

 
셋째는 토건정책이 부동산과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 부족했다. 아래 참여정부 5년간 아파트값과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군구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전국의 땅값이 참여정부 시기에 폭등한 이유는 참여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토건방식을 위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철학부재와 정책역량 부족 때문일 것이다. 행정수도이전, 혁신도시, 기업도시, 신도시개발이 인근지역의 땅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몰랐을까 싶다...
 
넷째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없고 그 영향과 대책을 향후 전망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명박은 서울시장 재임시 부동산과 건설업 부양을 위하여 뉴타운개발을 실시했고 후임인 오세훈시장에까지 이어졌다. 뉴타운 개발은 강남과 서울 일부지역에 국한되었던 부동산 값 폭등을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시킨 대표적인 악성 정책이었다. 결국 지금은 그 효과없음과 폐해를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지만 뉴타운 정책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는 어떠한 사과도 없고 책임지는 자도 없다.

이명박은 2007년 12월 집권 이후 부동산 값을 지탱하기 위해 온갖 부양책을 남발하였고 공기업을 동원하여 미분양 아파트를 세금으로 매입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4대강 죽이기'에 나서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데다가 개발정책을 남발하여 인근지역 땅값을 폭등시켰다.
 
다섯째는 공공임대주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 많은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정책이 누락되어 있다. 저자는 공공임대주택 확충, 민간임대주택 현실화, '싼 집'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 등을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임대주택의 시장 임대료도 납부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단기,중기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주거복지에는 임대료 바우처와 겨울철 난방비 지원, 전기/수도료 지원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통계와 지원예산이 다루어져야 한다. 

 

여섯째는 정책 준비, 기획, 결정, 집행, 평가의 프로세스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21세기 민주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기업과 정부만의 정책 결정과 집행으로 올바른, 또는 적절한 내용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의 의견과 요구를 수렴하여 정책을 준비하고 기획하고 결정, 집행, 평가하는 전 과정에서 민간, 특히 시민&시민사회단체와 반대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참여한 경력과는 다르게 자신이 제시하는 부동산 정책에 따른 재정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모든 정책수립과 집행에는 반드시 재정정책, 소요예산에 대한 데이터가 마련되어야 현실성이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결론은 김수현 교수가 자문하고 기획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주택정책이 적지 않게 불안하다는 생각이다. 김교수 개인의 능력이나 경험을 떠나 김교수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부동산,주택 정책은 상당히 '정치적'인 것인데 김교수는 참여정부에서 이미 '정치'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고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에 더하여 박시장마저 '정치'와 '거버넌스'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부동산,주택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되고 평가받을지 걱정이 크다.

박시장은 혼자만의 시장이 아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수 많은 지지자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만들어낸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가 실패하면 나머지도 실패하는 셈이다. 서울시민들의 이해관계와 희망이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 2011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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