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2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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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 > 1권은 미래사회과 첨단과학에 대한 많은 설명과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면이 많아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수사검사와 살인사건의 연속, 기술개발과 로봇격투기 대회, 기술지상주의와 자연생태주의의 갈등, 주인공 및 출연 남녀의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2048년 그동안의 로봇기술 개발로 로봇 전용의 방송채널이 송출을 시작하고 인간격투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한 로봇들의 격투장면을 전세계에 생방송한다. 과학은 기계를 인간의 몸에 연결하여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인간이 죽더라도 뇌 속 전두엽의 세포는 인간이 죽기 전 마지막 몇 분을 일정기간 기억한다는 과학에 힘입어 비밀리에 '스티머스' 수사팀이 발족한다. 하지만, 그런 수사팀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뇌가 몽땅 사라지는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자연생태주의자들은 도시 경계 밖으로 ?겨나 생활한다. 그들은 도시사람들이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거역하고 인간의 삶에 로봇을 개입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로봇 전용채널과 로봇 격투기 대회 역시 격렬하게 반대하며 폭력을 통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일부 과격한 세력이 경고한다.
 
차세대 로봇연구센터에 연구원들은 격투기 대회에 내보낼 격투로봇 '글라슈트'를 개발,제작한다. 글라슈트는 연습게임에서 지난 대회 상위 랭커에게 무참하게 패한다.
 
< 2권 > 2권은 1권보다는 빠른 전개와 반전이 기다린다.
 
주된 시간 흐름을 주도하는 '로봇 배틀원 2049'는 마치 2010년 인간들의 이종격투기 경기인 'K1'처럼 보인다. 주인공 로봇 '글라슈트'가 4강전과 결승전에서 보여주는 격투장면은 권투선수 홍수환의 '4전5기'와 같다. 글라슈트가 로봇 제작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연구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힘과 기술을 보여준 이유가 인간의 뇌와 로봇을 연결했기 때문이라는 암시는 SF 소설에 약간 스릴러를 가미한 느낌이다.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의문, 남앨리스와 서사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인간의 액션, 글라슈트를 정점으로 하는 충격적인 클라이막스, 최볼테르와 조윤상원장의 죽음에 얽인 미스테리, 인터넷 추억 사이트에서 일어난 살인의 추억, 자연생태주의의 진실한 사랑...
 
SF이자 추리소설의 이야기가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에 뇌과학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부족해 보인다. 어떤 독자는 '과학적인 서술이 많은 것이 흠'이라고 하지만, 내가 읽어본 바로는 소설의 중심을 주도하는 것은 과학보다는 인문적인 구성이다.
 
로봇이 인간생활의 중심에 들어왔을 때 인간의 존재와 로봇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인간의 몸에 정밀한 기계부품(사이버네틱스, 인간생체기술)을 달았을 때 그 부품을 인간 신체의 일부로 인정할 것인가... 기계부품이 인간 신체의 몇 프로까지 잠식하면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할까... 인공심장을 대체한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는다면, 뇌의 일부를 기계로 교체해도 인간으로 인정할 것인가... 인간은 기계부품을 통해서라도 수명을 10년이고 50년이고 연장해야 하는가...
 
과학이 점점 발달하고 첨단기술이 인간의 삶에 파고들수록 우주와 인간,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책의 제목 <눈먼 시계공>은 진화생물학에 대한 글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40년 후 인간의 진화모습이 아니라 과학발달에 따른 사이보그의 모습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아쉽다...
 

[ 2010년 6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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