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 한국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김광수경제연구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부동산 거품과 관련한 이야기가 언론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 오전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하였다.
9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대부분이 아파트 대출임)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최근 부동산 가계대출 신규와 연장 규제 정도로 거품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번 MB 정권 내에서 거품이 꺼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출 900조원이면 평균 이자율 5.8%를 감안하더라도 가계들은 연간 52조원이 이자비용으로 지출된다. 정부예산 300조원의 무려 14%에 해당하는 액수고 한국의 연간 GDP 1,000조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연히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고 중산층과 서민이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올해들어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인상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고 큰 소리 치다가 8~9월 들어 '물가인상 방어 포기'를 선언했다. 물가인상이 정부, 특히 한국은행의 주요한 역할이자 의무인데 물가인상을 잡기 위해 올려야 할 금리를 동결시켜 놓고 어떻게 물가를 잡겠다는 것인지 걱정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인상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으로 부동산/가계대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가 한순간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가계대출을 받은 가계에 비해 물가인상으로 고통받는 가계가 훨씬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고 물가인상이 여타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할 때 정부와 한국은행의 오늘 조치는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우려와 분노를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은 개인 뿐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엄청나다 할 수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되어 올해에도 계속 악화일로 있는 유럽 PIIGS 국가(포르투칼,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역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연쇄적으로 금융권이 붕괴되고 정부재정이 거덜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이러한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와 같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돋 불구하고 MB정권은 2008년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려고 노력하기 보다 부동산 값을 떠받치기 위해 종부세를 약화시키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하고 저금리를 유지해 왔다. 조중동을 비롯한 '썩어빠진' 언론들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합심하여 전문가들과 야당의 국가경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이념 대결'로 몰아세웠다. 아무리 부양책을 남발했어도 가처분 소득 감소와 비정규직, 실업자 증가, 사교육비 증가, 물가인상에 허리가 휜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더 이상 부동산 거품에 동참할 수 없게 되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신화의 몰락'도 한 몫 했고...
 
부동산 거품을 빼고 건전한 시장으로 육성하는 것은 하루이틀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과 언론, 관료들이 제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부동산은 사회적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의 '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전월세 시장을 양성화시키고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연구소측이 2004년 초부터 2005년까지 시사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24편의 글을 모아 수정, 재구성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경제문제와 관련된 현안들을 중심으로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기사와 기고문, 그리고 김광수 경제연구소 유료회원에게 매주마다 제공되는 <경제시평>의 일부를 다시 재정리하여 모아 놓은 것입니다. 대강의 주제들을 살펴보면 부동산 투기와 내수침체,한국경제 분석 및 전망, 행정수도 이전문제, 교육개혁, 인구문제, 노사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총 25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제 어디서 누구와 인터뷰를 했으며 기고를 하였는지 설명을 하여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도록 하였고, 새롭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부동산경제가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법을 심도 있게 제시하고 있어 관계 기관이나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한번쯤 보아야 할 책이다.

 
김광수소장은 2004년 1월에 이미 '한국경제가 지고 있는 가장 큰 짐이 부동산 거품'임을 지적했다. 그는 중산층 가계의 돈이 부동산에 대거 묶여버려 2004년 수준으로 부동산 값이 유지되면 돈이 제대로 도는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부동산에 낀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임을 역설했다. 부동산 값이 그 뒤인 2006~2007년에 또 한 차례 폭등한 것을 기억해보면 김광수소장이 제기한 시점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현재의 부동산 거품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고 말함으로써 부동산과 국가경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책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종합부동산세, 행정수도이전, 국토균형발전 등 참여정부의 정책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대책, 정부개혁, 대학개혁 등에 대한 참여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김광수경제연구소 역시 2006~2007년 다시 불어온 부동산 광풍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6~7년의 부동산 광풍이 건설회사와 언론, 업자들이 만들어낸 거품에 소비자들이 속은 것인지, 스스로의 처지와 소득을 인식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성급한 '욕심'인지, 기타 다른 요인들이 겹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참여정부 실세들은 당시 부동산 거품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고 정부관료들과 언론은 거짓 정보와 데이터로 노무현대통령 및 국민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다소유자 - 재벌건설회사 - 정부관료 - 조중동 - 부동산업자 - 투기자 - 불량한 학자들의 '먹이사슬'은 그 당시에도 중산층과 서민들의 호주머니의 돈을 훔쳐갔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챕터 14.'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국의 대학개혁'을 통해 저자는 대학의 개혁에서 '경쟁력'만을 강조했다. 대학이 지속적인 혁신과 내부 노력이라는 동력을 갖기 위해 '경쟁'이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국의 대학이 닥친 현실은 '경쟁력'만은 아니다. 한국의 대학은 '학문'과 '지성'의 실종, '자본'의 노예, 사학재단의 돈벌이, '주인'이 실종이라는 쓰라린 현실에 처해있다. '경쟁'만을 강조하게 될 경우 그 대학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의 시각과 관점은 사람됨, 공동체, 협력과 협동, 주체로서의 감성 등을 외면한 채 너무 '경제학'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다.
 
[ 2011년 9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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