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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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 저, 이석태 역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자유로운 영혼 헬렌 니어링, 그 감동의 기록 Loving and Leaving thr Good Life >를 읽고 / 1997. 10., 248쪽, 보리

 

이 책도 법정스님이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소개해주신 것이다. 법정스님은 그 책에 사회 일반의 통념과 관행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른 삶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하여 많은 책을 소개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울의 <월든>,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라다크 마을 <오래된 미래>, 호주의 원주민 <무탄트 메시지>, <나무를 심은 사람>, 인도의 사티쉬 쿠마르 <끝없는 여정>, 일본의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 <핀드혼 농장 이야기>, 야마오 산세이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 윤구병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아베 피에르의 <단순한 기쁨>, 존 프란시스의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 등. 

그들은 특별하거나 유별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독실한 종교인도 아니고 뛰어난 철학자도 아니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도 그런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부자는 부와 여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회를 누립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불행, 과로, 지저분한 환경에 짓눌려 삽니다. 부자는 기회의 천국에서 살고있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불행의 지옥에 빠져있으며, 부자의 천국은 가난한 사람들의 지옥을 딛고 있습니다."(스코트 니어링) : 20대였던 1905년 어느 공개 강좌에서....

"속된 삶 -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성공하고 유명해진다. 양심을 지키는 삶 - 소명에 따라 행동하고 두려움이 없으며 정의롭게 된다. 성공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유명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반면, 정의로움은 영원한 진리의 반석이 된다"<저마다의 것> : 스코트 니어링의 1908년 쪽지 메모 중에서...

 

헬렌과 스코트는 서로 존경하는 동반자로 만나 55년 동안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20세기 초 미국의 주류 문명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존중하는 가치를 추구하다가 점점 문명을 거부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삶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다가 준비해 온 죽음을 맞아들이는 모습이 귀한 깨달음을 준다. 헬렌은 인류사회에서 '진정한 남녀간의 동반자'가 어떤 것인지를 스코트와 자신이 함께한 삶에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이 불분명한 현대의 물질문명의 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삶이 하나의 올바른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울이나 사티쉬 쿠마르 등에 관해 쓰여진 책을 읽다보면, 많은 경우 자연스러운 삶, 문명을 거부하는 삶을 살았던 이들은 독신이거나 홀로 섰을 때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이 남녀의 조화로운 삶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음을, 또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통해 조화로운 삶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동반자 관계는 나이를 초월했다.(솔직히 말하면 나이 차이가 컸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삶'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삶의 지침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운 삶의 중심에는 깊은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창조와 개혁에 대해 언제나 조심스럽고 망설이며, 현상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개혁자, 이미 알려진 길을 벗어나 가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일 수 밖에 없고 끊임없는 반대와 비난, 질시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창조적 사고와 행위에 따르는 희열에 대해 그거 치러야하는 대가의 일부이다"(스코트 니어링)

"희망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나으며, 가장 위대한 성공은 일하는 것이다"(스코트 니어링)


1904년 미국에서 태어난 헬렌은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의 꿈을 안고 열여섯 살에 유럽으로 건너간다. 그 곳의 신지학회에서 만난 크리슈나무르티와 헬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데, 유럽과 인도, 호주를 오가면서 6년 동안 이어진 그 사랑은 크리슈나의 동생이 죽은 뒤 서서히 빛을 잃는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세계의 교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헬렌은 스물네 살에 스코트 니어링을 만나 삶의 길을 바꾸게 된다.

헬렌보다 스물한 살이 위였던 스코트 니어링은 부유한 광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타고난 '비판적인 지식인'으로서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줄기차게 도전하다 대학 강단에서 두 번씩이나 쫓겨났다. 사회에서 고립된 스코트는 헬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가난한 뉴욕 생활을 청산한 뒤 바로 버몬트 숲에 터를 잡고 사탕단풍 농장을 일군다. 헬렌과 스코트가 그렇게 반 세기 동안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함께 한 '땅에 뿌리박은 삶'은 수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다. 스코트가 100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서 왔는데 그 깃발 하나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되었다."


"당신이 일을 시작할 때 다음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곧 사람은 경제적인 상품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 문제는 이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이다"(스코트 니어링 1911) 

"나는 사회주의자, 평화주의자, 채식주의자가 되겠다. 나는 사교춤과 야회복을 포기하며 이것들로 대표되는 생활을 멀리하겠다. 나는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 애쓰는 강연자 노릇을 포기하겠다. 나는 사회복지, 공동의 가치, 공동 선을 높이는 일에 헌신하겠다"(스코트 니어링 1917)

"(제1,2차 세계대전에 대해)전쟁이란, 문명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파괴와 대량 학살이자, 제국주의 국가들끼리 벌이는 힘겨루기다. 생명과 사회의 부를 끔찍하게 손상시키며,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방안 가운데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스코트 니어링)


헬렌은 이 책을 87세에 썼다. 헬렌 자신보다는 스코트 니어링의 삶과 반 세기에 걸친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탁월한 경제학자이자 사회주의자이며, 교육자이자 생태주의자인 스코트는 스스로 말한 것을 자신의 삶에서 그대로 실천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이 책 속에서 헬렌은 스코트와 함께 보낸 충만한 삶과 100세 생일을 앞두고 스스로 음식을 끊음으로서 평화롭고도 위엄을 간직한 채 맞이한 스코트의 죽음을 통해 사랑과 삶, 죽음이 하나임을 보여 준다. 헬렌은 조화로운 삶, 참으로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이 어떤 삶인지 온몸으로 보여 준 두 사람의 사랑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상적인 삶은 어떤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 그 이상이 관례에서 멀어질수록, 더 비싼 대가를 치른다. ... 당신의 이상이 정신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정직하고 진리에 따라 살고자 하면, 그 이상을 이루기위해 의식주마저 희생할 수 있다"(스코트 니어링) : 빈부격차와 제1차 세계대전을 반대하여 대학에서 축출당한 후(1922년)에...


이 책을 통해서 배운 것은 "아는 것만으로 끝나는, 실천이 없는 삶은 무기력하고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법정스님 소개글)는 것이다. 헬렌과 스코트는 자신들이 살 집을 직접 돌을 이용해 만들었으며, 농사를 지어서 먹을 것을 마련했고, 많은 물건이 없어도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한낮에 쏟아지는 햇빛만으로도 그들의 영혼은 충분히 무르익었다. 그들은 그것으로 충분했으며,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되 거기 휩쓸리지 않았다. 스코트가 100세, 헬렌이 92세까지 장수(ㅋ)를 누린 것은 아마도 그들의 '아름다운 삶'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적극성, 밝은 쪽으로 생각하기, 깨끗한 양심, 바깥일과 깊은 호흡, 금연, 커피와 술과 마약을 멀리함, 간소한 식사, 채식주의, 설탕과 소금을 멀리함, 저칼로리와 저지방, 되도록 가공하지 않은 음식물,..."


아쉬운 것은 내가 스코트 니어링의 삶을 잘 모르기 때문에, 스코트의 입장에서 헬렌과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읽은 후에도 헬렌의 이야기가 100% 다가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헬렌이 자신의 삶이나 철학보다 스코트의 그것을 위주로 책의 내용을 채우는 관계로 헬렌의 개별적인 삶이 잘 드러나지 않은 점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스코트 니어링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다시 한 번 읽어보리라...


[ 2012년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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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푸른지식 협동조합 시리즈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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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형대, 하종란, 차형석 저 < 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를 읽고 / 2012. 07., 312쪽, 푸른지식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경험은 한 번 뿐이다. 지난 9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했다. 아이쿱 생협 등 영등포구에 있는 몇 개 협동조합을 인터넷으로 검토해 본 후 내린 결정이었다. 아무래도 협동조합의 역사가 길다는 것이 마음을 움직였다. 가입은 쉽고 간편했다. 정기적으로 농산품에 대한 안내 문자와 메일이 온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내가 직접 장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구매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직 신입 조합원 교육 안내를 받지 못했다. 처음이라 아직 적응이 안되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 협동조합과 많이 다르다.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시장 후보의 양천구 시민참여본부에서 한 달 정도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시민참여본부에는 양천구에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활동했다. 그렇게 활발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회의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타운홀 미팅 등 선거운동도 진행했다. 시민사회단체 중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많았다. 건강한 분들이었고, 열심히 활동했다. 다만, 서로 다른 협동조합 관계자들끼리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지역 매장을 신설하는 데 있어 갈등이 있었다.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와 동시에 배척하는 느낌도 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는 협동조합 설립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참여한 후배에게 설명을 듣기도 했다. 얼마 전 서울시청 꼭대기에 양봉장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양봉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시도한 자연친화적 정책 중의 하나다. 뉴욕에도 수십 층의 빌딩 꼭대기에서 양봉을 하는 젊은 변호사가 있다. 공생을 통해 자연 친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에도 덴마크 코펜하겐 한복판에서 ‘도시 양봉’을 하는 ‘벌꿀 협동조합’이 등장한다.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적 재활을 도모하고, 자연친화적 벌꿀도 생산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한국에는 아직 모범적인 협동조합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알고 있다. 실제 그동안은 법과 제도의 미비로 농협이나 신협, 제조업, 그리고 소비자 협동조합만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 신협, 중기협 등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모두 관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중앙 조직 중심이고,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운영하다 보니 정부부처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공공기관으로 전락했다. 소비자 협동조합만이 원주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안다.

 

한국의 진보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어야 하며, 노동3권을 완전 보장하고 노동조합과 계층별 조직율을 끌어 올려야 하며, 법과 제도를 제대로 갖추고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정규직도 줄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법제화시켜야 한다. 이 이외에도 재벌개혁과 정부개혁, 정치개혁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근본을 경계하고 대안경제를 추구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협동조합이 대안경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아마도 내 나이나 출신, 경력 등 개인적인 조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취지와 정신이 말 그대로 협동과 상호부조, 연대, 일자리 창출, 평등, 민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앞으로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면, 십중팔구는 협동조합일 것이고, 머지 않은 때에 생산자 협동조합을 구성하려는 계획이다.
이 책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를 세 명의 언론인이 직접 취재해서 소개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을 시도하는 크고 작은 단체들이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 저자의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덴마크, 스위스 등 유럽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오세아니아 지역의 앞서나가는 협동조합 기업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보면, 1950년대만 해도 가난했던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이제 8,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은 1인당 소득이 4만 유로에 이른다. 1만 3,000여 양돈 농가가 주인인 덴마크의 축산 협동조합 기업 대니쉬 크라운은 최근 연간 매출이 9조 원으로 돈육 생산량 세계 11위, 돈육 수출 세계 1위다. 뉴질랜드의 250개 낙농 협동조합이 의기투합해 만든 폰테라도 뉴질랜드 최대 기업이자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업체다.
자본주의의 첨병처럼 보이는 미국도 협동조합의 뿌리가 깊다.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인 선키스트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기업이다. 세계 4대 통신사로 손꼽히는 미국의 AP통신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과 상관없어 보이는 버거킹, 던킨도너츠, KFC 같은 업체도 모두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 다수가 서로 뭉치고 나누는 호혜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자본주의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려는 기업이다. 복지나 자선단체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는다"
"'축구 그 이상'을 표방하는 스페인 축구클럽 FC바로셀로나는 17만명의 주민이 주인이고, 그들의 출자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이다. 구단주가 없으며 6년마다 조합원이 회장을 선출한다"
"이태리의 에밀리야로마냐 주의 최대 소매업체는 소비자 협동조합이고, 건설사와 은행은 물론 박물관과 공연장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이곳 주민들의 1인당 소득은 무려 4만불을 넘는다"
"덴마크 코펜하겐 동측 앞바다의 거대한 풍력발전기(40MW 전력 생산) 20대의 주인은, 1997년 8,600명의 시민 조합원이 출자한 '미델그룬덴' 빌전 협동조합이다" 환경과 전기료 절약과 배당수익까지 '일석삼조'입니다
"유럽 최대 청과믈 도매회사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 덴마크 양돈산업의 90%를 장악한 대니쉬 크라운, 이태리 최대 우유 생산업체인 그라나롤로의 공통점은 원예농가. 양돈농가, 낙동가의 공동출자로 세운 협동조합이다"

 

2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실상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우리 현실에 맞는 협동조합을 만들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위협을 받는 동네 빵집이 협동조합으로 친환경적 빵집을 운영한다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빵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다.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 아파트 주민이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작게는 매달 내는 관리비를 더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고, 크게는 공동 텃밭이나 생활지원센터 등을 통해 아파트를 함께 사는 이웃이 모두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매일 이용하는 마을버스를 협동조합 기업으로 운영하면 좀 더 싼 가격에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말에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대 기업의 휴대폰과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가 이동통신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내가 원하는 기능만 있는 단말기를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물론 매달 내는 휴대폰 요금이 반값으로 떨어질 수 있다. 교육 여건이 도시보다 나쁜 농촌에 협동조합으로 학원을 만들면 건강한 사교육 공간을 만들어 도농 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아이들 교육 때문에 도시로 이사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나부터 참여할 수 있고 실생활에서 가깝게 편익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협동조합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지 상상을 매개로 하여 재치 있게 전달한다.

 

"소비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소비자 조합원에게 물건을 값싸게 파는 것, 생산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조합원의 몽산물을 안정적으로 비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농협은 협동조합이 아니라 몽민 피 빨아먹는 관변단체죠...
"노동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신용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좋은 조건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의 신협은 관변단체 수준이죠...
"한국에서도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출판인, 미술인, 김밥집, 커피전문점, 동네슈퍼/빵집, 미장원, 전통시장 등도 협동조합을 고려해야 한다" 모이고 조직해야 힘이 됩니다."

 

3부에는 세계의 협동조합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를 실었다. 또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상식을 팁으로 정리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나라도 2011년 12월 국회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어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 사회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부산경남 자동자부품 기술사업 협동조합’의 준공 소식이 들리고, ‘의약품 유통업 협동조합’의 법인이 인가되었다. 완주에서는 협동조합 형태의 ‘햇빛 발전소’의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고, 춘천에서는 젊은 빵집 주인과 대학생이 힘을 합쳐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네 빵집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주택협동조합과 교육협동조합을 열심히 진행 중인 페친들도 있고, 주변에는 의료생협에서 일하거나 콘첸츠 생산협동조합을 구상하는 지인들도 있다.

 

"자본주의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독차지한다. 협동조합의 노동은 자본을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독차지한다"(조지 홀리요크)
"협동조합의 속성은 자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진정한 기능을 노동이 이용하는 도구로 한정하고 그만큼만 대가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샤를 지드)
"협동조합에서는 노동자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한다. 그 결과 자본주의에서 억눌렸던 근면하고 훌륭한 작업능력이 어마어마한 힘으로 분출한다"(알프레드 마샬)
"협동조합은 시장 안에서 작동하고 그 원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경제적 기업이지만, 경제 외적 목적을 추구하고 다른 주체와 전체에게 긍정적 외부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단체다"(스테파노 자마니)

 

저자들이 나름 협동조합을 재미나게 설명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 맞춰 가장 실질적인 문제인 ‘어떻게 협동조합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유일한 책이다"라는 깔대기에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저자들이 소개한 해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듯이 협동조합이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는 한국과 달리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문화적 유전자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국내에서 두레나 계를 예를 들어 한반도에도 협동조합 전통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래봤자 조그마한 동네 단위일 뿐이었다. 조선 후기를 생각해보면, 대지주 중심의 소작인과 노예 수준의 봉건체제에서 소작인들이 협동조합 수준의 생산자 조합을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제조업의 수준을 고려하면 유럽처럼 소규모 제조업자 중심의 길드를 구성하기도 불가능했다. 상인들도 조합 구성까지는 진척되지 못한 채 일제 강점기를 맞이한 셈이다. 한국과 서구 국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한국은 협동조합 전통은 고사하고 하루 한 끼 먹고 살기도 빠듯한 시절을 무려 100여년 동안 거쳐왔다. 일제도 그렇고 이승만, 박정희도 농민, 제조업자, 상인 등 어떠한 계급, 계층의 조직화도 핏대를 곤두서면서 탄압했기 때문에 협동조합 비슷한 흐름을 만들어 내기가 힘들었던 역사적 과정이 흘러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의 99% 민중들은 각개격파되어 출세와 생존의 압박 속에 자기 혼자 만이라도, 적어도 가족 단위라도 살아남고 풍족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에 줄을 서고, 무한경쟁과 관행과 편법과 부정을 일삼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국은 협동조합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또 불같이 뛰어들었던 최근 몇 십년을 돌이켜 보면,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협동조합을 추진하려면 자본주의적 비지니스 마인드 중 절반을 버려야 한다. 새로 배워야 한다. 태도도 바꿔야 한다. 어려운 문제나 인간관계를 술로 해결하는 문화도 버려야 한다. 참여의식을 높여야 한다. 자기의 일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협동조합의 비전이 보이는 만큼 협동조합은 어렵다.

 

[ 2012년 1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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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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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법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정치개혁, 경제개혁 실패라 할 수 있다. 경제개혁 실패의 상징적인 사안은 바로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 양산과 재벌개혁, 특히 삼성의 불법과 비리를 묵인한 것이다. 사법개혁의 실패는 검찰의 정치화와 이기주의와 권력화, 상당수 판사들의 정치화와 기득권 편향을 가져왔다.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불법과 비리를 묵인한 결과는, 오히려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이 정치권과 사법부, 검찰, 언론, 관료, 학계를 불법 뇌물로 매수하여 '돈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개별 분야의 개혁실패는 서로 작용하여 한국의 기득권 집단과 권력층은 총체적인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버렸다.
이 책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과 재무팀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김용철 변호사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MB정부에 이르기까지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이 어떻게 조작과 불법행위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횡령, 배임, 탈세 등을 저지르고 공직자들과 언론 등을 매수했는지, 주식회사를 몇 프로의 지분으로 장악하여 계열사를 동원한 후 사익 추구에 이용했는지, 이건희가 아들 이재용에게 경영권을 상속시키기 위해 어떤 불법행위를 일삼았는지 고발했다.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은 삼성이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기업을 철저하게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가을부터 한국 사회를 떠들석 하게 만들었던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양심 선언과 고발,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졌던 검찰 수사와 특검과 재판... 김 변호사는 이 책에서 양심 선언 전후의 과정과 심정, 검찰과 특검의 어처구니 없는 수사와 기소, 법원의 허무맹랑한 판결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시 고발하고 있다.

 

이미 5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우리는 다시 '삼성을 생각'해야 한다. 범죄행위를 일삼았던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 그들로부터 뇌물과 대가를 받고 편의를 봐준 관련자들이 지금도 버젓이 인도 위를 걸어다니기 때문이다. 그런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몸으로 지금도 공직자의 지위에 남아 공직사회를 흐리고 있고, 명예와 부귀를 얻고 있고, 또 다른 불법행위를 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떵떵거리고 살기 때문에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직장인과 노동자들이 로비를 하고 연줄을 찾는 등 온갖 부정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하려는 모습에 대해 따끔하게 말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범죄를 덮어버리면 미래에도 동일한 범죄를 해도 괜찮다고 인정해주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미 친일매국노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과거로 인하여 오늘날에도 뼈아픈 고통과 후회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에게 검찰과 사법부만 '관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가 고발하는 이들은 대부분 검사와 판사들이다. 그 이외에 삼성 구조본의 다른 임직원들이 '관리'한 정치인, 언론인, 관료, 학자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을 볼 때,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이 삼성 이건희의 더러운 돈으로 검게 오염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처음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 이건희 일당의 범죄행위를 양심 고백했을 때가 참여정부 마지막 임기인 2007년이었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결사적으로 양심 고백을 막으려 했고, 무시했고, 회피했다. 검찰 뿐 아니라 조준웅 특검 역시 '삼성 장학생'이라고 믿게끔 스스로 행동했다. 검찰과 사법부가 삼성 비자금 사건을 (참여정부에 대한)박연차 게이트 수준으로 수사하고 판결했다면 이건희와 이재용은 지금 감방에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수 십년간 콩밥을 먹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 법조인 수십 명과 함께...,

 

"2007년 천주교사제단과 김용철변호사가 삼성 이건희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공개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정백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중수부장을 참여정부는 내버려두었다.(그들은 MB정부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 ..... 참여정부가 삼성 특검을 수용하기 전, 김용철변호사를 찾아와 특별검를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조건이 '정권을 물어뜯지 않을 사람'이었다. 조준웅 특검은 그렇게 탄생했다."
"삼성 이건희가 한나라당만 관리했으리라는 생각은 순진한 오해다.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상당수는 삼성이 만들어 낸 것이다. 2005년 '안기부 X파일'이 논란이 될 때, 첨여정부는 국정원 최고정보책임자에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임명했다"
"2007년11월 청와대 이용철 비서관이 2004년 삼성전자 법무팀 이경훈으로부터 현금500만원을 택배로 받았던 사실을 증거까지 첨부해 양심고백했으나, 수사도 징계도 없이 유야무야되었다. .... 조준웅 특검은 섬성비자금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하지않았다. 삼성화재 등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확인했으면서도 비지금이 없다고 허위발표했다. 정치,관료,법조계에 대한 불법 로비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 조준웅 특검은 중앙일보 위장분리, 계열사 대형 분식회계 등 특검 수사 권한 밖의 삼성비리에 대해 멋대로 무혐의라 발표했다. 삼성 특별검사가 아니라 삼성특별변호사를 자청한 셈이다. .... 감용철변호사 양심선언 후 검찰도 특검도 2개월 반동안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었다. 그래서 삼성증권은 고객증권계좌 신청서를 무려 43만개 폐기했다.(이 애긴 저도 삼성증권 출신에게 직접 들었죠) .... 조준웅 특검은 제보에 따라 삼성화재를 압수수색하여 미지급 보험금과 렌터카비용을 차명계좌로 빼골려 구조조정본부에 전달하고 로비로 사용한 것을 밝혀냈음에도 사장 개인의 횡령으로 짜맞추었다. .... 조준웅 삼성 특검의 최대 성과는 이건희 일가가 훔친 돈, 즉 절도장물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훔친 자에게 갖도록 한 것이다. 이건희는 하루아침에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되었다"(이런 특검은 할 필요가 없다...)"
"2008년에도 사제단은 삼성 이건희의 뇌물 관리대상을 추가-이종찬,김성호,황영기 등-로 공개했지만, 이들은 국정원장,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되었다. 현 정부 내내 삼성 관리대상은 승승장구했다"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경제사건 담당인 형사합의 24,25부가 아니라 평소 삼성이 무죄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던 23부 민병훈에게 배당했다. 당시  재판 배당실무는 허만 판사, 지법원장은 신영철이었다. .... 허술한 삼성 특검에 더하여 2008년 민병훈 판사는 기존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에 대해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월급쟁이 사장 허태학,박노진은 유죄판결이었다. .... 삼성SDS BW 헐값매각 사건의 이건희에 대해 1심 민병훈 판사와 2심  서기석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009년 유죄로 판결했다.(MB, 이건희, 신영철도 만능은 아니죠..^^) ....
"삼성특검이 이건희 등을 1,128억의 조세포탈로 기소했음에도 민병훈 판사는 465억만 인정하고, 연간 세금포탈이 10억을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의 법조항도 무시하고 징역3년,유예5년을 선고하여 자유롭게 해줬다. .... 민병훈 판사는 이학수에게 조세포탈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짜리 두 건으로 나누어 판결했다. 그래서 이학수가 징역 3년 이상이면 집행유예할 수 없다는 법조항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도록 해주었다."
"삼성SDS BW 헐값발행으로 227억 배임죄응 저지른 이건희는 특경법 상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져야 하는데, 김창국 고등법원 판사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낮다'며 형량을 추가하지 않았다"(대다수 시민은 비난했는데...!!)
"국세청 고위직 출신에게 삼성이 검사들에게 뿌리는 돈이 생각보다 적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국세청 직원에게 가는 돈은 '0'이 하나 더 붙는다'라고 말했다. 양심고백 당시 검사 명단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다"
 
한국 사법부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 역시 삼성 이건희 일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건희 일가의 삼성 에버랜드 CB(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삼성 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은 이재용에게 회사 재산을 불법적으로 넘긴다는 본질이 같은 것이나 대법원은 다른 논리를 적용하여 에버랜드건에 무죄를 안겨줬다"
"삼성에버랜드 주주배정 방식으로 CB를 헐값발행할 때 이사회도 열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임에도 대법원 판사 6인은 이 사항을 무시했다."(이들이 삼성 불법 비자금으로 관리되었다는 의혹이 충분하다.)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일당이 법과 제도와 상식을 벗어나 얼마나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운영되는지 세밀하게 알려 준다. 누가 삼성을 '세계 최고기업'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 최고 '범죄기업'이면 모를까...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비리에 관한 검찰수사가 안건으로 올라오면, 사장들이 일제히 충성맹세를 한다. 자신들이 회장을 대신해서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범죄영화의 조폭집단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 삼성 이건희는 불법 비자금, 뇌물, 조세포탈, 배임, 횡령 등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이학수, 허태학, 박노빈, 황태선, 김승언등을 모두 승진시키고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막가파 경영을 일삼고 있다"
"이건희는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에버랜드와 SDS에 968억, 1539억을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오늘날까지도 각 법인의 회계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건희가 사기쳤거나 삼성이 회계조작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과 구조본 팀장들 중에는 자신들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가의 이익에는 관심도 없었다.(범죄자들일 뿐...) .... 이학수와 김인주 등은 오직 이건희의 사적이익과 안전만이 관심사였다. 그들 언어로 표현하면 '회장님과 그룹을 보위하는 일'이다. 사실상 비자금을 관리하고 불법행위를 세탁하는 일이다. 회사 이익과 회장 이익이 부딪히면 후자가 우선했다."
"참여정부에서 한미FT"삼성 이건희는 냉장고 판매실적에서 LG에게 뒤졌다는 보고를 받은 후 "반도체에서 한 2조쯤 빼서 전국 모든 가정에 새 냉장고를 사줘라"고 말했다. 보통사람이 이렇게 애기했다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 1999년 삼성 구조본 김인주가 중앙일보 주식의 비밀명의신탁계약을 이건희와 홍석현 사이에 체결토록 했다. 2007년 얌심선언 후 주식은 홍석현 소유로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중앙일보는 이건희에게 매주 정보보고를 올린다"
"내가(김용철) 삼성 구조본 법무팀에서만 일했다면, 삼성 비자금이나 뇌물에 대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본 재무팀에서 4년간 일했기 때문에 삼성 내부사정을 잘 알 수 있었다"
"2000년 이재용이 주도한 'e삼성' 사업은 계열사에게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망했다. 계열사들이 'e삼성'의 주식을 사주어 이재용의 원금을 회수해주었다. 구조본이 주도한 이 실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나는 삼성에서 이건희 일가가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을 너무 자주 봤다.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을 우습게 여기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봤다. 그들은 보통사람과 신분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명품애 관한 이건희의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삼성이 뛰어들었다가 망한 사업은 흔했다. 독일의 명품카메라사인 '롤라이'를 1천억에 인수했다가 1백만원에 팔았다. 하이앤드 오디오를 위해 회로도를 100억원에 매입 후 실패했다. .... 이건희가 추진한 삼성의 자동차사업은 1년 만에 3조7천억의 손실을 봤다. 국가세금 투입과 6만명의 감원으로 손실을 메웠고, 책임은 바지사장이 뒤집어썼다. 이건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았다. .... 일본의 유니온광학, 럭스맨등을 인수하여 헐값에 매각하거나 청산하였고, 유럽의 롤라이, 피케레등을 인수하였다가 헐값에 매각, 국내 대도제약, 이천전기를 인수하였다가 포기하였다. .... 이건희의 '무노조 경영'은 반인권, 불법적일 뿐만 아니라 노조를 막기위한 비용이 노조와 상생하는 비용보다 막대하다. 무노조 경영은 삼성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할 뿐이다. .... "삼성에서 우대받는 사람은 경영을 잘하거나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를 신처럼 떠받들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계조작과 뇌물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다."
"이재용의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의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구조본 가신들이 이사회 의사록을 나중에 허위로 만들었다. 의사록에 있는 기명 날인도 모두 엉터리였다."
"삼성 자동차 파산 사례는 이건희의 독선적 결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내버려 두면 비극은 다시 일어나고, 피해는 삼성의 노동자들과 전국의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 삼성자동차 다음의 큰 손실은 미국의 망해가는 컴퓨터회사 AST를 인수하여 1조3천억을 날린 것이다. 이건도 삼성 계열사와 노동자,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삼성 이건희 일당에게 얼마나 농락당했는지, 무능했는지 말해주는 대목도 많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이어지는 수 십년간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한국경제를 건강하고 투명하며 경쟁력 있게 육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 이건희 일가 등 재벌과 대기업에 대해 수 많은 특혜와 이권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무능하고 탐욕스럽고 비대한 재벌-대기업들과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생존력을 빼앗긴 중소기업, 그리고 최하층 바닥에 노동자들이 깔려버렸다.


"한미FTA를 추진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삼성전자 법무팀 사장으로 옮긴 후, 첫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만 추진한 인물답다"
"1997년 이건희 일가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 당혹해했다. 그러나 김인주가 큰소리 친대로 이건희의 뇌물로 김대중 정부를 장악하는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와 골프를 치던 민주당 정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감옥에 갔다. .... 1997년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CB를 헐값인수하여 5개월만에 주식으로 전환, 수천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시민단체가 배임과 변칙증여로 고발했으나, 사법부는 3심까지 이재용의 손을 들어주었다"(이 사건이 애버랜드와 SDS 범죄의 전주곡이었다) ....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e삼성'에 대해 조사하자 구조본은 서류를 조작하고 폐기했다. 공정위는 구조본이 전달한 자료와 진술을 근거로 삼성에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2000년 곽노현 교수들이 삼성애버랜드 CB 헐값인수 사건을 고발했지만, 김대중 정부의 검찰은 에버랜드의 접대를 받으면서 수사를 미루었다. 수사는 2003년 기소할 무렵에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원칙대로 하던 중수부 남기춘검사는 삼성 구조본 압수수색과 이학수의 구속을 시도했지만 참여정부와 검찰 수뇌부는 거절했다. 그가 특수부로 옮기자 특수부가 담당하던 에버랜드 CB사건이 금융조사부로 이관됐다. .... 부당대출로 금융기관이 손실을 보자, 삼성자동차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조사했다. 회사가 파산할 때, 직원들이 회사를 점거하고 서류를 태웠는데 잿더미 속에서 분식회계 서류가 발견되었지만 끝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 이루어진 재벌수사, 즉 정몽구 현대 회장, 박용성 두산 회장 등이 연루된 비리사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삼성에 대한 수사도 미적거렸고 일선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 삼성 SDS BW 헐값 발행사건에 대해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검찰은 무려 여섯 번이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09년 대법원은 이 사건을 배임죄로 판결했다. 그 뒤 어느 누구도 아무런 해명이 없다."
"2009년 대법원의 에버랜드 CB 헐값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참여정부가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 이 사건 1심 변호인으로 활동하던 이용훈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한 게 노무현 전대통령이었다."
 
삼성 이건희 일당의 범죄행위를 제대로 수사하여 처벌하는 방법은 뭘까? 김 변호사는 기존에 국세청이나 검찰에서 확보한 자료가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특별검사로 일할 뜻도 비쳤다.


"국세청에는 재벌계열사에 대해 지분이동 조사를 가끔씩 한다. 그래서 국세청 조사국에는 삼성계열사의 실질 지분 이동자료가 다 있다. 이런 자료만 잘 분석해도, 경영권 승계과정의 불법행위를 쉽게 알 수 있다. .... 국세청은 삼성의 불법행위와 탈세혐의를 밝힐 자료를 가지고도 활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지리에 대한 수사를 가로막았다. 삼성특검의 자료협조 요청을 번번이 거절했다."
"삼성비리의 뿌리는 비자금이다, 비자금이 없었다면, 삼성이 권력을 매수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비자금은 결국 삼성 임직원들이 뿌린 땀의 대가를 빼돌린 것이다. 빼돌린 돈으로 권력자들을 매수한 것이다. .... 삼성 구조본 관재부서의 30대 초중반 과장들(주로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은 프랑스제 여행용 가방에 들어있는 현금을 수시로 본관 지하주차장에서 27층 비밀금고로 날랐다. 이런 친구들이 미래의 삼성 계열사 사장감인가? .... 삼성의 사장단, 고위 임원, 구조본의 핵심보직의 임직원등은 거의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조세포탈 등의 범죄행위이다
"2001년 제정된 자금세탁방지법은 몇천만원이 넘는 거래 및 현금 입출금을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삼성의 수상한 자금조성 및 비자금은 그 정보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확인,조사할 수 있다. .... 2008년 삼성비자금 및 차명계좌애 동원된 금융기관은 10개에 이른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불법, 부당행위에 가담한 금융기관을 조사하지도 징계하지도 않았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일가를 압박하고 처벌하는 과정에서 이건희 일가가 삼성 자본을 해외로 옮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는 한 마디로 부정한다. "삼성은 본사를 해외로 옮길 수 없다. 독과점에 철저히 내수 위주인 금융 및 소비재 사업, 중소기업에 대한 비용 떠넘기기, 정부의 다양한 지원 등 국내에서 누리는 이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또한 스웨덴의 유명 재벌그룹과 정부, 노조의 대타협을 애기하면서 삼성 등 재벌의 그룹 장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가장 먼저 스웨덴의 재벌과 한국의 재벌은 속성과 문화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스웨덴 발렌베리 재벌과 삼성 이건희 재벌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발렌베리 계열사는 삼성과 달리 독립경영이 원칙이고, 후계자는 부모 도움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등 유럽 명문 재벌가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보여주어야만이 경영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이나 이부진 등 이건희 자제들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한국사회의 두터운 부정부패 고리를 알면서도 왜 양심 고백를 했을까?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가 늘 이긴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고록 방치하는 게 옳은 것이 될 수는 없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이건희 일가와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자세한 증언을 삼성측은 부정한다. 하지만 사적인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되거나 밝혀진 사항이다. 이 내용들은 직접 차분히 읽어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렵다. 그냥 '뜬소문'이나 '전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려니 하면서도 실제 책을 읽는 내내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무능하고 허술하고도 부당한 방식으로도 삼성전자와 기타 계열사들이 운영되면서도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물론 그 이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범죄에 끼어든 이들은 삼성 그룹 전체 임직원의 0.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삼성의 임직원들은 국내 최상위급 인재들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은 국내 최고 인재를 최고 대우로 뽑아 업무를 맡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그동안 이어온 산업분야에서의 재벌 독점과 재벌 그룹 내 계열사끼리의 부당 내부거래, 뇌물과 로비와 하도급사 착취를 통해서 국내 대기업은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기업 경영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고, 이건희 일가의 무능하고 불법적인 경영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손실을 줄여서 임직원과 하도급사와 주주들의 이익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 왔다. 수십년간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에게 관리되어온 검찰, 사법부, 언론, 정치권, 관료들을 쇄신해야 하는 것이 2012년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숙제다. 나는 1% 기득권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그동안 안주해온 박근혜 후보에게 크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그는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과 능력 뿐 아니라 감성과 태도 면에서도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되지 않는다. 다만 수 십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기득권 집단들의 '이권 정치'와 이데올로기 조작에 의해 '대리 후보'로 나선 것 뿐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문제는 야권 후보들이다.
'경험이 없다'와 '부채가 없다'가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인 안철수 후보는 재벌과 대기업의 불법,불공정 행위에 대한 심판과 척결 의지를 여러번 표시했다. 그러나 재벌들의 구체적인 범죄행위, 특히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거의 표현하지 않았다. 삼성 백혈병 환자들의 탄원서에 서명도 거부한 바 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가 '삼성 범죄행위 척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사실상 '삼성에 포위되었다.' 참여정부는 재벌, 대기업과 관련하여 MB정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당수 정책과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 삼성의 범죄행위,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한미FTA, 강정해군기지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사안들에 참여한 참여정부 관료, 정치인 출신이 대거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후보의 재벌 개혁 및 삼성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도 약하다.
김용철 변호사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두 후보를 비판했다. "재벌개혁에 관한한 박-문-안 3자는 큰 차이가 없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57734.html"

 

야권 단일화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 후,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날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반드시 검찰과 사법권력을 개혁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검찰과 법원, 삼성에 대한 개혁의 내용은 특별히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정책까지도 필요 없다. 판사들이 헌법의 취지를 그대로 살려서 사건들을 판단하면 된다. '유전무죄'가 아니라 부가 많고 권력이 많은 자일수록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회적 책임의 강도를 높여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검찰도 정치화를 방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을 해체하면 된다. 삼성 개혁도 마찬가지다. 대표이사, 등기이사가 아닌 자가 주식회사의 경영권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엄정하게 제도를 적용하면 된다. 잘못된 수사와 재판을 재개하고 진실과 정의를 되살리면 된다. 불법행위를 한 자들이 다시는 경영권에 손을 댈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사면권 남발하지 말고...
김용철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 비리에 대해 다시 수사할 경우, 자신이 특별검사로 활동할 의사를 피력했다. 10년 넘게 검찰 특수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삼성의 구조와 관행과 핵심을 잘 알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2012년 11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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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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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지 없는 방>과 함께 '삼성 백혈병 시리즈'를 이룬다. <먼지 없는 방>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민웅씨와 아내 정애정씨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장에 다니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다.
 
"꽃이 질 때쯤 되면 최고의 향이 나거든.사람도 똑같애.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늙을수록사람 냄새가 나는 거야." 황상기 씨의 말이다. 황상기 씨는 사람도 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만의 향기를 가진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귀기울일 줄 알고 그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말한다. 그러나 딸을 잃게 만든 그곳, 삼성에서는 자기 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이들이 외치는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바로 그 한 가지, '사람 냄새'가 없기 때문이다.
황상기 씨의 딸 황유미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열아홉 나이로 삼성반도체 공장에 들어갔다. 삼성에 입사한 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집에 왔다. 그런데 일을 한 지 2년이 지날쯤부터 딸은 몸이 아프다고 했다. 백혈병이란다. 딸의 병을 치료하면서 같은 병원에서 백혈병에 걸린 삼성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나려고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게다가 딸과 같은 조를 이뤄 일한 동료 직원도 백혈병으로 죽었다. 혹시 딸은, 삼성에서 병을 얻은 것이 아닐까?
 
삼성에서 사람들이 왔다. 황유미씨의 병가 기간이 다 지났기 때문에 사직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황상기씨는 사직서를 쓰기 전에 산재 처리를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 큰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으세요?”였다. 산재 처리를 포기하고 나머지 치료비를 요구했다. 삼성은 치료비(1억)를 대줄 테니 이 일로 회사에 이유를 달지 말라고 했다. 딸의 치료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삼성이 원하는 대로 백지사직서에 사인을 했다. 돌아온 건 유미 병의 재발과 500만 원 뿐이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교활했다. 고 황민웅씨나 정애정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삼성전자는 중소 도시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세상 물정 모르는 부모 슬하의 선남선녀'를 가장 위험한 반도체 공장에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 공장의 위험에 대해서도, 노동자로서의 기초적인 권리에 대해서도 아무런 통지도 교육도 하지 않는다. 일하다가 아프면 무조건 개인의 잘못이나 지병으로 돌린다. 그리고 협박과 회유를 하고, 그것이 안되면 법으로 응수한다.
 
황상기씨는 딸의 병을 알리기 위해 근로복지공단과 정당과 방송국을 찾았다. 정당, 방송국은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렸다'는 증명서를 삼성에서 떼어 오라는 말뿐이었다. 산업재해 신청을 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을 찾았다. 돌아온 대답은 “삼성에다 산재 신청을 어떻게 합니까?”였다. 황유미씨 병의 진실을 알고 싶지만 삼성이 쳐 놓은 단단한 울타리에 부딪쳐 메아리로 맴돌뿐이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쉽게 다루지 못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에 공문을 보내 산업재해 불승인 취소 소송에 삼성 변호사를 보조참가인으로 지원받았다. 삼성은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 어두운 돈을 내밀며 회유를 하려고 한다. 황상기 씨는 딸이 죽은 진짜 원인을 밝혀 내기 위해 ‘반올림’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계속해서 삼성과 싸우고 있다.
 
김수박 만화가는 독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와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적절히 엮어 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세상에 처음 알린 황상기씨의 이야기와 더불어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함께 담아 냈다. 한 아버지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려고 할 때,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장본인인 삼성은 무엇을 외면하고 무엇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보여 준다. 언뜻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삼성의 비리 및 3세 승계 문제는 함께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두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넣으면서 한국 사회에 녹아 있는 삼성 문제를 하나로 묶어 냈다. 국민 기업 삼성이 진정한 일류 기업이 되려면 이제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인권을 이야기하고, 상식을 이야기하고,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산업안전과 정의를 이야기하려면 삼성 백혈병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삼성 백혈병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참된 지식인이라면 삼성 백혈병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정치인이 스스로를 '민중의 충복'이라고 말하려면 삼성 백혈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거에 거대 기업 삼성의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뇌물을 받았다 하더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다음 나서야 한다.
 
[ 2012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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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없는 방 - 삼성반도체 공장의 비밀 평화 발자국 10
김성희 글.그림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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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이 '인연'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실감날 때가 많다. 내가 매달 후원하는 단체 중 하나는 '나눔문화연구소(www.nanum.com)'이라는 비영리 시민단체가 있다. 정부나 대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고, 언론에 홍보하지 않으면서 '생명, 평화,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소규모 단체다. 재작년부터 박노해 시인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통해 알게된 후 매달 조금씩 후원하고 있고, 봄 가을에 실시되는 '평화나눔아카데미'라는 강좌도 신청하여 강연을 듣곤 한다. 몇 주 전에 그 아카데미에서 '나는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공유정옥씨의 강연을 들었다. 공유정옥씨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라는 단체에 주요 참여자 중 한 명이다. 공유정옥씨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과 관련한 비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물론, 나눔문화 홈페이지에는 몇 년 전부터 연구원이나 대학생들이 삼성전자 백혈병 인정을 위해 꾸준히 일인시위도 하는 등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게을러서 '그런가 보다'하고 자세하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유정옥씨로부터 직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백혈병에 걸렸으며, 회사 경영진과 관리자들이 어떤 식으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 지 들었을 때, 내 감정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강연을 받고 그 자리에서 서울행정법원의 산재 인정 탄원서에 서명을 했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알리기 위해 이 책과 <사람 냄새>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두 권의 만화책은 삼성 백혈병에 대해 '두 개의 시선'을 보여준다.

 

올해(2012년) 3월까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http://cafe.daum.net/samsunglabor)’에 제보된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수는 155명이고, 그 가운데 이미 사망한 사람은 62명이라고 한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이는 138명에 이른다. 하지만 삼성은 이들의 병이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개인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적극적으로 찾아 그 피해를 밝혀내고, 재해에 처한 노동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재해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감독하고 관리해야 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무기력하게 방관만 했다. 공단은 몇 년 동안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4월 10일 처음으로 반도체공장 직업병에 대해 산재 승인을 했다.
전자산업 분야의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처음 알린 이는 택시 기사 황상기 씨다. 그리고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11년 동안 일해왔던 정애정 씨도 이 싸움에 함께 하고 있다. 황상기 씨의 딸 황유미씨는 백혈병에 걸려 병원으로 이송 중 아버지가 몰던 택시 뒷좌석에서 숨을 거뒀다. 황유미씨의 그 때 나이가 꽃다운 나이 23세였다. 정애정 씨의 남편 황민웅 씨 역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둘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했다는 점이다. 정말 삼성의 말대로 이들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 질병일까?
 
이 만화책은 삼성이 가리고 싶어 하는 백혈병의 진실을 파헤친다. '청정산업'이자 한국의 '미래산업'으로 홍보되는 반도체 산업. 한국 내 제조업 중에서 노동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고 알려진 삼성전자. 불법 비자금과 정관계 뇌물 로비, 그리고 불법 경영권 승계로 얼룩진 삼성전자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부정부패는 끝이 아니었다.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도청하고 납치하고 협박하는 삼성전자의 경영진과 하수인들이 과연 반도체 공장에서는 인간적으로, 합리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을까?
 
정애정씨는 삼성반도체 공장에 들어가 처음으로 반도체를 만났다. 기름때와 어두운 색깔의 작업복으로 생각되는 일반적인 공장과는 달리, 반도체 공장에서는 티끌 같은 먼지 하나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하얀색 방진복과 방진모, 마스크를 쓰고 ‘에어 샤워’까지 한다. 공장 안은 특수 배기시스템을 통해 먼지가 걸러진 공기가 흐른다. 공장 안에서는 모든 것이 깨끗해야 한다. 먼지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람도, 물건도 공장의 청정수칙에 따라 다뤄진다. 반도체는 먼지에 아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을 '클린룸이라 부른다. 그러나 정말 깨끗할까? 큰 설비와 수많은 기계에서는 기계 소리가 계속 났다. 공장 안에 들어서면 항상 화학약품 냄새가 났다. 직원들 사이에서 누구는 아들을 못 갖는다는 둥 뜬소문이 돌았다. 여성 작업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생리불순이나, 하혈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생기는 당연한 일로 생각했다. 심지어 종종 들리는 유산 소식도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돌려졌다. 그 누구도 공장의 환경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깨끗한지 묻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정애정씨는 삼성에서 남편을 잃었다. "내 고막이 터지도록 고래고래 소릴 지르고 있었습니다. 삼성에 희망을 걸고 내 꿈을 키운 대가 치곤너무 무섭다고. 난 그렇게 죽어라 일한 죄밖에 없다고." 정애정 씨는 열아홉 살에 삼성반도체 공장에 들어갔다. 엄마 품을 떠나 독립을 했다는 것이 좋았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에 입사한 것도 좋았다.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그곳에서 남편 황민웅 씨를 만났다. 첫째아이로 아들을 낳고 둘째아이를 가졌을 즈음에 남편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다. 남편은 둘째아이의 출생신고를 손수 마치고 골수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애정씨는 남편 없이 아이 둘을 혼자서 키우기 위해 11년 동안 일했던 반도체 공장을 그만뒀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해외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병이 공장의 근무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남편이 죽은 진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고 황유미 씨 아버지인 황상기 씨의 문제 제기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싸움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삼성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말을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무재해 사업장 삼성을 상대로 첫 산재 승인을 이끌어냈다.(현재 근로복지공단은 어처구니 없게도 삼성측의 도움을 받아 서울행정법원에 항소를 한 상태다. 며칠 전인 11월 초에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법원은 대통령 선거 뒤인 12월 27일로 판결을 연기했다. 삼성의 장학생이 드글드글한 법원, 그리고 헌법과 법률과 양심과 이성 보다 승진과 상사와 권력과 자본에 더 약한 한국 사법부의 현실은 까마득하다.)

 

이 책은 유명 작가의 만화책은 아니지만, 어느 장면 하나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작가는 비록 이 책이 얇은 만화일 뿐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펼쳐 보이는 묵직한 역사가 될 것이라 믿으며 장면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그렸다.
김성희 작가는 자료조사 더불어 끊임 없는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반도체 공장을 만화로 그려 냈다.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가는 반도체가 무엇인지, 그 반도체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느 한 기업을 질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산업 현장 노동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는 한 기업을 나쁜 기업으로 매도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모르는 일반 독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는 것과 더불어, 반도체 공장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와 연대를 구하는 것도 이 책이 가지는 큰 의미 중 하나다.
 
[ 2012년 1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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