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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법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정치개혁, 경제개혁 실패라 할 수 있다. 경제개혁 실패의 상징적인 사안은 바로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 양산과 재벌개혁, 특히 삼성의 불법과 비리를 묵인한 것이다. 사법개혁의 실패는 검찰의 정치화와 이기주의와 권력화, 상당수 판사들의 정치화와 기득권 편향을 가져왔다.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불법과 비리를 묵인한 결과는, 오히려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이 정치권과 사법부, 검찰, 언론, 관료, 학계를 불법 뇌물로 매수하여 '돈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개별 분야의 개혁실패는 서로 작용하여 한국의 기득권 집단과 권력층은 총체적인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버렸다.
이 책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과 재무팀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김용철 변호사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MB정부에 이르기까지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이 어떻게 조작과 불법행위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횡령, 배임, 탈세 등을 저지르고 공직자들과 언론 등을 매수했는지, 주식회사를 몇 프로의 지분으로 장악하여 계열사를 동원한 후 사익 추구에 이용했는지, 이건희가 아들 이재용에게 경영권을 상속시키기 위해 어떤 불법행위를 일삼았는지 고발했다.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은 삼성이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기업을 철저하게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가을부터 한국 사회를 떠들석 하게 만들었던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양심 선언과 고발,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졌던 검찰 수사와 특검과 재판... 김 변호사는 이 책에서 양심 선언 전후의 과정과 심정, 검찰과 특검의 어처구니 없는 수사와 기소, 법원의 허무맹랑한 판결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시 고발하고 있다.
이미 5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우리는 다시 '삼성을 생각'해야 한다. 범죄행위를 일삼았던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 그들로부터 뇌물과 대가를 받고 편의를 봐준 관련자들이 지금도 버젓이 인도 위를 걸어다니기 때문이다. 그런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몸으로 지금도 공직자의 지위에 남아 공직사회를 흐리고 있고, 명예와 부귀를 얻고 있고, 또 다른 불법행위를 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떵떵거리고 살기 때문에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직장인과 노동자들이 로비를 하고 연줄을 찾는 등 온갖 부정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하려는 모습에 대해 따끔하게 말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범죄를 덮어버리면 미래에도 동일한 범죄를 해도 괜찮다고 인정해주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미 친일매국노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과거로 인하여 오늘날에도 뼈아픈 고통과 후회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에게 검찰과 사법부만 '관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가 고발하는 이들은 대부분 검사와 판사들이다. 그 이외에 삼성 구조본의 다른 임직원들이 '관리'한 정치인, 언론인, 관료, 학자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을 볼 때,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이 삼성 이건희의 더러운 돈으로 검게 오염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처음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 이건희 일당의 범죄행위를 양심 고백했을 때가 참여정부 마지막 임기인 2007년이었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결사적으로 양심 고백을 막으려 했고, 무시했고, 회피했다. 검찰 뿐 아니라 조준웅 특검 역시 '삼성 장학생'이라고 믿게끔 스스로 행동했다. 검찰과 사법부가 삼성 비자금 사건을 (참여정부에 대한)박연차 게이트 수준으로 수사하고 판결했다면 이건희와 이재용은 지금 감방에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수 십년간 콩밥을 먹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 법조인 수십 명과 함께...,
"2007년 천주교사제단과 김용철변호사가 삼성 이건희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공개한 임채진 검찰총장, 이정백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중수부장을 참여정부는 내버려두었다.(그들은 MB정부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 ..... 참여정부가 삼성 특검을 수용하기 전, 김용철변호사를 찾아와 특별검를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조건이 '정권을 물어뜯지 않을 사람'이었다. 조준웅 특검은 그렇게 탄생했다."
"삼성 이건희가 한나라당만 관리했으리라는 생각은 순진한 오해다.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상당수는 삼성이 만들어 낸 것이다. 2005년 '안기부 X파일'이 논란이 될 때, 첨여정부는 국정원 최고정보책임자에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임명했다"
"2007년11월 청와대 이용철 비서관이 2004년 삼성전자 법무팀 이경훈으로부터 현금500만원을 택배로 받았던 사실을 증거까지 첨부해 양심고백했으나, 수사도 징계도 없이 유야무야되었다. .... 조준웅 특검은 섬성비자금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하지않았다. 삼성화재 등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확인했으면서도 비지금이 없다고 허위발표했다. 정치,관료,법조계에 대한 불법 로비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 조준웅 특검은 중앙일보 위장분리, 계열사 대형 분식회계 등 특검 수사 권한 밖의 삼성비리에 대해 멋대로 무혐의라 발표했다. 삼성 특별검사가 아니라 삼성특별변호사를 자청한 셈이다. .... 감용철변호사 양심선언 후 검찰도 특검도 2개월 반동안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었다. 그래서 삼성증권은 고객증권계좌 신청서를 무려 43만개 폐기했다.(이 애긴 저도 삼성증권 출신에게 직접 들었죠) .... 조준웅 특검은 제보에 따라 삼성화재를 압수수색하여 미지급 보험금과 렌터카비용을 차명계좌로 빼골려 구조조정본부에 전달하고 로비로 사용한 것을 밝혀냈음에도 사장 개인의 횡령으로 짜맞추었다. .... 조준웅 삼성 특검의 최대 성과는 이건희 일가가 훔친 돈, 즉 절도장물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훔친 자에게 갖도록 한 것이다. 이건희는 하루아침에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되었다"(이런 특검은 할 필요가 없다...)"
"2008년에도 사제단은 삼성 이건희의 뇌물 관리대상을 추가-이종찬,김성호,황영기 등-로 공개했지만, 이들은 국정원장,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되었다. 현 정부 내내 삼성 관리대상은 승승장구했다"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경제사건 담당인 형사합의 24,25부가 아니라 평소 삼성이 무죄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던 23부 민병훈에게 배당했다. 당시 재판 배당실무는 허만 판사, 지법원장은 신영철이었다. .... 허술한 삼성 특검에 더하여 2008년 민병훈 판사는 기존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에 대해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월급쟁이 사장 허태학,박노진은 유죄판결이었다. .... 삼성SDS BW 헐값매각 사건의 이건희에 대해 1심 민병훈 판사와 2심 서기석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009년 유죄로 판결했다.(MB, 이건희, 신영철도 만능은 아니죠..^^) ....
"삼성특검이 이건희 등을 1,128억의 조세포탈로 기소했음에도 민병훈 판사는 465억만 인정하고, 연간 세금포탈이 10억을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의 법조항도 무시하고 징역3년,유예5년을 선고하여 자유롭게 해줬다. .... 민병훈 판사는 이학수에게 조세포탈 형량을 징역 2년 6개월짜리 두 건으로 나누어 판결했다. 그래서 이학수가 징역 3년 이상이면 집행유예할 수 없다는 법조항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도록 해주었다."
"삼성SDS BW 헐값발행으로 227억 배임죄응 저지른 이건희는 특경법 상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져야 하는데, 김창국 고등법원 판사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낮다'며 형량을 추가하지 않았다"(대다수 시민은 비난했는데...!!)
"국세청 고위직 출신에게 삼성이 검사들에게 뿌리는 돈이 생각보다 적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국세청 직원에게 가는 돈은 '0'이 하나 더 붙는다'라고 말했다. 양심고백 당시 검사 명단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다"
한국 사법부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 역시 삼성 이건희 일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건희 일가의 삼성 에버랜드 CB(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삼성 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은 이재용에게 회사 재산을 불법적으로 넘긴다는 본질이 같은 것이나 대법원은 다른 논리를 적용하여 에버랜드건에 무죄를 안겨줬다"
"삼성에버랜드 주주배정 방식으로 CB를 헐값발행할 때 이사회도 열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임에도 대법원 판사 6인은 이 사항을 무시했다."(이들이 삼성 불법 비자금으로 관리되었다는 의혹이 충분하다.)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일당이 법과 제도와 상식을 벗어나 얼마나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운영되는지 세밀하게 알려 준다. 누가 삼성을 '세계 최고기업'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 최고 '범죄기업'이면 모를까...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비리에 관한 검찰수사가 안건으로 올라오면, 사장들이 일제히 충성맹세를 한다. 자신들이 회장을 대신해서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범죄영화의 조폭집단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 삼성 이건희는 불법 비자금, 뇌물, 조세포탈, 배임, 횡령 등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이학수, 허태학, 박노빈, 황태선, 김승언등을 모두 승진시키고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막가파 경영을 일삼고 있다"
"이건희는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에버랜드와 SDS에 968억, 1539억을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오늘날까지도 각 법인의 회계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건희가 사기쳤거나 삼성이 회계조작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과 구조본 팀장들 중에는 자신들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가의 이익에는 관심도 없었다.(범죄자들일 뿐...) .... 이학수와 김인주 등은 오직 이건희의 사적이익과 안전만이 관심사였다. 그들 언어로 표현하면 '회장님과 그룹을 보위하는 일'이다. 사실상 비자금을 관리하고 불법행위를 세탁하는 일이다. 회사 이익과 회장 이익이 부딪히면 후자가 우선했다."
"참여정부에서 한미FT"삼성 이건희는 냉장고 판매실적에서 LG에게 뒤졌다는 보고를 받은 후 "반도체에서 한 2조쯤 빼서 전국 모든 가정에 새 냉장고를 사줘라"고 말했다. 보통사람이 이렇게 애기했다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 1999년 삼성 구조본 김인주가 중앙일보 주식의 비밀명의신탁계약을 이건희와 홍석현 사이에 체결토록 했다. 2007년 얌심선언 후 주식은 홍석현 소유로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중앙일보는 이건희에게 매주 정보보고를 올린다"
"내가(김용철) 삼성 구조본 법무팀에서만 일했다면, 삼성 비자금이나 뇌물에 대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본 재무팀에서 4년간 일했기 때문에 삼성 내부사정을 잘 알 수 있었다"
"2000년 이재용이 주도한 'e삼성' 사업은 계열사에게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망했다. 계열사들이 'e삼성'의 주식을 사주어 이재용의 원금을 회수해주었다. 구조본이 주도한 이 실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나는 삼성에서 이건희 일가가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을 너무 자주 봤다.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을 우습게 여기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봤다. 그들은 보통사람과 신분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명품애 관한 이건희의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삼성이 뛰어들었다가 망한 사업은 흔했다. 독일의 명품카메라사인 '롤라이'를 1천억에 인수했다가 1백만원에 팔았다. 하이앤드 오디오를 위해 회로도를 100억원에 매입 후 실패했다. .... 이건희가 추진한 삼성의 자동차사업은 1년 만에 3조7천억의 손실을 봤다. 국가세금 투입과 6만명의 감원으로 손실을 메웠고, 책임은 바지사장이 뒤집어썼다. 이건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았다. .... 일본의 유니온광학, 럭스맨등을 인수하여 헐값에 매각하거나 청산하였고, 유럽의 롤라이, 피케레등을 인수하였다가 헐값에 매각, 국내 대도제약, 이천전기를 인수하였다가 포기하였다. .... 이건희의 '무노조 경영'은 반인권, 불법적일 뿐만 아니라 노조를 막기위한 비용이 노조와 상생하는 비용보다 막대하다. 무노조 경영은 삼성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할 뿐이다. .... "삼성에서 우대받는 사람은 경영을 잘하거나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를 신처럼 떠받들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계조작과 뇌물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다."
"이재용의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의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구조본 가신들이 이사회 의사록을 나중에 허위로 만들었다. 의사록에 있는 기명 날인도 모두 엉터리였다."
"삼성 자동차 파산 사례는 이건희의 독선적 결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내버려 두면 비극은 다시 일어나고, 피해는 삼성의 노동자들과 전국의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 삼성자동차 다음의 큰 손실은 미국의 망해가는 컴퓨터회사 AST를 인수하여 1조3천억을 날린 것이다. 이건도 삼성 계열사와 노동자,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삼성 이건희 일당에게 얼마나 농락당했는지, 무능했는지 말해주는 대목도 많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이어지는 수 십년간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한국경제를 건강하고 투명하며 경쟁력 있게 육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 이건희 일가 등 재벌과 대기업에 대해 수 많은 특혜와 이권을 안겨주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무능하고 탐욕스럽고 비대한 재벌-대기업들과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생존력을 빼앗긴 중소기업, 그리고 최하층 바닥에 노동자들이 깔려버렸다.
"한미FTA를 추진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삼성전자 법무팀 사장으로 옮긴 후, 첫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만 추진한 인물답다"
"1997년 이건희 일가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 당혹해했다. 그러나 김인주가 큰소리 친대로 이건희의 뇌물로 김대중 정부를 장악하는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와 골프를 치던 민주당 정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감옥에 갔다. .... 1997년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CB를 헐값인수하여 5개월만에 주식으로 전환, 수천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시민단체가 배임과 변칙증여로 고발했으나, 사법부는 3심까지 이재용의 손을 들어주었다"(이 사건이 애버랜드와 SDS 범죄의 전주곡이었다) ....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e삼성'에 대해 조사하자 구조본은 서류를 조작하고 폐기했다. 공정위는 구조본이 전달한 자료와 진술을 근거로 삼성에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2000년 곽노현 교수들이 삼성애버랜드 CB 헐값인수 사건을 고발했지만, 김대중 정부의 검찰은 에버랜드의 접대를 받으면서 수사를 미루었다. 수사는 2003년 기소할 무렵에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 ....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원칙대로 하던 중수부 남기춘검사는 삼성 구조본 압수수색과 이학수의 구속을 시도했지만 참여정부와 검찰 수뇌부는 거절했다. 그가 특수부로 옮기자 특수부가 담당하던 에버랜드 CB사건이 금융조사부로 이관됐다. .... 부당대출로 금융기관이 손실을 보자, 삼성자동차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조사했다. 회사가 파산할 때, 직원들이 회사를 점거하고 서류를 태웠는데 잿더미 속에서 분식회계 서류가 발견되었지만 끝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 이루어진 재벌수사, 즉 정몽구 현대 회장, 박용성 두산 회장 등이 연루된 비리사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삼성에 대한 수사도 미적거렸고 일선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기까지 했다. .... 삼성 SDS BW 헐값 발행사건에 대해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검찰은 무려 여섯 번이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09년 대법원은 이 사건을 배임죄로 판결했다. 그 뒤 어느 누구도 아무런 해명이 없다."
"2009년 대법원의 에버랜드 CB 헐값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참여정부가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 이 사건 1심 변호인으로 활동하던 이용훈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한 게 노무현 전대통령이었다."
삼성 이건희 일당의 범죄행위를 제대로 수사하여 처벌하는 방법은 뭘까? 김 변호사는 기존에 국세청이나 검찰에서 확보한 자료가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특별검사로 일할 뜻도 비쳤다.
"국세청에는 재벌계열사에 대해 지분이동 조사를 가끔씩 한다. 그래서 국세청 조사국에는 삼성계열사의 실질 지분 이동자료가 다 있다. 이런 자료만 잘 분석해도, 경영권 승계과정의 불법행위를 쉽게 알 수 있다. .... 국세청은 삼성의 불법행위와 탈세혐의를 밝힐 자료를 가지고도 활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지리에 대한 수사를 가로막았다. 삼성특검의 자료협조 요청을 번번이 거절했다."
"삼성비리의 뿌리는 비자금이다, 비자금이 없었다면, 삼성이 권력을 매수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비자금은 결국 삼성 임직원들이 뿌린 땀의 대가를 빼돌린 것이다. 빼돌린 돈으로 권력자들을 매수한 것이다. .... 삼성 구조본 관재부서의 30대 초중반 과장들(주로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은 프랑스제 여행용 가방에 들어있는 현금을 수시로 본관 지하주차장에서 27층 비밀금고로 날랐다. 이런 친구들이 미래의 삼성 계열사 사장감인가? .... 삼성의 사장단, 고위 임원, 구조본의 핵심보직의 임직원등은 거의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조세포탈 등의 범죄행위이다
"2001년 제정된 자금세탁방지법은 몇천만원이 넘는 거래 및 현금 입출금을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삼성의 수상한 자금조성 및 비자금은 그 정보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확인,조사할 수 있다. .... 2008년 삼성비자금 및 차명계좌애 동원된 금융기관은 10개에 이른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불법, 부당행위에 가담한 금융기관을 조사하지도 징계하지도 않았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일가를 압박하고 처벌하는 과정에서 이건희 일가가 삼성 자본을 해외로 옮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는 한 마디로 부정한다. "삼성은 본사를 해외로 옮길 수 없다. 독과점에 철저히 내수 위주인 금융 및 소비재 사업, 중소기업에 대한 비용 떠넘기기, 정부의 다양한 지원 등 국내에서 누리는 이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또한 스웨덴의 유명 재벌그룹과 정부, 노조의 대타협을 애기하면서 삼성 등 재벌의 그룹 장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가장 먼저 스웨덴의 재벌과 한국의 재벌은 속성과 문화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스웨덴 발렌베리 재벌과 삼성 이건희 재벌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발렌베리 계열사는 삼성과 달리 독립경영이 원칙이고, 후계자는 부모 도움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의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등 유럽 명문 재벌가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보여주어야만이 경영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이나 이부진 등 이건희 자제들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한국사회의 두터운 부정부패 고리를 알면서도 왜 양심 고백를 했을까?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가 늘 이긴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고록 방치하는 게 옳은 것이 될 수는 없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이건희 일가와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자세한 증언을 삼성측은 부정한다. 하지만 사적인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되거나 밝혀진 사항이다. 이 내용들은 직접 차분히 읽어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렵다. 그냥 '뜬소문'이나 '전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려니 하면서도 실제 책을 읽는 내내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무능하고 허술하고도 부당한 방식으로도 삼성전자와 기타 계열사들이 운영되면서도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물론 그 이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범죄에 끼어든 이들은 삼성 그룹 전체 임직원의 0.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삼성의 임직원들은 국내 최상위급 인재들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은 국내 최고 인재를 최고 대우로 뽑아 업무를 맡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그동안 이어온 산업분야에서의 재벌 독점과 재벌 그룹 내 계열사끼리의 부당 내부거래, 뇌물과 로비와 하도급사 착취를 통해서 국내 대기업은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기업 경영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고, 이건희 일가의 무능하고 불법적인 경영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손실을 줄여서 임직원과 하도급사와 주주들의 이익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 왔다. 수십년간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에게 관리되어온 검찰, 사법부, 언론, 정치권, 관료들을 쇄신해야 하는 것이 2012년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숙제다. 나는 1% 기득권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그동안 안주해온 박근혜 후보에게 크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그는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과 능력 뿐 아니라 감성과 태도 면에서도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되지 않는다. 다만 수 십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기득권 집단들의 '이권 정치'와 이데올로기 조작에 의해 '대리 후보'로 나선 것 뿐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문제는 야권 후보들이다.
'경험이 없다'와 '부채가 없다'가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인 안철수 후보는 재벌과 대기업의 불법,불공정 행위에 대한 심판과 척결 의지를 여러번 표시했다. 그러나 재벌들의 구체적인 범죄행위, 특히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거의 표현하지 않았다. 삼성 백혈병 환자들의 탄원서에 서명도 거부한 바 있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가 '삼성 범죄행위 척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사실상 '삼성에 포위되었다.' 참여정부는 재벌, 대기업과 관련하여 MB정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당수 정책과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 삼성의 범죄행위,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한미FTA, 강정해군기지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사안들에 참여한 참여정부 관료, 정치인 출신이 대거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후보의 재벌 개혁 및 삼성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도 약하다.
김용철 변호사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두 후보를 비판했다. "재벌개혁에 관한한 박-문-안 3자는 큰 차이가 없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57734.html"
야권 단일화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 후,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날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반드시 검찰과 사법권력을 개혁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검찰과 법원, 삼성에 대한 개혁의 내용은 특별히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인 정책까지도 필요 없다. 판사들이 헌법의 취지를 그대로 살려서 사건들을 판단하면 된다. '유전무죄'가 아니라 부가 많고 권력이 많은 자일수록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회적 책임의 강도를 높여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검찰도 정치화를 방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을 해체하면 된다. 삼성 개혁도 마찬가지다. 대표이사, 등기이사가 아닌 자가 주식회사의 경영권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엄정하게 제도를 적용하면 된다. 잘못된 수사와 재판을 재개하고 진실과 정의를 되살리면 된다. 불법행위를 한 자들이 다시는 경영권에 손을 댈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사면권 남발하지 말고...
김용철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 비리에 대해 다시 수사할 경우, 자신이 특별검사로 활동할 의사를 피력했다. 10년 넘게 검찰 특수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삼성의 구조와 관행과 핵심을 잘 알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2012년 11월 0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