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푸른지식 협동조합 시리즈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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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형대, 하종란, 차형석 저 < 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를 읽고 / 2012. 07., 312쪽, 푸른지식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경험은 한 번 뿐이다. 지난 9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했다. 아이쿱 생협 등 영등포구에 있는 몇 개 협동조합을 인터넷으로 검토해 본 후 내린 결정이었다. 아무래도 협동조합의 역사가 길다는 것이 마음을 움직였다. 가입은 쉽고 간편했다. 정기적으로 농산품에 대한 안내 문자와 메일이 온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내가 직접 장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구매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직 신입 조합원 교육 안내를 받지 못했다. 처음이라 아직 적응이 안되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 협동조합과 많이 다르다.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시장 후보의 양천구 시민참여본부에서 한 달 정도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시민참여본부에는 양천구에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활동했다. 그렇게 활발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회의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타운홀 미팅 등 선거운동도 진행했다. 시민사회단체 중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많았다. 건강한 분들이었고, 열심히 활동했다. 다만, 서로 다른 협동조합 관계자들끼리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지역 매장을 신설하는 데 있어 갈등이 있었다.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와 동시에 배척하는 느낌도 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는 협동조합 설립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참여한 후배에게 설명을 듣기도 했다. 얼마 전 서울시청 꼭대기에 양봉장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양봉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시도한 자연친화적 정책 중의 하나다. 뉴욕에도 수십 층의 빌딩 꼭대기에서 양봉을 하는 젊은 변호사가 있다. 공생을 통해 자연 친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에도 덴마크 코펜하겐 한복판에서 ‘도시 양봉’을 하는 ‘벌꿀 협동조합’이 등장한다.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적 재활을 도모하고, 자연친화적 벌꿀도 생산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한국에는 아직 모범적인 협동조합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알고 있다. 실제 그동안은 법과 제도의 미비로 농협이나 신협, 제조업, 그리고 소비자 협동조합만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 신협, 중기협 등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모두 관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중앙 조직 중심이고,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운영하다 보니 정부부처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공공기관으로 전락했다. 소비자 협동조합만이 원주에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안다.

 

한국의 진보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어야 하며, 노동3권을 완전 보장하고 노동조합과 계층별 조직율을 끌어 올려야 하며, 법과 제도를 제대로 갖추고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정규직도 줄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법제화시켜야 한다. 이 이외에도 재벌개혁과 정부개혁, 정치개혁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근본을 경계하고 대안경제를 추구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협동조합이 대안경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은 아마도 내 나이나 출신, 경력 등 개인적인 조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취지와 정신이 말 그대로 협동과 상호부조, 연대, 일자리 창출, 평등, 민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앞으로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면, 십중팔구는 협동조합일 것이고, 머지 않은 때에 생산자 협동조합을 구성하려는 계획이다.
이 책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를 세 명의 언론인이 직접 취재해서 소개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을 시도하는 크고 작은 단체들이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 저자의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덴마크, 스위스 등 유럽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오세아니아 지역의 앞서나가는 협동조합 기업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보면, 1950년대만 해도 가난했던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이제 8,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은 1인당 소득이 4만 유로에 이른다. 1만 3,000여 양돈 농가가 주인인 덴마크의 축산 협동조합 기업 대니쉬 크라운은 최근 연간 매출이 9조 원으로 돈육 생산량 세계 11위, 돈육 수출 세계 1위다. 뉴질랜드의 250개 낙농 협동조합이 의기투합해 만든 폰테라도 뉴질랜드 최대 기업이자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업체다.
자본주의의 첨병처럼 보이는 미국도 협동조합의 뿌리가 깊다.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인 선키스트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기업이다. 세계 4대 통신사로 손꼽히는 미국의 AP통신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과 상관없어 보이는 버거킹, 던킨도너츠, KFC 같은 업체도 모두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 다수가 서로 뭉치고 나누는 호혜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자본주의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려는 기업이다. 복지나 자선단체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는다"
"'축구 그 이상'을 표방하는 스페인 축구클럽 FC바로셀로나는 17만명의 주민이 주인이고, 그들의 출자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이다. 구단주가 없으며 6년마다 조합원이 회장을 선출한다"
"이태리의 에밀리야로마냐 주의 최대 소매업체는 소비자 협동조합이고, 건설사와 은행은 물론 박물관과 공연장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이곳 주민들의 1인당 소득은 무려 4만불을 넘는다"
"덴마크 코펜하겐 동측 앞바다의 거대한 풍력발전기(40MW 전력 생산) 20대의 주인은, 1997년 8,600명의 시민 조합원이 출자한 '미델그룬덴' 빌전 협동조합이다" 환경과 전기료 절약과 배당수익까지 '일석삼조'입니다
"유럽 최대 청과믈 도매회사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 덴마크 양돈산업의 90%를 장악한 대니쉬 크라운, 이태리 최대 우유 생산업체인 그라나롤로의 공통점은 원예농가. 양돈농가, 낙동가의 공동출자로 세운 협동조합이다"

 

2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실상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우리 현실에 맞는 협동조합을 만들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위협을 받는 동네 빵집이 협동조합으로 친환경적 빵집을 운영한다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빵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다.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 아파트 주민이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작게는 매달 내는 관리비를 더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고, 크게는 공동 텃밭이나 생활지원센터 등을 통해 아파트를 함께 사는 이웃이 모두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매일 이용하는 마을버스를 협동조합 기업으로 운영하면 좀 더 싼 가격에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말에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대 기업의 휴대폰과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가 이동통신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내가 원하는 기능만 있는 단말기를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물론 매달 내는 휴대폰 요금이 반값으로 떨어질 수 있다. 교육 여건이 도시보다 나쁜 농촌에 협동조합으로 학원을 만들면 건강한 사교육 공간을 만들어 도농 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아이들 교육 때문에 도시로 이사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나부터 참여할 수 있고 실생활에서 가깝게 편익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를 제안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협동조합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지 상상을 매개로 하여 재치 있게 전달한다.

 

"소비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소비자 조합원에게 물건을 값싸게 파는 것, 생산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조합원의 몽산물을 안정적으로 비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한국의 농협은 협동조합이 아니라 몽민 피 빨아먹는 관변단체죠...
"노동자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신용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좋은 조건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의 신협은 관변단체 수준이죠...
"한국에서도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출판인, 미술인, 김밥집, 커피전문점, 동네슈퍼/빵집, 미장원, 전통시장 등도 협동조합을 고려해야 한다" 모이고 조직해야 힘이 됩니다."

 

3부에는 세계의 협동조합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를 실었다. 또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상식을 팁으로 정리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나라도 2011년 12월 국회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어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 사회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부산경남 자동자부품 기술사업 협동조합’의 준공 소식이 들리고, ‘의약품 유통업 협동조합’의 법인이 인가되었다. 완주에서는 협동조합 형태의 ‘햇빛 발전소’의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고, 춘천에서는 젊은 빵집 주인과 대학생이 힘을 합쳐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네 빵집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주택협동조합과 교육협동조합을 열심히 진행 중인 페친들도 있고, 주변에는 의료생협에서 일하거나 콘첸츠 생산협동조합을 구상하는 지인들도 있다.

 

"자본주의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독차지한다. 협동조합의 노동은 자본을 고용해 시장가격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독차지한다"(조지 홀리요크)
"협동조합의 속성은 자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진정한 기능을 노동이 이용하는 도구로 한정하고 그만큼만 대가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샤를 지드)
"협동조합에서는 노동자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한다. 그 결과 자본주의에서 억눌렸던 근면하고 훌륭한 작업능력이 어마어마한 힘으로 분출한다"(알프레드 마샬)
"협동조합은 시장 안에서 작동하고 그 원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경제적 기업이지만, 경제 외적 목적을 추구하고 다른 주체와 전체에게 긍정적 외부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단체다"(스테파노 자마니)

 

저자들이 나름 협동조합을 재미나게 설명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 맞춰 가장 실질적인 문제인 ‘어떻게 협동조합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유일한 책이다"라는 깔대기에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저자들이 소개한 해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듯이 협동조합이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는 한국과 달리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문화적 유전자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국내에서 두레나 계를 예를 들어 한반도에도 협동조합 전통이 있다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래봤자 조그마한 동네 단위일 뿐이었다. 조선 후기를 생각해보면, 대지주 중심의 소작인과 노예 수준의 봉건체제에서 소작인들이 협동조합 수준의 생산자 조합을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제조업의 수준을 고려하면 유럽처럼 소규모 제조업자 중심의 길드를 구성하기도 불가능했다. 상인들도 조합 구성까지는 진척되지 못한 채 일제 강점기를 맞이한 셈이다. 한국과 서구 국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한국은 협동조합 전통은 고사하고 하루 한 끼 먹고 살기도 빠듯한 시절을 무려 100여년 동안 거쳐왔다. 일제도 그렇고 이승만, 박정희도 농민, 제조업자, 상인 등 어떠한 계급, 계층의 조직화도 핏대를 곤두서면서 탄압했기 때문에 협동조합 비슷한 흐름을 만들어 내기가 힘들었던 역사적 과정이 흘러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의 99% 민중들은 각개격파되어 출세와 생존의 압박 속에 자기 혼자 만이라도, 적어도 가족 단위라도 살아남고 풍족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에 줄을 서고, 무한경쟁과 관행과 편법과 부정을 일삼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국은 협동조합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또 불같이 뛰어들었던 최근 몇 십년을 돌이켜 보면,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협동조합을 추진하려면 자본주의적 비지니스 마인드 중 절반을 버려야 한다. 새로 배워야 한다. 태도도 바꿔야 한다. 어려운 문제나 인간관계를 술로 해결하는 문화도 버려야 한다. 참여의식을 높여야 한다. 자기의 일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협동조합의 비전이 보이는 만큼 협동조합은 어렵다.

 

[ 2012년 1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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