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어제 밤에도 비가 왔는지, 땅이 젖었어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까 날이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데, 낮에 더울까 아침부터 마음이 쓰여요. 올해도 더울 거래, 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더울지 겁이 나거든요. 대비는 좋은 거지만, 너무 주눅이 드는 건 좋지 않아, 그렇게 마음을 바꾸기로 했어요. 그게 좋대요. 누가 그랬어요.^^
언니, 지금 하는 걱정 중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이 불필요하다는 말 있잖아요. 그거 요즘 실감해요. 그런 것들을 빼고 나면 다른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거에요. 그동안 진짜 걱정해야 할 것들은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서 줄서서 대기중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여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가려고 노력중이에요. 언젠가는 목표했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아서 복잡했어요. 한동안 그랬네요. 지금은요, 조금 덜어내고 나니까 등에 진 짐도 약간이나마 가벼워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본래 제 성격은 낙관적인 또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은 거, 아닐까요? 그래봐야 별거 없다 한숨내쉬면서, 세상 괴로움 다 진 사람처럼 사는 건, 내 타입은 아니다, 지금 전 그렇게 말하고 싶거든요. ^^
언니, 이제부터라도 남보다는 나한테 집중하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하면서부터, 마음이 가벼워졌을지도 모르죠. 조언은 좋지만, 남의 틀에 갇히고 싶진 않아졌어요. 그 둘은 미묘하게 비슷한 외양을 하니까 구별은 쉽지 않아요. 어렵죠. 당분간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졌어요. 시험은 그점에서 좋은 계기가 되어 줄 수 있을 거에요.
언니, 아무래도 비는 그칠 것같아요. 혹은 이미 그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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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려움 없이
틱낫한, 진우기 / 김영사 / 2013년 4월
~6/16까지 신간적립금 행사중
베스트셀러였던 <화>가 리에디션으로 나왔던 것이 최근이고, 이제 저자인 틱낫한 이라는 이름이 그다지 낯설지 않다. 고국을 떠나 먼 나라에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오랜시간을 살아오면서 알게된 인생에 대한 통찰을 더하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어렵지 않은 일상의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그 가치를 전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의식을 깊이 보는 것. 죽음이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란 가르침,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는 사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은 순환한다는 이해는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가까운 사람들과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여럿이 함께한다면 두려움조차 인생의 길동무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혼자라고 느낄 때, 거절당했다고 느낄 때, 삶의 아픈 고비마다 매서운 감정의 폭풍우를 헤쳐 나갈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내용 중에서)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정호승, 법륜, 박완서, 정운찬 외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필자가 총 열 다섯이라는데, 전에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유명인의 이름들도 많고, 한편으로는 박완서님과 이윤기님처럼 그리워지는 이름들도 있다. (이 책 제목, 볼때마다 느끼는 건데, 진짜 마음에 든다.)
입학과 졸업, 결혼, 아이의 탄생,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무엇인가를 시작한 날, 어떤 관계를 축하하는 날, 하던 일을 중단한 날, 자신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성취한 날들. 삶의 한 장이 끝난 전환점에 선 이들에게 전하는 격려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흥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산문들이다. 시인 정호승, 법륜 스님, 소설가 박완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비롯, 총 열다섯 명의 필자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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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혹시 지금 고민중이에요? 우산 가지고 갈까, 말까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