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일요일입니다. 조금 전에 10시가 지났어요. 늦은 저녁을 먹었더니, 페이퍼도 늦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후부터 바람이 많이 불어요. 지금은 창문을 열면 바람 소리가 들리고요. 밤에 듣는 소리는 가끔 낮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릴 때가 있어요. 어제는 12도 였는데, 오늘은 14도네... 하지만 어쩐지 쌀쌀한 날씨처럼 느껴집니다. 바람 때문일까요.^^


 얼마전이지만, 올해는 태풍이 오지 않고 잘 지나갔다는 말을 했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풍이 저기 멀리서 온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는 태풍이 10월에도 오는 거야? 에서 시작해서 오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여기로 오면 어쩌지 싶더라구요. 태풍 '란'은 일본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래도 태풍 때문인지,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붑니다. 아마 태풍이 오고 있어서 부는 바람이라면, 일본에 가까운 남쪽에는 더 많이 바람이 불 것 같은데, 요즘 날씨가 바람만 조금 더 불어도 추운 느낌때문에 목을 작게 접으려고 어깨를 올립니다. 추워서 그러는 거겠지만, 누가 보면 웃었을거야, 같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추운 걸요.^^;



 얼마전에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너의 의미'를 들었는데, 어제 생각나서 가사를 찾아봤습니다. 노래를 들을 때, 가사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아서 자신이 없거든요.^^;

 가사 중에서,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 스쳐 불어온 넌 향긋한 바람' 이라는 부분이 여러번 반복되는데, 슬픔, 간이역, 코스모스, 바람, 이런 단어들이 모여서 만드는 이미지는 살짝 낯설게 느껴지고 조금은 외로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낮에 지나가면서 들었던 '너의 의미'. 아마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를 들었을지도요.^^;


 지난 주에 들었던 어떤 이야기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만, 한 주일 동안 따끔거리는 가시처럼 찌르곤 했어요. 커다란 상처가 아니지만, 가시가 박혀있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어딘가에 있을 가시가 아프게 찔러요. 가늘고 날카롭고, 크고 작은 가시들. 어딘가 불편하긴 하지만 어디에 찔렸는지 잘 모를 때도 있고, 겨우 찾았지만 너무 가늘어서 뽑다가 부러질까 겁이 나 뽑는 것을 망설이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런 가시가 남아있으면 조금 예민해져요. 보이지는 않지만, 사소해보이는 어떤 말 한 마디, 무신경한 이야기,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지만 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들은 나중에 가시처럼 남아요. 조금씩 안쪽으로 파고들기는 해도 그냥 빠지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 


 가시에 찔리면 뽑아야 해요. 운이 나쁘면 생선가시에 찔렸을 때는 곪기도 하는걸요. 가시에 찔려서 아픈 것도, 가시를 뽑는 것이 무서운 것도,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예요. 전에 가시에 찔렸어,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 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잖아요. 정말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서 잊어버리게 될 거예요. 그리고 잊어버리거나 잊어버리지 않거나, 다음에도 가시에 찔릴 수 있겠지만, 그 때는 처음보다는 조금 더 노련해져서, 가시를 잘 찾고, 놀라지 않고, 잘 뽑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 때도 앗! 하면서 눈을 살짝 찡그리는 건 할 거예요. 아마도. 네, 아마도.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 그 때의 일은 그 때의 일이니까요. 


  그러니 가시를 뽑아야하는데, 얼른 뽑고 싶은데도, 잘 보이지 않아서 오래 걸렸어요. 눈물이 한 방울 살짝 날 것 같은, 그런 기분일 줄 알았는데, 어쩐지 뚱한 느낌. 겨우 가시 하나 뽑았는데, 뭐 그럴 것 까지야, 같은 그런 느낌. 숨을 크게 내쉬고 나니, 가시 뽑느라 숨 쉬는 걸 참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일주일이나 걸려서 뽑았는데 기분 좋아야 하는데, 조금 있으면 그냥 잊어버릴 것 같은 느낌. 

 

 이유는 잘 모르지만, 힘들때는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살아있는 한 감사할 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매일 하는 여러 가지에 바빠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다보면 그런 마음도 조금은 한쪽에 꽂아둔 책처럼 서 있지만, 이런 날에는 꺼내읽게 됩니다. 마음 속에 바람 부는 날에는 좋은 기억들이, 고마운 분들이 주신 기억이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일부터 다시 한 주가 시작입니다. 아마 다음주가 10월 마지막 주가 될 거예요.

 바람 많이 부는 일요일 밤입니다.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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