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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 ㅣ 변호사 고진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평점 :
한 사람의 변호사가 있습니다. 그는 판사로 5년간 일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사무실을 내지도, 법정에 나가지도 않은 채, 의뢰를 받고 법정 밖에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래서 '어둠의 변호사'라고 불리는 그의 이름은 고진입니다.
어느 날 고진에게 서울 우면산 근처 동네에 살고 있는 남광자라는 여성이 의뢰를 해 옵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오빠의 유산을 얼마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합니다. 오빠에게는 딸이 한 명 있고, 얼마 전 전화로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변호사와 상담 도중 의뢰인은 상속문제와 관련하여 이 집안에 수십여년 간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말하면서, 다른 집에는 없을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바로 이 집에서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 가족 중 두 사람이 죽었고 그리고 수년 전에 있었던 두번째 사건의 범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진은 알고 지내는 경찰인 이유현과 함께 이 사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리고 이어진 또 한 건의 살인 사건. 이번에는 남광자의 조카, 남진희의 죽음입니다. 고진은 남진희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죽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붉은 집의 두 가족, 서씨와 남씨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사람의 변호사와 한 사람의 경찰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애씁니다만, 사건은 그다지 만만치 않습니다.
<붉은집 살인사건>은 2010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2016년에 출판사를 달리하여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활약하는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고,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직 판사가 쓴 추리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책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황사가 심한 날 터널을 지나 우면산 아래의 붉은 집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전직 대학교수, 전직 장성, 그들의 선대에 있었던 부모들의 비극적 결말, 그리고 현재도 이어지는 가족구성원의 살인사건. 그런 것들이 일어나고 있는 이 집안의 사람들을 어떤 사람의 시선과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누구의 말이 진짜이고,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지, 이들의 과거와 미래 역시 쉽게 단정하기엔 수많은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사건은 조금 더 복잡하고, 조금 더 치밀하게 구성됩니다. 이 책에는 여러 건의 살인사건이 등장합니다. 각 사건은 발생한 시기도 다르고 범행의 수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범인이 있다면 어떻게 사건을 실행하고 알리바이를 갖는지 지켜보는 것,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범인이었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함께 지켜보는 것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동기와 속마음에 접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