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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고양이
한해숙 지음 / 혜지원 / 2016년 1월
평점 :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전하고 싶을 때, 글자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가끔씩 글자로는 잘 표현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을 하더라도 이걸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그런 순간이요. 그럴 때는 그림으로 그려주면 더 좋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때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림에 그려진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기도 해요. 또는 이 그림이 말하는 건 어떤 건지 조금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사람마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 책 <단상고양이>는 일러스트 수록집입니다. 책의 표지, 본문의 그림에도 일러스트가 있기도 하고, 상품 광고에서 만날 때도 있어요. 이 책의 작가도 많은 출판물과 광고 일러스트를 담당하셨다니, 작가의 이름을 잘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그림일 수도 있겠습니다.
<단상고양이> 는 단상(斷想)과 고양이가 합쳐진 말을 넘어서, 작가가 만든 고양이 캐릭터인 것 같아요.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사람처럼 옷을 입고, 표정을 짓는 것이 의인화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책의 앞 표지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고양이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보게 된 뒷 표지까지 다양한 색감과 느낌으로 만나게 됩니다. 요즘은 그림과 글이 같이 있는 그림에세이 같은 책도 많지만, 이 책은 그림의 비중이 더 큰 책 같아요. 표지만이 아니라 본문 전 페이지가 모두 컬러 일러스트입니다.
책의 본문에는 왼쪽과 오른쪽 두 페이지에 걸쳐서 그림이 있는 페이지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한쪽에는 그림이, 한쪽에는 짧은 글이 실려있습니다. 글을 잘 표현한 그림 같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을 이런 의도로 그렸구나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글도 있어서, 두 가지는 서로 보완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지만, 때로는 에세이같은 부분도 있고, 짧은 이야기같은 그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뒷 부분에는 명화를 고양이로 다시 그린 부분도 있었어요.
단상(斷想)이라는 말처럼 그림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때가 있어요. 또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때도 있습니다. 아마 이 책에 실린 그림들도 그러한 짧은 시간들의 모음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을 그린 작가의 한 순간 순간의 일들과 기억들이 담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