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9 완간 박스 세트 - 전9권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어제가 수능시험날이었어요. 늘 수능시험날은 날씨가 춥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제는 정말 추웠습니다. 하루사이에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날씨였다고 했으니까요. 오늘도 저녁에 해가 진 다음에는 무척 춥더라구요. 바람도 많이 불었구요.  수능시험날도 날씨가 좋은 날이 있었을텐데, 늘 그 날은 날이 추워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 시기가 되면, 첫 추위가 오는 그런 시기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는데...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보지도 않으면서 듣기만 해도, 두 가지를 한번에 하는 건 잘 되지 않아서, 책읽기도 별로고, 페이퍼도 계속 쓰고 있지만 여러 시간 걸쳐서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아 쓰고 지우고 계속하다 알았어요. 텔레비전을 꺼야 될 것 같더라구요.

 

 오늘은 조금 전에 드라마 <미생>을 하는 시간이라고 해서 봤습니다. 특별히 바쁜 것도 아닌데, 제시간을 맞춰서 보는 게 잘 되지 않아서 거의 보지 못했어요. 앞부분부터 보았으면 좋은데, 아쉽더라구요. 드라마로 본 <미생>은 원작에 있었던 대사를 그대로 살려쓰기도 하고, 없던 장면이나 에피소드를 넣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그 이야기 자체를 잘 살려서 가는 것 같았어요.

 

 만화를 보면서 초반에 등장한 인물이 장그래와 오상식 과장이었는데, 장그래가 바둑을 접고 아는 분의 소개로 종합상사인 대기업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가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오상식 과장은 그 때부터 빨간 눈에 찢어진 천막 머리를 하고 너무 바쁘게 하루하루 살고 있었는데, 9권 끝까지 빨간 눈 그대로였어요.

 

 만화를 읽으면서는 인터넷 연재시기에 읽었기 때문에 아래에 이 만화를 응원하는 독자의 댓글도 읽을 수 있었는데, 각 회차에 대한 독자의 생각, 그리고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도 읽을 수 있었어요. 또한 단행본을 읽으면서는 각 회차를 시작할 때마다 보았던  조훈현9단과 네웨이핑 9단의 대국 한 수 한 수에 대한 바둑전문 기자의 설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바둑의 진행과 본편 스토리의 진행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으나, 때때로 앞으로 일어날 일의 분위기를 예감하게 할 때도 있더군요. 바둑을 잘 안다면 설명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만, 그럼에도 그 기보와 해설을 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계속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바둑은 가로 세로 각 19줄의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계속하는 게임입니다. 하나의 돌에서 시작되어 추상적인 자기 공간을 형성하기까지는 상대와 자신을 끊임없이 읽어내야 합니다. 침착해야 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바둑은 한 게임 내에서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결정됩니다. 종합상사와 바둑 간에 어떠한 공통점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작가는 이 회사안의 사람들에게서 흑백의 바둑돌이 놓인 바둑판 위의 모습을 보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화를 읽을 때에는 계약직으로 2년을 근무하는 장그래가 미생이고 그리고 나중에는 오상식 과장을 비롯한 영업3팀 그리고 함께 일하는 회사의 사람들 역시 미생임을 느꼈습니다만, 드라마의 예고를 보니, "우리 모두 미생"이라는 것이 앞부분에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입사원도 과장도, 대리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 드라마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보니, 많은 분들이 오상식 과장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만화를 볼 때보다는 오상식 과장이 조금 더 잘 보였고, 안영이와 장백기는 약간은 달라진 점도 있는 것같았습니다. 오늘 보았던 9회에서는 두 사람 모두 자기 부서에 적응하기 위해 고민하거나 애쓰는 모습이었거든요. 만화를 읽을 때에는 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각 부서별 잘 지내는 편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들을 좋게만 그렸던 것도 아닌데도, 다 읽고나면 결말은 희망적이었습니다. 드라마는 아직 진행중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드라마 때문에 특별편이 5회정도 연재가 되었는데, 작년에 듣기로는 올해 10월이나 11월이면 미생 2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내년 봄이 되어야 2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영업3팀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일 년만에 다시 읽으니, 그 때 읽었던 것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미생>을 읽고 나면,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이라도 다르게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구요. 그건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습니다. 실제의 현실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눈 앞의 현실보다는 생각과 환상 속에 더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조금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과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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