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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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원에서는 100세 생일을 앞두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이 창문을 넘어 도망쳐버리는 걸로 시작된다. 화장실 앞에서 청년의 트렁크를 봐준다고 하고는 잠깐 사이에 버스를 타버렸다. 불친절한 청년의 물건을 맡은 채로 무작정 떠났는데, 문제는 이 안에 든 것이 전부 스웨덴 화폐라는 점. 보스의 돈을 쫓아 오지만 결국 실패. 그는 이후 만나는 사람들과는 그 돈을 공평하게 인원수 대로 나누면서 일행이 되고, 그를 찾는 사람들로부터는 계속 도망친다. 여기까지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 그리고 별 연관도 없어 보이는데, 계속 나오는 이야기는 이 노인의 살아온 인생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게 좀 많이 복잡하다.

 

 알란 칼손은 100년 전 스웨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각국을 떠돌다 우연히 라거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서 현대사의 유명인과 만나기도 하고, 엉뚱한 일로 사고를 일으키며, 갑자기 나타는 누구 덕에 위기를 넘기는 식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때로는 현대사에 남을 결정적인 힌트를 주기도 했지만, 주로 도망치고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 많았던 그는 말년에 스웨덴에 돌아와 편하게 잘 살다가 자기 집을 폭파하는 바람에 요양원에 가는데, 엄격하고 규제많은 이 생활이 지긋지긋해서 결국 담을 넘고 말았다.

 

 옛날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요양원에서 도망친 이후로도 황당한 사건은 계속 된다. 만나는 사람들도 알란만큼이나 특이한 사람들이다. 큰 돈을 준다는 것 말고도 그래서 이 일행으로 합류했을지도.  시작은 가출과 절도에서 점점 실종과 살인사건으로 복잡해지는 현재 시점, 정신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나오는데, 이 두가지가 지금 일과 크게 중요한 관련은 없다. 다만, 지난 이야기는 워낙 여기저기로 움직이면서 활약하는 탓에, 현재는 지명이나 인명이 익숙하지 않아서, 읽는 사람은 정신이 없다.

 

 옛날엔 나도 그렇게 살았었지. 그 땐 말이야... 젊고 잘 나가던 그 시절 이야기를 노인이 되어버린그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그 때나 별 차이가 없다네. 나이 탓에 조금 불편한 점이야 있지만 말이야.

 

 100년 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사고를 일으켰던 알란이 자주 만났던 건 위기. 그러나 그에게는 좌절이라거나 절망이라거나 하는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일은 어떻게든 잘 풀린다. 물론 다음에도 위기가 찾아오긴 하지만. 그런 그는 100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위기 앞에서 지치지 않고 앞으로 가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 위축되는 것도 아닌 이 사람, 옛 친구와 함께 보내는 평온한 생활을 계속할 지는 앞으로 모를 일이다.

 

 굉장히 심각할만한 상황인데도 담담하게 쓴 부분에서는 오히려 그래서 웃을 수 있었던 것 같고, 각국의 유명인이 많이 나와서 이 시기 세계사 공부할 땐 이름 외우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복잡하고 심각하게 느껴질 만한 일은 적당히 빨리 넘어가고, 끊임없이 주인공이 일으키거나 휘말리게 되는 황당한 사건사고도 어차피 소설인데 뭘, 그러면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였다. 실제 일어나는 일이 아닌 걸 아는데도, 황당한 일이 그치지 않는 이 책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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