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날이 참 더웠다. 특히 한낮에는 밖에 나가기가 무서웠다. 걸을 때는 몰랐는데,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옷이 축 젖어서 감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 참 더웠다.

 

 굳이 낮에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해 지고 나서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날씨다. 저녁 8시가 다 되어 반쯤 어두워진 하늘 아래는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해 아래보다는 조금 덜 더운 것 같았다. 낮에는 없었던 사람들이 해가 지고 나서야 많이 보였다. 빵집엔 사람이 많아서 자동문 앞에 섰다가도 조금 기다려야했다.

 

 그러고 보니 8월도 절반을 썼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마음이 늘 조급하다. 중요한 걸 한 것도 아니고, 꼭 해야하는 것을 한 것도 아닌 채로 거의 한달 반을 보냈다. 마음 속으로는 생각을 조금 정리하고 싶었다. 집안도 정리하고 싶었는데, 7월엔 너무 습기가 많아서, 8월은 너무 더워서 적당하지 않았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터넷 신문을 보다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오늘 특가 같은 걸 한동안 봤는데, 이것저것 나와서 보는 게 재미있긴 했지만, 지금 사야할 필요한 건 많지 않았다. 적당히 하는 건 좋지만, 많이 하는 건 시간낭비, 그건 아는데 시작하면 시간이 많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굳이 해야하는 것도 아닌데도 그냥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나쁜 습관처럼 어중간했다.

 

 그 시간에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것,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 좋았을 거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어하는 것을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게 필요한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이해를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낯설었다. 언젠가 내게 누가 물었다. 너는 꿈이 있니? 지금 문제는 목표가 없어서 그래. 그런데 계속 생각해보아도 그날 만이 아니라 그 후에도, 그 말이 나랑 너무 먼 이야기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 말은 맞는 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자기의 꿈, 희망, 목표 이런 걸 많이 말하지만, 그런 것과 나는 가깝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말로는 다들 네가 원하는 걸 해라,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실제로 그 말에는 내가 원하는 걸 기꺼이 네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라, 그렇게 들릴 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 각자는 누군가의 복제품도 아니고, 누군가의 희망실현 대용품도 아니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날이 덥다고 짜증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아이스크림은 꺼내자마자 녹아서 집에 오면 다시 냉장고에 넣어야 되는 날씨. 팥빙수를 사오면 뛰어와도 반쯤 녹은 것 같은 그런 날씨지만, 그래도 날씨가 더워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더워서 잠을 잘 못 자고, 입맛이 없고, 그런 건 다들 있는 시기인 거 같다.

 

 밖에서 매미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 학생들은 이 시기 여름방학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더이상 방학이라는 건 없지만, 나는 잠시 내게 방학을 주기로 했다. 이 방학에는 약간의 숙제가 따른다. 매일 일기를 쓰고 계획있게 생활할 것.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시간을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것. 갑자기 큰 무엇을 떠올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소한 것 부터 해나갈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그렇게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몇 가지만 숙제로 내게 주고, 이 방학을 나는 즐겁게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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