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무척 더운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장마가 슬슬 끝나간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실내는 눅눅합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8월 첫 주말이라서 휴가를 떠나신 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지나가다보니, 근처 가게가 휴가라서 쉰다는 집이 지난 주에는 많았습니다.

 

 오늘 페이퍼는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구병모의 <파과>에 저도 관심이 생겨서 페이퍼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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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5일 알사탕과 신간적립금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8월 5일까지 신간적립금

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첫번째 이야기

 

 은퇴한 전직 연쇄살인범은 알츠하이머와 싸우고 있습니다. 전엔 그가 누군가를 죽였지만, 지금은 병이 그를 지워가는 중입니다. 기억이 지워지면 이것저것 엉망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만둔 지도 좀 되었고, 병 때문에 문제가 많지만 그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건 어쨌든 딸을 구해야 하는 그의 상황 때문입니다.

 

 

 메멘토

2000년/크리스토퍼 놀란/가이 피어스|캐리 앤 모스 |조 판토리아노|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이 기억할 수 있는 건 고작 10여분에 불과하다. 잊어버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믿을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뇌미인
나덕렬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10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치매에 대해서 설명하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생활습관을 소개한 책.

 

 

 

 기억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고, 알츠하이머라는 병도 이전보다는 많이 알려졌습니다. 생각해보니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도 이제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큼은 특별한 소재도 아니게 되었고, 이전보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도 늘어간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잘 모릅니다.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고 덧붙여 그 사람도 모를 수 있습니다. 기억을 잃어간다면.

 

 그렇게 사정 복잡한 그에게 지난 일을 다시 꺼내와 한 번은 써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딸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이후에도 기억은 더욱 엉망으로 변해갑니다.

 

 

 테이큰
2008년/피에르 모렐/리암 니슨|매기 그레이스|

 

테이큰 2

2012년/올리비에 메가턴/리암 니슨|매기 그레이스|팜케 얀센|라드 세르베드지야|

 

 1편에서는 갑자기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아버지가 나서고, 2편에서는 전의 그 일당이 다시 나타나 가족을 위협하는 일이 생기는데, 가족을 구하고 지키기 위한 아버지가 나오는 영화

 

 두번째 이야기

 

 아직 그는 현역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60대의 노부인으로 살고 있으나, 실은 수십여년 간 같은 일을 해 왔고 그러다보니 업계 대모 소리 들을 정도가 되었음에도 현역입니다. 이 직업을 위해 그는 무감각한 사람으로 단련해왔으나, 그토록 외면해왔던 것들과 갑자기 만나게 됩니다. 버려진 개. 리어카를 끄는 노인, 그리고 자신을 치료해준 박사. 그 타인들이 그에게 비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만으로도 이전에는 그럭저럭 잘 해왔던 일들에 작은 금을 만들고 조금씩 틈을 생기게 합니다. 영원히 멈출 수 없는 이것은 결국 그에게 찾아올 수 밖에 없었을 문제이고, 생각했건 생각하지 않았건 예외없이 만나게 되는 시간과도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그들을 기다렸을까

 

 은퇴한 전직특수요원들의 이야기는 아주 드물지는 않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나이를 먹지 않지만, 영화 밖의 배우들과 관객들은 나이를 먹는 사람이니까요. 결국 어디서든 시간이 흘러간다는 걸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레드: 더 레전드

2013년/딘 패리소트/이병헌|브루스 윌리스|존 말코비치|캐서린 제타-존스|헬렌 미렌|메리-루이스 파커|안소니 홉킨스|

 

은퇴했던 전직 특수요원들, 현장을 떠났던 요원들이 다시 돌아오는 영화

 

 

 

 

 

 같은 시기에 비슷한 책 두 권이 나와서 같이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고 이 페이퍼를 써봅니다. 처음에는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페이퍼를 쓰면서 계속 서로 다르다고 느껴지는 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한 사람은 남성, 한 사람은 여성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을 쓴 작가도 그렇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재미있게 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는 것과 많이 멀지 않고, 무감각하기 위해 고립된 자신을 유지했던 사람이 타인을 향한 감정과 만난다는 것 역시 이전의 자신과 달라져가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떠나더라도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것에는 자기 자신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멈추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더 많은 것을 주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조절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것임을 떠올립니다. 한때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것을 파괴했던 자들에게도 생겨나는, 지키고 싶은 것 역시 어느 면에서는 그런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소설의 제목 ‘파과’의 의미는 첫 페이지를 펼치고 작품을 읽어나가는 동안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면 또 다른 의미와 이미지가 포개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으깨진 과일[破瓜]’은 ‘빛나는 시절[破瓜]’과 하나로 이어진다.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 그래서 우리는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네일아트를 받는 조각의 모습에 미소 지을 수 있다. 비록 단죄당했을지라도 그녀는 환하고 자유롭다. 상처투성이에 쇠락해가는 인생일지언정 기꺼이 살아내겠노라는 의연한 발걸음, 그것은 ‘지킬 것이 있다’는 열망이 가져다준 덤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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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무척 덥네요. 장마가 끝나간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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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3-08-0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잘 쓰려니 더 이상해지는 건 원래 그런걸까요?

서니데이 2013-08-0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써지지 않아서 서운합니다. 처음 썼던 것이 나은 것 같기도 하구요. 시간 오래 걸려 쓰긴 했는데, 별로 였다는 예시로 이 페이퍼를 지우지는 않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