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엄마와 동대문 근처 상가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여기까지 가는데 거리가 상당히 됩니다. 며칠 사이 거의 자지 못했고, 장염도 심해서 그날 아침도 굶었습니다.

 

 별로 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 같이 갈까?"

하고 물어보니,

"가려면 지금 같이 나가.
어쩐지 가자는 소리보다 강제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버스타고, 전철타고, 지하철 갈아타고. 여러 번 거쳐서 도착했습니다만, 제대로 입구를 나서지 못해서 그런지 다른 곳 같더군요. 엄마는 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잘 안다고는 하셨습니다만,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했습니다. 동대문 상가를 간 이유는 뜨개질 실을 사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가서 느낀 게 조금 있었습니다.

 

 그냥 이 크고 복잡한 상가 안을 다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살 생각을 한 엄마, 전에 괜찮았다던 집이 있어서 나선 거니까 그 집을 갈 거라는 말만 듣고 따라 나선 나.

 

둘의 목적이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엄마는 일종의 그낭 나들이 정도까지 겸해서 나온 거고, 이것저것 돌아보면 되는 거고.

 저는 실을 사러 왔으면 그걸 사러 갈 가장 빠른 방법을 고려해서 빨리 처리하려는 거고.

 한 사람은 그날 놀러 나온 것이고, 한 사람은 일이고.

 

 사실, 제 입장에서는 일 삼아 온 거지, 그날 여기로 놀러온 건 아니었으니, 계속 헤매면서 도는 게 당연히 마음이 들지 않을 수 밖에요. 집에 돌아와서 그럭저럭 피곤했습니다. 그날 많이 걸은데다, 계속 며칠째 제대로 못 먹었으니까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누군가는 빨리 가는 목적을 택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여기저기 거쳐 돌아가는 것을 택하는 걸 원할 수도 있는 거라고. 그 말도 맞습니다. 사람 차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돌아가기보다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는 나들이 가는 거라면, 천천히 돌아보면서 여유있게 가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그날 저도 엄마와 같은 목적으로 간 거였으면 조금 더 좋았을테죠.  엄마와 함께 어디론가 갈 수 있는 게 마음처럼 쉬운 게 아니다보니, 좀더 잘해주고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있긴합니다. 어릴 땐 언제나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좀 크면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조금 더 지나면 새로운 가정을 가지고 바쁘게 사는 게 보통의 사람이 사는 모습이니까요. 모처럼의 주말인데 엄마와 느긋하게 잘 다닐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저도 하루하루 살기 빠듯하다보니, 어느 날 예습없이 닥친 일에는 즐길 수있을만한 여유가 없었나봅니다.

  

 그래도 그 날 소득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란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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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치모녀 도쿄헤매記
권남희 지음 / 사월의책 / 2012년 12월

 

  번역가로 잘 알려진 저자가 고등학생이 되는 딸과 함께 떠난 도쿄 여행기. 엄마와 딸의 평범한 여행기이지만, 읽다보면, 어느 집이나 보면 비슷한 점이 많은 것같다.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엄마와 딸의 관계, 시인이며 사진작가인 딸은 엄마가 떠나고나서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엄마와 딸은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잘 지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서투르기만한 그런 사이게 되기 쉽고, 사소한 일로 부딪치기도 한다. 어머니가 떠나고 몇 년뒤, 그리워진 마음을 사진과 함께 담은 저자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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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는 다시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시험 접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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