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페이퍼에 이어 이번에도 백귀야행이다. 이번 권은 2권의 이야기 중에서 골랐다. 

 

아이들 : 가위 바위 보! ... 가 술래!

아이들 : 술래야 이쪽 손뼉치는 곳으로-

아이들 : 술래야 이쪽.

이들: 손뼉치는 곳으로.

아이 : 앗!

아이 : 시... 싫어!  살려줘요!!

할아버지 : 리쓰!

할아버지 : ...야 놓거라!

 

 

... 꿈이었구나.

무서웠어... 그런데 왜 그런 어렸을 때의 꿈을 꾼 걸까...

 

조부가 아직 건재하셨고, 내가 옛 관습을 따라 여자아이의 복장을 하고 있었을 때니까

그날은 집에 아이들이 많이 놀러와서 같이 놀고있을 때였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는 결국 알지 못한채 지나쳤지만..

... 우리 조부에겐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있었고 그 때문인지 이 집에는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으며

나는 그런 일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2>, 1999, 시공사, 제4화 장님놀이 중에서

 

 이이지마 집안은 할머니와 어머니가 다도 등을 가르치며 가계를 유지하는데, 그날 따라 알 수 없는 손님이 찾아온다. 그 손님은 다들 돌아간 이후에도 집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아침의 꿈 탓인지 옛날 일이 생각나 술래잡기 노래를 불렀던 리쓰의 한쪽 눈의 시력을 가져가버린다. 눈에 문제가 생긴 이후부터 리쓰는 누군가의 기억 속 장면을 보게 되는데, 누군지 알 수가 없다. 

 

 ... 그게 어떤 놀이였더라?

어떻게 끝내는 거지...? 가위바위보에서 진 애가 눈을 가리고 술래가 되고...

 

 술래야, 이쪽, 손뼉치는 곳으로-

 

놀리며 도망치는 애들을 잡아서...

 

"...야, 놓거라!"

 

할아버지가 그때 뭐라고 불렀었지...?

뭐라고...

 

가족 : 리쓰! 그런데서 자다가 감기 걸린다.

 

아...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졸고 있었나 보다. 일어나야지.

어... 뒤에 누가 있다.

아... 할아버지다.

뭐야, 꿈꾸고 있구나. 등 뒤에 계신 할아버지가 보이는 걸 보니...

아라가와 기누요?

...어. 가버리시네...

 

가족 : 리쓰는 할아버지를 닮아서 보이지 않는 걸 보거든...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2>, 1999, 시공사, 제4화 장님놀이 중에서

 

 꿈에 잠시 나타난 할아버지는 이름을 써서 보여주시고, 술래잡기에서 이름을 불러서 리쓰는 눈을 돌려받는다. 오래된 앨범과 집안 요괴, 그리고 다도교실에 다니는 학생으로부터 이야기를 모아 정리해보니, 오래 전에 아라가와 기누요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그 학생의 할머니인 노부인을 찾아간 리쓰일행은 화재로 그의 언니가 죽었고, 그 날 노부인이 입었던 옷이 붉은 색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전에 술래잡기를 할 때 빨간 옷을 입은 리쓰를 동생으로 착각한 것일지도.

  예전 기억과 그 날의 언니를 떠올린, 아까 그 부인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 집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 : 예- 누구세요?

노부인 : ... 히다카 스미코의 할머니됩니다만 저... 아까 아드님께서 찾아오셔서...

어머니 : 예... 아들녀석이 또 실례를... 어서 들어오세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만. (늦네... 사고났나!)

노부인 : ... 이 신발. ... 언니 신발이에요. 이곳에 와 계셨군요.

어머니 :아마 저를 찾으러 오셨을 거예요. 용서해주실 리가 없겠죠. 언니를 두고 혼자 도망간 저를... 언니는 어릴적 사고로 왼쪽 눈을 잃었는데... 그걸 유난히 신경을 쓰셨어요. 그래서 밖에 나가 놀기 보다는 곳간에서 저랑 같이 놀 때가 많았지요. 가끔 이이지마 씨께서 놀러 오시곤 했지만...

 

 

 그날밤 저와 언니는 곳간에서 장님놀이를 하면서 놀았어요.언니가 하자고 했었는데, 곳간에서 촛불을 켜고 했던 장님놀이는 아주 무서웠지요. 그것도 단 둘이서.. 언니가 술래가 되자, 저는 몰래 곳간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어요. 그 때...

... 저는 겁에 질려 소리도 못지르고 우선 부모님께 알리려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저는 잊고 있었지요. 그날 밤은 두분 모두 볼일로 나가셔서 집에 안계셨다는 걸... 불은 순식간에 곳간을 태웠고 저는 겁이나서 불이 꺼질 때까지 숨어있었어요. 어른들께는 우리가 했던 일을 말하지 못하고 언니는 곳간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었고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뗐지요.

 

   이이지마 : 기누요!

 

 노부인 : 이이지마 씨가 언니의 장례식에 오셔서 문득 말씀하셨을 때

 

   이이지마 : 쓸쓸하면 가끔 우리집에 놀러와

 

 노부인 : ... 저는 모든 걸 들켜버린 건 같아, 두려워서... 이 사실은 60년동안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어요. 언니는... 

  

 틀림없이 지금도 저를 잡으려고 하고 있는 겁니다...

 

 노부인 : ...언니.

 노부인 : 언니! 언니 기다려요!

 노부인 : 언니,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2>, 1999, 시공사, 제4화 장님놀이 중에서

 

 노부인은 그 때의 사고에 대해서 솔직하게 리쓰 어머니에게 털어놓는다. 60여년이 흘렀지만, 그에게 있어서만은 잊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비록 사고로 인해서 생긴 화재였지만, 그 때 겁이나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동생이 찾아와 그 화재의 숨은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하는 사이, 언니가 집안에서 나타난다. 6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동생이 눈물과 함께 털어놓은 사죄를 들은 아라가와 기누요는 신발을 신고 이이지마 가를 떠난다. 놀이가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처럼. 어쩌면 그 동생의 마음으로부터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길었던 술래놀이가 끝난 아이는 더이상 눈 가리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또 한 사람.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동생도 이제서야 그 날 밤의 술래놀이를 끝낼 수 있지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일의 시작이 있으면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만,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불편할 때도 있다.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시작. 새로 시작하려면 이전의 일들도 그럭저럭 정리되고 끝이 나면 좋겠다. 그렇다고 억지로 끝낼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다른 일들을, 다른 시간을 또다른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백귀야행2권에서는 전권에서 요마로부터 자유로워진 즈카사가 다시 등장하면서, 리쓰와 함께 낯선 손님이 주고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둘의 할아버지는 꿈을 통해 나타나기도 하고, 병풍 뒤의 마작탁에서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이 집안은 아직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끝나지 않은 듯 하다. 먼 친척일 지도 모르는 농가의 축제에 찾아가 일에 휘말리기도 하고, 대책없이 주워온 상자로 인해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리쓰 일행은 운좋게 그래도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기회를 얻는다.

이번에는 백귀야행 2권에서 제일 첫 이야기인 제4화 장님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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