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카사 : ... 옛날부터 자주 나를 괴롭힌 애들이 밤에 쥐에 물리곤 했었어. 내탓이 아니라고 억지로 생각했지.

 나는 인간이 아닌 걸까...

 리쓰 : 즈카사 누나, 원인을 알면 그 점은 없앨 수 있어.

 12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면...  아마 사토루 삼촌이 뭔가 알고 있을거야.

 즈카사 : 거짓말...! 이게 없어지다니... 니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소리야? 병원에서도 몇 번이나... 정말이니? 어떻게...

 

 외숙모 : 어머 즈카사...! 리쓰는 팔이 왜 그러니?

 즈카사 : 아빠는?

 외숙모 : 전화 받고서 회사 조퇴하고 와 계셔.

 즈카사 : 아빠!

 리쓰 : 사토루 삼촌, 오래간만이에요.

 외삼촌 : ... 어떻게 된 거냐. 그 상처는?!

 

 몰랐었어. 삼촌에게도 조금 영력이 있다.

 

 외삼촌 : 무슨 일이 있었니?

 리쓰 : 역시 무슨 일인가 있었군요.

 즈카사 : 아빠?!

 리쓰 : 삼촌, 12년 전에 즈카사 누나에게 뭘 했죠?

 외삼촌 : 내가 그런 곳에 가지 않았다면...

 (중략)

 

 리쓰 : 그 장소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중략)

 외삼촌 : ... 오기 싫은 곳이었다. 몇 번이나 꿈 속에서 보았었지.

 

 리쓰 :  (나무 뒤에서 보고 있군... 저기 에서도)

 외삼촌 : 두번 다시 가까이 오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리쓰 : (저기에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

 외삼촌 : 저곳이야.

 

 "내 아이를 데리러 왔다"

 이것은... 돌의 알인가. 하나만 깨져있네.

 리쓰 : 아마도 즈카사 누나는 놀다가 이것을 깨버렸고 그때 안에 있던 것이 즈카사 누나에게 씌워서...

 

 리쓰 : 할아버지에게 말을 하지 않았나요?

 왜 의논하지 않았었죠?  삼촌?

 외삼촌: ... 리쓰.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12년전 네 아버지가 그렇게 된 것은

 내 탓이었다...

 (중략)

 

 아오아라시 : ... 삼촌은 숨겼던 사실을 이야기해 주던가?

 리쓰 : ...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의식의 신 때문에 돌아가셨어.

 알고 있었나?

 아오아라시: 나는 언제나 가규의 곁에 있었지.

 (중략)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 1>, 시공사(한국어판), 1999,
제1화 어둠속에서 부르는 소리 중에서

 

 이이지마 리쓰의 사촌 누이 즈카사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있었던 등의 반점이 성장하면서 점점 커져서 흉하게 자랐던 것. 옷과 머리로 감추고 있으나, 마음도 음울하고 언제나 눈앞의 상황을 보다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할아버지가 살던 본가에 돌아와 만난 사촌 리쓰는 즈카사의 점이 단순한 흉터같은 것이 아니라 요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외삼촌에게서 이 일이 아버지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리쓰의 아버지는 오래전에 갑자기 죽었다 살아나면서 이전의 인격이 바뀌어버린 상태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이미 죽고 아오아라시 라는 요괴가 대신해왔던 것.

 여기까지가 위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일들의 요약.

 

 즈카사가 집에 찾아온 이후, 생기는 이상한 일들과, 전후사정을 알게 된 리쓰는 즈카사의 몸에 붙어사는 요괴를 제 집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그러나 요괴가 넘치는 잡목림은 바로 집 앞에 있는데도 두렵고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리쓰가 요괴의 아이를 되돌려놓자 만난 사람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였다.

 

리쓰: ...할아버지.

할아버지 : ... 화가 나 있니? 리쓰야...

리쓰 : ... 왜 아버지를 조용히 잠들게 두지 않으셨어요?!

죽게했던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요귀에게 줘 버리다니 너무하세요.

할아버지 : ... 다카히로는 성실하고 차분하고 양자(데릴사위)라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내 앞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입에 담은 적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왠지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지. 언젠가 술이라도 한잔하며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나는... 다카히로가 벌써 세상을 뜨는 것을 원치 않았었다...

 (무리한 일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 1>, 시공사(한국어판), 1999
제1화 어둠속에서 부르는 소리 중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환영을 통해서 리쓰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후 아버지는 아오아라시라는 요괴가 대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족들에게는 아버지가 아직 필요하다는 점을 떠올린다. 10여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인간으로 사는 것이 서툴지만, 아오아라시는 주인의 명에 따라 리쓰를 지키는 것에는 충실히다.

 

 할아버지의 환영과 리쓰의 대화 장면은, 지나간 일에 대해서 돌이킬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어떤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얼마 뒤 할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난 이후, 마음에 담았던 말을 담담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서, 즈카사가 요괴로부터 자유로워졌듯, 리쓰도 마음의 상처를 덮어두고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환상의 대화로부터 리쓰를 현실로 되돌려놓는 것은 아버지역할을 맡은 아오아라시였다.

할머니 : ... 이건 기적이야.

할머니도 참...

할머니 : 어쨌든 잘 된 일이야. 너무 떠들지 말아야 해. 또 예전처럼 이번에는 점을 없애 달라고 벌떼같이 몰려들테니까.

즈카사 : 아. 나 이제 머리를 묶을 수 있겠구나...

즈카사 : ... 별로 안 어울리네.

할머니, 어머니 : 너무 길어서 그래 즈카사야. 앞머리도 무겁고, 복장도...

즈카사: 그렇네요, 이젠 뭐든지 할 수 있어...

뭐든지 입을 수 있어요.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 1>, 시공사(한국어판), 1999
제1화 어둠속에서 부르는 소리 중에서

 

 리쓰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요괴로부터 자유로워진 즈카사. 점이 없어져 좋긴 한데, 그 순간의 기쁨이 지나고 나니,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점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던 것. 하긴 그렇다. 오랜 시간 점이 만들어낸 문제로 고통스럽게 살면서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는데, 그건 점이 없애줄 문제가 아니었을테니까.

 하지만, 이젠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 지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전후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다시 시작하자, 다시 새로 시작하자. 그렇게 말을 해도, 달라질 것이 별로 없는 게 보통의 현실이다. 마음먹는다고 해서 그게 굳건한 것도 아니고. 전에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그냥 지나쳤는데, 지금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젠 얽매이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것, 그것을 잊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거라고.

 

어머니: 즈카사가 가버리면 쓸쓸해서 어쩌나... 이거 진심이야. 우리집에 시집오지 않겠니?

즈카사 : 고모, 저는 연하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할머니 : 또 놀러오너라.

즈카사 : 예. 그동안 고마웠어요.

할머니: 꽤나 섭섭하겠다, 리쓰는...

리쓰 : 별로... 사촌한테는 관심없어요.

할머니 : 계속 무시 당했으면서...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 1>, 시공사(한국어판), 1999
제1화 어둠속에서 부르는 소리 중에서

 

 할머니와 고모(리쓰의 어머니)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즈카사가 떠나서 다시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음 권에서 다시 나오는 것부터 해서 전 시리즈 계속 나오고 있다. 백귀야행 앞부분의 정진 끝내는 날의 손님편에서의 설정은 약간 다르지만, 이 이야기가 본편으로는 가장 첫번째 이야기가 되며, 작가 후기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착오로 인해서 아버지를 비롯한 약간의 설정의 차이가 생겼다고 한다.

 

 잡목림이 밝게 빛나던 밤에 생긴 기적으로 마무리되는 즈카사의 점 사건은, 즈카사는 요괴로부터 자유로워졌고, 리쓰는 마음에 담아두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둘 다 치유되는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아버지가 돌아올 수는 없었지만, 할어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상처로 남았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즈카사를 배웅하면서도, 그날 밤에 자신을 향해 오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리쓰는 생각한다.  요귀에게서 자유로워진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