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 : 리쓰! 와주었구나...! 어제 갑자기 돌아가서 얼마나 걱정했다구.

 리쓰 :  ... 오랜만이야.

 히로시 : 오랜만이라니... 어제도 만났는데?

 리쓰 : 나는 계속 여기에 오지 않았어.

 

 리쓰 : 오늘 온 것은... 너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야.

 히로시 : 응? 무슨 소리야? 엄마는 집에 있는데.

 리쓰 : 집도 이젠 없어졌어.

 리쓰 : ... 그후로 몇 년이나 지났어, 히로시!

 리쓰 : 변하지 않는 것은 너뿐이야. 너는 지금도 초등학생 모습이잖아?

 히로시 : 자기두 초등학생이면서!

 리쓰 : 나는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어. 너는 아주 예전에 ... 세상을 떠났다.  낚시하러 와서 강에 빠진 널 구해주려고 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남편과 아이를 함께 잃은 너의 어머닌 정신이 나가시고 말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네 친구로 생각하고 집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그런 일을 반복했기때문에 결국은 병원으로 가셨어. 할머니는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르겠지만. 골방 항아리 속에서 백골로 발견되었다. 네가 죽은 뒤부터 그 집은 마치 귀신의 집처럼 변했어. 나는 어렸을 때 겁쟁이여서 그런 녀석들을 무서워했지만

 

무서운 것은 요마가 아니야. 집도 마음도 황폐해지도록 방치하고 요마에게... 너무나 쉽게 안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사람의 마음이 정말로 무서운 거야.

히로시 : 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리쓰 : 무섭지 않아.

히로시 : 그래야지.

 넌 날 무서워하면 안돼.

우린 친구니까.

 

 함께 있어줘.

 안돼, 어서 놔!

 안돼!!

 

 

 미안해!

 너무 외로웠어.

 미안해! 친구가 되어줘. 

 

 리쓰 : 네가 외로운 것은 언제까지나 그런 곳에 혼자 있기 때문이야. 이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

 

히로시 : 벚꽃이 보고싶어... 다시 한 번 행복했던 시절의 벚꽃이 보고 싶어.

리쓰 : 벚꽃은 매년 피고 있는데도, 너는 자신의 외로움만 생각해서 보려하지 않았어.

히로시 : 보고싶어...

히로시 : 벚꽃이다. 정말 아름답다. 그치?

 엄마, 아빠...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4> 제12화 눈길, 페이지 61-66 중에서 

 

 이 이야기 앞 부분, 리쓰는 매일 학교를 가긴 하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학교에 가면 요마들이 말을 걸고, 아이들은 놀리기 바쁘며, 그리고 이 때문에 제대로 수업을 듣지도 못하고 성적은 엉망이다. 그 날도 아이들의 놀림에 시달리던 리쓰는 벚나무 앞 강가에서 히로시를 만나 친구가 된다. 히로시의 집에 다녀온 날, 리쓰는 갑자기 어머니와 함께 먼 여행을 떠난다. 위험한 자들이 그 두사람의 뒤를 따라오기에 이 여행은 다급하고 쫓기는 듯 어디론가 가기만 할 뿐이다. 알고보니 요마들이 리쓰와 어머니의 뒤를 따라왔던 것.

 그리고 다음 장면이 위의 이야기이다.

 

 백귀야행은 언제나 요마와 사람이 또는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 편에서 리쓰의 첫 친구는 귀신이었다고 놀리는 아오아라시의 말처럼, 리쓰와 그 집 사람들은 자주 이런 일을 겪곤 한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매년 꽃은 피지만 보지 않으려 했을 뿐이던 히로시, 그냥 이전처럼 살고 싶었던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히로시란 아이로 그대로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더이상 그 아이는 성장하고 살아갈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히로시의 눈에는 여전히 변함없는 초등학생으로 비치는 리쓰는 초등학생이 아니라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는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담담하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히로시가 원하는 것은 다시 한 번 행복했던 시절의 벚꽃을 보는 것이지만, 리쓰의 입을 통해서 나온 진실은 반대였다. 매년 꽃은 피었지만, 자신의 외로움만 생각해서 보려하지 않았다는 것.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원하지 않았던 히로시는 시간을 멈추고 그대로 있었고, 그리고 친구까지도 함께 그렇게 머물러있기를 바랐다. 리쓰가 찾아간 시간은 수 년이 흐른 뒤, 어머니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지만, 히로시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하루하루 나이를 먹고 그만큼 살아가지만, 우리에게 행복했던 그 시간을 기억한다. 그래, 그 때 참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하지만 언제나 그 순간이 행복했지만, 그것을 억지로 잡아 둘 수가 없는 것은 그 이후에도 계속 꽃이 피기 때문인걸까. 또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서?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겠다. 나는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아오아라시 : 눈을 보니까 생각이 나는 군...

네 첫번째 친구는 유령이었지~

 

- 그 후로 몇 년이 지나

아오아라시는 젓가락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나도 더이상

겁쟁이 꼬마가

아니었다.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4> 제12화 눈길, 66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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