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가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새해가 되는 시각에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힘있게 종을 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 다시 한 해가 시작이구나. 그렇지만 탁상 위의 시계는 비슷한 방향으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게 심상치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올해나 작년이나 시간만큼은 변함없이 하던대로 하겠다는 고집을 느꼈습니다. 그 녀석은 건전지만 잘 챙겨주면 더 빨리도 더 늦게도 안 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새해가 되면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성격이 그런건지는 몰라도 그냥 어쩌다보니 또 한해가 되었다는 건 싫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소원을 갖기로 했습니다.
저는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어졌습니다.
인간의 극적인 변화는 일단 자기 과거의 서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과거의 의미를 리셋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현재의 의미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이 다시 과거의 사실들에 새로운 색을 입힐 수 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난 다음에야 우리는 다른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희망이라는 걸 가질 수 있다. 그것이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하는 과정이다. 최소한 철주에게는 그랬다. 그러기 위해서 30년 넘게 굴려온 자기 서사의 스토리텔링을 멈추고 일단 다 지워버리는 과정을 가져야 했다. 그 과정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챙길 여력은 없었다. 철주는 그렇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소주 한 잔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하지현, 푸른 숲 2012년 10월 5일
- 종이책 페이지 32에서
새로 시작하는 건 어렵습니다. 다들 새로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잘 안되던 일을 털어놓으면 비슷비슷합니다. 저도 생각해보면 얼마 전에도, 또 그 얼마전에도 새로 해 보겠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쉽지 않았던 것을 떠올려봅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있는 이상, 우리는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차피 후회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가능한 한 짧게 하는 게 좋다. 그래야 심리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짧게 후회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확 저질러버리는 편이, 고민하며 주저하다가 포기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건강하다. 후회가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한 일은 반드시 오래, 아주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결혼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 했던 것이다. "하고 후회하는 편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페이지 40 중 에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쌤앤파커스, 2009
전문가의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어쩐지 눈 딱 감고 되도록 빨리 하는 게 좋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애매한 이 상황에 대한 불안만큼은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의 조언을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애매함으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는 길은 새로운 도전과 방향성을 갖추는 일이다. 그러면 불안과 두려움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두려움을 포기하게 된다.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을 주의를 요하는 의식적은 일로 대체하게 만드는 것이다. 애매함을 견디는 능력은 내공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그냥 안고 갈 수 있는 능력, 사실 판단해야 할 대부분의 일은 시간이 그냥 해결해주는 것이 참 많다. 애매함이 주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기 쉽고, 시간이 니나 후회할 일이 생기곤 한다. 그것이 애매함에 대한 공포를 더욱 강화한다. 이를 억누르는 것이 바로 낙관적 자세로 애매함을 견뎌내는 능력이다. 우리에게는 애매함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에 '생각을 멈추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끔 머리의 기어를 N이나 P에 놓고 공회전을 하는 것이 낫다. 오래 서 있어야 할 때에도 기어를 D에 놓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기름만 낭비하고 힘만 든다.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하지현, 푸른 숲 2012년 10월 5일
- 종이책 페이지 65에서
그래서 다시 새로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번 만큼은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에도, 이 선택을 두고 다시 망설이는 순간이 온다면 이 말을 다시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 할 후회라면 짧게 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말까를 망설인다면 일단 저지르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새해가 되면, 모두들 많은 계획을 세운다. 한번 세운 계획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일이 원하는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는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이키가 옳다. 'just do it!'
-페이지 42 중에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쌤앤파커스, 2009
그리고 덧붙여 저의 실패담도 말해버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나를 바꾸고 싶어할 때도, 내 주변은 그대로입니다. 사람도 환경도. 그 사이에서 나만이 바뀌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로 누군가는 그에게 익숙한 나의 이전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나랑 그 사람 둘 다 선택하게 되면, 제 경우에는 곧 이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바꾸는 건 어렵더니 돌아가는 건 금방! 이었습니다. 으악. (그 때 번번히 저는 그랬습니다만,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애쓰는 저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는 저는, 진심으로 이 순간부터 새로 시작해서 날 바꾸고 싶은 사람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알라딘 페이퍼를 조금씩 써왔지만, 쉽진 않았습니다. 쓰고 싶은 말을 쓰고, 생각했던 그 말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올 해도 조금씩이라도 페이퍼가 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발전하고 싶습니다.
새로이 시작하는 이 한 해도 부족하지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