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신과 함께>라는 만화가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그냥 요즘 기억력이 별로라서. 그런데, 생각이 난 김에 찾아서 읽기 시작해서는 한 번에 다 보고 말았다. 그리고 잊어버리기 전에 페이퍼로 돌아온다. 조금 전에 봤으니 그래도 남는 것 있을 때 페이퍼라도 써야지. 이유는? 그냥 요즘 기억력이 별로라서.^^; (저는 인터넷 연재분으로 보았으므로, 이 내용이 책으로 나온 것을 읽은 것은 아닙니다.)
<신과 함께 - 저승편>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그리고 누군가 찾아왔는데, 이젠 저승에 가야한단다. 저승에 가기만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는 게 이 이야기의 시작. 평범한 사람이었던 김자홍은 하루하루 살기에 고달프던 인생을 마치고, 저승에 가서 다행히 자신을 도와줄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들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지옥의 단계를 거치면서 재판을 받고 그 때마다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서 의뢰인을 지키기 위한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내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 나선다. 하나하나 재판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게 되는 것은 결국 김자홍이란 사람의 일생이며, 그 시간동안 살아왔던 것에 대한 전부였다. 소심하고 지친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있어, 진기한이라는 변호사는 그가 가질 수 있는 행운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포기를 모르는 굉장한 활약을 보여준다. 같은 시기에 지옥에 가지 않고 도주한 원귀를 잡기 위해서 저승의 차사들은 이승을 떠도는데, 잠깐씩 보이는 저승이나 차사들이나 최신식으로 변해서 어쩐지 친근해보이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형벌은 고전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으로 공포감을 주지만.
<신과 함께 - 이승편>
저승의 차사들은 늘 바쁘다. 노는 날도 없고 일은 많고. 이번엔 어느 집에 어린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야하지만, 그 집의 누군가들이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얼마 뒤에 다시 오기로 한다. 기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이 집에 살던 누군가, 그러니까 이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은 이 짧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그들에게 잘 해주기 위해서 애쓰지만, 그들조차도 해줄 수 있는 것이 크게 좋은 것들이 없다. 더구나 이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방해하는 건 차사들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 그래서 이 집에 사는 사람들과 신들은 갑자기 찾아오는 불청객과 그들이 가져오는 미래가 불안하다. 가택신들은 이 집을 지키고 싶었고,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을 아껴주고 잘 해주고 싶었다. 밥을 해 주고, 함께 일하러 가고, 아이를 돌봐주고, 그러면서도 소박한 소원인 이 집을 지키기는 쉽지가 않다. 그 사이 이들이 사는 동네도 하나 둘 이전의 모습이 사라지고 떠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다 되어 가고, 차사들은 다시 특명과 함께 이들을 찾아온다. 냉정하게만 보이는 차사들에게도 알고보면 인정이라는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과 함께 - 신화편>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나왔던 누군가는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차사였던 것도, 그리고 가택신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저승과 인연이 생긴건지도 모르겠다.
지상의 이승을 다스리는 소별왕과 죽은자의 저승을 다스리는 대별왕은 본래 형제인 천지왕의 아들들이다. 해원맥과 덕춘, 그리고 강림이 차사가 된 계기, 가택신들과 오방신장의 사연들, 그리고 저승편에서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던 꽃들의 이야기, 차사들과 저승의 대별왕과 염라대왕의 저승직원채용방식도 특이하게 재미있었다.
<신과 함께>의 처음부분, 지하철을 함께 타고가는 저승엔 마치 공항처럼 누군가를 마중나오는 사람이 있었던 것부터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해서 한번에 끝까지 다 읽었다. 읽다보면 요즘식으로 바뀐(?) 저승의 모습이 오히려 익숙해서 재미있었고, 그리고 그 하나 하나를 지날 때마다 피고인을 돕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의 모습도 보는 사람에겐 좋았다. 저승의 차사들은 전 시리즈에서 다 나오는데, 겉으로 보이지 않으려 해도, 다들 마음은 좋았다. 집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가택신들의 과거이야기를 보고나면 이들이 사이가 좋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승편에서는 요즘 사람 비슷하게 나오는 그들도, 신화편에서는 옛날옛적의 이야기 속의 모습으로 나와서 역시 재미있었지만, 저승편의 지옥이 무서웠듯 신화편에 나오는 이야기도 약간씩 무섭기는 했다.
이 책에선 재미있는 것들을 가끔씩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것들이 약간 바뀌어서 그들도 쓰고 있다는 것부터가 그랬다. 그리고 점점 읽어 가다보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한 누군가의 선의를 느끼게 되는 점도 있었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읽고나니까, 다음편이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쉽다. 페이퍼를 쓰려고 찾아봤더니, 웹툰으로는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가 책에서 소개된 것도 있다하니, 언제 한 번 보고싶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