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해도 그만, 아니면 말고,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건만, 어느 날, 날벼락도 아니고 이런 상황을 알게 된다. 선택은 임의가 아니라 필수일 때가 있다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선택이라는 것, 꼭 해야할 것만 같은 그런 때가 사람한테는 온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오늘 내내 초조하면서도 사실 기분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사람들이 자주 말하기는, 선택의 기쁨과 즐거움, 또는 선택해야 하는 뭐 그런 것들을 말하기는 한다마는. 이게 무슨 쇼핑의 즐거움도 아니고(그것도 살 때는 즐겁지만,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러다 모래처럼 돈이 새고 나서 지갑비면 괴롭지, 또는 계산대 앞에서 찍히는 숫자보고 경악할 수 있는 문제이다), 모든 선택이 다 그렇게 좋고 즐거울리는 없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다. 적어도 나는 때로 그렇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사실상 단정적일 수 없는 것이, 어떤 선택은 눈물을 흘리면서 웃는 요상한 상태로 지갑을 꺼내는 일도 있는 그런 거니까. 그럴 때, 사람들은 지름신에 홀렸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아니면 나는 무슨 쇼핑광으로 지름신 유성소환마법이라도 하는 걸지도.

 

 20대 중반의 나이에 50가지 사람을 겹쳐놓은 것만 같은 이것저것 여기저기 복잡한 크리스찬 그레이. 아무래도 역시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쉽지 않아, 이별을 선언한 아나스타샤 스틸. 사랑도 좋지만 이 사람 진짜 감당하기 힘들어! 근데 사랑하니까 포기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의외로 상대도 순순히 헤어지는 것을 잘 받아준다? 진짜? 하여간 1권은 여기에서 끝나고 다음 권으로 이어지기는 한다. 다음권 <심연>에서는 작가가 독자를 위해 준비한 서비스로 인해서 또 다른 뭔가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선택의 괴로움을 맛보는 그녀의 심정이란. 굳이 이런 때를 말한다면, 어쩔 수 없어서 하기는 하는 것이지, 선택의 기쁨과 다시 얻은 자유에 대한 즐거움을 위해 날아갈 듯한 기분은 아닐 듯 하다. 그래도 스틸양이 허영과 사치, 그리고 지름신에 잡혀서 하기 싫지만 그래도 사는 것보다야, 지극히 당연한 말이겠으나, 아나스타샤 스틸이라는 그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는 게 필요하다면 그것도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 아니겠나. (그리고 다음권을 사 읽는 것은 내 선택이라 할 수 있겠으나, 사실 시리즈에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평소의 나를 알건대, 쉽게 선택이란 말을 쓰기에는, 지갑을 두고 양심에 찔린다는 게 솔직한 내 문제.)

 

 어쨌거나 오늘은 그다지 기분이 좋진 않고, 그 대신에 저울수평을 맞추려는지 약간씩 차분한게 꼭 폭풍전야같은 그런 차분함이긴 하다. 사람이 망설일 때는 이유가 있다. 이것과 저것을 저울질해봐서 답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이쪽과 저쪽의 저울이 아직 흔들리고 있으며, 그리고 그 눈금을 아직 읽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눈금이 어느 정도 내 눈에 멈추는 것이 보인다. 그럴 때는 더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나'라는 사람으로 수십 년 살아보다 보니, 이 시점에서 결정을 멈추면 나는 후회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그런 것을 익혀서 다행이긴 하다.

 

 그리고 저울 눈금하다보니, 생각나는 이야기. 유피넬과 헬카네스를 자주 말하는 이 책, <드래곤 라자>. 아직 <드래곤 라자>는 읽고 있는 중이라서, 1권은 전에 썼으니, 그 다음권으로 이어진다.

 

 <1권은 지난 페이퍼 참조하세요.> "돈안주면 너네 아빠 안보내준다. 알지~?" 사악한 이웃용의 횡포를 견디다못해 남의 용 빌려서 까지 시위를 했으나, 그래봐야 용한테 대들어 좋은 꼴을 못 본 마을 사람들을 대표해서 돈을 구하러 떠나긴 했는데,까지가 1권이었습니다. 그래서 대강 준비를 하고 바쁘게 돈 구하러 마을 밖으로 나와 보니, 우리 마을만 보던 사람 눈에는 은근히 새로운 세상입니다만, 그렇게 세상구경하게 내버려 둘 용이었다면, 사실 이런 일이 안생겼을지도 모르죠. 어쨌거나 돌아올 날짜까지 계산해서 아주 빠듯하게 시간을 정해 줬습니다. 여행길을 떠나보니 신기한 일들이 계속 생기는게, 처음 떠나 봐서 원래 여행이 그런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2인의 다리라는 협력없이는 건널 수 없는 다리도 있었고, 헉! 말로만 듣던 별난 종족들이 여기도 많긴 하지만, 생각보다 몬스터는 별로 없네? 그럼 우리 동네는 시골이었을지는 몰라도 역시 그저그런 평범한 동네는 아닐지도 몰라. 어찌어찌하여 다리를 건너가보니 이번엔 악덕한 남작이 설치는 마을에 가게 될 줄은 우리도 몰랐어요. 그건 책에 없었거든요. 세상에! 살다보니 트롤 목숨값을 내줘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아니 우리가 너희동네 사람들까지 구해줬는데 이럴 수 있어?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상대가 참 강경하게 나와서 우리는 졸지에 원하지 않는 집(!)에서 자게 생겼어요. 근데 그냥 넘어가긴, 난 너무 젊은 걸까요? 아님, 사람들이 날 부추길때 그냥 넘어가지를 못하는 그런 성격을 가진 걸까요? 하여간 시간은 얼마 없는데, 뭔가는 해야할 듯한 사람들의 그 눈길을 피하긴 어렵고, 아, 몰라, 몰라.

 

 매일 리뷰나 페이퍼를 올리면 한 주 내내 올릴 것이 없어지는 것을 감안하여 될때는 쓰고 올릴때는 조금 여유를 두고 올리는 것이 좋기는 하겠으나, 뭐 그러려면 두번 손가는 귀찮음이 생기잖아. 하여 쓰고 나면 제깍 올리는데, 이번엔 약간 수정보완을 하기로 결심.

첫번째 수정시기는 잘 모르겠고, 2차 수정시기:  2012-11-18 오후 4:14:00 저장된 글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의 3차수정을 통해서 오타와 부분적인 내용만 수정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