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
서민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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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알게 됩니다.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뉴스와 일간신문의 기사, 인터넷 뉴스와 수많은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정보,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를 통한 영상도 다양합니다. 그러한 내용은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중요한 일처럼 보이지만, 곧 잊혀지고, 새로운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오래전의 일들이 다시 부각되면서 잊혀진 기억의 수면 위로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2009년 3월 7일 배우 장자연씨가 서른 살의 나이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인의 자필로 작성된 7장의 진술서가 공개되어 이후 이 문서는 장자연 문건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고인의 사망소식과 진술서에 대한 내용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어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서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건도 그렇게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은 의혹을 모두 해소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10년이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장자연의 한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라는 청원이 시작되어 한달여 만에 23만건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에서 이 사건에 대해 재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재조사가 시작된 후인 2018년 7월, <PD수첩>에서는 장자연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방송에서 익명의 여인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던 그는 제작진이 보여준 사진 속에서 일부를 기억해내면서, 같은해 11월 과거사위의 참고인으로 진술하기 위해서 잠시 한국에 오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9년, 그가 과거사위 출석과 자신의 책 <13번째 증언>의 홍보를 목적으로 다시 한국으로 왔을 때, 그는 더이상 익명의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윤지오입니다.

 

 이 책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은 고(故) 장자연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윤지오와 그의 행적에 대해 소개합니다. 윤지오라는 사람은 단순히 한 사건의 참고인으로 보기에는 그동안 수많은 화제와 사건을 만들었고, 지금은 캐나다로 출국하여 여러 이유를 들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2019년 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그가 짧은 활동을 마치고 출국하면서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이며, 최근에도 그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내용으로는 윤지오가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은 고 장자연 사건으로 보여집니다. 이후 그는 이 사건을 강조하고 자신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나선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유명해지면서 스타가 되어 부와 명성을 얻기를 원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가 한국에 와서 한 일은 단순한 참고인의 증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증언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책을 출간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고, 유명한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고,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으며, 그의 진술은 한 사건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그러한 순간은 한 사람에게는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빛에는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고인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했지만, 이러한 내용은 유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을 내용이었으며, 또한 그의 발언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그의 말과 다른 증거를 가진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의로운 사람처럼 세상에 나타났던 한 사람의 증인은 수많은 거짓말과 사기 사건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 돌아오는 것을 거부하며, 이 사건의 끝에는 수많은 피해자를 남겼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윤지오 라는 사람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지나가는 뉴스를 통해서 이름을 듣기는 했지만, 그가 장자연 사건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하면서 문제가 되었는지 관심있게 보지 않았다면 지난 일들의 자세한 전말을 알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윤지오가 남긴 수많은 인터뷰를 비롯한 기록이 등장하고, 단순한 파편과 같은 수많은 일화나 사건을 통해서는 쉽게 보이지 않았을 내용이겠지만, 저자가 정리된 소주제와 설명으로 다시 구성됩니다. 그렇게 정리된 한 권의 책 안에서 다시 배열되면서 많은 사건의 조각과 같은 단서도 그 때는 보지 못했을 이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왜 그런 일이 생겼을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몇 달 전의 그 때였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결과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처음과 끝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적고 있습니다. 서문을 '윤지오를 잡읍시다!'라고 쓰면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알렸고, 끝부분에서는 '제2의 윤지오를 막으려면'이라는 내용으로 앞으로 다시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이번이 제1의 사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제2의 사건이 생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의심해보고, 생각해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제2, 제3의 누군가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그 때에도 다시 '아이고, 또 속았구나' 하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마지막 부분 저자의 당부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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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은 저자 서민 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읽었습니다.

 신간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사기의 천국입니다. 사기꾼이 많은 이유는 사기꾼에 대해 제대로 된 응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사내전>을 쓴 김웅 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기꾼은 어지간해서 죗값을 받지 않는다.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사기는 남는 장사다."
- P7

다른 사기꾼들이 다 처벌을 면하니 윤지오도 그냥 넘어가줘야 할까요? 절대 안됩니다. 일단 윤지오는 고인이 된 장자연을 이용해 돈을 벌었습니다. 고인을 이용하는 것은 그 죄질에 있어서 차원이 다른 범죄이며, 이 과정에서 윤지오는 장자연의 유가족을 ‘돈 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매도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윤지오가 사기를 친 대상은 전 국민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이 윤지오의 허술한 사기에 당했다는 게 저는 너무도 분합니다. 윤지오를 잡아와 죗값을 받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 공무원이 말했던 것처럼 ‘개 돼지‘일 수도 있습니다.
- P7

제가 책을 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운지오를 잊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아직 윤지오가 용기있는 증언자라고 믿는 일부 사람들에겐 정신을 차리라고 일갈하고 싶었습니다.윤지오가 한국에 머무르는 두 달간, 윤지오의 충실한 스피커 역할을 했던, 하지만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우리 언론들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윤지오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광경을 보고 싶어서지요. 캐나다에 있는 윤지오를 무슨 수로 잡아오냐고요? 윤지오의 말을 따라해봅니다. "책은 ... 분명한 건 이슈는 되니까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윤지오를 잡아오는 것, 그래서 출판하는 거고." 윤지오를 잡아오라는 국민 여론이 비등한다면, 정부도 가만히 있진 못하지 않을까요?- P7

그래서 말씀드린다. 음모론에 빠지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라고. 어떤 것이든 맹신하지 말고 타인의 말에 귀를, 그리고 머리를 열어두라고.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진영논리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는 계속 등장할 테고, 그 때마다 우리는 ‘아이고, 또 속았구나‘ 라며 머리를 쥐어 뜯어야 하니까 말이다. 책을 읽는 것도 필요하다. 책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므로, 남의 의견에 선동되지 않게 해준다. 그러고 보니 선전, 선동에 우리 사회가 부쩍 취약해진 것도 스마트폰에 빠져 책을 읽지 않는 게 대세가 된 뒤부터가 아닌가?

윤지오 사건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빈다. 제2의 윤지오가 나오지 않도록. (페이지 254-255)-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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