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토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9시 31분, 바깥 기온은 23도 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조금전까지 뉴스를 보다가 들어왔어요. 오후에 우리 나라를 지나갔던 제 13호 태풍 링링이 얼마나 이동했는지 한참 설명을 듣다 오는 길입니다. 오후 2시 30분 정도에 우리 나라에 상륙해서 그리고 9시가 지난 지금은 북한 위치로 지나가는 중입니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그 이후로도 바람은 무척 세게 불고 있어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지나갔지만, 가까이 오는 시기부터 시작해서 큰 피해를 남겼습니다.

 

 아침에 안전안내문자가 온 이후로, 오늘은 저녁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 여러번 강한 진동음이 울렸습니다. 낮에도 저녁에도 여러번 왔던 것 같은데, 같은 내용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내용이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생기는 피해를 조심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영종으로 가는 두 개의 다리가 통제된다는 것, 그리고 강화의 두 개의 다리가 지나갈 수 없었다가 해제되었다는 것, 그리고 태풍의 피해 경보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쏟아졌습니다. 평소에는 광고성 문자가 제일 많지만, 오늘은 주말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안전안내문자가 더 많이 왔던 것 같았습니다.

 

 이번 태풍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는데,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맞는지 모르겠어요. 링링이라는 이름은 예쁜 소녀의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 '예쁜 소녀'는 도착 전부터 무서워보였는데, 가까이 올 수록 무시무시해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피해를 남겼는데, 지금은 지나갔는데도 바람이 여전히 세게 불고, 며칠 사이에 비도 많이 올 것 같다고 합니다. 여름에서 가을이 그냥 되는 게 아니야,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아침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오후가 되어서는 정말 바람이 심각하게 세게 불었습니다. 베란다에서 창문을 다 닫고 있었지만, 실내에는 바람의 과성이 그대로 들렸습니다. 가까이 보이는 어느 아파트 앞 나무는 조금 찢어진 것 같았고요, 그리고 텔레비전의 뉴스특보에서는 밖에 나가지 말라는 소리를 할 정도였습니다.

 

 

 

 8월 23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동백나무인데, 여름에 아주 더운 시기를 조금 지나서 새 잎이 난 것처럼 반짝반짝해서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오늘처럼 바람부는 날에는 이런 작은 나무들도 힘들었겠지요. 밖에 두었던 화분은 들여놓았지만, 화단의 나무는 비바람을 견디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름의 폭염시기를 지나고, 가을이 되어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1. 매일매일, 바람부는 날의 필사

 

 오후 1시가 지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점심을 먹는데도, 마음은 바깥의 바람부는 창문 밖에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2시가 가까워질 때부터는 바람소리도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가 부러질 것처럼 흔들리고, 휘었습니다. 바깥의 유리창이 아니라 안쪽의 유리창도 흔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바람의 괴성이 조용한 실내를 채우는 속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 노트의 포장을 뜯고 첫 페이지에 조금 전에 읽던 책의 한 부분을 썼습니다.

 

 오후 2시에서 3시가 지날 때, 바깥을 뒤흔드는 태풍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을 때, 평소에 많이 듣지 않았던 조용한 가곡 합창곡을 틀었습니다. 크지 않은 소리로 들리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한자 한자 틀리지 않도록 천천히 쓰는 동안 불안감은 조금 줄어들기를 바랬습니다만, 그렇게 줄어들었던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3시가 조금 넘었을 때, 우리 집은 짧은 정전이 있었고, 그리고 다시 전기가 돌아왔습니다. 정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전까지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창밖으로 어느 집의 인터넷 선이 마구 흔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늘 그래서인지 인터넷이 잠깐씩 연결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에 조금 불편한 것들은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오후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태풍 피해로 사망자가 있다는 속보를 보았습니다. 그 뉴스를 보았을 때, 여기도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조금 전에 들었던 바람의 괴성이 다시 되살아나오는 것만 같았어요. 저녁의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사고현장이 잠깐 나왔습니다. 바람에 담이 부서져있었습니다. 오늘 피해로 사망자가 3명이 되었습니다. 지역은 서로 달랐지만, 바람때문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무서웠고, 그리고 피해를 당한 분들을 생각하면 오후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노트로 적었던 부분은 그 때 읽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더 좋은 내용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책을 찾지 못하고 그냥 읽던 부분을 적었습니다. 나중에는 조금 더 읽었는데, 그 부분이 이 책에서 제일 좋은 부분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오늘 오후에는 마음을 피할 것들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평소에 손글씨를 잘 쓰지 못해서 오늘은 아주 천천히 쓰긴 했는데, 한 시간 넘게 쓴 것들을 키보드로 타이핑 하는 것은 필사보다 훨씬 빠르고 익숙했습니다.

 

 오래전 글씨를 배울 때는 키보드로 글씨를 타이핑 하는 것부터 배우지도 않았고, 휴대전화의 자판으로 입력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손으로 쓰는 것보다 그런 것들이 더 익숙합니다. 틀리면 백스페이스 바를 눌러서 돌아가면 됩니다. 오타가 많이 나지만, 그래도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의 손글씨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취미 같은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작년에는 주관식 서술형의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손글씨를 잘 쓰는 건 정말 중요했는데, 오늘은 그러한 시험과 같은 문제를 떠나서 그냥 쓰는 것이라서 그런지 부담이 적었습니다.

 

 손으로 쓰면 잘 외워지고 기억에 남을 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글씨를 천천히 하나씩 쓸 때에는 본문의 내용이 주는 의미를 잘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한글자씩 쓸 때는 나무를 하나씩 심는 것과 같다면, 그 나무가 모여서 숲이 되겠지만, 하나씩 쓰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전체의 모양이 잘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쓴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타이핑을 하는 것처럼 익숙해진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잘 쓰는 것보다 최대한 틀리지 않고 쓰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쓰다보니 한 페이지를 채웠습니다. 좋은 펜이 아니었지만, 잘 쓰지 못하는 글씨를 조금은 예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아마 볼펜으로 썼다면 그보다는 좋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끝까지 다 쓰고 나서는 조금 팔이 힘들었습니다만, 틀리지 않고 쓸 수 있어서 쓰다가 다시 쓰는 일은 생기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 책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책이었는데, 아직 중간을 읽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은 앞부분이 좋았다가 이후로는 그만큼의 끌림을 주지 못하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는 느낌으로 읽기도합니다. 또 어떤 책은 중간을 넘을 때까지 그냥 지루했지만, 끝을 조금 남기고 나서는 앞에 읽었던 지루함의 정체를 알게 될 때도 있어요. 가끔은 마지막 부분이 괜찮은 책도 있습니다. 영화로 생각하면 오프닝이 근사한 영화도 있지만, 엔딩이 예상을 뛰어넘을 때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잘 만든 부분은 마음에 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빠짐없이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중간에는 잠깐 집중력이 떨어지는 구간이 있긴 합니다. 이 책은 중간을 지나고 있는데, 좋은 엔딩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바람이 여전히 세게 불고 있어요.

 오늘은 편안히 보다는 무사히 보내셨나요, 그렇게 물어야 할 것만 같은 날씨입니다.

 가을이 되는구나, 하다가 가을이 그냥 되는 건 아닌가보다,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기도 하고요.

 내일은 조금 편안해진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쓰다보니 밤이 늦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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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8 2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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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2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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