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금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9시 36분, 바깥 기온은 25도 입니다. 바깥에 비오는 소리가 들리는 밤입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제 13호 태풍 링링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늘 낮에도 텔레비전에서는 자주 태풍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태풍에 대한 뉴스를 계속 보았더니, 온라인 강의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시속으로는 매미가, 피해는 루사가, 그리고 전에 왔던 것으로는 곤파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가끔은 볼라벤 이야기도 나와요. 한참 보다보니까 시험을 앞두고 태풍 요점정리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태풍들인 매미와 루사가 온지는 한참 되었고, 그나마 곤파스가 조금 최신(?)인데, 그것도 2010년인가? 아마 그렇습니다. 2000년 전에 온 것들은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아마도 순위에서는 그런 것 같은데, 이전에도 큰 피해를 입힌 태풍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겠지요. 오늘 뉴스를 보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곤파스보다 매미가, 하는 소리를 들어서 피해가 매미가 1등인줄 알았는데, 루사가 1등이고 매미가 2등이었습니다.

 

 계속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거라서 같은 내용을 그렇게 볼 필요는 없었는데,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텔레비전 채널은 계속 태풍특보에 가까운 뉴스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채널권을 가진 엄마가 오늘은 그렇게 선택을 하셨거든요. 보다보니까,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것 때문인지, 습관적으로 태풍의 순서, 위력, 같은 것들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앗, 그런 걸 외울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하면서도 계속 보니까, 반복학습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가끔씩 현장에서 비를 맞고 현지의 날씨를 말해주는 기자도 있었고, 이전의 무시무시한 피해에 대한 화면이 나오기도 하고, 계속 보는 건 정신건강에 그렇게 좋지 않을 것 같지만, 그만큼 이 태풍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우리집에서는 바깥에 두었던 화분을 들여놓았고, 여러 가지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더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한참 보다보니 화면의 뉴스 아래 한줄 기사가 나오는 자리에는 언젠가부터 영어로 나오고 있어요. 조금은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하면서도 근데 왜 영어로 나오지? 그게 조금 궁금했습니다.;;

 

 

 8월 29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낮에 찍었더니, 꽃이 다 가늘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지 못해서 찍은 사진이 없었는데, 다행히 이 사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서 사진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아, 어쩌나, 싶었는데, 크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니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찾았더니 하나 있어서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냉장고를 열었는데, 운좋게 하나 남아있는 요구르트 같은 느낌일까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있는 것들은 크고 작음을 떠나 어쩐지 운좋은 느낌이 듭니다.^^;

 

 

 1. 매일매일, 태풍은 왜 와서

 

 하루 종일 태풍 링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더니, 그리고 지금도 우수관 타고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니 비오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평소의 마음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갈 때, 갑자기 비가 쏟아졌을 때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실외기 위로 타닥거리면서 큰 소리를 내는  비 오는 모습을 사진을 찍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 때는 왜 안 찍었을까요? 빗물이 많이 튀어서 가까이 가기가 조금 싫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옷이 젖으면 눅눅해서 조금 좋지 않아서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까, 아까 그걸 찍었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저녁이 다 되어서 밝은 느낌도 없고 어둑어둑해서 예쁘게 잘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비오는 날은 햇볕이 쨍쨍한 날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어제는 조금 늦은 오후에 비가 그치고 잠깐 햇볕이 밝아졌지만, 오늘은 그런 것도 없고, 태풍 온다는 소식에 날씨가 흐린 것도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왜냐면 화면 속에서는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는 중이었거든요.

 

 오늘 아침을 생각하면 아주 조용했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엄마가, 어떻게 이렇게 조용할 수 있지? 하는 말을 하셨는데, 9시가 되니까 매미가 출근해서 오후까지 울기 시작했어요. 매미의 출근시간도 8시 반에서 9시 직전 정도 되나보다, 하지만 퇴근은 조금 일찍 하네, 그 정도로 하루 종일 들렸습니다만, 크게 시끄럽지 않아서 좋았어요. 하지만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내린 빗소리는 무척 크게 들렸습니다만, 금방 지나가고, 지금은 가끔씩 우수관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와 조금씩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리는 밤입니다. 태풍이 오고있는 전야입니다.

 

 폭풍전야는 고요하다는 말이 생각나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이 조금 그랬고, 지금도 조용한 편입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태풍 링링은 아주 크고 태풍의 눈이 크게 잘 보이는 모양이었습니다. 너무 커, 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큰 피해 남기지 않고 잘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2. 쿠크다스와 대나무숲

 

 태풍이 온다는데, 하면서 낮에 걱정을 했더니, 저녁이 되니까 걱정도 지루해집니다. 아직 태풍은 오지 않았는데도 말이예요. 하지만 며칠 동안 계속 링링온다,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 링링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네요. 처음에는 태풍 오나? 같은 기분이었다면, 한참 텔레비전에서 태풍은 이렇게 무서울 수 있어요, 하는 공부(?)를 한 결과, 태풍을 아주 싫어하게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들도 계속 하라고 하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과 비슷해진 것 같았어요.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하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어제는 페이퍼에서 손글씨 잘 쓰지 못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전에 잘 했던 것들을 지금 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것들은 어제 생각나고 잊어버리고 또 오늘 다시 생각났습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변주되어서 처음에는 그게 그건가, 잘 몰랐는데, 페이퍼를 쓰려고 생각을 하니까, 아, 그거 맞는 것 같구나, 하는 조금 늦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잘 하는 것을 나는 잘 못해, 하는 것도 아쉽지만, 전에 잘 했는데 이제 잘 못해 하는 것도 아쉽다는 것. 뭐든 다른 사람 하는 건 다 잘해야 해, 하면서 살아온 것도 아니고, 중요한 거 아니면 괜찮다, 하면서 대충대충 넘긴게 잘못인걸까, 그런 생각도 짧게 들었는데, 답은 그게 아닐 것 같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중요한 것들과 쓰임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수 없어, 같은 마음이 되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손글씨를 잘 쓰지 못해도 괜찮아, 까지는 아니예요. 더이상 못 쓰면 이제는 진짜 심각해질 것 같아서 그건 곤란해요. 그러니까, 어느 선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해, 같은. 그 선이 조금 상향 조정되면 운이 나쁠 때는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고, 하향 조정되면 그보다는 많아지겠지만, 실제로는 좋은 게 아닐 수도 있을거예요. 다 잘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런 것들이 많아질 수록, 해야할 일들과 잘 해야할 것들이 늘어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평범해지는 건 진짜 힘든거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과 비슷했어요.^^;

 

 어느 시기에는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데, 어느 시기에는 멘탈이 쿠크다스 수준이어서 아주 약한 충격에서 금방 모서리가 부서집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다 옳다고 한다면, 내가 하는 이야기도 다 맞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대충대충 살자, 하는 날도 있지만, 어느 날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듣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오래 생각할 때도 있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지만, 그건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입니다.

 

 요즘 멘탈은 쿠크다스 수준인가? 하면서 집에 하나 남은 빨간색 포장의 쿠크다스를 봅니다. 달달하고 부드럽고 맛있지만, 오늘은 과자보다는 유연한 여름의 초록색 대나무숲 같은 마음을 갖고 싶어졌습니다. 회복탄력성 면에서 처음엔 고무공도 생각했는데, 대나무가 더 나을 것 같아요. 어쩐지. ^^;

 

 빗소리가 조금 줄었습니다. 하지만 밖에는 지금도 비가 오고 있어요.

 며칠째 비가 많이 오는 9월입니다. 가을 장마에 이어 태풍이 오고 있어요.

 둘 다 낯설지만, 올해의 9월은 그렇게 조금 차갑고 빨리 가을이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매미가 가끔 울긴 하지만, 오늘 밤에는 매미도 일찍 퇴근한 것 같아요. 조용합니다.

 금요일이 되는 오늘,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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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2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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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7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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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7 0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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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7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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